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posts by eyesopen1
  • 2013년 9월 20일. 무상 급식? 공짜 점심은 없다

    영국의 제 3당인 자유민주당 지지자들은 보수당, 노동당과 비교해 스스로를 보다 성숙하고, 덜 기회주의적인 부류라고 자부합니다. 정부 살림에 있어서는 노동당보다 책임감이 강하고, 보수당보다는 사회적으로 의식있는 사람들이라는 것이죠. 자민당 소속의 닉 클레그 부총리는 내년 9월부터 초등학교 1,2,3학년 학생 전원에게 무상 점심 급식을 제공한다는 계획을 발표할 예정입니다. 혜택을 받는 가정에서는 연간 75만원 이상의 돈을 아끼게 되니 아마도 인기있는 정책이 될 것입니다. 학생들이 건강하고 든든한 점심을 먹으면 공부도 더 잘 할거라는 이야기에 반대 목소리를 더 보기

  • 2013년 9월 18일. 미성년 범죄자는 성인 범죄자와 다르다

    청소년 범죄자는 어른 범죄자와 다를까요? 미국 대법원의 답은 “그렇다”입니다. 미국 대법원은 지난 10년 간 미성년 범죄자에 대한 중형 선고를 제한하거나 금지하는 방향으로 판결을 내려왔습니다. 2005년에는 미성년자에 대한 사형 선고를 금지했고, 2010년에는 살인 이외의 범죄를 저지른 미성년자에게 가석방 없는 종신형을 선고할 수 없도록 했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2012년에는 모든 경우 미성년자에게 가석방 없는 종신형을 선고할 수 없다는 판결을 내리기에 이르렀습니다. 잔혹하고 통상적이지 않은 처벌을 금지하는 헌법 수정조항 8조에 의거한 대법원 판결은 결국 더 보기

  • 2013년 9월 17일. 이란 여성들에게 레깅스를 허하라

    로하니 대통령 치하에서 사회적인 자유가 확대되었다고 하지만, 여전히 이란 사회에는 여성들의 옷차림을 단속하려는 보수주의자들이 존재합니다. 최근 문제가 되고 있는 패션 아이템은 바로 레깅스입니다. 길고 헐렁한 여름용 외투 아래 딱 붙고 반짝이는 레깅스를 입는 것이 여성들 사이에서 유행하자, 이것이 이슬람교 교리에 어긋나는지를 두고 뜨거운 논쟁이 벌어진 것입니다. 보수주의자들은 레깅스를 “서구 문화 공습의 최신판”이라고 비난하면서, 레깅스가 이란 젊은이들의 “심리적, 정신적 평화를 침해”하고 있다고 주장합니다.  레깅스의 유행으로 성범죄가 급증하고 있으니 지역사회마다 레깅스를 싹 더 보기

  • 2013년 9월 16일. 2016년 올림픽을 앞둔 브라질 리우의 위기

    세르지우 카브랄 리우데자네이루 주지사가 취임한 2007년은 주기적인 치안 위기가 최고조에 달했을 때였습니다. 카브랄 주지사는 마약 조직이 장악하고 있는 슬럼가에 무장 특공대를 보내는 대신, 평화경찰서(Pacifying Police Unit)이라는 이름로 지역사회의 경찰 활동을 강화시키는 쪽으로 현명한 정책을 추진했습니다. 때마침 경제도 살아나면서 2016년 올림픽이라는 기회가 찾아와 리우의 부활과 카브랄의 정치적 성공이 눈 앞에 다가온 듯 했습니다. 하지만 2010년 66%의 지지율로 재선에 성공한 카브랄 주지사는 현재 12%의 지지율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올 여름 부실한 공공 서비스와 더 보기

  • 2013년 9월 13일. 말레이시아 가톨릭 신자들에게 “알라”의 의미는?

    말레이시아의 4개 공식 언어로 발간되는 가톨릭계 신문 <가톨릭헤럴드(Catholic Herald)>의 최종 교정교열 담당자에게는 문법과 철자 외에도 꼭 확인해야 하는 것이 있습니다. 바로 “알라(Allah)”라는 단어가 따옴표 안에 들어가 있는지 여부입니다. 말레이시아에 살고 있는 가톨릭 교인들은 오랫동안 신을 의미하는 단어로 “알라”를 써오고 있지만, 2008년 정부가 이를 문제 삼아 <가톨릭헤럴드>의 발행 인가를 취소하겠다고 발표하면서 오랜 법적 분쟁의 막이 열렸습니다. 2009년 고등법원이 헤럴드지의 손을 들어줬지만, 정부가 항소를 제기했고 그 심리가 이번주에 시작된 것입니다. 2009년 법원 판결이 더 보기

