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posts by ingppoo
  • 2014년 2월 20일. 전쟁과 개입에 지친 강대국들 덕에 독재자들이 덕을 본다?

    1990년대 미국과 유럽의 언론을 매일같이 장식했던 보스니아 내전을 비롯한 발칸반도의 혼란을 보도하는 기자들의 마음은 어땠을까요? 톱 기사를 쓰고 싶은 욕망이 없지 않았을 테고, 생사를 오가는 전쟁터를 누빈다는 공명심도 있었겠지만 근간에는 분명 이 사태를 세상에 알려야 한다는 사명감이 있었을 겁니다. 이렇게 반인륜적이고 끔찍한 사태가 벌어지고 있는데도 온 세상이 아무런 행동을 취하지 않는 건 이런 일이 있다는 사실이 잘 알려지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 겁니다. 372쪽에 달하는 방대한 분량의 UN 인권보고서를 작성한 이들의 더 보기

  • 2014년 2월 19일. 중국에 있는 티베트 고문서들의 안식처와 이를 설립한 미국인

    중국 쓰촨(四川)성 청두(成都)에 있는 서남민족대학에는 지난해 보존 가치가 뛰어난 티베트 고문서들 1만 2천여 점을 소장한 도서관이 개관했습니다. 봉건적이라고 간주된 것들은 모조리 태워버렸던 문화혁명 시기를 견뎌낸 고문서들은 최근 한족의 동화정책과 이에 반발해 잇따라 일어났던 티베트 승려와 민중들의 산발적인 저항이 부른 중국 정부의 티베트에 대한 강경 진압을 또 한 번 견뎌냈습니다. 이 도서관은 생의 대부분을 미국 의회도서관 사서로 일했던 학자이자, 티베트 불교문화원(Tibetan Buddhist Resource Center) 설립을 주도했던 고(故) 진 스미스(E. Gene Smith) 씨를 빼놓고 더 보기

  • 2014년 2월 18일. 나이지리아에서 건너온 오순절파 교회의 성장, 미국의 교회 지형을 바꿀까?

    “미국 어디에서든 차를 타면 10분 이내로 갈 수 있는 스타벅스처럼 우리 교회도 미국에 그렇게 많아져야 합니다. (적어도) 10마일마다 하나씩 교회를 짓는 게 목표예요.” 제임스 파델레(James Fadele) 목사는 텍사스 주 댈러스에서 북쪽으로 한 시간 가량 떨어진 곳에 한창 건설 중인 예배당과 1만 명을 수용할 수 있는 경기장, 대형 강당 등을 둘러보며 당차게 말했습니다. 그가 말하는 교회는 “구원받은 기독교인들을 위한 하나님의 교회(Redeemed Christian Church of God, RCCG)”로 지난 1952년 나이지리아에서 시작된 오순절파(Pentecostal)의 갈래를 더 보기

  • 2014년 2월 17일. 당신은 러시아의 동성애 혐오를 떳떳하게 비판할 수 있습니까?

    러시아에서 열리고 있는 소치 동계올림픽과 관련한 주된 이야깃거리 가운데 하나는 성소수자들을 가혹하게 박해하는 러시아 정부였습니다. 외신들은 앞다퉈 러시아에서 동성애자로 사는 것이 얼마나 힘든지를 보도했고, 소치의 유명한 게이바 마야크(Mayak)에는 취재를 위해 동성애자들을 찾는 기자들로 붐볐습니다. 외국어를 다 알아듣진 못하지만, 하루에 족히 열 명은 넘는 기자들이 카메라 앞에 서서 아마도 뻔한 내용을 앵무새처럼 읊조리고 있는 장면을 쉽게 볼 수 있었습니다. 몰려드는 취재진에 마야크의 단골 손님들은 마치 동물원 원숭이라도 된 기분이었을 겁니다. 러시아 더 보기

  • 2014년 2월 14일. 멕시코 소노라 주, “아이 이름 갖고 장난치지 마세요.”

    이름을 바꾸는 개명 사례집을 보면 부모가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이런 이름을 지었을까 의심스러운 이름들이 있습니다. 멕시코 북부의 소노라(Sonora) 주 정부가 새로 태어난 아이들의 이름으로 써서는 안 되는 단어 61개를 선정해 발표했습니다. 정부는 너무 특별하거나 때론 장난스런 이름 때문에 아이가 학교에 갔을 때 친구들로부터 놀림을 받게 될 사태를 방지하기 위해서 우스꽝스러운 이름이나 부모가 그 뜻을 잘 모른 채 아이에게 이름으로 붙여줄 수 있는 위험이 있는 단어를 골랐다고 밝혔습니다. 목록에는 우선 버거킹(Burger 더 보기

  • 2014년 2월 12일. 남편들에게 묻습니다. “오늘 할 일 다 하셨나요?”

