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계 번역의 미래, 영어의 미래
2014년 6월 17일  |  By:   |  IT, 세계  |  9 Comments

기계 번역(machine translation: MT)은 꾸준히 발전해 왔습니다. 이제는 구글 번역기와 같은 무료 서비스조차도 좀 지저분하기는 하지만 대체로 정확한 번역을 제공하고, 유럽위원회에서는 공문 번역에도 기계 번역을 폭 넓게 활용하고 있습니다. 물론 정식으로 쓰려면 편집과 감수를 거쳐야 하죠. 번역이야말로 기계는 인간이 어려워하는 것(ex. 수학 문제 풀이)을 쉽게 하고, 인간이 쉽게 하는 것(ex. 자연스러운 움직임, 언어)을 어려워한다는 진리를 잘 보여주는 분야로 보입니다.

앞으로 25년 후 기계 번역이 어떻게 발전해있을지는 알 수 없지만, 많은 사람들이 예측을 내놓습니다. 지난주 더블린에서 열린 TAUS(Translation Automation User Society) 회의에 참석한 역사학자 니콜라스 오슬러(Nicholas Ostler)는 링구아 프랑카(Lingua Franca)로서의 영어의 지위가 생각만큼 오래 유지되지 않을 거라고 주장했습니다. 실제로도 영어를 모국어로 쓰는 사람들의 비율은 감소세고, 지배 세력으로 인식되는 특정 국가와 연관된 언어로 반감을 살 수도 있기 때문이라고요. 오슬러는 기계 번역에도 큰 기대를 건다고 말했습니다. 결국은 구글번역기가 발전해 훨씬 더 수준 높은 번역 서비스를 제공할 것이고, 세계인들은 외국어를 배우는 데 더 이상 시간과 돈을 쓰지 않고 모국어로만 말하고 일하며 살아가게 될 것이라고 예측했죠.

필자의 생각은 달랐습니다. 주장을 뒷받침하기 위해 역시 영어를 예로 들었죠. 영어는 역사상 그 어떤 언어보다도 높은 침투력을 발휘하고 있습니다. 영어를 외국어로 구사하는 사람의 수가 이미 영어를 모국어로 쓰는 사람의 두 배 이상이 되었고, 특정 국가와의 연관성도 점점 옅어지고 있죠. 전 세계 어린이들은 점점 더 어린 나이에, 다양한 창구를 통해 영어를 접하고 있습니다. 기술의 발전은 기계 번역 뿐 아니라 영어 교육에도 큰 영향을 미쳤습니다. 사람들은 이제 트위터에서 더 많은 정보를 접하기 위해, 온라인 게임을 하면서 지구 반대편의 게이머와 대화를 나누기 위해 영어를 스스로 선택하고 사용합니다. 영어를 구사하는 사람이 늘어나면 늘어날수록, 영어 구사의 인센티브가 커지는 것은 말할 것도 없죠.

오슬러와 필자가 동의한 지점도 많았습니다. 영어는 여전히 세계화 시대에 엘리트의 언어이며, 기계 번역은 평생 태어난 곳을 벗어나지 않고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더없이 충분한 서비스를 제공할만큼 발전했다는 점 등이죠. 하지만 저의 결론은 이렇습니다. 우선 기계 번역의 효용이 일단 텍스트에 한정된 것이지 말을 통역할 수준에 이르려면 아직 멀었다는 점입니다. 음성 인식과 기계 번역이 아무리 발전해도, 시끄러운 호텔바에서 이루어지는 정신 없는 구어체 사업 미팅을 정확히 통역하는 기계는 나오기 어려울 겁니다. 기계 번역의 수준이 아무리 높아진대도, 기계 번역을 믿고 구직 인터뷰나 첫 데이트에 나설 사람이 있을까요? 기계가 듣기에 인간의 말이란 엉망진창이고, 맥락이란 것은 너무나도 중요하니까요. 영어의 지위 역시 앞으로 최소한 한 세대 동안은 공고할 겁니다. TAUS 회의에서는 오슬러의 주장에 동의한 사람들이 조금 더 많았지만, 즐겁고 의미 있는 토론이었습니다. 여러분의 생각은 어떤가요? (Economist)

원문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