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페@스프] 스레즈 ‘반짝 성공’ 그 이후… 우리가 알던 ‘소셜미디어 시대’는 막을 내리게 될까
2023년 9월 14일  |  By:   |  SBS 프리미엄  |  No Comment

* 뉴스페퍼민트는 SBS의 콘텐츠 플랫폼 스브스프리미엄(스프)에 뉴욕타임스 칼럼을 한 편씩 선정해 번역하고, 글에 관한 해설을 쓰고 있습니다. 그 가운데 저희가 쓴 해설을 스프와 시차를 두고 소개합니다. 스브스프리미엄에서는 뉴스페퍼민트의 해설과 함께 칼럼 번역도 읽어보실 수 있습니다.

** 오늘 소개하는 글은 7월 24일 스프에 쓴 글입니다.


2023년을 관통하는 테크 분야의 키워드는 아마도 챗GPT가 될 가능성이 큽니다. 이제 막 하반기가 시작된 시점에서 예단하기 어렵지만, 오픈AI가 선보인 챗GPT, 그 기반이 된 생성 AI는 이미 우리 삶 곳곳에 엄청난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그런 챗GPT의 이용자가 1억 명을 돌파하는 데 약 두 달이 걸렸습니다. 역대 가장 빠른 기록이었죠. 당분간 이 기록을 깰 서비스는 나오지 않을 것 같았습니다.

그런데 이달 초 그 기록을 가볍게 깨버린 서비스가 등장했습니다. 페이스북, 인스타그램을 운영하는 모회사 메타가 내놓은 소셜미디어 스레즈(Threads)입니다. 스레즈는 출시한 지 102시간 만에 이용자 1억 명을 모았습니다. 닷새가 채 안 되는 시간이었습니다. 물론 스레즈와 챗GPT를 같은 기준으로 놓고 비교하기엔 무리가 많습니다. 그러나 아무리 출발선이 달랐다고 해도 목요일에 출시한 신규 서비스를 다음 주 월요일에 벌써 전 세계에서 1억 명이 썼다는 사실은 경이롭습니다. (스레즈의 이용자가 얼마나 빨리 늘어났는지 한눈에 보여주는 웹사이트는 이미 많습니다. 챗GPT를 비롯한 기존 서비스들과 비교해 놓은 곳도 있습니다.)

뉴욕타임스 오피니언란에도 스레즈와 트위터, 마크 저커버그와 일론 머스크에 관한 글들이 많이 올라왔습니다. 오늘은 먼저 그 가운데 벤처캐피털 회사 앤드리센 호로비츠의 책임투자자(GP) 스리람 크리슈난이 쓴 칼럼을 번역했습니다.

전문 번역: 소셜미디어 세상의 거대한 전환이 임박했다?

 

크리슈난은 지금의 소셜미디어 생태계가 “불안한 균형”을 이루고 있다고 진단했습니다. 플랫폼을 제공하는 기업들은 이용자들에게 플랫폼을 관리하는 권한을 넘겨받아 소셜미디어를 운영합니다. 중앙집권식 구조인 셈이죠. 머스크가 인수한 뒤 트위터의 경영은 갈팡질팡을 거듭했고, 이용자도 점점 트위터를 떠났습니다. 여러 대체재가 선을 보였지만 별다른 성공을 거두지 못했고, 그러던 중에 스레즈가 화려한 데뷔에 성공했습니다.

당연한 말이지만, 메타가 내놓은 스레즈는 중앙에서 플랫폼을 관리하는 기존의 전형적인 소셜미디어 방식을 따릅니다. 스레즈가 궁극적으로 성공할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의견이 중론입니다. 크리슈난은 스레즈가 인상적인 출발을 알렸지만, 결국에는 탈중앙 방식, 권력과 권한이 분산된 구조 위에서 굴러가는 소셜미디어가 대안으로 자리를 잡을 거로 내다봤습니다.

