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페@스프] 환율도 제각각, 음식값도 매일 달라지는 ‘메시의 나라’, “다시 위대”해질 수 있을까
2024년 5월 24일  |  By:   |  SBS 프리미엄  |  No Comment

* 뉴스페퍼민트는 SBS의 콘텐츠 플랫폼 스브스프리미엄(스프)에 뉴욕타임스 칼럼을 한 편씩 선정해 번역하고, 글에 관한 해설을 쓰고 있습니다. 그 가운데 저희가 쓴 해설을 스프와 시차를 두고 소개합니다. 스브스프리미엄에서는 뉴스페퍼민트의 해설과 함께 칼럼 번역도 읽어보실 수 있습니다.

**오늘 소개하는 글은 4월 3일 스프에 쓴 글입니다.


지난 3월 초, 엿새간 아르헨티나에 다녀왔습니다. 다소 촉박하게 일정이 잡혀서 처음 가보는 나라, 지역임에도 미리 충분히 공부하고 준비하지 못한 채 비행기에 몸을 실었습니다. 사실 열정적인 축구팬인 저는 “현재 월드컵 챔피언”인 나라에 가서 “여기가 메시의 나라인가요?”라는 말을 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설레는 일이었습니다. 예상대로, 또 알려진 대로 부에노스아이레스 거리 곳곳은 메시와 마라도나로 가득했습니다.

그런데 아르헨티나 사람들이 지금의 아르헨티나를 이해하기 위해 꼭 알고 넘어가야 한다고 귀띔해 준 인물은 따로 있었습니다. 원래 알던 아르헨티나 친구도,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새로 사귄 친구도 입을 모아 가리킨 인물은 바로 지난해 말 당선된 신임 대통령 하비에르 밀레이였습니다. 부랴부랴 밀레이 대통령에 관해, 또 정치인으로서는 이력이 전무한 괴짜를 당선시킨 아르헨티나의 상황에 관해 찾아봤습니다. 물론 기사를 읽고, 역사를 찾아보는 것도 도움이 됐지만, 마침 그 나라에 머무니 짧지만 겉핥기라도 그곳에서의 일상을 관찰해 보기로 했습니다.

 

환전은 ‘작은 나무’를 찾아라?

대단히 주의 깊게 관찰할 필요도 없이 독특한 점들이 이내 눈에 띄었습니다. 아르헨티나를 여행해 본 분들은 아시겠지만, 여행자나 방문객의 첫 과제 가운데 하나인 현지 화폐로 돈을 바꾸는 일부터 쉽지 않은 나라가 바로 아르헨티나입니다. 환전이 어렵고 복잡한 이유는 간단합니다. 환율이 다양하기 때문입니다.

다양하다는 게 환율이 그냥 들쭉날쭉 널을 뛴다는 말이 아닙니다. 기준 환율이 있고, 암시장에서 통용되는 환율이 따로 있는 건 말할 것도 없고, 아르헨티나 안에서도 외국인 여행객에게 적용하는 환율과 농업에 종사하는 수출업자, 공산품을 수입하는 기업, 외환 업무를 하는 금융기관에 적용하는 환율이 제각각 다 다릅니다. 그래서 “1달러에 몇 페소인가요?”라는 질문에 대한 정답은 “당신이 뭐 하는 사람이냐에 따라 다르다오”가 됩니다. 시시각각 변하는 거야 원래 환율의 속성이니 그렇다 쳐도, 애초에 한 통화의 환율이 여러 가지라는 말을 이해하는 데는 한참 걸렸습니다. 아니, 사실 아직도 잘 이해가 가지 않습니다.

환율이 이렇게 불안정하고 복잡하게 운영되는 건 만성적인 인플레이션 때문입니다. 그리고 인플레이션의 원인을 찾아보면, 이미 오래전에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으로 커진 막대한 정부 부채 문제에 맞닥뜨리게 됩니다. 높은 정부 부채에 세금은 잘 안 걷히니 자연히 재정 적자는 심각한 수준입니다. 아르헨티나 정부는 그때마다 손쉽게 돈을 더 찍어내는 미봉책을 택했습니다. 유통되는 돈이 늘어나니, 인플레이션은 더 심해지는 악순환이 반복됐습니다.

