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화" 주제의 글
  • 2019년 5월 4일. 개와 늑대를 구별하실 수 있나요?

    * 글쓴이 카트자 페티넨은 캐나다의 마운트 로얄 대학교의 문화인류학자입니다. 캐나다 록키 산맥 근방에 살다 보면 대자연을 마주하게 될 일이 자주 생깁니다. 제가 사는 캘거리에서 한 시간만 차를 타고 나가면 핸드폰도 터지지 않고 인적을 찾기 어려운 야생 한복판에 서게 되죠. 야생에서는 당연히 수많은 야생동물을 만나게 됩니다. 그 가운데는 코요테나 늑대처럼 북미 대륙에 서식하는 수많은 갯과 동물(canid)도 있습니다. 제가 다른 사람과 같이 야생으로 나가는 일은 거의 없지만, 반대로 갯과에 속하는 또 다른 더 보기

  • 2019년 4월 12일. AI가 모든 지식을 기억하는 세상, 우리는 어디까지 잊어도 될까?

    학생 시절 제게는 물리학을 공부하는 친구가 있었습니다. 그 친구의 박사과정 지도교수는 원자론의 핵심적인 공식을 계산한 노트를 궁금하면 언제든 꺼내 볼 수 있도록 잘 정리해서 들고 다녀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아직 컴퓨터 한 대의 본체 크기가 어른의 한 아름을 넘던 시절이었습니다. 복잡하기 짝이 없는 계산 과정을 일일이 종이에 써서 들고 다녀야 했죠. 제 친구도 그렇게 했는데, 손으로 일일이 공식을 풀다 보니 계산이 틀리거나 연필로 쓴 글자가 지워지거나 얼룩져 알아볼 수 없게 되기 더 보기

  • 2019년 3월 19일. “요리 본능”의 저자 리처드 랭엄의 새 책 “도덕의 역설”(2/2)

    이 두 종류의 공격성은 랭엄이 제시하는 도덕의 근원 가설의 중요한 구성요소입니다. 또다른 요소에는 인간의 진화에 큰 역할을 한 것으로 보여지는 가축화(domestication)가 있습니다. 가축화를 위해서는 이를 이끄는 주인이 필요하며, 따라서 인간이 과연 가축화되었는지에 대해서는 심지어 다윈 조차도 생각해보지 않았습니다. 물론 인간이 다른 존재에 의해 가축화된 것은 당연히 아니지요. 하지만 자연 선택은 외부 요인 없이도 같은 효과를 만들어낼 수 있습니다. 만약 공격성에 반하는 선택압이 존재한다면 해당 종은 스스로 가축화될 수 있습니다. 지난 더 보기

  • 2019년 3월 19일. “요리 본능”의 저자 리처드 랭엄의 새 책 “도덕의 역설”(1/2)

    1860년 6월 30일, 옥스포드 대학에서는 찰스 다윈의 대변인이었던 토마스 헉슬리와 당시 대표적인 지성인이었던 사뮤엘 윌버포스 주교의 논쟁이 벌어졌습니다. 윌버포스는 진화론을 믿을 수 없는 이유를 늘어 놓은 후, 마지막으로 헉슬리에게 당신의 아버지 쪽 조상과 어머니 쪽 조상 중 누가 원숭이인지를 물으며 그를 놀렸습니다. 헉슬리는 연단으로 나와 만약 자신이 자신의 조상 중에 원숭이와 자신의 지적 재능을 새로운 과학적 아이디어를 놀리는데 사용하는 인간 중에 고를 수 있다면 원숭이를 고를 것이라 답했습니다. 그 사건 더 보기

  • 2019년 2월 12일. 지적 생명체의 필연성을 말해주는 두 권의 책(2/2)

    인간의 본성 어쨌든 인간이 바퀴와 도로를 발명하기 위해서는 인간에게 지능이 먼저 생겨야 할겁니다. 이 책은 이제 시선을 인간에게 돌려 인간이 어떻게 이런 특별한 지적 능력을 가지게 되었는지를 묻습니다. 나는 평소 인간과 동물의 마음이 얼마나 유사한지에 관해 종종 말해왔기 때문에, 이 책이 말해주는 인간 지성의 특별함은 매우 인상적입니다. 밀러는 인간 본성이 가진 독특함에 대한 최신 연구들을 말할 때 원래 그가 어떤 입장이었는지를 잊게 할 정도로 각 주장에 거리를 두며 겸손한 태도를 더 보기

  • 2019년 2월 12일. 지적 생명체의 필연성을 말해주는 두 권의 책(1/2)

    2018년에는 훌륭한 과학책이 특별히 많이 출판되었습니다. 그러나 다음 두 권은 오늘날 과학자들에게 주어진 매우 의미있으면서도 각별히 어려운 문제에 정면으로 도전하고 있다는 점에서 특히 중요합니다. 생물 물리학자 찰스 S. 코켈의 새 책 “생명체의 공식: 어떻게 물리학은 진화에 영향을 미쳤나(The Equations of Life: How Physics Shapes Evolution)”는 물리적, 수리적 한계가 생명체의 생존에 어떤 제한을 가했고, 생명체가 이를 어떻게 해결했는지를 다루고 있습니다. 유전 정보의 저장에는 DNA가 불가피한 선택이었을까요? 왜 거의 모든 생명체는 두 더 보기

