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진 칼럼] 실내 공기와 건강
tags : #건강, #공기, #두뇌, #미세먼지 2022년 3월 3일 | By: veritaholic | 네이버 프리미엄 콘텐츠 | No Comment코로나가 모든 이슈를 덮기 전까지 미세먼지는 가장 중요한 환경 이슈 중의 하나였습니다. 미세먼지가 사람들의 건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 대한 연구들도 자주 소개되었지요. 우리 몸의 장기 중 공기의 질과 가장 밀접한 관계가 있는 것은 허파일 겁니다. 곧, 폐렴이나 폐암과 미세먼지의 관계를 조사한 연구들이 있고 이중 상당수는 상관관계를 발견했습니다. 어떤 연구는 혈관 내에 침투한 미세먼지가 심혈관질환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보이기도 했습니다.
지난 해 9월 16일, 뉴욕타임스에는 실내의 공기 질이 두뇌의 기능, 곧 정보처리능력에 영향을 준다는 연구가 소개되었습니다. 이들은 미국, 영국, 중국 등 6개국의 사무실을 대상으로 12개월 동안 공기 질을 측정했고 각 사무실에 근무하는 직장인 302명의 인지능력을 스마트폰 앱을 사용해 평가했습니다. 그 결과 공기의 질이 나쁠수록 인지 능력이 떨어지는 경향이 나타났습니다.
얼핏 생각하면 이 사실은 당연해 보입니다. 좁은 공간에서 환기가 되지 않을 때 머리가 잘 돌아가지 않는 경험은 누구나 해봤을 겁니다. 이산화탄소가 많아지고 산소가 부족해지면 답답함을 느끼는 것도 당연합니다. 산소 비율이 너무 높아져도 안 되겠지만, 최근 한 연구는 일산화탄소 중독사고와 같은 응급 상황에 쓰이던 고압산소 치료가 사람들의 노화 방지에 도움이 된다는 것을 보이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이 연구에서 측정한 공기의 질은 이런 이산화탄소나 산소의 비율에 관한 것은 아닙니다. 바로 담배 입자나 외부 공해 물질 등에 의해 결정되는 미세먼지의 양이었습니다. 곧, 미세먼지가 많아지면 인지 능력에 떨어질 수 있다는 것입니다. 물론 공기의 질을 나타내는 기준 중에 미세먼지의 양은 매우 중요한 기준입니다.
일반적으로 공기의 질은 이산화탄소나 일산화탄소와 같은 유해 기체, PM10과 PM2.5의 미세 먼지, 알레르기성 미생물, 그리고 VOC라 불리는 유기화합물로 평가합니다. 이들 각각이 공기의 질에 미치는 영향과 이를 해결하는 방법은 모두 다릅니다. 간단히 말해, 공기청정기는 미세먼지와 미생물을 걸러주지만, 유해 기체나 유기화합물은 거르지 못합니다. 반면, 환기는 모든 문제를 해결해줍니다. 하지만, 강한 팬 등을 사용한 강제 환기가 아닌 한 실내 공기가 모두 바뀌는데는 시간이 오래 걸립니다. 특히 냉방이나 난방을 하고 있을 경우 환기는 에너지 손실이 매우 크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이런 특징은 공기의 질과 관련해 가장 많은 이들이 궁금해하는 질문, 즉 공기청정기의 필요성과 환기와 공기청정기의 관계에 대해서도 답을 줍니다. 우선 환기는 매우 중요합니다. 그리고 환기가 쉽지 않은 대부분의 공간에서는 공기청정기는 필요합니다. 하버드에서 건강을 고려한 건물 (Harvard Healthy Building) 프로그램을 맡고 있는 조셉 G. 알렌은 바로 이번 연구가 사무실에서 공기청정기의 중요성을 잘 알려준다고 이야기합니다.
알렌은 충분한 환기 능력을 갖추지 못한 사무실에선 적당한 크기의 공기청정기를 두는 것이 좋다고 권합니다. 그는 14평 사무실의 경우 500CMH 용량을 가진 청정기를 권하며, 이는 15분마다 사무실의 공기를 한 번 거르는 용량입니다.
환기와 공기청정기의 관계는 미세먼지가 많은 날에도 환기를 해야 하느냐 하는 또 다른 질문에도 답을 줍니다. 곧 실내의 유해 기체와 유기화합물을 제거하기 위해서는 환기가 필요하며, 동시에 외부에서 실내로 들어온 미세먼지는 공기청정기의 필터로 걸러낼 수 있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미세먼지가 많은 날이라도 환기는 필요합니다. 물론 미세먼지가 정말로 많은 날은 환기를 조금 덜 하는 것이 나을 수도 있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