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페@스프] 중국 부동산 위기, 이번엔 뭐가 다른가?
2023년 10월 21일  |  By:   |  SBS 프리미엄  |  No Comment

* 뉴스페퍼민트는 SBS의 콘텐츠 플랫폼 스브스프리미엄(스프)에 뉴욕타임스 칼럼을 한 편씩 선정해 번역하고, 글에 관한 해설을 쓰고 있습니다. 그 가운데 저희가 쓴 해설을 스프와 시차를 두고 소개합니다. 스브스프리미엄에서는 뉴스페퍼민트의 해설과 함께 칼럼 번역도 읽어보실 수 있습니다.

** 오늘 소개하는 글은 8월 28일 스프에 쓴 글입니다.

스브스프리미엄 앱에서도 저희가 쓴 글을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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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경제가 심상치 않습니다. 코로나19 팬데믹이 끝나고 난 뒤에도 좀처럼 회복세를 보이지 못하더니, 끝내 경제 위기 징후가 곳곳에서 보이고 있습니다. 실업률, 특히 청년 실업률이 매우 높은데, 경제를 관리하고 주도하는 공산당 지도부와 시진핑 주석은 이 문제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고 있고, 무엇보다 부동산 시장의 침체가 위기의 근본적인 원인이라는 점이 중국 안팎의 우려를 자아내고 있습니다.

전문 번역: 지금 중국에 닥친 경제 위기, 얼마나 심각한가? [폴 크루그먼]

 

노벨 경제학자 수상자이자, 뉴욕 시립대학교(CUNY) 교수인 폴 크루그먼이 뉴욕타임스에 중국발 위기가 얼마나 심각한지, 우리에게 어떤 영향이 있을지 분석하는 칼럼을 썼습니다. 여기서 “우리”는 물론 미국을 뜻합니다. 당장 중국과의 무역이 전체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만 해도 미국보다 훨씬 높은 한국은 경제 위기의 징후를 더 예민하게 파악하고 분석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래서 중국 경제 위기의 징후를 진단한 기사 세 편을 요약했습니다. 한국 경제에 미칠 영향을 가늠해 보려면 우선 지금 중국이 겪는 위기가 무엇인지 알아야 합니다.

 

먼저 월스트리트저널이 지난 20일 쓴 기사입니다. 제목부터 “중국의 40년 호황은 끝났다. 이제 어떻게 될까?”로, 단정적입니다.

거대한 중국 경제를 떠받치던 핵심적인 기둥 중 하나가 건설 경기와 부동산 경기인데, 이제 예전처럼 급격한 성장이 불가능해진 시점에 이르렀음에도 중국이 경제 정책 기조를 제때 바꾸지 못해 장기적인 경기 침체에 들어갈 수 있다는 진단입니다. 기사에 인용된 컬럼비아대학교의 아담 투즈 교수는 “지금 우리는 경제사에서 가장 극적인 경로를 밟아 온 국가가 기어를 변경하는 상황을 목격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전기차나 재생 에너지, 인공지능, 반도체 등 중국이 연구 개발에 많은 투자를 해온 분야에서 세계 시장을 석권해 돌파구를 찾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인공지능이나 반도체 등 첨단 기술 분야는 안보적인 요인과 겹쳐 미국의 견제가 심하고, 전기차나 재생 에너지 등 새로운 산업 분야의 성공도 장담하기 어렵습니다.

이런 가운데 GDP의 25%에 이르는 부동산 시장이 막대한 부채로 간신히 지탱되던 상황에서 인구 구조와 시장 환경이 변하자, 부채가 부동산 기업과 지방정부를 압박하기 시작한 겁니다. 일부 전문가들은 중국의 부동산 시장에 낀 거품이 갑자기 꺼져 붕괴하면, 1990년대 일본이 겪은 것과 비슷한 장기적인 경기 침체를 겪을 수도 있다고 말합니다.

