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어" 주제의 글
  • 2014년 6월 17일. 기계 번역의 미래, 영어의 미래

    기계 번역(machine translation: MT)은 꾸준히 발전해 왔습니다. 이제는 구글 번역기와 같은 무료 서비스조차도 좀 지저분하기는 하지만 대체로 정확한 번역을 제공하고, 유럽위원회에서는 공문 번역에도 기계 번역을 폭 넓게 활용하고 있습니다. 물론 정식으로 쓰려면 편집과 감수를 거쳐야 하죠. 번역이야말로 기계는 인간이 어려워하는 것(ex. 수학 문제 풀이)을 쉽게 하고, 인간이 쉽게 하는 것(ex. 자연스러운 움직임, 언어)을 어려워한다는 진리를 잘 보여주는 분야로 보입니다. 앞으로 25년 후 기계 번역이 어떻게 발전해있을지는 알 수 없지만, 많은 더 보기

  • 2014년 3월 17일. 외국어 공부의 경제적 가치는?

    필자는 평소 괴짜경제학(Freakonomics)의 팬이지만, 이번 팟캐스트는 좀 무리수가 아니었나 싶습니다. 이번주 주제는 “외국어를 배우는 것이 과연 가치가 있는 일인가?”였습니다. 딸에게 스페인어를 가르치기 위해 수년 간 많은 돈을 썼는데, 과연 그럴만 한 가치가 있는가 의심된다는 것이었죠. 결론은 외국어를 배우는 것에는 장단점이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스티븐 더브너와 스티븐 레빗은 이중 언어 사용이 아동 발달, 치매 예방에 도움이 된다는 장점이 있는 반면, 미국인이 외국어를 배워서 추가로 얻을 수 있는 수입은 연봉의 2%밖에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습니다. 더 보기

  • 2014년 2월 7일. 외국어로 듣는 “사랑해”는 덜 달콤할까?

    이탈리아에서 만난 알바니아 남자에게 몇 시간 만에 “사랑해(Ti amo)”라는 말을 주고 받은 적이 있습니다. 모국어인 영어로는 잘 모르는 사람에게 함부로 “사랑해(I love you)”라는 말을 하지 않으니, 저에게 있어 이탈리아어가 갖는 감정적인 의미는 아주 가볍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나의 어머니는 30년 넘게 미국에서 살았지만, 여전히 장보기 목록을 작성할 때나 운전 중 다른 운전자에게 소리를 지를 때는 모국어인 아랍어를 쓰십니다. 무엇보다도 남편이나 딸들을 부르는 애정어린 호칭은 모두 아랍어죠. 보스턴대 심리학과의 캐서린 해리스(Catherine 더 보기

  • 2014년 2월 4일. 대통령의 속내, 자주 쓰는 단어로 파악할 수 있을까?

    오바마 대통령의 정적들은 대통령이 극도로 자기중심적인 인물이라고 비판하면서, 그가 연설에서 “나(I)”, “나에게(me)”, “나의(my)”와 같은 단어를 많이 사용한다는 사실을 근거로 들어왔습니다.  이것이 사실일까요? 실제로 세어보면 알 수 있겠죠. 펜실베니아대학 언어학과의 마크 리버먼(Mark Liberman) 교수가 실제로 대통령 연설을 모두 검토한 결과, 대통령은 오히려 “나”라는 단어를 다른 대통령들에 비해 덜 사용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정녕 우리 귀에는 이렇게 자신이 듣고싶은 것만 들리는 것일까요? 오바마가 많이 쓰는 구절로 알려진 “분명한 것은 (make no mistake)”이라는 표현이 더 보기

  • 2014년 1월 21일. “나치”라는 단어 사용이 금지된 멋진 신세계

    -이스라엘의 단편소설 작가 Etgar Keret가 뉴욕타임즈에 기고한 글입니다.  이스라엘 사람들에게 “나치(Nazi)”라는 단어는 가장 모욕적인 욕설입니다. 경찰이든 군인이든 선출직 공무원이든 호전적이고 타인을 괴롭히는 사람들을 지칭할 때 주로 쓰이는 말이죠. 홀로코스트 생존자의 후손인 나에게는 분명 불편한 단어입니다. 이스라엘 국회는 지난 주, 부적절한 상황에서 “나치”라는 단어를 쓰는 일을 금지하는 법안을 예비 승인했습니다. 하지만 이스라엘에서도 많은 사람들은 이 법안이 유치하고 바보같다고 생각합니다. 파시즘적이고 비민주적인 법안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죠.  지금의 이스라엘과 똑같은 평행우주의 이스라엘을 상상해봅시다. 맑은 날씨와 더 보기

  • 2013년 11월 26일. [책] “시각 언어로서의 만화(The Visual Language of Comics)”

