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진 칼럼] 음악의 효과와 기원
2022년 2월 7일  |  By:   |  네이버 프리미엄 콘텐츠  |  No Comment

지난 11일, 미국의 대표적인 의료 포털 사이트 Webmd에는 음악에 맞춰 춤을 추며 시간을 보낸 이들의 파킨슨병이 그렇지 않은 이들에 비해 덜 진행되었다는 내용의 기사가 실렸습니다. 이들은 댄스 수업에 참여한 평균 연령 69세의 파킨슨병 환자 16명과 그렇지 않은 환자들을 3년간 비교했고, 운동 능력에서 큰 차이가 났음을 보였습니다. 물론 이들이 이야기한 가장 큰 이유는 춤이 청각과 시각, 그리고 운동감각을 통합적으로 자극하며, 사회적 상호작용 또한 늘리는 효과가 있기 때문이라는 것입니다. 하지만 여기서 음악이 가진 특수한 효과도 무시해서는 안 될 것입니다.

음악이 정신건강뿐 아니라 육체적 건강에도 도움이 된다는 연구들은 셀 수 없이 많습니다. 음악이 주는 즐거움이 도파민 분비를 촉진해 우울증 치료에 도움이 되며, 신체의 통증 또한 줄여준다는 연구들이 있습니다. 어떤 연구는 아기들에게 말을 하는 것보다 음악을 들려주는 것이 아기들의 스트레스 감소에 더 도움이 된다는 것도 보였습니다. 치매 환자나 뇌졸중 환자에게 음악을 들려주었을 때 기억력이 더 향상됐다는 연구도 있습니다. 이는 음악 치료라는 분야로 발전해 실제 의료 현장에서도 다양한 형태로 시도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왜 음악은 이렇게 사람에게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일까요? 여기에 답하기 위해서는 인간이 음악을 발견하고 좋아하게 된 생물학적 기원을 추적할 필요가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아쉽게도, 아직 이 분야에는 모두가 동의하는 정답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적응 가설을 믿는 이들은 음악이 인간의 생존과 번식에 도움이 됐을 거라고 주장합니다. 사진=Unsplash

음악의 기원에는 크게 두 가지 가설이 있습니다. 이는 어떤 특성의 진화적 기원을 따질 때 종종 등장하는 적응과 부산물이라는 가설입니다. 여기서 적응이란, 그 특성이 실제 진화에 도움이 되었기 때문에 생겨났다는 주장입니다. 생명체의 수많은 특성이 실제로 생존과 번식에 유리했기 때문에 발달했고, 따라서 적응에 속하는 수많은 특성이 있습니다. 가장 간단한 예로는 들 수 있는 것이 바로 죽음을 두려워하는 성향입니다. 반면, 어떤 적응은 이와 무관한 부산물을 만듭니다. 예를 들어 피가 붉은색인 것은 산소를 운반하기 위해 적혈구가 철을 함유하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붉은색 자체는 진화에 특별한 기능을 하지 않았습니다.

곧, 음악을 적응으로 보는 이들은 음악 자체가 생존과 번식에 도움이 됐을 거라고 주장합니다. 가장 대표적인 인물은 진화론의 아버지 다윈으로, 그는 음악이 성 선택에 의해 발달했을 것이라 말했습니다. 곧, 새들의 노래가 짝을 선택하는 기준이 되는 것처럼 음악 또한 상대를 더 매력적으로 보이게 만들었다는 것입니다. 실제로 한 연구는 그저 음악을 들려주는 것만으로 이성의 얼굴을 사람들이 더 매력적으로 평가한다는 것을 보이기도 했습니다.

이 적응 이론에는 다양한 근거들이 있습니다. 동물의 경우에도 음악 능력이 뛰어난 개체가 부모와 자식 간의 의사소통이 더 원활해 생존 가능성이 높을 거라고 주장하는 이들도 있습니다. 인간의 경우, 음악은 전쟁과 사냥을 앞두고 벌이는 의식에서 필수 요소이며, 이는 인간의 내집단 충성을 강화합니다. 이런 집단이 더 생존에 유리했음은 당연합니다. 또 음악은 흔히 노동요처럼 작업의 능률을 향상시킵니다. 음악을 들을 때 느끼는 즐거움이 음식이나 성관계에서 느끼는 즐거움과 같은 뇌 부위를 활성화한다는 점에서 어쩌면 음악 자체가 진화에 도움을 주었을 것이라 주장하는 이들도 있습니다.

한편, 음악이 적응이 아닌 부산물이라 보는 대표적인 인물은 언어학자인 스티븐 핑커입니다. 그는 “마음은 어떻게 작동하는가”에서 음악을 정신의 치즈케이크라 표현했습니다. 이는 치즈케이크가 우리의 진화과정에서 우리가 선호하도록 존재하지는 않았지만, 우리가 좋아하는 탄수화물과 지방의 조합이기 때문에 오늘날 우리가 이를 좋아한다는 것입니다. 곧, 음악은 생존에 필수적이었던 언어의 등장 과정에서 만들어진 고도의 발음기관이 추가로 만들어 낼 수 있게 된 부산물이라는 뜻입니다. 그리고 음악의 주요 요소인 음정, 박자, 가사 등이 각각의 다른 기원을 가질 수 있다는 점은 이 가설을 그럴듯해 보이게 만듭니다. 특히 오늘날, 가장 인기 있는 음악은 기존의 청각적 효과만 내는 음악이 아니라, 매력적인 외모를 가진 다수의 인물이 음악과 춤을 같이 전달하는 형태라는 점에서도 그렇습니다.

스티븐 핑커는 음악을 “마음의 치즈케이크”라고 표현했습니다. 사진=Unsplash

마지막으로, 2014년 슬레이트에 실린 기사는 우리가 10대 때 듣던 음악을 가장 좋아하는 이유를 이렇게 설명합니다. 곧 10대는 음악이 자신의 사회적 삶과 얽히는 시기이며, 이를 통해 그 음악이 자기 정체성의 일부가 되기 때문에 평생을 함께하게 된다고 말입니다. 특히 10대는 ‘안정적이고 지속적인 자아’가 등장하는 시기이기 때문에 자신의 가장 중요한 기억이 되는 것입니다.

프루스트 현상이란 프랑스 작가 마르셀 프루스트의 대하소설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에서 주인공 마르셀이 홍차에 적신 과자 마들렌의 냄새를 맡고 어린 시절을 회상하는 데서 나온 이름으로 과거에 맡았던 특정한 냄새로부터 기억이 되살아나는 현상을 말합니다. 어린 시절 들은 음악을 다시 들으면서 그 순간을 다시 기억하게 된 분들도 많이 있을 듯합니다. 저 또한 중학교 때 작은 라디오에서 듣던 노래가 저를 그때 그 공간으로 다시 데려가는 경험을 종종 합니다. 여러분들은 어떠신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