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진 칼럼] 낯선 이에게 말 걸기
tags : #낯선 이, #대화, #안도 2022년 2월 23일 | By: veritaholic | 네이버 프리미엄 콘텐츠 | No Comment이와 관련한 다양한 실험들이 있습니다. 시카고 대학 연구팀은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이들에게 낯선 사람과 대화해보라고 지시했습니다. 지시를 받은 이들은 그렇지 않은 이들보다 자신의 통근 시간이 훨씬 즐거웠다고 평가했습니다. 이들은 무려 평균 14.2분 동안 (낯선 이와)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특히, 자신의 성격 유형과 무관하게 모든 이들이 대화가 즐거웠다고 밝혔습니다.
처음 대화 지시를 받은 이들은 상대방이 자신과 이야기하지 않을지 모른다고 걱정했습니다. 말을 거는 이들 중 상대방이 자신과 이야기해줄 거라고 생각한 사람은 절반도 안 됐습니다. 하지만 실험 결과, 낯선 사람들은 모두 대화에 관심을 보였습니다. 대화를 거부한 이는 한 명도 없었죠. 이들은 이런 차이를 심리학자 아담 웨이츠가 2012년 명명한 “약한 마음 문제(lesser minds problem)”로 설명합니다. 이는 사람들이 다른 사람을 자신보다 단순하고 피상적인 마음을 지닌 존재로 생각하는 현상을 말합니다. 즉, 다른 사람에게 말을 걸 때 우리는 그 사람을 자신과 같이 생각이 깊고 흥미로운 사람이라기보다는 대화를 귀찮아하는 단순한 사람으로 가정한다는 것입니다. 문학평론가 신형철이 ‘정확한 사랑의 실험’에서 표현한 “우리는 ‘타인은 단순하게 나쁜 사람이고 나는 복잡하게 좋은 사람’이라 믿는다”는 말도 이와 관련이 있을 듯합니다.
물론 저 실험들은 서구에서 한 실험입니다. 우리와는 문화적 차이가 있을 수 있습니다. 아직 우리나라에선 낯선 이에게 보내는 가벼운 인사를 자연스러운 행동으로 보지 않는 것 같습니다. 여기에 코로나19 팬데믹 때문에 사람과 사람 사이에는 마스크라는 새로운 벽이 하나 더 생겼습니다. 예전 같으면 짧은 인사를 나눌 수 있는 공간인 엘리베이터에서 이제는 말을 해서는 안 된다는 규칙도 생겼죠.
공연한 오해를 사기 싫다는 것도 낯선 이에게 말을 걸기 어려운 분명한 이유입니다. 그러나 이런 낯선 사람과의 대화에 관한 연구 결과 가운데는 낯선 사람과 즐거운 대화를 나눈 뒤 안도감을 느꼈다고 말하는 이들이 여럿 있습니다. 심리학자 샌드스트롬은 이를 이렇게 설명합니다.
사람들은 그동안 세상은 위험한 곳이라는 말을 믿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낯선 사람과 이야기를 나누고 그들이 위험하지 않다는 사실을 알게 된 후, 어쩌면 세상은 그렇게 나쁜 곳이 아니라고 생각하며 비로소 안도감을 느끼게 됩니다.
뉴스페퍼민트를 읽기 위해 찾아온, 새로운 지식을 위해 귀찮음을 불사하는 흥미로운 내면을 가진 여러분들도 오늘 한 번 조심스럽게 낯선 이에게 말을 걸어보면 어떨까요? 그저 날씨나 식사와 같은 간단한 주제라도 괜찮습니다. 그리고 상대방에게서 아주 약간의 여유가 느껴진다면, 아래와 같은 조금 긴 버전으로 이야기를 이어나갈 수도 있을 겁니다.
“그거 아세요? 낯선 사람에게 말을 걸었을 때 말을 받아줄 거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절반도 안 된대요. 그런데 실제로 실험을 해봤더니 낯선 이의 말을 안 받아준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고 하고요.”
이렇게까지 말했는데도 만약 그 사람이 아무 말 없이 당신을 무시한다면, 그 사람은 정말로 아주 드물게 존재하는, 그저 단순하게 나쁜 사람일지 모르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