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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3년 9월 12일. 스페인 알라메다의 일자리 로또

    실업률이 50%에 육박하는 스페인 알라메다(Alameda)에는 특이한 고용 제도가 있습니다. 시청에 일자리가 생기면 뽑기로 그 자리를 채우는 것입니다. 2008년 취임한 현 시장이 도입한 방식인데, 말 그대로 이름을 적은 종이를 상자에 넣고 뽑아 당첨된 사람에게 일자리를 줍니다. 공정한 추첨을 보장하기 위해 지역 TV에서 뽑기 과정을 생중계하기까지 합니다. 첫 추첨 당시에는 1개월짜리 청소 계약직 몇 자리에 30명 정도의 지원자가 이름을 적어 넣었는데, 이제는 이런 뽑기가 있을 때 마다 500명 이상이 몰리곤 합니다. 뽑기 더 보기

  • 2013년 9월 11일. 하나의 교실, 두 개의 젠더

    학창시절, 내가 가장 좋아한 선생님은 로버트 율리시스 제임슨이라는 문학교사였습니다. 학생들이 수업시간에 바보같은 소리를 꺼내면 시뻘개진 얼굴로 “나가!”를 외치는 괴짜였죠. ‘바보같음’이 개선되지 않으면 한 사람씩 여러 명을 연달아 쫓아내기도 했고, 반 전체를 한꺼번에 쫓아낸 적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조금만 알고보면 그는 첼로와 미국문학, 그리고 학생들을 사랑한 따뜻한 사람이었습니다. 그의 수업 방식이 모두에게 적합했는지는 의심스럽지만, 나는 10학년 때 그의 수업을 듣고 나서 잠에서 깨어났다고 느꼈을 정도였으니까요. 그때 나는 남자아이였기 때문에, 트렌스젠더 여성이 된 지금에 와서는 내가 여학생이었대도 제임슨 선생님을 똑같이 기억할까 생각하곤 합니다. 새 학기가 시작되는 이 시점에 한 번쯤 생각해볼 만한 주제죠. 스탠포드대 교수 토머스 디(Thomas Dee)의 2006년 연구에 따르면 남학생들은 남자 교사가 가르치는 수업에서, 여학생들은 여자 교사가 담당하는 수업에서 더 큰 학업적 성취를 보인다고 합니다. 여학생들은 남자 교사가 맡은 수업이 자신의 미래에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고, 남학생들은 여자 교사가 가르치는 수업 사간을 별로 기다리지 않는다네요. 물론 교사의 경륜이나 학급의 크기 등 학생의 학업 성취도에 영향을 주는 요소는 다양하겠지만, 일반적으로 교사나 학생의 성별에 따라 관계의 양상이 달라지기는 하니까요. 저는 현재 25년째 콜비대학교(Colby College)에서 강의를 하고 있습니다. 처음 12년은 남자 교수로서, 그  다음 13년은 여자 교수로서 학생들을 만났죠. 남자일 때 나는 학생들을 웃기기도 잘 했고, 제임슨 선생님처럼 학생을 쫓아내지는 않았지만 책상 위에 올라가서 연극 대사 같은 말을 외친 적도 있었죠. 학생들은 팔이 빠져라 내 말을 노트에 받아적었습니다. 지금은 좀 달라졌습니다. 물론 남성 중심 사회에서 남성으로 살다가 가장 소외된 주변부의 일원이 된 것에 내 성격도 영향을 받았겠지만, 똑같은 수업을 해도 학생들이 예전처럼 필기를 열심히 한다는 느낌은 없습니다. 학기가 끝나고 수업에 대한 소감을 물으면 “감정을 공유할 수 있는 분위기를 잘 만들어주셨다”는 이야기를 종종 듣는데 나는 내가 여자 교수라서 이런 평을 듣는게 아닌가 하고 의심아닌 의심을 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런 고민에 너무 사로잡히지 않으려고 합니다. 나이든 여자 교수로서 학생들 사이에서의 인기에 덜 연연하게 된 것도 분명한 사실입니다. 가끔 제임슨 선생님도 인기에 연연했을까 생각하곤 합니다. 인기있는 선생님들이 주로 그러하듯 아마 별 관심이 없었겠죠. 그래도 나는 1974년의 어느 날을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습니다. 세계문학 수업이 끝난 후, 나는 내 안에 소용돌이치는 고민을 말로 풀어내지 못해 한참을 끙끙대며 앉아있다가 가까스로 그에게 물었습니다. “선생님, 질문 하나 해도 됩니까?” “뭐냐?”시큰둥한 답이 돌아왔죠. “선생님은 남자와 여자가…어떻게 다른지 생각해 보셨어요?” 한참을 생각하던 그는 손가락을 교실문을 가리키며 내가 진작에 예상했어야 할 한 마디를 남겼습니다. “나가.” (NYT) 원문보기