덩샤오핑이 주창한 개혁 개방 정책 이후 중국의 경제는 급격히 성장했습니다. 지난 40년간 일인당 국민소득은 25배 늘었고, 중국인 8억 명이 빈곤에서 해방됐습니다. 다른 부문과 마찬가지로 금융 시스템을 중앙에서 통제하는 덕분에 중국 건설 경기는 활황을 이어 왔습니다. 건설사들은 낮은 금리 덕에 쉽게 빚을 내 계속 건물을 지었습니다. 주택, 상업 시설, 공장은 물론 도로, 철도, 항만, 공항 등 기반 시설 수요도 끝없이 이어질 것 같았습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쓸데없이 지은 건물과 시설이 너무 많다는 사실이 명확해졌고, 건설 비용을 거둘 길 없는 무책임한 대출과 투자는 반대로 발목을 잡습니다. 중국 서남재경대학교의 2018년 연구를 보면, 중국 도시 아파트의 약 1/5, 1억 3천만 가구가 비어 있습니다. 수요가 부족한 게 뻔히 보이는데도 억지로 경기를 부양하려고 지은 도로, 항만, 공항은 짓다 만 채로 방치됐습니다. 지방 정부들은 갚을 길 막막한 빚더미에 앉았습니다.

 

뉴욕타임스가 지난 22일 쓴 기사의 진단도 비슷합니다. 중국이 부동산 위기에서 좀처럼 헤어 나오지 못하는 이유로 대체로 월스트리트저널과 비슷한 요인을 꼽은 가운데, 높은 가계 저축률을 정책적으로 내리지 못한 것이 화를 키웠다는 진단이 눈에 띕니다.

금리를 낮추고 신용 문턱을 낮춰 대출을 쉽게 해 소비를 진작하고 경기를 부양하는 정책이 이론과 달리 현실에서 작동하지 않는 원인 중 하나가 좀처럼 낮아지지 않는 저축률에 있다는 겁니다. 가계들이 돈을 저축하는 대신 시중에서 쓰게 하려면 목돈 들어갈 일을 줄여줘야 합니다. 사회적 안전망이 그래서 중요한 겁니다.

그런데 중국은 여전히 연금 제도나 교육, 육아, 의료보험 등 중요한 사회복지 제도가 매우 빈약합니다. 마오쩌둥 시대의 공산주의와 지금의 중국식 사회주의가 얼마나 다른 제도인지 알 수 있는 대목이기도 하죠. 어쨌든 그래서 사람들은 돈이 생기면 일단 쓰지 않고 열심히 저축합니다. 금리는 원래부터 낮았기 때문에 더 낮출 여력이 거의 없습니다.

이렇게 경기 부양책이 좀처럼 듣지 않는 환경에서 부동산 시장의 거품이 꺼져 시작된 위기인 만큼 그 여파가 오래 갈 수 있다고 뉴욕타임스는 진단했습니다.

 

또 다른 키워드는 세대입니다. 지난달 월스트리트저널 기사를 보면, 중국의 청년 실업률이 공식 집계만 해도 20%를 웃돕니다. 전체 실업률이 5% 안팎인 것과 비교하면, 매우 높습니다. 당장 올해 대학교를 졸업하는 사람만 1,160만 명에 이르는데, 이들 가운데 상당수가 (원하는) 일자리를 구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일자리 자체가 없는 건 아닙니다. 다만 대학 졸업장이 있으면 구할 수 있으리라 생각했던 일자리 대신 굳이 대학 졸업장이 없어도 되는 일자리가 많습니다.

산업 구조가 바뀌는 속도가 새로운 노동력의 변화 속도를 따라잡지 못한 건데, 그래서인지 젊은 세대에서는 시진핑 주석과 공산당 지도부의 인기가 많지 않습니다. 그렇다고 이들이 정치적인 불만을 조직적으로 표시할 수 있는 통로가 있는 건 아닙니다. 반대로 중국 정부는 경제 위기가 심화하고, 청년 실업률이 좀처럼 낮아지지 않는다면, 불만에 찬 이들의 관심을 다른 데로 돌리고자 새로운 카드를 꺼내 들 겁니다.

여러 배경과 상황을 살펴보면, 중국의 이번 경제 위기는 적어도 단기적인 처방으로 극복할 수 없어 보입니다. 바뀐 인구 구조, 산업 구조에 맞춰 정책을 다시 짜는 데는 어느 나라나 시행착오를 겪기 마련입니다.

다만 중국 같은 거대한 경제 규모를 지닌 나라에서 시행착오를 겪는 중에 위기가 촉발되면, 그 여파가 주변 국가에도 미치기 마련이죠. 또한, 경제 위기에서 비롯된 정치적 선택이 좋든 싫든 밀접하게 연결돼 있는 이웃나라에도 영향을 미치고, 우리나라가 가장 큰 영향을 받는 나라 중 하나라는 점에서 이 주제는 꾸준히 관심을 가지고 지켜봐야 할 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