    캘리포니아 샌디에고 주립대학의 심리학자 닐 콘은 만화광이자 아마추어 만화가이기도 합니다. 그는 종종 어떻게 우리의 두뇌가 컷과 컷 사이를 메꾸어 하나의 스토리를 완성하는지를 생각했습니다. 그의 새 책 “시각 언어로서의 만화(The Visual Language of Comics)”는 이 질문에 대한 자신의 답입니다. 그는 만화는 자신만의 단어, 문법, 체계를 갖춘 또 다른 형태의 언어이며 만화 역시 언어와 같은 뇌신경 수준에서 해석된다고 말합니다. “인간이 자신의 생각을 나타내는 방법은 세가지 뿐입니다. 입을 이용한 말, 손과 표정을 이용한 더 보기

  • 2013년 11월 7일. 아이에게 여러 언어를 가르치려면?

    탁아소에서는 하루 종일 독일어를 듣지만, 집에서는 부모로부터 영어와 덴마크어를 듣는 생후 18개월 아이는 말을 어떻게 배울까요? 초반에는 쉽지가 않습니다. 세 언어가 비슷하기 때문에 더욱 헷갈리죠. 하지만 다른 아이들에 비해서 말이 조금 늦다고 해도 걱정할 일은 아닙니다. 이중, 삼중 언어 환경에서 자라나는 아이들은 어릴 때 비슷한 문제를 겪습니다. 한 문장 안에 여러 언어를 섞어쓰기도 하고, 한 언어의 용법을 다른 언어에 적용해 어색한 말을 쓰기도 합니다. 하지만 서너 살이 되면 언어를 분리하게 되고, 이후에는 다중언어 구사의 장점이 단점을 덮고도 남습니다. 이전에는 조기 외국어 교육이 아이에게 좋지 않다고 믿는 부모들이 많았습니다. 모국어 발달을 방해한다고 믿었기 때문이죠. 실제로 두 개 언어를 구사하면 각 언어의 어휘력이 부족해진다는 연구 결과도 있기는 하지만, 반대의 결과가 나타난 연구도 있습니다. 결국 어휘력이란 구사하는 언어 개수에 따라 달라진다기보다는 교육, 사회경제적 지위, 개인의 읽기 및 쓰기 습관에 달려있다는 것이죠. 그에 비해 이중언어 환경의 장점은 두드러집니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생후 7개월부터 이중언어 환경의 아이들은 복잡한 일을 계획하고 우선순위를 정하는 일에서 한 가지 언어만을 구사하는 또래 아이들보다 앞서기 시작합니다. 두 개 이상 언어를 배우는 과정에서 이러한 능력이 발달하기 때문인 것으로 보입니다. 사회경제적 요인을 염두에 두고 연구를 했더니 저소득 이중언어 가정의 아이들도 같은 능력을 발휘하는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두 개 언어를 구사하면 노년에 알츠하이머에 걸릴 확률도 줄어듭니다. 그렇다면 지금 당장 자녀를 외국어 학원에 보내야 할까요? 그건 아닙니다. 이중언어 환경이란 태어날 때부터 주어져야 효과가 가장 큽니다. 그러니까 집에 서로 다른 모국어 구사자가 있는 환경이어야 한다는 것이죠. 만일 부모 중 한 사람이 영어를 쓰고 나머지 한 사람이 영어와 다른 언어 A를 구사하는 경우, 두 언어를 쓰는 쪽이 엄격하게 영어 사용을 자제하지 않으면 아이는 A언어를 제대로 배울 수 없습니다. 많은 이중언어 가정에서 “한 부모 한 언어” 원칙을 고수하는 이유가 바로 이것입니다. 언어 습득에 있어 일관성은 아주 중요한 요소라고 합니다. 다른 학설도 있습니다. “필요”라는 것이 이중언어 습득에 있어 가장 중요한 요소라는 주장입니다. 학교건, 집이건, 할머니 댁이건, 특정 언어를 구사하지 않으면 전혀 말이 통하지 않는 환경이 있어야 그 언어를 습득하게 된다는 것인데요, 아이들은 두 개 언어가 모두 통하니 하나는 필요 없다고 판단하면 재빨리 그 한 가지를 버리기 때문이죠. 즉 학교에서는 영어만 쓰는데 집에서는 영어와 독일어가 모두 통하면 독일어는 버릴 수 있다는 겁니다. 그러니까 집에서 쓰는 언어와 밖에서 쓰는 언어를 확실하게 구별하는 것도 아이에게 두 개 언어를 가르칠 수 있는 방법인데, 그렇게 하려면 부모가 모두 두 개 언어를 일정한 수준 이상으로 구사해야 하겠죠. 물론 태생적으로 이중언어 환경을 만들어 줄 수 없다 해도 아이들에게 외국어를 가르치는 것은 의미있는 일입니다. 어릴수록 외국어 습득도 빠르다고 하니까요. 그래서 노르웨이에서는 초등학교 1학년 때 부터 영어 수업이 있고, 덴마크도 곧 1학년 영어 수업을 도입할 계획입니다. 프랑스어나 스페인어와는 달리 덴마크어나 노르웨이어는 아주 작은 언어이기 때문에 이 나라 사람들은 외국어 능력이 미래 경쟁력에 필수임을 잘 알고 있습니다. “필요”에 의한 습득이 따로 없죠. (Economist) 원문보기

