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페@스프] 노인이 대세가 되는 ‘정해진 미래’, 발상을 바꿔본다면?
* 뉴스페퍼민트는 SBS의 콘텐츠 플랫폼 스브스프리미엄(스프)에 뉴욕타임스 칼럼을 한 편씩 선정해 번역하고, 글에 관한 해설을 쓰고 있습니다. 그 가운데 저희가 쓴 해설을 스프와 시차를 두고 소개합니다. 스브스프리미엄에서는 뉴스페퍼민트의 해설과 함께 칼럼 번역도 읽어보실 수 있습니다.
** 오늘 소개하는 글은 9월 13일 스프에 쓴 글입니다.
스브스프리미엄 앱에서도 저희가 쓴 글을 보실 수 있습니다.
물리학은 입자와 파동의 초기 조건으로부터 이들의 미래를 예측합니다. 화학과 생물학은 분자들의 상호작용과 세포 및 생명체의 반응을 예측하며, 공학은 기계와 회로가 어떻게 작동할지를 예측합니다. 경제학은 여러 경제 지표들의 관계와 이들이 서로 어떤 영향을 주는지를 예측합니다. 곧 대부분 학문은 어떤 형태로든 미래를 예측하는 것과 관련이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가장 알고 싶어 하는 미래 인류 사회의 모습을 예측하는 것은 이들 학문의 영역 바깥의 일입니다. 이들 학문의 학제 간 연구를 통해 미래를 예측한다고 말하는 미래학이라는 분야가 있지만, 아직 명확한 연구 방법론이 없고, 학문의 정의나 범위가 정해지지 않아 하나의 학문으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수십 년 뒤의 사회에 매우 큰 영향을 미치면서도 상당히 정확한 예측이 가능한 변수가 하나 있습니다. 바로 인구입니다. 앞으로 20년 뒤 우리나라의 만 20세, 40세, 60세의 인구는 올해 0세, 20세, 40세의 인구에 약간의 이민과 자연 사망률을 고려한 숫자와 크게 다르지 않을 겁니다. 그래서 인구를 ‘정해진 미래’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우리는 인구라는 정해진 미래를 바탕으로 미래 사회에 대한 몇 가지 사실을 이미 알고 있습니다. 거의 모든 국가에서 평균 수명은 증가하고 있으며, 선진국 대부분의 출산율은 내려가고 있습니다. 즉, 많은 나라에서 미래 사회의 인구 구조는 지금보다 나이 든 이들의 비율이 훨씬 높은 고령 사회가 될 것이라는 사실입니다.
사회 변화는 그 자체로 기업가들에게 기회입니다. 이런 인구구조의 변화를 노리는 많은 창업가가 나오는 것도 당연한 일입니다. 물론 고령 사회의 도래를 만든 평균 수명의 증가는 과학기술의 발달 덕분이며, 따라서 이 과학기술의 발달은 기업가들에게 두 가지 방향에서 기회를 제공합니다.
하나는 노인을 노인으로 만드는 노화 자체와 싸우는 것입니다. 수십 년을 노화와 싸워온 하버드의 데이비드 싱클레어 교수는 이 분야의 대표적인 인물로 2019년 출판한 “노화의 종말”을 통해 과학기술의 발전 덕분에 가까운 시일 내에 인류는 노화를 정복할 수 있게 될 거라고 주장했습니다.
만약 그의 주장이 맞다면, 나이 든 이들도 청년처럼 일하고 생활할 수 있을 것이며, 따라서 고령 사회를 우려하는 가장 큰 논리, 곧 증가하는 노인을 부양해야 하는 청년층의 감소는 더는 문제가 되지 않을 것입니다. 솔깃한 주장이긴 하지만, 과학기술에 너무 많은 것을 기대하는 느낌도 듭니다. 그의 주장에 모든 이들이 동의하는 것도 아닙니다.
좀 더 현실적인 방향은 노화를 받아들이되 상대적으로 더 건강한 노인이 되는 것입니다. 아산병원 정회원 교수의 “당신도 느리게 나이들 수 있습니다”는 바로 이런 목표를 염두에 둔 책입니다. 평균 수명이 80세를 넘어 90세, 100세로 향해가는 지금, 인생의 마지막 10~20년을 다른 사람의 도움이 필요한 상태로 살아갈 것인지, 아니면 스스로 자신을 챙기며 살아갈 것인지 묻는 것입니다.
그러나 노화와 싸우든 받아들이든 이러한 대응은 노화 자체를 피해야 할 어떤 것으로 보며, 의학적 접근에 치중한 관점이라는 특징이 있습니다. 다른 대응은 없을까요? 예를 들어, 노인 인구가 그렇게 많아진다면, 노인들의 상태에 맞춰 그들이 삶을 더 즐겁게 살 수 있는 서비스를 개발하는 것은 어떨까요?
전문 번역: 테크 사랑하고 돈도 있지만 실리콘밸리가 외면하는 고객층
뉴욕타임스의 대표적인 IT 칼럼니스트 파라드 만주는 바로 이 점을 이야기하며, 실리콘 밸리가 이 시장을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고 지적합니다.
그는 사물인터넷(IoT), 가상현실(VR), 로봇, 인공지능(AI) 등의 기술로 노인들을 대상으로 하는 몇몇 기업들을 말하지만, 위에서 말한 것처럼 이들이 모두 노인들의 ‘문제 해결’ 영역에 머물러 있다고 말합니다. 그는 왜 노인들에게는 젊은이들을 겨냥할 때 생각하는 ‘재미’라는 영역을 고려하지 않는지 묻습니다.
만주는 페이스북의 마크 저커버그가 페이스북이 어른들의 소셜미디어가 된 것을 우려하며, 젊은이들을 끌어들이기 위해 애쓰는 것을 예로 들었습니다. 하지만 이 말에는 당장 몇 가지 반론이 떠오르네요.
우선, 사람들은 자신이 사용하던 서비스를 그대로 사용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즉, 가만히 있으면 지금 페이스북을 사용하던 세대들이 나이가 들 것이고, 그만큼 페이스북은 노인들이 사용하는 서비스가 되겠지요. 즉, 기업으로서는 잡은 고기에 먹이를 주지 않듯 새로운 세대를 끌어들이려는 시도를 우선하는 것은 당연해 보입니다.
그러나 노인들의 즐길 거리와 관련해 더 큰 장애물이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거의 모든 이가 가지고 있는 나이에 대한 선입견입니다. 최근 나이 든 이들을 타겟으로 하는 몇몇 서비스들을 검토한 적이 있는데, 이런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곧, 나이 든 이들일수록 자신보다 더 나이 든 사람과 어울리고 싶어 하지 않으며, 그래서 50대를 겨냥한 서비스는 40~50대를 위한 서비스라고 말해야 하고, 60대를 겨냥한 서비스는 50~60대를 위한 서비스라 말해야 한다는 겁니다.
물론 이런 선입견도 건강과 젊음을 유지하는 나이 든 이가 늘어날수록 서서히 바뀔 수 있겠지요. 어쨌든 그것도 정해진 미래에 대해 기술이 얼마나 잘 대응하느냐의 문제가 될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