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개똥과의 싸움
2014년 4월 4일  |  By:   |  세계  |  2 Comments

공공장소에서 개를 산책시키는 개 주인들이 꼭 지켜야 할 의무 중 하나는 애완견의 배설물을 치우는 일입니다. 특히 치우지 않은 개똥은 다른 사람들을 불쾌하게 만들 뿐 아니라, 파리나 기생충이 꼬여 공중보건에도 좋지 않습니다. 거리에 방치된 개똥을 치우고 줄이는 일은 각 지방정부의 큰 과제이기도 합니다. 스페인의 지방정부들은 특히 길거리에 방치된 개똥을 근절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여왔습니다.

최근 언론의 주목을 받은 곳은 마드리드 외곽의 작은 마을 콜메나르 비에호(Colmenar Viejo)입니다. 방법은 간단합니다. 사복을 입은 개똥 추적 전담요원들을 마을 곳곳에 배치하는 겁니다. 요원들의 무기는 카메라나 핸드폰 등 동영상을 찍을 수 있는 기기. 이들은 자신의 개의 배설물을 치우지 않고 그냥 갈 길을 가는 주인들의 모습을 동영상으로 찍은 뒤 경찰에 영상을 넘기고, 개 주인은 최대 750 유로(110만 원)의 벌금을 물어야 합니다. 콜메나르 비에호의 시의원인 안토니아 가르시아(Antonia García)는 이번 정책이 책임을 다하지 않는 개 주인들에게 경종을 울리기 위한 정책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시 정부는 도시 곳곳에 새로운 벌금과 제도를 설명하는 안내문구를 붙였고, 배우들을 고용해 홍보 캠페인을 벌이기도 했습니다.

사생활 침해나 법적인 정당성에 관한 논란이 없는 건 아니지만, 콜메나르 비에호시가 책정한 벌금이 과하다는 비판은 크지 않아 보입니다. 그도 그럴 것이 바르셀로나나 마드리드에서 개똥을 치우지 않은 주인이 물 수 있는 벌금은 최대 1,500유로(220만 원)에 달합니다. 경찰이 직접 개똥을 치우지 않는 현행범을 적발해 과태료를 부과하는 곳도 있고, 아예 주민들이 파파라치 고발형식으로 개똥을 방치하고 가는 주인을 신고할 수 있는 곳도 있습니다.

개똥에 관한 한 가장 혁신적이고 다소 과격하기까지 했던 정책의 사례를 들자면 마드리드 서쪽에 있는 인구 1만 명 남짓한 작은 도시 브루네테(Brunete)를 빼놓을 수 없습니다. 지난해 브루네테 시는 자원봉사자들을 모집했습니다. 자원봉사자들이 하는 일은 개똥을 치우지 않고 그냥 가는 주인에게 자연스레 다가가 몇 마디 대화를 하는 겁니다. “어머나, 개가 정말 예쁘네요. 개 이름이 뭔가요?” 이런 질문을 해서 개 이름을 알아내면 그 이름을 시 정부에 보고하고, 시 정부는 구축해둔 개 정보 데이터에서 주인이 누군지, 어디에 사는지를 찾아냅니다. 그리고 나서 치우지 않은 개똥을 비닐봉지에 담은 뒤 다시 상자에 담아 택배로 주인에게 보내는 겁니다. 악취와 불쾌함과 함께 다음 번에 또 적발되면 그 때는 꽤나 액수가 나가는 벌금을 물어야 할 것이란 경고장을 받아든 주인들은 대개 부끄러움에 얼굴을 들지 못했습니다. 브루네테시는 캠페인 첫 2주일 동안 147상자의 배설물을 주인에게 택배로 보냈고, 이후 길거리에 방치된 개똥이 70%나 줄어들었다고 밝혔습니다. (Guardian)

브루네테 시의 개똥 택배 유튜브 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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