  • 2013년 9월 12일. 스페인 알라메다의 일자리 로또

    실업률이 50%에 육박하는 스페인 알라메다(Alameda)에는 특이한 고용 제도가 있습니다. 시청에 일자리가 생기면 뽑기로 그 자리를 채우는 것입니다. 2008년 취임한 현 시장이 도입한 방식인데, 말 그대로 이름을 적은 종이를 상자에 넣고 뽑아 당첨된 사람에게 일자리를 줍니다. 공정한 추첨을 보장하기 위해 지역 TV에서 뽑기 과정을 생중계하기까지 합니다. 첫 추첨 당시에는 1개월짜리 청소 계약직 몇 자리에 30명 정도의 지원자가 이름을 적어 넣었는데, 이제는 이런 뽑기가 있을 때 마다 500명 이상이 몰리곤 합니다. 뽑기 더 보기

  • 2013년 9월 11일. 하나의 교실, 두 개의 젠더

    학창시절, 내가 가장 좋아한 선생님은 로버트 율리시스 제임슨이라는 문학교사였습니다. 학생들이 수업시간에 바보같은 소리를 꺼내면 시뻘개진 얼굴로 “나가!”를 외치는 괴짜였죠. ‘바보같음’이 개선되지 않으면 한 사람씩 여러 명을 연달아 쫓아내기도 했고, 반 전체를 한꺼번에 쫓아낸 적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조금만 알고보면 그는 첼로와 미국문학, 그리고 학생들을 사랑한 따뜻한 사람이었습니다. 그의 수업 방식이 모두에게 적합했는지는 의심스럽지만, 나는 10학년 때 그의 수업을 듣고 나서 잠에서 깨어났다고 느꼈을 정도였으니까요. 그때 나는 남자아이였기 때문에, 트렌스젠더 여성이 된 지금에 와서는 내가 여학생이었대도 제임슨 선생님을 똑같이 기억할까 생각하곤 합니다. 새 학기가 시작되는 이 시점에 한 번쯤 생각해볼 만한 주제죠. 스탠포드대 교수 토머스 디(Thomas Dee)의 2006년 연구에 따르면 남학생들은 남자 교사가 가르치는 수업에서, 여학생들은 여자 교사가 담당하는 수업에서 더 큰 학업적 성취를 보인다고 합니다. 여학생들은 남자 교사가 맡은 수업이 자신의 미래에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고, 남학생들은 여자 교사가 가르치는 수업 사간을 별로 기다리지 않는다네요. 물론 교사의 경륜이나 학급의 크기 등 학생의 학업 성취도에 영향을 주는 요소는 다양하겠지만, 일반적으로 교사나 학생의 성별에 따라 관계의 양상이 달라지기는 하니까요. 저는 현재 25년째 콜비대학교(Colby College)에서 강의를 하고 있습니다. 처음 12년은 남자 교수로서, 그  다음 13년은 여자 교수로서 학생들을 만났죠. 남자일 때 나는 학생들을 웃기기도 잘 했고, 제임슨 선생님처럼 학생을 쫓아내지는 않았지만 책상 위에 올라가서 연극 대사 같은 말을 외친 적도 있었죠. 학생들은 팔이 빠져라 내 말을 노트에 받아적었습니다. 지금은 좀 달라졌습니다. 물론 남성 중심 사회에서 남성으로 살다가 가장 소외된 주변부의 일원이 된 것에 내 성격도 영향을 받았겠지만, 똑같은 수업을 해도 학생들이 예전처럼 필기를 열심히 한다는 느낌은 없습니다. 학기가 끝나고 수업에 대한 소감을 물으면 “감정을 공유할 수 있는 분위기를 잘 만들어주셨다”는 이야기를 종종 듣는데 나는 내가 여자 교수라서 이런 평을 듣는게 아닌가 하고 의심아닌 의심을 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런 고민에 너무 사로잡히지 않으려고 합니다. 나이든 여자 교수로서 학생들 사이에서의 인기에 덜 연연하게 된 것도 분명한 사실입니다. 가끔 제임슨 선생님도 인기에 연연했을까 생각하곤 합니다. 인기있는 선생님들이 주로 그러하듯 아마 별 관심이 없었겠죠. 그래도 나는 1974년의 어느 날을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습니다. 세계문학 수업이 끝난 후, 나는 내 안에 소용돌이치는 고민을 말로 풀어내지 못해 한참을 끙끙대며 앉아있다가 가까스로 그에게 물었습니다. “선생님, 질문 하나 해도 됩니까?” “뭐냐?”시큰둥한 답이 돌아왔죠. “선생님은 남자와 여자가…어떻게 다른지 생각해 보셨어요?” 한참을 생각하던 그는 손가락을 교실문을 가리키며 내가 진작에 예상했어야 할 한 마디를 남겼습니다. “나가.” (NYT) 원문보기