  • 2018년 11월 21일. 형제끼리는 경쟁하고 동료들과는 협력하는 이유

    이 세상 모든 형제, 자매 관계를 가만히 살펴보면 시기에 따라 나타나는 모습에서 공통점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어렸을 때는 우애가 좋은 형제, 남매, 자매를 찾아보기 정말 어렵습니다. 눈만 마주쳐도 티격태격 싸우기 일쑤죠. 누구나 그렇습니다. 그러다가 나이가 들고 철이 들면서 서로 돕고 아껴주게 됩니다. 물론 세월이 더 흘러 부모님이 돌아가시게 되면 유언장 내용을 두고 서로 얼굴 붉히고 법원을 드나들게 되기도 하지만요. 어쨌든 형제 관계를 관통하는 핵심적인 기제를 하나만 꼽으라면 바로 경쟁(competition)이 될 더 보기

  • 2018년 9월 22일. 밤하늘의 별들보다 더 다양한 지구상의 미생물종

    인간은 지난 수백 년간 지구상의 다양한 생물을 발견하고 이해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해 왔습니다. 과학자와 동식물 연구자들은 오대양 육대주를 누비며 수많은 생물을 찾아냈습니다. 땅 속 깊은 곳부터 높은 산 꼭대기까지, 또 사람의 발길이 좀처럼 닿지 않는 정글부터 수많은 사람이 모여 사는 대도시에 이르기까지 빠트리지 않고 탐사를 거듭한 끝에 진화의 산물이라 할 수 있는 수많은 생물종을 발견하고 생명체를 이해하는 토대를 닦을 수 있었습니다. 최근까지 지구상에 사는 생물종은 약 1천만 개로 집계됩니다. 이것만 더 보기

  • 2018년 5월 18일. [책] 아름다움에 대한 선호 / 마이클 J 라이언

    아름다움은 관찰자의 눈 속에 있습니다. 만약 당신이 아름다움이 어떤 절대적인 것이라, 그러니까 비욘세나 조지 클루니는 그 존재 자체로 아름답다고 생각한다면, 마이클 J 라이언은 당신이 틀렸다고 말할겁니다. 그는 이 사랑스럽고 내용이 풍부한 책에서 아름다움이란 그저 우리가 가치를 부여한 것이고, 수시로 바뀌는 것이며, 우리 뇌가 만들어낸 환상일 뿐이라고 말합니다. 아름다움은 말 그대로 관찰자의 눈 속에 있습니다. 아름다움은 관찰자가 그 대상이 아름답다고 생각할때만 아름다울 뿐입니다. 곧 아름다움이란 관찰되는 순간 만들어진다고 할 수 있습니다. 더 보기

  • 2018년 2월 27일. [책]”인류의 기원”: 인간 진화의 과거와 현재, 미래

    사람들은 고인류학이 과거만을 다룬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생각은 이 학문에 대한 호기심뿐 아니라 인류의 조상에 대한 어떤 낭만적 관심으로 이어지지만, 한편으로 이 학문이 오늘날 우리를 이해하는 데는 큰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는 편견을 만들어내기도 합니다. 한국 출신의 고인류학자인 이상희 교수는 “인류의 기원(Close Encounters with Humankind)”을 통해 이런 관점을 거부합니다. 그녀는 오늘날의 인류가 약 6백만 년 전 침팬지에서 분화된 호미닌(초기 인류) 이후 생물학과 자연선택의 환상적인 상호작용을 겪어왔으며, 특히 오늘날에도 여전히 변화를 겪고 더 보기

  • 2018년 1월 26일. 이성의 냄새를 맡으면 나이가 드는 이유

    건강하게 오래 사는 방법으로 우리는 흔히 운동을 하고, 야채를 먹고, 스트레스를 피하라는 말을 듣습니다. 그런데 한 가지를 추가해야 겠군요. 바로 이성의 냄새를 맡지 않는 것입니다. 초파리와 쥐의 경우 다른 성별의 페로몬 냄새를 맡게되면 노화가 빨라진다는 것은 잘 알려져 있습니다. 문제는 왜 이런 일이 일어나는가 하는 것입니다. 진화생물학은 번식과 노화 사이의 충돌이라는 관점으로 이를 설명합니다. 이 관점은 또한 암컷과 수컷의 노화가 왜 다른지를 설명할 수 있습니다. 암수는 번식에 있어 전혀 다른 더 보기

  • 2017년 12월 28일. 억만장자들의 질병 퇴치 꿈이 어려운 이유

    2016년 말, 페이스북의 CEO 마크 주커버그와 그의 부인 프리실라 챈은 30억 달러의 돈을 비영리단체(상용화 권리는 소유하지만) 바이오허브에 기부하며 “모든 질병을 예방, 관리, 치료”하겠다는 목표를 밝혔습니다. 같은 시기, 마이크로소프트 역시 2026년까지 암을 퇴치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고 페이스북의 공동창업자 숀 파카는 비영리기관 공제를 통해 약 2억 5천만 달러를 암 연구에 기부하겠다고(특허권은 소유하지만) 약속했습니다. 자선사업가 일라이 브로드와 테드 스탠리 역시 14억 달러를 브로드 연구소와 스탠리 정신의학 연구소에 기부해 ‘조현병 블랙박스’를 열고 정신병을 유전적으로 해결하겠다는 더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