재정 정책으로 해법을 찾지 못한 아르헨티나 정부는 종종 통화 정책에 무리하게 개입했고, 그때마다 문제가 해결은커녕 더 심각해지곤 했습니다. 대통령궁인 분홍빛 저택(casa rosada) 바로 길 건너에 아르헨티나 중앙은행이 있는데, 마치 중앙은행의 독립, 자율적인 통화 정책 같은 건 안중에도 없다는 걸 건물 배치로 보여주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1991년에 페소화와 미국 달러화의 가치를 1:1 등가로 고정한다고 일방적으로 발표한 페그제가 대표적인 예입니다. 달러화가 강세를 보일 때는 한동안 아르헨티나 경제도 호황을 누리는 듯했지만, 아르헨티나 경제 상황과 전혀 무관한 이유로 달러화 가치가 하락하자 아르헨티나 경제는 금세 휘청이고 맙니다. 유통되는 페소화 전체를 바꿔줄 만한 달러화를 충분히 보유하지 않은 채 섣불리 페그제를 시행한 아르헨티나 정부와 “통화위원회”의 판단도 문제였지만, 재정 정책의 실패를 통화정책으로 풀어보려는 ‘꼼수’는 처음부터 성공하기 어려운 억지였습니다.

결국, 정부 부채를 줄이지 못한 아르헨티나에서 인플레이션은 경기 변동에 상관없이 늘 사라지지 않는 상수가 됐습니다. 마치 감기를 달고 사는 환자처럼 말이죠. 빠르게 하락하는 페소화 가치를 공식 환율이 따라잡지 못하자, 외환 시장은 둘로 나뉘어 이원화됩니다. 특히 페그제가 처참하게 실패한 뒤 2001년 채무 불이행을 선언한 아르헨티나 정부가 아르헨티나 국민들이 은행 잔고에 맡겨놓았던 미국 달러를 강제로 페소화로 바꿔버린 사건이 일어난 뒤에는 아르헨티나 국민의 제도권 금융을 향한 신뢰마저 바닥으로 떨어졌습니다. 울고 싶은데 뺨을 맞은 것처럼 아르헨티나 사람들은 그때부터 달러를 절대 은행에 맡기지 않습니다. 대신 페소화가 생기면 어떻게든 방법을 찾아 달러로 바꿔 집집이 미국 달러를 가지고 있습니다. 아르헨티나 국민들이 집에 쌓아놓은 미국 달러가 2,500억 달러가 넘는다는 통계도 있습니다.

암시장에서 사고파는 달러를 푸른 달러(Dólar blue)라고 합니다. 어원에 관해선 의견이 분분하지만, 아무튼 여행자들이 좋은 환율로 페소화를 환전하는 방법도 암시장을 통하는 겁니다. 부에노스아이레스 거리를 걷다 보면, 스페인어(cambio)나 영어로(change money?) 관광객들에게 접근하는 환전상들을 어렵잖게 만날 수 있습니다. 그들에게 돈을 바꿀 수도 있고, 아르헨티나 친구가 있으면 친구에게 부탁하면 일사천리로 환전해 줄 겁니다. 아르헨티나 국민들은 가족, 친지, 친구, 최소한 지인의 지인 정도까지 살펴보면 반드시 환전상을 한 명쯤은 알고 있습니다. 제가 묵은 에어비앤비 관리인도 환전이 필요하면 환전상을 연결해 주겠다고 제안하기도 했습니다.