  • 2013년 10월 31일. 언어와 숫자 개념의 관계

    어린 아이들이 언제 처음 수에 대한 개념을 알게되는 지는 이들이 사용하는 언어와 밀접한 관계가 있습니다. 수에따라 명사의 형태를 달리하는 언어에서 아이들은 단수와 복수의 개념을 더 빨리 이해하게 됩니다. 예를 들어, 영어에서 고양이는 단수냐 복수냐에 따라 cat 과 cats 가 사용되며, 따라서 영어를 사용하는 아이들은 중국어와 일본어를 사용하는 아이들에 비해 단수와 복수 개념을 먼저 익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28일 PNAS 에는 이 이론을 지지하는 새로운 결과가 발표되었습니다. 이들은 슬로베니아 언어와 아랍언어에는 더 보기

  • 2013년 9월 26일. 인간 언어들이 가지는 특별한 구조

    인간의 언어에는 두 가지 놀라운 점이 있습니다. 첫 번째는, 지구 상의 모든 사람들이 같은 언어를 사용하지 않는다는 사실입니다. 동물의 경우 같은 종의 동물들은 같은 신호를 사용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인간 역시 눈물과 웃음은 보편적으로 슬픔과 기쁨을 나타내지만, 언어만은 지역에 따라 달라집니다. 두 번째 놀라운 사실은, 대부분의 언어들이 가능한 언어구조 중 특정한 몇 가지 구조에 몰려있다는 사실입니다. 조셉 그린버그는 2천 개가 넘는 언어를 분석한 후 거의 모든 언어에서 주어(Subject)는 목적어(Object)보다 먼저 나타난다는 사실을 더 보기

  • 2013년 9월 12일. 당신의 언어가 생활 습관에 영향을 줄까?

    1930년대에 이미, 언어학자들은 우리가 읽고, 쓰고, 말하는 방식이 우리가 세계를 바라보는 방식을 결정하는데 도움을 준다고 주장하였습니다. 오렌지색과 노란색을 구별하는 표현이 없는 언어를 사용하는 사람들이 실제로 오렌지색과 노란색을 구별하는데 훨씬 더 어려움을 겪고, 좌우 방향을 표현하는 단어가 없는 언어 사용자들이 길을 찾을 때 항상 네 방위(동서남북)를 이용한다는 것이 그 증거로 제시되었었죠. 경제학자 첸(Keith Chen)은 최근 이러한 언어학자들의 주장과 관련지어 언어사용과 생활습관 간의 상관관계에 대한 흥미로운 연구결과를 발표했습니다. 그에 따르면, 영어와 같이 더 보기

  • 2013년 9월 6일. 번역불가능한 단어가 존재할까?

    조지 부시가 “불어에는 ‘entrepreneur(기업가를 뜻하며 불어에서 온 단어-역주)’에 해당하는 단어가 없다면서요?”라고 말했다는 이야기는 유언비어지만, 로널드 레이건이 “러시아어에는 ‘자유’라는 단어가 아예 없다고 들었다.”고 말한 것은 사실입니다. 우선 레이건의 말은 어불성설이죠. 당연히 러시아어에도 ‘자유’를 의미하는 단어가 있습니다. ‘어떤 언어에는 어떤 단어가 없다’라는 말은 두 가지 의미로 해석될 수 있습니다. 첫째는 ‘x사회에는 a라는 개념이 없어서 a라는 단어가 없다’는 뜻일 수 있고, 둘째로 ‘x사회에 a라는 단어가 없었기 때문에 사회 구성원들이 a의 개념을 이해하지 못한다’는 더 보기

  • 2013년 8월 30일.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언어는?

    누구나 직관적으로는 어려운 언어와 덜 어려운 언어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실제로 언어의 난이도를 측정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닙니다. 일례로 미국 국무부는 외교관들을 위한 외국어 수업에서 다양한 언어들을 난이도 별로 나누어 놓았지만, 이는 모국어가 영어인 사람을 기준으로 하는 난이도일 뿐 보편적인 기준이라고 할 수는 없습니다. 그래서 언어의 난이도를 측정할 수 있는 보편적인 기준을 찾는 것 자체가 연구의 주제가 됩니다. 예를 들어, 라틴어나 러시아어처럼 동사나 명사에 어형 변화가 있는 언어는 익숙하지 않은 더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