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posts by veritaholic
  • 2018년 3월 29일. 오늘날과 같은 “동의”의 시대에 성적 즐거움은 어떤 의미가 있을까요?

    한 사회가 성을 다루는 방식은 그 사회에 대해 많은 것을 알려줍니다. 이 때문에 시대와 장소에 따라 성을 둘러싼 투쟁의 양식은 변해 왔습니다. 인종간 결혼금지법(anti-miscegenation)에서 동성애와 성노동의 불법화에 이르기까지 사회는 우리가 언제, 어디서, 누구와 성관계를 해야 하는지 규정해 왔습니다. 오늘날 사회는 바람직한 성관계를 개인의 선택과 성적 자율성의 관점에서 다루고 있습니다. 우리는 이른바 ‘동의’의 시대를 살고 있는 것입니다. 그러나 두 사람의 동의 여부는 특정한 성관계가 법적으로 허용되는지, 그리고 그것이 사회적으로 바람직한 성관계인지를 더 보기

  • 2018년 3월 27일. 지능의 뇌과학: 리차드 하이어와의 인터뷰

    리차드 하이어는 UC 어바인의 석좌교수로 최근 캠브리지대학 출판부를 통해 “지능의 뇌과학(The Neuroscience of Intelligence)”을 냈습니다. 그는 평생을 뇌영상을 이용해 뇌 기능과 구조가 지능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그리고 “영리한”뇌는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연구하는 데 바쳤습니다. 학술저널 인텔리전스의 편집장이며 국제지능연구학회의 전 회장이기도 한 그와 올해 초 나는 그의 새 책에 관해 인터뷰할 기회가 있었습니다. 아래는 이메일로 그와 나눈 대화를 편집한 내용입니다. —— Q: 하이어 교수님, 퀼레와의 인터뷰를 허락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선생님은 40년 동안 지능을 더 보기

  • 2018년 3월 22일. 어른의 뇌는 신경세포를 만들지 못한다?

    1928년, 근대 신경과학의 아버지인 산티아고 라몬 이 카잘은 성인의 뇌는 새로운 신경세포를 만들지 못한다고 주장합니다. “초기 발달 단계 이후 뇌세포는 성장과 재생을 멈춘다. 성인의 뇌에서 신경 경로는 고정되어 있으며 변하지 않는다. 모든 세포는 죽을 뿐 어떤 것도 다시 살아나지 않는다.” 90년 이 지난 지금도 그의 말이 참인지는 모릅니다. 첫 수 십 년 동안, 과학자들은 배아와 태아에서는 신경생성(neurogenesis) 과정이 활발하게 이루어지지만 성인에게는 이 과정이 멈춘다고 생각해왔습니다. 그러나 1980년대 들어 이 주장은 더 보기

  • 2018년 3월 20일. 닐 디그래스 타이슨이 지구가 평평하지 않음을 보이는 데 실패한 이유

    20세기 초, 저명한 과학자였던 알버트 아인슈타인은 우리가 중력이라 부르는 것이 사실은 무거운 행성 주위의 시공간이 휘어진 것이라 설명했습니다. 100여년이 지난 지금도 대부분의 사람들은 아인슈타인이 한 말이 무슨 뜻인지 잘 이해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한편 또다른 저명한 과학자 닐 디그래스 타이슨은 지구가 평평하지 않다는 사실을 증명하기 위해 노력하는 중입니다. 지구평면설은 지구가 둥근 구라는 것이 몇몇 엘리트들에 의한 속임수이며 지구가 실은 둥근 원판이라는 주장으로 최근 다시 사람들의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NBA 스타 카이리 더 보기

  • 2018년 3월 13일. 사실감(Factiness): 우리는 탈 진실(post-truth) 사회를 살고 있을까?

    2005년 미국방언협회(American Dialect Society)는 그해의 단어로 스티븐 콜베어가 자신의 풍자쇼 콜베어 리포트에서 “우리가 원하는 진실”이라는 의미로 사용한 “진실감(truthiness)”이라는 단어를 선택했습니다. 2016년 옥스포드 사전은 그 해의 단어로 “공론이 형성되는 과정에서 감정이나 개인적 믿음을 객관적 사실보다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분위기”를 의미하는 “탈 진실(post-truth)”을 꼽았습니다. 2017년에는 “뉴스의 형태를 띄고 퍼지는 선정적인 거짓 정보”를 의미하는 “가짜 뉴스(fake news)” 단어가 그 전 해에 비해 365% 더 쓰였고 콜린스 영어사전이 고른 올해의 단어 중 최상위에 올랐습니다. 더 보기

  • 2018년 3월 8일. [Edge 2018] 당신이 생각하는 최후의 질문은?