푸른 달러를 받고 페소화를 내주는 환전상을 스페인어로 아르볼리토스(arbolitos)라고 합니다. ‘작은 나무들’이라는 뜻인데, 몸에 두르듯 입은 긴 코트를 열면 수많은 안주머니에 돈이 나뭇가지에 붙은 잎처럼 주렁주렁 달려있다고 해서 붙은 별명입니다. 암시장을 통한다는 게 엄밀히 따지면 불법이지만, 아르헨티나 정부도 이를 묵인할 수밖에 없습니다. 2,500억 달러에 가까운 돈을 불법으로 규정해 버리면, 가뜩이나 돈이 돌지 않는 경제는 순식간에 파탄 나고 말 겁니다.

제가 방문했던 시기 푸른 달러 환율은 1달러에 1,000페소였습니다. 아르헨티나 정부가 고지하는 공식 환율은 1달러에 850페소 정도였고, 여행객에게는 환율을 우대해서 1달러에 910페소 정도였습니다. 해외 신용카드를 쓰면 여행객 환율이 적용됐습니다. 친구에게 600달러를 바꾸고 싶다고 미리 부탁했더니, 자기가 아르볼리토스한테 페소를 받아서 가져다주겠다고 했습니다. 봉투에 600달러(100달러 6장)를 넣어 건넸는데, 친구는 제게 장볼 때나 쓸 법한 장바구니에 페소화를 담아 왔습니다. 무슨 일인가 했더니 아르헨티나에서 가장 큰 지폐 단위가 1천 페소라 어쩔 수 없었습니다. 1천 페소 100장을 고무줄로 묶은 돈뭉치 여섯 다발이 60만 페소였습니다.

30여 년 전에 1:1로 교환되던 화폐 가치가 1/1000로 하락한 셈입니다. 직접적인 비교는 어렵지만, 1990년대 초반 원/달러 환율을 찾아보니, 1달러에 약 700원이었습니다. 페소화를 가져다준 아르헨티나 친구는 미국에서 유학을 하면서 저와 알게 된 친구인데, 미국으로 유학 나온 6년 전만 해도 환율이 대략 1달러에 30페소 정도였다고 합니다.

기록적인 인플레이션 탓에 아르헨티나에서만 볼 수 있는 풍경이 몇 가지 있습니다. 슈퍼마켓이나 가게 진열대에 물건은 있는데, 가격표가 붙어있지 않은 곳이 많습니다. 식당에 가도 메뉴판에 음식 이름은 쓰여 있는데, 가격이 안 쓰여 있는 곳도 많았습니다. 오늘 가격을 내일도 유지할 수 있다는 보장이 없으므로, 매번 가격표를 새로 붙이거나 인쇄하기 번거로우니, 그냥 안 써둔 겁니다. 마음에 드는 메뉴가 얼마나 하는지 물어봤더니, 오늘 일하기 전에 새로 고지받은 가격이 있다며, 두꺼운 수첩을 한참 넘기더니 가격을 일러줬습니다.

전문 번역: 전기톱 들고 나왔던 아르헨티나의 ‘트럼프’? 취임 100일 지났는데 어떻게 됐을까

 

아르헨티나 작가인 우키 고니가 뉴욕타임스에 하비에르 밀레이 대통령의 첫 100일을 평가하는 칼럼을 썼습니다. 이런저런 방법을 다 써봤지만, 만성적인 문제들을 해결하지 못했으니, 더 극단적인 방법을 써야 한다고 주장하는 괴짜 같은 정치인에게 아르헨티나 국민들은 기회를 줬습니다. 다만 1차 투표에선 29.99%를 득표해 2위를 차지했고, 결선 투표에서 페론당의 세르히오 마사 후보를 56:44로 꺾었으니, 압도적인 지지를 받았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칼럼이 대체로 밀레이 후보의 문제를 우회적으로 비판하고 있으므로, 오늘은 밀레이 후보를 위한 변명을 몇 가지 해보려 합니다. 부에노스아이레스는 교통 체증이 심한데, 한 번은 도시를 가로지르는 택시를 1시간 넘게 타게 돼서, 그때 택시기사와 나눈 이야기를 참고했습니다.