  • 2013년 9월 10일. 수감자들의 성생활에 관한 보고서

    잉글랜드와 웨일즈 내 수감자들의 성생활과 관련된 첫 보고서가 나왔습니다. 교도소 문제를 다루는 하워드형벌개혁연맹(Howard League of Penal Reform)이 학자와 전직 교도소 관계자, 보건 전문가, 전직 법무차관 등을 모아 꾸린 위원회가 첫 보고서를 발간한 것입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남성 또는 여성 수감자들끼리 성관계를 맺는 경우가 교도소 내 분명히 존재하나, 통계, 특히 합의하에 이루어지는 성관계에 대한 자료는 거의 없는 실정이라고 밝히고 있습니다.  특히 남성들은 동성 성관계를 더 큰 낙인으로 여기기 때문에 여성 수감자들보다 더 보기

  • 2013년 9월 9일. 패스트푸드점 임금 인상, 단결하면 성공할까?

    9월 첫 주 노동절을 앞두고 미국 60개 도시 1000개 패스트푸드점 앞에서는 임금 인상을 요구하는 시위가 열렸습니다. ‘패스트푸드 포워드(Fast Food Forward)’라는 이름으로 작년 뉴욕에서 시작된 운동이 전국으로 확대된 것입니다. 현재 패스트푸드점 노동자의 13%가량은 미 연방 최저임금인 시간 당 7.25달러를 받고 70%정도는 7.25달러에서 10.10달러 사이를 받습니다. 패스트푸드점은 60년대에도 최저임금을 주는 일터였지만, 물가 인상이나 다른 업종의 임금과의 차이 등을 고려할 때 최저임금의 구매력은 오늘날 크게 떨어진 상태입니다.  패스트푸드점에서 햄버거를 뒤집는 아르바이트는 10대들의 용돈벌이라는 더 보기

  • 2013년 9월 6일. 번역불가능한 단어가 존재할까?

    조지 부시가 “불어에는 ‘entrepreneur(기업가를 뜻하며 불어에서 온 단어-역주)’에 해당하는 단어가 없다면서요?”라고 말했다는 이야기는 유언비어지만, 로널드 레이건이 “러시아어에는 ‘자유’라는 단어가 아예 없다고 들었다.”고 말한 것은 사실입니다. 우선 레이건의 말은 어불성설이죠. 당연히 러시아어에도 ‘자유’를 의미하는 단어가 있습니다. ‘어떤 언어에는 어떤 단어가 없다’라는 말은 두 가지 의미로 해석될 수 있습니다. 첫째는 ‘x사회에는 a라는 개념이 없어서 a라는 단어가 없다’는 뜻일 수 있고, 둘째로 ‘x사회에 a라는 단어가 없었기 때문에 사회 구성원들이 a의 개념을 이해하지 못한다’는 더 보기

  • 2013년 9월 5일. 철학계에서 여성의 입지

    얼마전 마이애미대학의 유명 철학과 교수 콜린 맥긴(Colin Mcginn)이 대학원생 성추행 추문에 휘말리며 사임한 가운데, 뉴욕타임즈는 다섯 명의 여성 철학자들로부터 학계에서 여성이 마주하는 어려움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보기로 했습니다. 첫번째 타자로 MIT에서 철학을 가르치고 있는 샐리 하슬래인저(Sally Haslanger)가 나섰습니다. 여러분들에게도 비행기 옆 좌석의 승객으로부터 “무슨 일 하세요?”라는 질문을 받은 경험이 있을 겁니다. 여기서 “저는 철학자예요.”라고 답하는 것에는 상당한 리스크가 따릅니다. 자신의 “철학”을 끝도 없이 주절주절 늘어놓거나 대학 때 들은 철학개론 수업이 얼마나 더 보기

  • 2013년 9월 4일. 워터게이트 사과를 이끌어낸 언론인 프로스트의 생애

    헨리 키신저, 존 레논, 리처드 닉슨 등 여러 유명인들을 인터뷰했던 영국의 언론인 데이비드 프로스트(David Frost)가 지난 주말 강연 차 탑승했던 선상에서 74세의 일기로 세상을 떠났습니다. 사인은 심장마비였습니다. 고인의 생애는 60년대 흑백 TV에서 오늘날의 케이블 채널에 이르는 TV 매체의 역사 그 자체였습니다. 케임브리지대학 재학시절 학생 신문과 문예지에서 편집일을 하며 풍자에 남다른 감각을 드러내던 프로스트는 1962년 BBC에서 “이번 주는 이랬다고 합니다(That Was the Week That Was)”라는 제목의 주말 시사 풍자 프로그램의 진행을 더 보기

