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하늘의 별들보다 더 다양한 지구상의 미생물종
2018년 9월 22일  |  By:   |  과학  |  No Comment

인간은 지난 수백 년간 지구상의 다양한 생물을 발견하고 이해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해 왔습니다. 과학자와 동식물 연구자들은 오대양 육대주를 누비며 수많은 생물을 찾아냈습니다. 땅 속 깊은 곳부터 높은 산 꼭대기까지, 또 사람의 발길이 좀처럼 닿지 않는 정글부터 수많은 사람이 모여 사는 대도시에 이르기까지 빠트리지 않고 탐사를 거듭한 끝에 진화의 산물이라 할 수 있는 수많은 생물종을 발견하고 생명체를 이해하는 토대를 닦을 수 있었습니다. 최근까지 지구상에 사는 생물종은 약 1천만 개로 집계됩니다. 이것만 해도 절대 작은 숫자가 아니지만, 이는 육안으로 확인할 수 있는 종의 숫자를 더한 것입니다.

그렇다면 박테리아나 고세균류, 원생생물, 균류 등 맨눈으로는 볼 수 없는 작은 생물들까지 더하면 어떨까요? 이런 미생물들은 지구상에서 가장 오랫동안 진화를 거듭하며 성공적으로 퍼진 생물종이기도 합니다. 여러 미생물을 모두 포함해 계산하면 지구상에 사는 생물종은 무려 1조 개로 늘어납니다. 맨눈으로 볼 수 있는 생물의 10만 배, 0을 다섯 개 더 붙인 어마어마한 숫자입니다. 이 추정치가 사실일 경우 우리 눈에 보이는 생물종을 아무리 열심히 연구해도 지구상에 사는 생물의 10만분의 1, 그러니까 0.0001%를 연구하는 데 불과한 겁니다.

사실 아무리 평범한 곳을 살펴보더라도 그 안에 얼마나 다양한 미생물이 있는지 관찰하고 측정하는 일은 대단히 어려운 일입니다. 과학자들이 미생물종을 판별하는 방법은 20세기 내내 크게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어떤 미생물종을 실험실의 넓적한 페트리(Petri) 접시에 배양한 뒤 세포의 특징을 관찰하거나 온도에 대한 반응, 어떤 물질을 섭취하고 어떤 효소를 생성하는지 등 생리적 특징을 관찰하는 겁니다. 그런데 이런 방법은 사실 미생물종의 다양성을 정확히 측정하기엔 턱없이 부족한 방법입니다. 미생물을 충분히 관찰할 수 있을 만큼 많이 배양하는 것도 쉽지 않을뿐더러 실은 서로 전혀 다른 미생물종도 얼마든지 비슷한 기능을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생김새로 미생물을 구분한다는 건 불가능에 가까운 일입니다.

그러다 1990년대 중반 들어 일군의 미생물학자들이 실험실에서 미생물을 배양하던 기존의 방식을 버리고 직접 자연에서 미생물의 핵산 염기 순서(DNA)를 분석하기 시작합니다. 자연을 분석한다는 건 바닷물, 나뭇잎 표면, 습지 바닥의 침전물, 심지어 샤워꼭지 안의 생물막(biofilms)에서 직접 어떤 미생물이 있는지 살펴보고 조사한다는 뜻입니다. 지난 10년간 이 기술은 비약적인 발전을 거듭하며 정교해졌고, 이제 수백만 가지 미생물을 한번에 표집할 수 있게 됐습니다. 이 방법을 통해 우리는 식물이 자라는 토양 1g에 보통 1만 종 넘는 미생물이 산다는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또 사람을 하나의 미생물 군집 개체로 본다면 사람의 몸에는 약 10조 개의 미생물 세포가 모여 있습니다. 미생물들은 우리가 흔히 아는 것처럼 소화를 돕거나 영양소를 만들어내는 일 외에도 면역 체계를 작동하는 등 다양한 역할을 합니다. 사람의 몸 외에도 미생물은 지구의 지표면, 대기, 해저 깊은 곳, 빙산의 끝자락에도 있습니다. 지구상에 있는 미생물 세포 수를 모두 더하면 약 1030개쯤 될 것으로 추정됩니다. 숫자 1,000을 열 번 제곱한 숫자로 우주에 있는 별의 숫자를 다 더한 것보다도 많은 수입니다. 다시 (우리가 맨눈으로 식별할 수 있는) 생물종이 몇 개인지에 관한 주제로 다시 돌아가고 싶어질 만큼 어마어마한 숫자입니다.

매년 동식물 2만여 종이 새로 발견되면서 지구상에 사는 생물종 가운데 인간이 발견해 확인한 목록은 계속해서 길어지고 있습니다. 새로 발견되는 종 가운데 대부분이 딱정벌레와 비슷한 곤충이 많지만, 새로운 설치류, 어류, 파충류도 발견되고 새로운 종의 원숭이와 같이 영장류가 발견되는 일도 더러 있습니다. 생물학자들은 물론 동식물을 알아볼 수 있는 대중에게도 새로운 종이 발견됐다는 소식은 흥미를 자아내긴 하지만, 새로 발견되는 모든 동식물을 종류에 더해도 동식물은 전체 생물종의 2%에 불과합니다. 이는 다시 말하면 지구상에 있는 동식물은 이제 인간이 거의 다 파악하고 확인했다고 해도 무방한 수준에 가까워졌다는 뜻입니다.