    맞벌이 부부의 집안일 나누기는 간단히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닙니다. 맞벌이더라도 직장에서 일하는 시간이 대개 상대적으로 더 긴 남편들은 ‘밖에서 일에 치이다 왔는데 집안일까지 시키는 건 너무하다’는 인식을 갖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남자들만 그렇게 생각하는 건 아닐 겁니다. 최근 미국인들이 시간을 어디에 어떻게 쓰는지를 조사해봤더니, 모든 종류의 노동을 하는 시간에 있어서는 남녀 사이에 큰 차이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단지 평균을 냈을 때 홑벌이 가정의 경우 남자가 밖에서 돈을 벌고 여자가 가정주부인 더 보기

  • 2014년 2월 11일. “떼인 돈 받아내기” 두 헤지펀드의 정반대 접근법

    아르헨티나 페소화 가치가 급격히 떨어지자 13년 전의 채무불이행(Default) 위기를 다시 겪는 게 아니냐는 소리가 공공연히 나오고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미국의 유명 헤지펀드 두 곳이 아르헨티나 정부가 2001년 채무불이행을 선언했던 채권을 두고 정반대 행보를 보이고 있습니다. 한 곳이 채무자를 어떻게든 달래서 있는 돈이라도 적당히 받아내는 전략을 쓰고 있다면, 다른 한 곳은 무슨 수를 써서라도 빌려준 돈을 이자까지 쳐서 모조리 받아내겠다는 강경한 의지를 굽히지 않고 있습니다. 어느 한 쪽이 도덕적으로 정당한 문제가 더 보기

  • 2014년 2월 3일. 아보카도와 멕시코 미초아칸 주, 그리고 템플러 기사단

    “초록빛 황금(oro verde)” 멕시코 중부의 미초아칸 주(Michoacán) 사람들이 지역 경제의 전부라 해도 과언이 아닌 열대과일 아보카도를 일컬어 붙인 별명입니다. 세계 최대의 아보카도 산지이기도 한 미초아칸 주는 지난해에만 미국에 아보카도 50만 톤을 수출했고, 올해는 아보카도 수출을 통해서만 10억 달러를 벌어들일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수입 농산물의 품질을 관리하고 규제하는 미국 농무부(USDA)로부터 멕시코 주들 가운데서는 유일하게 수출 인증을 받은 미초아칸 주는 미국 마트에서 판매되는 전체 수입산 아보카도의 80%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딴시따로(Tancítaro)는 미초아칸 주 안에서도 더 보기

  • 2014년 1월 29일. 한 건의 교통사고가 불러온 우버(Uber) 규제 논란

    스마트폰을 이용한 공용 택시 어플리케이션 우버(Uber)는 차별화된 서비스로 큰 성공을 거두고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대표적인 스타트업입니다. (관련 뉴스페퍼민트 글, “우버의 경제학”)그런데 우버가 처음 시작된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일어난 한 건의 교통사고가 우버와 관련된 논란에 다시 불을 지폈습니다. 우버에 등록된 기사 무자파(Syed Muzzafar) 씨는 지난해 마지막날 자신의 차를 운전하던 도중 6살 소피 류 양과 그 가족을 쳤습니다. 이 사고로 류 양이 숨지고 일가족이 크게 다쳤으며, 무자파 씨는 과실치사 혐의로 기소된 상태입니다. 논란은 더 보기

  • 2014년 1월 28일. 토니 블레어, “21세기 분쟁의 근본 원인은 종교적 극단주의”

    올 여름 영국 의회는 지난 2003년 이라크 침공의 배후 의사결정 과정에 있어 부시 전 미국 대통령과 블레어 전 영국 총리의 대화록을 비롯한 기밀 내용을 담은 이른바 칠콧 조사보고서를 펴낼 예정입니다. 세간에 알려진 의혹처럼 미국, 영국 정부가 잘못된 정보에 근거해 전쟁을 일으킨 게 사실로 드러난다면 비난을 받는 거야 당연한 일이지만, 이미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에서의 두 차례 전쟁을 비롯한 서방 강대국의 적극적인 개입으로 좋든 싫든 중동의 역내 질서는 크게 재편된 상태입니다. 특히 중동에서는 더 보기

  • 2014년 1월 27일. 카타르월드컵 공사현장 이주노동자들의 삶은 여전히 지옥

    지난해 9월 말 영국일간지 가디언은 2022년 카타르에서 열리는 피파(FIFA, 국제축구연맹) 월드컵 공사현장에서 일하는 네팔을 비롯한 다국적 이주노동자들의 노동조건이 너무 열악해 수십 명이 죽어나가고 있다는 사실을 탐사보도했습니다. (관련 뉴스페퍼민트 글) 안 그래도 날씨나 축구 인프라 등 여러 가지 조건이 월드컵을 개최하기에 적합하지 않은 카타르에 개최를 결정했다는 의혹을 사고 있던 피파를 향한 비난의 목소리가 한층 거세졌습니다. 당시 가디언은 6월 초부터 8월 초까지 두 달여 기간 동안 네팔 국적 이주노동자가 최소한 44명 숨졌다고 더 보기

  • 2014년 1월 23일. 뉴욕, 워싱턴, 런던 공용자전거 시스템 업체 파산보호 신청

    빅시(Bixi)는 캐나다 몬트리올에 본부를 둔 비영리 기업으로 공용자전거 시스템을 고안하고 운영하는 업체입니다. 지난 2007년 설립된 이래 대도시의 공용자전거 프로그램 열풍을 타고 뉴욕, 런던, 워싱턴DC의 자전거 시스템을 앞장서서 도입했습니다. 피비에스시(PBSC Urban Solution)라는 이름으로 런던에 자전거와 거치대를 비롯한 하드웨어를 공급했고, 뉴욕과 워싱턴에는 공용자전거 운영에 필요한 소프트웨어를 공급했습니다. 그런데 코데르(Denis Coderre) 몬트리올 시장은 잘 나가는 것처럼 보이던 빅시가 파산보호 신청 절차를 밟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사업성에 대한 면밀한 검토 없이 진행한 무분별한 해외 사업 더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