    (역주: 존 브록만의 에지(Edge) 재단은 매년 특별한 질문 하나를 지식인들에게 물어왔습니다. 올해의 질문은 바로 ‘당신이 생각하는 최후의 질문은?’ 입니다. 그 대답 중 몇 가지를 소개합니다.) 인간이 만든 어떤 표현보다 더 유용한 1만 비트 길이의 지혜를 찾아낼 컴퓨터를 만들 수 있을까? – 스콧 아론손, 텍사스 오스틴 컴퓨터과학 교수 복잡한 생물학적 신경계는 근본적으로 예측불가능한가? – 앤터니 어과이어, UC 산타크루즈 물리학 교수 뇌의 가장 근본적인 정보처리 단위는 뉴런일까? – 도사 아미르, 예일 진화인류학자 더 보기

  • 2018년 3월 6일. 주사위의 역사가 말해주는 우연과 운명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 변화

    정육면체 모양의 주사위는 세상에서 가장 단순한 도구일 겁니다. 그리고 우연이라는 개념이 어떻게 현실에서 구현되는지를 보여주는 도구이기도 하지요. 하지만 네덜란드에서 지난 2,000년 동안 사용된 100개 이상의 주사위에 대한 새로운 연구 결과는 주사위의 형태가 늘 오늘날과 같지는 않았다는 것을 말해줍니다. 게다가 이러한 주사위의 형태 변화는 어쩌면 사람들이 운명, 혹은 확률에 대한 인식의 변화와도 관계있을지 모릅니다. 이번 연구를 이끈 UC 데이비스의 고고학자 젤머 에어켄스는 주사위가 유럽 전역에서 발견된다고 이야기합니다. 물론 과거의 주사위들에 대한 더 보기

  • 2018년 3월 2일. 수학자 질 칼라이가 양자컴퓨터가 동작하지 않을 것이라 생각하는 이유

    지금으로부터 16년 전, 2월의 어느 추운 날 예일대학교 교정에 붙어 있던 포스터는 질 칼라이의 눈을 사로잡았다. 포스터에는 양자 컴퓨터 실험 전문가로 잘 알려진 미쉘 데보레의 강의가 소개되어 있었다. 그 중 한 발표의 제목은 “양자 컴퓨터, 기적인가 신기루인가?” 였고 칼라이는 양자컴퓨터의 장단점에 대한 뜨거운 논쟁을 기대하며 세미나에 참석했다. 그러나 그는 그 세미나에서 “회의적인 주장은 소개되지 않았다”고 기억한다. 이후 그는 자신이 그 일을 하기로 결심했다. 이제 예루살렘 소재 헤브루 대학에서 수학자로 근무하는 더 보기

  • 2018년 2월 27일. [책]”인류의 기원”: 인간 진화의 과거와 현재, 미래

    사람들은 고인류학이 과거만을 다룬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생각은 이 학문에 대한 호기심뿐 아니라 인류의 조상에 대한 어떤 낭만적 관심으로 이어지지만, 한편으로 이 학문이 오늘날 우리를 이해하는 데는 큰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는 편견을 만들어내기도 합니다. 한국 출신의 고인류학자인 이상희 교수는 “인류의 기원(Close Encounters with Humankind)”을 통해 이런 관점을 거부합니다. 그녀는 오늘날의 인류가 약 6백만 년 전 침팬지에서 분화된 호미닌(초기 인류) 이후 생물학과 자연선택의 환상적인 상호작용을 겪어왔으며, 특히 오늘날에도 여전히 변화를 겪고 더 보기

  • 2018년 2월 23일. 스티븐 핑커식 낙관주의의 한계

    스티븐 핑커의 “다시 계몽의 시대로(Enlightenment Now)”(이하 ‘계몽’)은 2011년 출간된 그의 “우리 본성 안의 선한 천사”에 이어 우리를 즐겁게 만드는 다른 설득력 있는 이유들을 제시합니다. 다양한 연구 결과와 정부 자료를 바탕으로 그는 건강, 수명, 빈곤의 감소, 소득, 교육, 인권, 평화, 안전 등에 대해 전지구적 데이터를 바탕으로 우리가 인류의 미래를 낙관적으로 보아도 된다는 사실을 설득력있게 보여줍니다. 그러나 이 책은 과거의 한 시기를 전제로 삼고 있습니다. 바로 계몽의 시기라 불리는, 핑커의 주장에 의하면 더 보기

  • 2018년 2월 22일. 빌 게이츠의 스티븐 핑커 신작 Enlightment Now 서평

    “내 생애 최고의 책” 나는 한동안 스티븐 핑커의 “우리 본성 안의 선한 천사(The Better Angels of Our Nature)”(이하 ‘선한 천사’)를 지난 10년 동안 읽은 최고의 책이라고 말해 왔습니다. 내가 만약 누군가에게 단 한 권의 책을 권해야 한다면 나는 그 책을 권했을 겁니다. 핑커는 그 책에서 우리가 인류 역사상 가장 평화로운 시대를 살고 있다는 것을 엄밀한 고증을 통해 증명했습니다. 나는 인류가 진보한다는 사실에 대한 그보다 더 명확한 설명을 본 적이 없습니다. 더 보기

  • 2018년 2월 20일. 소리와 냄새를 이용한 수면 중 학습

    5남매로 자란 어머니에겐 재미난 기억이 많습니다. 그중 하나는 ‘괴짜’ 외삼촌 도어시가 어머니에게 했던 과학 실험입니다. 어머니가 여덟 살일 때 도어시는 매일 밤 어머니가 잠든 뒤 침대 밑에 에드가 앨런 포의 “갈가마귀(The Raven)”를 틀어놓았습니다. 그는 어머니가 자신도 모르게 이 시를 외울 수 있을지 보고 싶었던 것입니다. 하지만 어머니는 테이프의 시작 부분에 잠을 깨곤 했고, 그래서 시의 시작 부분만을 외우게 되었습니다. 도어시의 ‘수면 중 학습’ 실험은 실패로 끝났지만, 이 아이디어가 완전히 틀린 더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