미생물 세계의 양상은 어떻게 보면 완전히 다릅니다. 전혀 알려지지 않았던 종과 그 종과 비슷한 혈통의 미생물들이 한꺼번에 발견돼 종류가 급격히 불어나곤 합니다. 몇 년 전 미국 콜로라도의 한 대수층(帶水層)에서 35가지 새로운 박테리아문(門, 종속과목강문계의 문)이 발견됐습니다. 보통 수백, 수천 가지 종의 생물이 한 문에 속합니다. 미생물일 경우엔 수백만 종이 한 문에 속할 때도 있습니다. 콜로라도 대수층에서 발견된 35가지 박테리아문은 기존에 알려진 박테리아문 전체의 15%에 해당하는 대발견이었습니다. 인간에 대입해보면 이렇습니다. 사람은 척색동물문에 속합니다. 척색(脊索)동물문에는 인간 말고도 척삭(notochord)이 있는 동물 6만5천여 종이 포함돼 있습니다. 포유류, 어류, 양서류, 파충류, 조류, 피낭류가 모두 우리와 같은 척색동물문입니다. 우리가 절대로 같다고 생각하지 않을 동물들과 한데 묶여 전체 생물을 분류해놓고 보면 그야말로 빙산의 일각에 자리하고 있다는 점으로 미루어 지구상에 생물이 얼마나 다양한지 어렴풋이나마 짐작할 수 있습니다.

우리가 정말 지구상의 생물종 다양성을 제대로 측정하고자 한다면 우선 종을 구분하는 기준에 관해 명확한 합의를 먼저 이뤄내야 합니다. 일단 식물이나 동물은 짝짓기를 하거나 씨를 뿌려 후손을 낳는 조직을 하나의 종으로 묶습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이 기준은 무성생식을 하는 미생물에는 적용할 수 없습니다. (미생물은 비슷한 개체에 이른바 수평적 유전자 이동(horizontal gene transfer)이라는 방법을 통해 유전자를 퍼뜨릴 수 있습니다. 다른 성이 유전자를 재생산하는 것과 비슷한 유전자 재조합이 수평적 유전자 이동을 통해서도 일어납니다.)

그래도 미생물을 분류할 수 있는 방법이 없는 건 아닙니다. 우선 유전 형질과 정보를 바탕으로 조상을 추적해 같은 조상에서 갈라져나온 미생물을 구분해낼 수 있죠. 미생물을 분류하는 방법 가운데 가장 많이 쓰이는 방법으로 리보솜 리보 핵산(ribosomal RNA) 유전자 순서를 비교하는 방법이 있습니다. 이 유전자는 생명체에 영양을 공급하는 단백질을 합성하는 데 필요한 분자인 리보솜을 만드는 유전자로, 리보솜 리보 핵산 유전자 순서를 비교해 과학자들은 실험실에서 따로 미생물을 배양하면서 미묘한 특징을 분석하고 나누는 수고를 하지 않고도 미생물을 분류할 수 있습니다. 다만 이 방식도 여전히 다른 미생물을 같은 종으로 잘못 묶을 수 있다는 위험이 있는데, 이 점이 사실이라면 현재 지구상에 존재하는 것으로 추정되는 생물종의 수 1조 개조차 대단히 보수적인 집계라는 결론에 이르게 됩니다.

지구상에 얼마나 다양한 생물종이 있는지 알고 이해하는 것이 우리 삶의 질을 높이는 데 과연 무슨 도움이 될 수 있을까요? 우선 다양한 생물종을 파악할수록 효과적인 개발이 가능한 대체 에너지 개발 분야가 있습니다. 또한, 급증하는 인구를 먹여 살릴 새로운 농작물을 개발하는 일도, 더욱 강력해지는 전염병에 맞서 약품을 개발하는 데도 생물종 다양성, 특히 미생물에 대한 이해가 중요합니다. 물론 이런 현실적인 문제에 앞서 근본적으로 이 지구를 우리가 어떤 생명체들과 함께 쓰고 있는지에 대한 궁금증과 호기심도 당연히 있습니다. 인류가 문명을 이룩하기 전부터 인간의 생존은 많은 동식물, 미생물을 둘러싼 시행착오의 결과에 따라 결정됐습니다. 식물을 경작하고, 동물을 길들여 가축으로 만들고, 인체에 해로운 미생물은 어떻게든 피하고 쫓아낼 방법을 찾아온 것이 곧 인류 생존의 역사이기도 합니다. 우리가 사는 지구의 자연에 대한 근원적인 호기심이 곧 우리의 본능이기도 합니다. 경배의 대상이 되기도 하고, 보호해야 할 대상, 길들여 바꿔내야 할 대상, 개발해야 할 대상이 되기도 하며 인간은 지구상의 다른 생명체와 끊임없이 상호작용하며 살아왔기 때문입니다.

* 제이 레넌은 인디애나대학교 블루밍턴 생물학과 교수입니다.

** 케네스 로시는 애리조나 나바호 네이션 디네칼리지의 교수입니다.

(이온, Jay T Lennon & Kenneth J Loce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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