제가 아는 미국에 사는 아르헨티나 친구들은 거의 빠짐없이 밀레이 대통령을 비판하거나 적극적으로 싫어했습니다. 극우 성향에 괴짜에 인종 차별, 성 차별 등 21세기에 해서는 안 될 요소를 두루 갖춘 인물이라는 거죠. 그런데 이 택시기사는 축구 얘기, 부에노스아이레스 명소 이야기를 한참 하다가 주제가 정치로 넘어가자 먼저 밀레이 대통령 이야기를 꺼냈습니다. 그러면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나는 페론당 사람들 이제 안 믿어요. 다 거짓말쟁이예요. 옆 나라 좌파 지도자들, 사회주의자들이랑 결국 다 같아요. 약속을 하나도 안 지키죠. 밀레이가 다 마음에 드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지금 문제가 뭔지 잘 알고 있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밀레이를 뽑았어요. 뭐라도 해내겠다 싶어서요.”

사실 천정부지로 치솟은 물가를 어떻게 잡느냐가 밀레이 정권의 존폐를 가를 가장 중요한 요인이라고 하지만, 엄밀히 따지면 밀레이 대통령은 지금의 인플레이션에 책임이 크지 않습니다. 책임 소재를 따지자면, 몇십 년째 이어진 포퓰리즘 정책을 그대로 답습해 선거 전에는 돈을 마구 풀어 온갖 보조금을 지급해 온 전임 페론당에 더 큰 책임을 물어야 할 겁니다. 그러나 그런 페론당이 대통령 선거에서는 졌지만, 여전히 의회에서는 다수당입니다. 정치적으로 아웃사이더였던 밀레이는 당을 급조해 선거를 치렀는데, 개인의 카리스마로 승부를 볼 수 있는 대선에선 이겼지만, 더 많은 인물과 조직이 필요한 의회 선거에서는 불리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의회가 사사건건 밀레이 대통령의 정책을 가로막는 것도 문제지만, 어쩌면 더 큰 장애물은 포퓰리즘에 너무 익숙해져서 모든 공공재와 사회적 자본을 공짜로 누려야 한다고 믿는 아르헨티나 사람들의 심리일지도 모릅니다. 밀레이 대통령의 정책에 날선 비판을 하던 아르헨티나 친구도 제도 곳곳에 문제가 많다는 점을 인정했습니다. 그러면서 예로 든 게 전기세, 수도세 등 공공요금이었습니다.

집집마다 차이는 있겠지만, 대부분 아르헨티나 사람은 전기를 아끼지 않습니다. 전기를 펑펑 써도 전기세가 너무 싸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방 두 개 딸린 아파트에 여름철에 하루 종일 에어컨을 방마다 틀어놓아도 한 달 전기세가 4천 페소, 약 5천 원이라고 합니다. 수도세는 1천 페소입니다. 싸도 너무 싸죠. 각종 공과금과 세금은 원래 잘 걷히지 않는데, 선거철만 되면 더 줄어드니, 사람들은 아껴 쓸 이유를 찾지 못합니다. 휴가 갈 때 깜빡하고 에어컨을 끄지 않고 며칠씩 집을 비우는 사람들도 많다고 합니다.

대중교통도 너무 쌉니다. 버스는 110페소, 지하철도 125페소였습니다. 교육은 대학교까지 무상교육입니다. 병원도 거의 공짜입니다. 그 많은 돈을 어디서 충당할까요? 모자라면 정부가 더 찍어내면 그만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여전히 많습니다. 이 모든 것이 포퓰리즘의 잔재이고, 페론주의의 유산이라고 할 수 있을 겁니다. 올해가 후안 페론 전 대통령 사망 50주년인데, 페론의 유산은 여전히 아르헨티나를 지배하고 있습니다.

 

밀레이는 아르헨티나의 트럼프인가?

