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페@스프] 모두가 모두를 믿지 못하게 되면 어떻게 해야 할까
2023년 10월 3일  |  By:   |  SBS 프리미엄  |  No Comment

* 뉴스페퍼민트는 SBS의 콘텐츠 플랫폼 스브스프리미엄(스프)에 뉴욕타임스 칼럼을 한 편씩 선정해 번역하고, 글에 관한 해설을 쓰고 있습니다. 그 가운데 저희가 쓴 해설을 스프와 시차를 두고 소개합니다. 스브스프리미엄에서는 뉴스페퍼민트의 해설과 함께 칼럼 번역도 읽어보실 수 있습니다.

** 오늘 소개하는 글은 8월 9일 스프에 쓴 글입니다.


세상은 점점 더 나아지고 있을까요? 이것은 인류의 역사만큼 오래된 질문입니다. 인간은 현재의 불만에 민감하고, 그만큼 과거의 좋은 기억을 떠올리려 하기에 우리는 세상이 더 나빠진다는 인상을 받기 쉽습니다. 물론 세상이 과거와는 전혀 다르게 변하는 것은 분명하며, 따라서 주관적 판단을 완전히 배제하기는 불가능할 겁니다.

이 질문이 까다로운 또 다른 이유는 현실에 대한 만족과 불만족의 평가가 사람의 합리적 판단에 영향을 주는 정치적 입장과 관련이 있기 때문입니다. 지난 수천 년 동안 폭력은 줄어들고 있으며, 인간의 문명은 더 나은 세계를 가져올 것이라는 스티븐 핑커의 ‘우리 본성의 선한 천사’가 다양한 논쟁을 불러일으킨 이유이기도 합니다.

최근 우리 사회에서 문제가 되는 무차별 폭력도 이런 관점에서 생각할 수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폭력 사건은 재물이나 치정과 같은 이익과 원한에 의해 일어납니다. 따라서 평범한 사람들은 이런 사건을 자신과 무관하게 여깁니다. 하지만 세상에 대한 불만, 혹은 어떤 정신적 문제 때문에 상대를 가리지 않고 해치는 무차별 폭력은 평범한 사람들을 두려움에 떨게 만듭니다.

무차별 폭력이 과거보다 빈번해진 것은 사실로 보입니다. 적어도 우리의 귀에 들어오는 소식은 분명 그렇습니다. 그러나 한편으로, 세상이 더 나빠지고 있다는 인식 혹은 세상이 더 위험해지고 있다는 인식이 세상을 오히려 더 그렇게 만들 가능성에 대해서도 생각해 보게 됩니다.

지난 8월 1일, 미국 콜비 대학의 사회학자인 닐 그로스는 뉴욕타임스의 오피니언 란에 바로 이런 질문에 대한 사회학적 답을 이야기했습니다.

전문번역: 사람들이 겁에 질려 총을 사기 시작한다, 그다음은 이렇습니다.

 

곧, 범죄에 대한 공포 그 자체가 공공 안전을 악화시킬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는 ‘예측 기계’인 우리 뇌의 작동 방식을 생각해 봐도 일리가 있습니다. 폭력이 이 사회에 더 빈번하다고 믿을수록 사람들은 타인에게 더 큰 경계심을 가질 겁니다. 작은 오해에도 피해를 보지 않으려고 더 공격적으로 나설 수도 있습니다. 할리우드 영화의 클리셰 중에는 신분증을 꺼내려고 앞섶이나 주머니에 손을 넣는 운전자에게 긴장한 경찰이 총을 쏘는 장면이 있죠.

 

무차별 폭력이 빈번해진 여러 원인

인간의 깊은 본성도 관련이 있습니다. 우리는 다른 이들의 이야기, 특히 일상적이지 않은 사건에 흥미를 느낍니다. 이는 우리가 그런 사건을 통해 자신에게 닥칠 위기를 대비할 수 있기 때문일 겁니다. 하지만 우리의 그런 흥미는 오늘날 누구나 미디어를 만들 수 있는 시대에 선정적인 뉴스가 세상을 도배하도록 만들었습니다.

도시의 삶도 하나의 이유일 수 있습니다. 도시는 사람들에게 편리함을 제공하고 자유를 주지만, 동시에 익명성을 특징으로 하기에 과거의 이웃사촌이라는 개념은 사라졌습니다. 이는 무차별 폭력이 일어나기 쉬워진 면이 있고, 또 높은 인구 밀집도 탓에 희생자의 숫자도 늘어납니다. 높은 인구 밀집도와 발달한 대중교통으로 사람들이 여러 지명에 익숙해지면서 특정한 사건을 점점 더 자신과 관련 있는 사건으로 여기는 면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한 지하철역을 지나는 사람은 하루 수십만 명이므로, 해당 지역에서 일어난 폭력 사건의 피해자가 될 확률은 교통사고보다 낮지만, 사람들은 자신이 아슬아슬하게 화를 면했다고 생각하게 됩니다.

물론 이런 인간의 본성에는 어느 정도 합리적인 면도 있습니다. 우리가 숲에서 밧줄을 보고 뱀으로 오인해 소스라치게 놀라는 이유는 이를 피하는 데 드는 비용이 그 위험을 무시했을 때 입게 될 피해의 크기보다 훨씬 작기 때문입니다.

 

불신 사회와 치안 악화의 악순환

문제는 닐 그로스의 말처럼, 타인에 대한 경계심 자체가 모두가 모두를 믿지 못하게 만드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는 것입니다. 그로스는 사람들이 이웃을 피하고 종교나 시민단체와 같은 사회활동을 줄임으로써 해당 지역의 합법적 소득이 감소하며 절도, 마약, 폭력과 같은 불법 시장이 성장할 수도 있다고 말합니다.

어떻게 해야 할까요? 위에서 본 것처럼 이 문제가 어느 정도 인간의 본성에 기인한 것인 만큼 쉬운 답은 없을 겁니다. 우선 범죄 사건에 자신이 지나친 관심을 가지는 것은 아닌지 돌아보고 경계할 필요가 있겠지요. 그리고 그로스의 말처럼 이웃과의 사회적 연결을 강화함으로써 범죄에 대한 두려움을 줄이는 것도 좋은 답입니다. 적어도 대부분의 이웃은 바로 우리 자신처럼 선하고 이타적인 사람입니다. 타인에게 말을 거는 한 연구 결과처럼, 우리가 이웃에게 말을 걸 때 우리는 그 사실을 확인하게 될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