"진화" 주제의 글
  • 2023년 1월 13일. 큰 키를 여전히 선호하는 이유가 있다

    지난 1일 뉴욕타임스 오피니언 란에 “육안으로 하는 해부학(Gross Anatomy)”의 저자 마라 알트만이 쓴, 오늘날에는 작은 키가 더 유리하다는 내용의 칼럼은 보편적인 믿음에 도전하는 흥미로운 주장을 담고 있습니다. 키가 작은 편에 속하는 글쓴이 알트만은 큰 키가 생존에 유리하다는 통념은 오늘날엔 통하지 않으며, 작은 키가 생존은 물론 환경을 보호하는 데도 유리할 수 있다는 다양한 근거를 논리적으로 나열합니다. 하지만 진화심리학의 측면에서 보자면, 작은 키를 오히려 큰 키보다 선호하는 경향이 필연적으로 일어나리라는 알트만의 전망에는 동의하기 어렵습니다. 오늘 더 보기

  • 2022년 12월 5일. [필진 칼럼] 악몽을 자꾸 꾸는 이유, 악몽을 피하는 법

    지난 10월 1일 네이버 프리미엄 콘텐츠에 올린 글입니다.   9월 22일 애틀란틱에는 “왜 사람들은 어른이 되어서도 꿈에서 자꾸 학창 시절로 돌아갈까요?”라는 제목의 기사가 실렸습니다. 구글에 같은 질문을 쳤을 때 미국의 지식 문답 사이트인 쿠오라(Quora)에 비슷한 질문이 여럿 올라와 있는 것을 보면 이런 경험을 하는 사람들이 꽤 많은 모양이네요. 하버드 대학에서 꿈을 연구하는 디어드르 바렛은 실제로 많은 이들이 학창 시절 겪게 되는 곤란한 상황을 꿈으로 꾼다고 말합니다. 늦잠 때문에 시험에 늦는 꿈, 더 보기

  • 2022년 8월 10일. [필진 칼럼] 기린의 목이 길어진 진짜 이유

    어떤 사건이나 조건이 다음 사건을 발생시키는 인과관계는 우리가 이 세상을 이해하는 가장 기본적인 원칙 중의 하나입니다. 갓난아이 앞에서 잡고 있던 공을 놓아도 공이 여전히 공중에 떠 있는 마술을 보여주면 아이는 깜짝 놀랍니다. 아이에게도 공을 손에서 놓으면 바닥으로 떨어진다는 인과관계의 상식이 있다는 것입니다. 인과관계가 중요한 이유는 우리가 이를 통해 미래를 예측하고 대비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제비가 낮게 날면 비가 온다는 사실을 발견한 이들은 남들보다 먼저 비를 대비할 수 있었습니다. 물론 제비가 더 보기

  • 2022년 7월 8일. [필진 칼럼] 무척추동물도 감정을 느낄까요?

    인간의 삶은 모순으로 점철돼 있습니다. 말하는 것과 생각하는 것이 다르고, 어떤 일이 닥치기 전과 닥쳤을 때가 다릅니다. 자신의 입장에 따라 말이 달라지는 것은 애교로 보이기도 합니다. 그런 여러 모순 중에서 동물이 감정을 느낀다는 것을 알면서도 자신의 즐거움을 위해 그 동물을 먹는 것은 인간이 가진 여러 모순 중에도 상당히 큰 모순일 것입니다. 지난 3월 24일, 저명한 영장류 학자인 프란스 드발과 철학자인 크리스틴 앤드류스는 사이언스에 인간과 유사한 포유류와 척추동물을 넘어, 곤충과 두족류, 더 보기

  • 2022년 6월 9일. [필진 칼럼] 불편함이 당신을 성장시킨다

    내면의 소리에 어떻게 반응할 것인가는 인간이 평생을 고민해야 할 근본적인 질문 중 하나일 것입니다. 시시각각 변하는 느낌, 충동, 판단, 선택 등을 행동으로 옮길 때 우리는 가능한 한 이를 합리적으로 결정하려 하지만 대부분 우리는 그저 자동인형처럼 무의식적으로 이를 따릅니다. 때로는 이를 감정과 이성으로 구분하고 자신이 왜 그런 감정을 느꼈고 왜 그런 판단을 내렸는지 회고할 때도 있지만 그런 일은 아주 드뭅니다. 언젠가 몇 편의 영화를 연출한 감독님 한 분과 만나 그분이 쓰고 더 보기

  • 2022년 3월 28일. [필진 칼럼] 귀신을 보게 되는 이유

    할로윈 데이가 지난 뒤 11월 초에 네이버 프리미엄 콘텐츠에 썼던 글입니다.   세상의 많은 일은 여러가지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이며, 따라서 어떤 현상의 원인을 딱 하나만 꼽기는 쉽지 않습니다. 우리 마음과 관련된 현상이라면 더 그럴 것입니다. 그리고 그 마음이 조금 이상한 상태라면 더욱더 그렇겠지요. 사람들은 귀신을 봅니다. 아마 인류의 조상이 언어를 사용하고 자연 현상의 이유를 생각하기 시작한 이래 사람들은 우리가 알 수 없는 현상을 설명할 수 있는 좋은 해답으로 귀신을 더 보기