  • 2013년 9월 10일. 수감자들의 성생활에 관한 보고서

    잉글랜드와 웨일즈 내 수감자들의 성생활과 관련된 첫 보고서가 나왔습니다. 교도소 문제를 다루는 하워드형벌개혁연맹(Howard League of Penal Reform)이 학자와 전직 교도소 관계자, 보건 전문가, 전직 법무차관 등을 모아 꾸린 위원회가 첫 보고서를 발간한 것입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남성 또는 여성 수감자들끼리 성관계를 맺는 경우가 교도소 내 분명히 존재하나, 통계, 특히 합의하에 이루어지는 성관계에 대한 자료는 거의 없는 실정이라고 밝히고 있습니다.  특히 남성들은 동성 성관계를 더 큰 낙인으로 여기기 때문에 여성 수감자들보다 더 보기

  • 2013년 9월 9일. 패스트푸드점 임금 인상, 단결하면 성공할까?

    9월 첫 주 노동절을 앞두고 미국 60개 도시 1000개 패스트푸드점 앞에서는 임금 인상을 요구하는 시위가 열렸습니다. ‘패스트푸드 포워드(Fast Food Forward)’라는 이름으로 작년 뉴욕에서 시작된 운동이 전국으로 확대된 것입니다. 현재 패스트푸드점 노동자의 13%가량은 미 연방 최저임금인 시간 당 7.25달러를 받고 70%정도는 7.25달러에서 10.10달러 사이를 받습니다. 패스트푸드점은 60년대에도 최저임금을 주는 일터였지만, 물가 인상이나 다른 업종의 임금과의 차이 등을 고려할 때 최저임금의 구매력은 오늘날 크게 떨어진 상태입니다.  패스트푸드점에서 햄버거를 뒤집는 아르바이트는 10대들의 용돈벌이라는 더 보기

  • 2013년 9월 6일. 번역불가능한 단어가 존재할까?

    조지 부시가 “불어에는 ‘entrepreneur(기업가를 뜻하며 불어에서 온 단어-역주)’에 해당하는 단어가 없다면서요?”라고 말했다는 이야기는 유언비어지만, 로널드 레이건이 “러시아어에는 ‘자유’라는 단어가 아예 없다고 들었다.”고 말한 것은 사실입니다. 우선 레이건의 말은 어불성설이죠. 당연히 러시아어에도 ‘자유’를 의미하는 단어가 있습니다. ‘어떤 언어에는 어떤 단어가 없다’라는 말은 두 가지 의미로 해석될 수 있습니다. 첫째는 ‘x사회에는 a라는 개념이 없어서 a라는 단어가 없다’는 뜻일 수 있고, 둘째로 ‘x사회에 a라는 단어가 없었기 때문에 사회 구성원들이 a의 개념을 이해하지 못한다’는 더 보기

  • 2013년 9월 5일. 철학계에서 여성의 입지

    얼마전 마이애미대학의 유명 철학과 교수 콜린 맥긴(Colin Mcginn)이 대학원생 성추행 추문에 휘말리며 사임한 가운데, 뉴욕타임즈는 다섯 명의 여성 철학자들로부터 학계에서 여성이 마주하는 어려움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보기로 했습니다. 첫번째 타자로 MIT에서 철학을 가르치고 있는 샐리 하슬래인저(Sally Haslanger)가 나섰습니다. 여러분들에게도 비행기 옆 좌석의 승객으로부터 “무슨 일 하세요?”라는 질문을 받은 경험이 있을 겁니다. 여기서 “저는 철학자예요.”라고 답하는 것에는 상당한 리스크가 따릅니다. 자신의 “철학”을 끝도 없이 주절주절 늘어놓거나 대학 때 들은 철학개론 수업이 얼마나 더 보기

  • 2013년 9월 4일. 워터게이트 사과를 이끌어낸 언론인 프로스트의 생애

    헨리 키신저, 존 레논, 리처드 닉슨 등 여러 유명인들을 인터뷰했던 영국의 언론인 데이비드 프로스트(David Frost)가 지난 주말 강연 차 탑승했던 선상에서 74세의 일기로 세상을 떠났습니다. 사인은 심장마비였습니다. 고인의 생애는 60년대 흑백 TV에서 오늘날의 케이블 채널에 이르는 TV 매체의 역사 그 자체였습니다. 케임브리지대학 재학시절 학생 신문과 문예지에서 편집일을 하며 풍자에 남다른 감각을 드러내던 프로스트는 1962년 BBC에서 “이번 주는 이랬다고 합니다(That Was the Week That Was)”라는 제목의 주말 시사 풍자 프로그램의 진행을 더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