스레즈의 화려한 데뷔를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보고, 소셜미디어 생태계 전반의 앞날을 전망하는 데 도움이 될 만한 글이나 팟캐스트가 없을지 찾아봤습니다. 복스(Vox)의 뉴스 해설 팟캐스트 “Today Explained”에 테크 매체 더버지(The Verge)의 데이비드 피어스 선임기자가 출연해서 들려준 설명이 인상적이었습니다. 팟캐스트 에피소드를 요약했습니다.

 

저커버그의 야심과 발끈한 머스크

스레즈가 출시 직후부터 아주 빠른 속도로 이용자를 늘릴 수 있던 건 당연히 모회사 메타 덕분입니다. 인스타그램 계정과 연동하면 별도의 가입 절차 없이 곧바로 스레즈를 이용할 수 있습니다. 거대한 진입장벽 하나가 없는 셈이죠. 게다가 인스타그램과 페이스북은 전 세계 20억 명 넘는 이용자가 쓰는 최대 소셜미디어입니다. 엄청난 양의 광고가 스레즈 출시와 동시에 전 세계 사람들의 담벼락에 노출됐습니다.

사실 스레즈는 새로운 기능이나 대단한 인터페이스를 탑재한 서비스가 아닙니다. 오히려 너무 단순해서 소셜미디어가 막 태동하던 때 나온 시제품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검색도 잘 안되고, 내가 보고 싶은 글이나 생각을 골라 보기엔 아주 불편한 매체입니다. 메타가 아니었다면, 이렇게 ‘보잘것없는’ 서비스로 절대로 이만한 이용자를 모을 수 없었다고 평가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스레즈의 화려한 데뷔에 너무 큰 의미를 부여할 필요가 없다는 주장도 같은 맥락이죠.

그렇다고 해도 스레즈의 성공이 인상적인 이유 하나를 꼽자면, 바로 메타가 원래 계획했던 것보다 출시 일정을 앞당겨 부랴부랴 스레즈를 선보였는데도 이만한 기록을 냈다는 점입니다. 마크 저커버그는 스레즈를 통해 흡수할 만한 거대한 고객층이 가시권에 들어오자, 아직 안정적인 서비스를 위해선 몇 차례 테스트를 더 거쳐야 했던 설익은 스레즈를 과감하게 출시합니다. 스레즈가 노린 고객층은 바로 트위터를 떠나 트위터와 비슷한 공간을 찾고 있던 수많은 이들이었습니다.

7월 6일 스레즈 출시 며칠 전으로 시계를 돌려보죠. 트위터를 인수한 뒤 직접 경영하고 있는 일론 머스크는 미국 독립기념일(7월 4일) 황금연휴를 앞두고 새로운 조치를 발표합니다. 트위터 피드에서 볼 수 있는 트윗의 개수를 제한하고, 유료 인증을 거쳐야 트윗 개수 제한을 풀어주는 조치였습니다. 머스크가 정확히 무슨 생각으로 이 계획을 구상하거나 승인했는지 모르지만, 사람들은 머스크에게 또 한 번 비난의 화살을 집중시켰고, 트위터를 떠납니다. 저커버그에게는 ‘메타가 만든 트위터 대체재’를 내놓기에 더없이 좋은 기회였죠.

제대로 한 방 먹은 일론 머스크는 저커버그를 향해 맹렬한 비난을 쏟아냅니다. 공정한 경쟁 대신 기회주의자나 할 짓을 벌였다고 노발대발하며, 여기에 옮기기 어려운 수준의 저급한 욕설과 비방을 퍼부었습니다. 그에 관한 기사도 당연히 많이 났는데, 이 글의 품격을 위해 머스크의 트윗에는 관심을 주지 않도록 하겠습니다. 대신 데이비드 피어스가 팟캐스트에서 한 묘사를 빌려 오면 다음과 같습니다.