  • 2022년 3월 16일. [필진 칼럼] 갈증과 진화

    군인을 훈련하는 훈련소는 현대 사회에서 인간이 극한 상황을 경험하게 되는 몇 안 되는 장소입니다. 이제는 꽤 오래전 일이지만, 저도 논산에서 훈련을 받은 적이 있습니다. 당시 일 중 기억에 또렷이 남은 일로, 야외 훈련 도중 몇 가지 착오로 두어 시간 동안 식수가 끊긴 적이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훈련소는 조교와 훈련병 사이에 강력한 서열 관계가 존재하는 곳이지만, 그날은 꽤 많은 훈련병이 강하게 반발했고, 조교들도 훈련병을 달래느라 쩔쩔맸지요. 제가 그 일을 또렷이 기억하는 건 더 보기

  • 2022년 3월 11일. [필진 칼럼] 이족 보행이 인간을 영리하게 만들었다

    미술의 역사에서 가장 철학적인 제목의 작품으로 폴 고갱의 “우리는 어디에서 왔는가? 우리는 무엇인가? 우리는 어디로 가는가?”가 종종 이야기됩니다. 가로 폭이 3m가 넘는 이 대작은 그가 적도의 타히티에서 궁핍과 건강 악화로 자살을 기도하면서 유서로 남기려고 만든 작품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물론 이 제목은 누구나 한 번쯤은 생각하는 질문이기도 합니다. 인간이 어디에서 왔고, 어디로 가는가라는 질문은 한 때 종교의 책임이었습니다. 하지만 오늘날 과거 종교가 차지하던 위상은 과학의 차지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첫 번째 질문에 더 보기

  • 2019년 12월 13일. 왜 우리는 실제 세상을 보지 못하는가

    사람들은 흔히 우리가 현실을 ‘있는 그대로’ 보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가짜 뉴스’와 정치적, 상업적 선전이 판치는 지금 우리 인간은 사실 현실을 있는 그대로 볼 수 있도록 진화하지 않았다고 주장하는 것이 – 비록 다소 무책임하게 들릴지 몰라도 – 적어도 ‘현실(reality)’과 ‘진화’에 대해 사람들이 좀 더 깊이 이해할 수 있게 해주리라는 점에서 어느 정도의 가치는 있으리라 생각이 드는군요. 시각 분야의 선구적인 과학자였던 데이비드 마아(David Marr)는 1982년 자신의 책 “비전(Vision)”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시각 시스템의 더 보기

  • 2019년 10월 25일. 인간은 본디 배타적인가

    포퓰리즘에 기대어 사는 정치인들이 애지중지하는 선 가운데 하나가 우리편과 저쪽편을 가르는 선입니다. 외부인을 타자화하고 필요하면 이들의 위협을 생생하게 묘사해 적(敵)으로 만들어야 우리편을 열광시키고 지지를 받을 수 있다 보니 당연한 일이기도 합니다. 진화심리학자와 사회심리학자들은 우리편에 속하지 않는 이들 -남, 저쪽편, 경쟁자, 타자, 외부인, 적-을 믿지 못하는 경향이 인간의 뿌리 깊은 본성이라고 설명하기도 합니다. 이에 관한 고전적인 실험으로 1970년 폴란드 태생의 심리학자 헨리 타즈펠이 한 실험을 들 수 있습니다. 타즈펠은 10대 남학생들이 더 보기

  • 2019년 5월 4일. 개와 늑대를 구별하실 수 있나요?

    * 글쓴이 카트자 페티넨은 캐나다의 마운트 로얄 대학교의 문화인류학자입니다. 캐나다 록키 산맥 근방에 살다 보면 대자연을 마주하게 될 일이 자주 생깁니다. 제가 사는 캘거리에서 한 시간만 차를 타고 나가면 핸드폰도 터지지 않고 인적을 찾기 어려운 야생 한복판에 서게 되죠. 야생에서는 당연히 수많은 야생동물을 만나게 됩니다. 그 가운데는 코요테나 늑대처럼 북미 대륙에 서식하는 수많은 갯과 동물(canid)도 있습니다. 제가 다른 사람과 같이 야생으로 나가는 일은 거의 없지만, 반대로 갯과에 속하는 또 다른 더 보기

  • 2019년 4월 12일. AI가 모든 지식을 기억하는 세상, 우리는 어디까지 잊어도 될까?

    학생 시절 제게는 물리학을 공부하는 친구가 있었습니다. 그 친구의 박사과정 지도교수는 원자론의 핵심적인 공식을 계산한 노트를 궁금하면 언제든 꺼내 볼 수 있도록 잘 정리해서 들고 다녀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아직 컴퓨터 한 대의 본체 크기가 어른의 한 아름을 넘던 시절이었습니다. 복잡하기 짝이 없는 계산 과정을 일일이 종이에 써서 들고 다녀야 했죠. 제 친구도 그렇게 했는데, 손으로 일일이 공식을 풀다 보니 계산이 틀리거나 연필로 쓴 글자가 지워지거나 얼룩져 알아볼 수 없게 되기 더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