  • 2013년 9월 3일. 미국 외교사의 10대 오점

    지난 20세기부터 지금까지 미국 루이지애나 주 전체에 걸쳐 있던 습지의 75%, 면적으로 따지면 약 5,200km2(제주도 면적의 세 배)가 사라지거나 파괴됐습니다. 습지가 사라지거나 제 기능을 못할 만큼 파괴된 뒤로 뉴올리언스를 비롯한 루이지애나의 주요도시들은 멕시코만을 타고 올라오는 대형 허리케인에 무방비로 노출됐습니다. 습지를 사라지게 만든 원인으로는 미시시피 강을 따라 쌓아올린 제방과 석유회사들이 시추를 위해 지어놓은 수많은 운하들입니다. 강물이 들고 나면서 싣고 내려온 침전물들이 쌓여야 습지가 형성되고 유지되는데 제방이 이를 막았고, 곳곳의 운하 때문에 더 보기

  • 2013년 9월 2일. 화학무기의 역사, 금기의 역사

    2차대전 당시 어려운 상황에 처한 처칠 수상은 화학무기 사용을 진지하게 고려했지만, 합참의 만장일치 반대로 그 뜻을 이루지 못했습니다. 화학무기의 역사는 상당부분이 화학무기를 사용하지 “못한” 역사라고 할 수 있습니다.  화학무기는 실제 사용되기 전부터 금지되었던 무기입니다. 1899년 체결된 헤이그 조약이 화학무기 사용을 금지한다고 명시하고 있지만, 그 이전까지 화학무기를 사용한 국가는 없었습니다. 물론 화학무기가 끔찍한 무기이기는 하지만, 다른 여러 무기들도 처음 등장했을 때는 비난의 대상이었다가 시간이 지나면서 서서히 자리를 잡았다는 점을 생각할 때 더 보기

  • 2013년 8월 30일.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언어는?

    누구나 직관적으로는 어려운 언어와 덜 어려운 언어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실제로 언어의 난이도를 측정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닙니다. 일례로 미국 국무부는 외교관들을 위한 외국어 수업에서 다양한 언어들을 난이도 별로 나누어 놓았지만, 이는 모국어가 영어인 사람을 기준으로 하는 난이도일 뿐 보편적인 기준이라고 할 수는 없습니다. 그래서 언어의 난이도를 측정할 수 있는 보편적인 기준을 찾는 것 자체가 연구의 주제가 됩니다. 예를 들어, 라틴어나 러시아어처럼 동사나 명사에 어형 변화가 있는 언어는 익숙하지 않은 더 보기

  • 2013년 8월 29일. 픽션보다 더 재미있는 다큐가 뜬다

    붙잡힌 범고래들의 이야기를 다룬 다큐멘터리 “블랙피시(Black Fish)”는 액션 스릴러물을 방불케 합니다. 조련사의 죽음이라는 충격적인 이야기로 문을 열고, 배경음악은 긴박감을 더합니다. “블랙피시”처럼 극적인 요소와 상품성을 갖춘 다큐멘터리들의 등장으로, 최근 다큐멘터리 시장은 성장을 거듭하고 있습니다. 2001년 영국 영화계에서 만들어진 다큐멘터리는 단 4편 뿐이었지만, 작년에는 무려 86편이 등장했습니다. 칸 영화제의 영화 마켓에서도 다큐멘터리가 차지하는 비중은 5년 만에 2배나 커져 이제 전체의 16%를 차지합니다. 영국 박스오피스에서 다큐멘터리 티켓 매출은 전체의 1%에 불과하지만 이는 1년 더 보기

  • 2013년 8월 28일. 적은 수입으로도 건강한 식생활이 가능할까?

    영국의 스타 요리사 제이미 올리버가 “거대한 TV 앞에 앉아 스티로폼 용기에 든 감자칩과 치즈를 꺼내 먹는 것”이 현대 영국 사회 빈곤의 얼굴이라고 말했습니다. 가장 가난한 사람들이 패스트푸드와 즉석 조리 식품이라는 값비싼 식품을 소비하고 있다는 것이죠. 실제로도 여러 영국 가정의 가계 지출 가운데 식품 구입비는 주택 담보 대출 상환금 다음으로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고 합니다. 영국의 학교 급식을 개혁한 공으로 높이 평가받고 있는 제이미 올리버는 현재 소득이 높지 않은 사람들도 건강한 더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