머스크는 당연히 넘치는 화를 주체하지 못하는 것 같아요. 마치 두 손으로 양쪽 귀를 막고 “나는 화나지 않았다”는 말만 계속 되풀이하는 모습이랄까요? 누가 봐도 화가 정말 많이 났구나 싶은 트윗을 계속 써대면서 내가 화가 나서 이러는 건 절대 아니라고 하니, 보기 딱할 지경입니다.

트위터는 메타가 트위터를 베낀 서비스를 출시했다며, 지식재산권 침해로 메타로 고소하겠다고 위협했습니다. 그러나 메타를 비롯한 많은 빅테크들은 지금껏 중소기업이나 혁신적인 개인의 아이디어를 (법망을 피해) 몰래 베끼거나 돈으로 사들여 지금에 이른 기업들입니다. 설사 이 문제가 법정으로 가더라도 메타가 패할 확률은 높지 않아 보입니다.

 

스레즈는 어떤 미디어?

내 스레즈 담벼락에는 어떤 콘텐츠가 올라올까요?

스레즈의 알고리듬은 트위터와 틱톡의 중간쯤이라고 이해하면 됩니다. 트위터는 기본적으로 내가 팔로우하는 사람들이 쓴 트윗을 위주로 보여주죠. 그렇지 않은 추천 트윗이나 광고도 있지만, 그건 부수적인 콘텐츠고, 기본적으로 내 트위터 피드를 채우는 건 내가 고른 계정에서 쓴 글입니다. 그게 사람이든 봇이든 말이죠.

틱톡은 반대로 내가 누구를 팔로우하는지보다 내가 방금, 어제, 지난 한 달간 어떤 영상을 봤는지를 바탕으로 알고리듬이 추천한 영상이 계속해서 뜹니다. 물론 틱톡에서도 어느 정도 내가 보고 싶은 영상을 보거나 보기 싫은 영상을 걸러낼 수 있지만, 이용자가 적극적으로 내 담벼락을 관리하기는 무척 어렵습니다. 콘텐츠 추천 권한을 중앙에 맡긴 플랫폼이라 할 수 있습니다.

스레즈는 둘의 특징을 섞어놨습니다. 인스타그램 계정을 기반으로 한 만큼 내 친구, 내가 팔로우하는 사람의 글이 우선 보이지만, 스레즈가 추천한 콘텐츠도 상당히 많이 올라옵니다.

 

우리가 알던 소셜미디어의 종말의 서막?

데이비드 피어스 기자는 좀 더 큰 그림에서 소셜미디어란 현상 또는 거대한 실험이 맞닥뜨린 근본적인 변화를 얘기합니다.

소셜미디어가 우리 삶의 중심에 들어온 지난 15년 정도를 돌이켜 봅시다. 소셜미디어는 기본적으로 온라인 공간에서 가족, 친구와 연결되고, 또 쉽게 서로 연결되는 인터넷을 통해 친구를 사귀고 교류하는 매개체입니다. 많은 기능과 특징이 새로 쌓였지만, 여전히 핵심은 ‘연결’이란 가치에 있습니다. 그런데 소셜미디어가 생필품에 가까운 역할을 하게 된 지금 우리가 인터넷을 이용하는 패턴을 가만히 살펴보면, 소셜미디어는 점점 더 ‘연결’의 주요 매개체로 쓰이지 않고 있습니다.

크리슈난은 소셜미디어 플랫폼을 이용하고 관리 권한을 중앙에 넘기는 것이 소셜미디어와 이용자 사이의 암묵적인 합의라고 썼습니다. 이 합의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사실 이용자의 데이터입니다. 중앙에 넘긴 권한 가운데 이용자가 담벼락에 쓴 글이나 활동을 통해 유추하고 확정할 수 있는 이용자의 신원, 프로필 등 데이터는 소셜미디어 플랫폼의 가장 큰 수입원입니다. 우리는 지금껏 페이스북을 ‘무료로’ 이용했습니다. 페이스북, 인스타그램에 글 쓰고 사진 올릴 때 돈을 내야 하는 건 아니니까 무료처럼 보이지만, 실은 내 데이터를 중앙에서 모으고 확보해 맞춤형 광고를 비싸게 팔 수 있었기 때문에 엄밀히 말하면 소셜미디어 이용료는 단 한 순간도 공짜였던 적이 없습니다. (개인정보보호 규정을 꾸준히 강화해 온 유럽 규제 당국이 미국 소셜미디어 회사들과 끝없이 소송을 벌이는 이유도 여기 있습니다.)