이 질문에는 우키 고니가 칼럼을 쓴 뒤 얼마 뒤에 뉴욕타임스 오피니언 칼럼니스트인 데이비드 월러스웰스가 쓴 칼럼의 몇몇 구절을 인용해 답을 대신하려 합니다. 우키 고니의 칼럼에도 설명돼 있지만, 밀레이와 트럼프 사이에는 공통점이 많습니다. 그러나 밀레이는 트럼프에 비해 경제적으로는 정부의 개입을 더 싫어하는 우파이며, 정치적으로는 자유지상주의(libertarian, 자유주의(liberalism)와 구분해 이 글에서 자유지상주의로 썼습니다) 사조를 신봉하는 사람답게 극우 논리를 거리낌 없이 가져옵니다. 다만 아르헨티나와 미국의 처지가 다른 점이 밀레이와 트럼프의 차이를 낳은 면도 있을 겁니다.

그렇다고 해도 밀레이가 신케인즈주의자와 나치 사이에 “큰 차이가 없다”며, 사민주의자, 파시스트, 진보주의자, 공산주의자, 포퓰리스트, 세계주의자 등 사회를 통제하려는 목표를 지닌 모든 정치가는 본질적으로 같다고 비판하는 대목에서는 밀레이와 트럼프의 생각이 같다고 보기 어렵습니다. 밀레이 기준에서 보면 정부는 무조건 작은 것이 좋습니다. 밀레이는 이 점을 수없이 강조합니다.

최근 문화전쟁에 관한 글을 많이 쓴 소랍 아라미도 “밀레이는 미국 포퓰리스트와 선진국 전역의 아날로그 운동이 주장하는 거의 모든 것을 거부한다”고 말했습니다. 즉, 트럼프는 세계화의 패배자들을 어루만지며 보호주의 무역을 약속해 이들의 표를 얻었는데, 밀레이는 이들을 위로하기에는 이미 늦었다고 생각한다는 겁니다. 그래서 밀레이는 1970년대나 1980년대 라틴아메리카 독재자들과 닮은 점이 더 많습니다. 밀레이가 부르짖는 “아르헨티나를 다시 위대하게”는 어쩌면 훨씬 더 위험한 목표를 추구하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밀레이가 올해 초 다보스 포럼에서 깊은 인상을 남기긴 했지만, 여전히 밀레이의 정책과 비전은 아르헨티나에서 성공하지 못하면 더 퍼지지 못하고 묻힐 운명입니다. 한창 선거를 치를 때는 페소화를 아예 버리고, 미국 달러를 아르헨티나의 화폐로 채택하겠다고 약속하기도 했지만, 이는 현실성도 떨어지고, 득보다 실이 많은 정책이 될 겁니다. 과거 아르헨티나 정부가 시도했던 다양한 통화 정책에서 교훈을 얻을 수 있다면, 재정 정책의 실패를 통화정책으로 풀어보려는 ‘꼼수’는 통하지 않는다는 점이 되어야 합니다.

결국 이 모든 일의 원흉은 너무 많은 정부 부채입니다. 부채를 줄여야 적자 폭도 줄이고, 인플레이션도 잠잠해질 텐데, 복지 제도가 축소하는 데 대한 국민의 저항이 매우 큽니다. 그래서 지금까지 ‘고양이 목에 방울 달기’나 다름없던 긴축 정책이 번번이 실패했던 겁니다. 그렇다고 민주주의 원칙을 저버리면서까지 고강도 개혁을 밀어붙이다가는 자칫 민주적으로 선출된 독재자의 길을 걷게 될 수도 있습니다. 아르헨티나에서는 포퓰리즘과 분간이 안 될 정도로 너무 가까워진 민주주의 원칙을 지키면서 국민들을 설득해야 합니다. 다양한 집단의 이해관계를 조정하고 갈등을 중재하면서 경제 개혁을 이뤄내는 일이 정말 쉽지 않겠지만, 아르헨티나가 가야 할 유일한 길일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