지난 15년 동안 금융위기도 있었지만, 금리는 대체로 높지 않았습니다. 그러다 팬데믹을 겪으면서 저금리 시대가 끝났습니다. 금리가 높아지면, 안전자산에 대한 선호가 높아지고, 기업을 향한 투자는 줄어듭니다. 예전에는 소셜미디어 플랫폼이 어떻게든 일정 정도 이상의 이용자만 확보하면 ‘미래에 뭐라도 할 수 있으리’란 희망을 팔아 넉넉한 투자를 받을 수 있었습니다. 이제는 상황이 달라졌습니다. 당장 확보할 수 있는 수익을 찾지 못하면, 버티기 어려워졌습니다.

우리는 최근 그 과정에서 불거진 마찰을 직접 확인했습니다. 레딧은 이용자들이 쓴 글을 오픈AI 같은 인공지능 회사들이 무료로 긁어 가지 못하게 값을 책정하겠다고 발표했고, 무료 데이터를 이용해 각종 앱을 만들던 회사들에도 데이터 접근권을 빼앗아 갔습니다. 그러자 서브레딧 게시판들이 줄줄이 닫혔고, 레딧 이용자들은 거세게 항의하며 레딧을 한동안 보이콧하기도 했습니다. (스레즈의 때이른 출시로 이어졌지만) 트위터가 계정 인증에 돈을 받으려 하는 것도 마찬가지 이유입니다. 그런데 이용자 중에는 친구가 올린 트윗 리트윗하려고, 친구가 올린 사진에 좋아요 누르려 하는 것뿐인데, 거기에 돈을 내라고 하면 소셜미디어 안 하고 말겠다는 사람들이 상당히 많습니다. 광고까지는 어느 정도 참아주지만, 그 이상은 안 된다는 거죠. 그래도 소셜미디어 회사들은 어쩔 수 없이 선을 자꾸 넘으려 하고 있습니다.

지금의 문제는 머스크라는 소셜미디어를 경영하기엔 여러 자질이 부족한 괴짜가 트위터를 인수해 벌어진 사달 이상의 문제라는 겁니다. 머스크가 트위터에서 쫓겨나거나 손을 뗀다고 해결될 일이 아니라는 거죠. 실제로 스레즈는 머스크 없는 트위터로 자리매김하려고 서둘러 출시됐습니다. 그러나 머스크든 저커버그든 기존의 중앙화 문법을 따르는 소셜미디어 이상을 생각하지 않는다는 점에서는 같습니다.

피어스 기자는 결국, 사람들이 ‘연결’이란 가치를 꼭 소셜미디어를 통해서 구현해야 하는지 진지하게 묻고 있다고 진단했습니다. 우리가 알던 소셜미디어는 어쩌면 이제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질 수도 있다는 겁니다. 현재 소셜미디어의 부상, 성공은 ‘전 세계 모든 사람이 가능한 한 많이, 촘촘히 서로 연결되면 반드시 좋은 일이 일어날 것’이라는 가정 위에 서 있었습니다. 분명 그 가정이 현실로 나타나는 것 같던 시간도 있었지만, 최근 몇 년은 그 가정이 틀렸다는, 적어도 큰 결함이 있었다는 쓰라린 사실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던 시간이었죠.

소셜미디어의 미래가 어떻게 될지는 아무도 모르지만, 만약 사람들이 서비스를 통해 ‘연결’을 계속한다면, 그 서비스는 이용자의 신원과 데이터의 소재, 권한에 얽힌 복잡한 문제를 풀어낸 서비스가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