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페@스프] 어려운 문제, 어떻게 하면 쉽게 바꿔 풀 수 있을까
2023년 6월 15일  |  By:   |  SBS 프리미엄  |  No Comment

* 뉴스페퍼민트는 SBS의 콘텐츠 플랫폼 스브스프리미엄(스프)에 뉴욕타임스 칼럼을 한 편씩 선정해 번역하고, 그에 관한 해설을 쓰고 있습니다. 그 가운데 저희가 쓴 해설을 스프와 시차를 두고 소개합니다. 스브스프리미엄에서는 뉴스페퍼민트의 해설과 함께 칼럼 번역도 읽어보실 수 있습니다.

** 오늘 소개하는 글은 4월 12일 스프에 쓴 글입니다.


시작은 미국이 작년 8월 통과시킨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Inflation Reduction Act)입니다. 미국은 지금 인플레이션으로 고생하고 있습니다. 이 법안은 그 이름 그대로 인플레이션을 낮추기 위해 시중의 돈을 걷는 형태를 띠고 있습니다. 곧, 증세와 지원금을 모두 포함하며, 증세 규모가 지원금보다 더 크기 때문에 시중의 돈을 걷어 인플레이션을 줄이게 됩니다. 물론 어디서 세금을 더 걷고, 그 돈을 어디에 쓰느냐에 바이든 대통령의 공약과 민주당 행정부, 의회의 정책 목표, 가치관이 많이 반영됐죠.

중요한 것은 지원금을 어디에 쓰느냐입니다. 이 법안은 오늘날 인류가 직면한 중요한 문제 중 하나인 기후 위기의 해결에 지원금을 쓰려고 하며, 따라서 지원금은 기후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산업을 육성하는 데 주로 쓰입니다. 전기차를 살 때 최대 $7,500, 우리 돈으로 1천만 원에 가까운 지원금을 주며, 이는 전기차를 구입하는 소비자들의 이익이자 궁극적으로 전기차 생산 업체의 이익으로 돌아갑니다.

문제는 지원을 받기 위한 조건입니다. 미국은 이 부분에서 한 가지 커다란 제한을 둡니다. 바로, 지원금을 받기 위해서는 미국에서 조립된 전기차여야 하며, 그 전기차에 들어가는 배터리의 핵심 광물 중 상당 부분이 미국이나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한 국가의 것이어야 한다고 못을 박은 것입니다.

물론 이 조항은 표면적으로 현재 미국과 무역 분쟁 중인 중국을 겨냥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중국은 희토류 광물 자원 매장량이 세계에서 가장 많은 나라 중 하나이고, 세계 배터리 생산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중국에 전기차 산업을 통째로 빼앗기지 않기 위해 이런 조항이 필요하다는 데는 많은 이들이 동의합니다. 하지만 동시에, 이 법안은 미국의 전기차 생산 회사에 큰 혜택을 주며, 미국의 우방인 유럽과 일본, 한국의 전기차 제조사들은 타격을 피할 길이 없었습니다.

따라서 유럽이 미국의 이 법에 반발하는 것은 당연합니다. 그리고 최근 유럽 역시 유럽판 인플레이션 감축법을 내놓았습니다. 곧, 현재 90% 이상을 중국에 의존하고 있는 희토류, 마그네슘, 리튬 등에 대해 특정 제3국의 수입 비율을 65% 미만으로 제한하는 것입니다.

지난 7일 뉴욕타임스 오피니언 란에 실린, 기후변화 관련 소식을 다루는 히트맵 뉴스(Heatmap News)의 편집장 로빈슨 메이어가 쓴 칼럼은 바로 이런 상황을 어떻게 보아야 하는가입니다.

전문번역: 전기차를 둘러싼 미국-유럽 분쟁의 실체

 

어쩌면 인류 최후의 공유재: 기후

그는 먼저 우리 지구의 기후가 우리가 가진 가장 크고 중요한 공유재(public commons)라고 이야기합니다. 여기서 공유재란, ‘공유지의 비극’이라는 개념으로 잘 알려진 경제학 용어입니다. 곧, 주인이 없이 누구나 사용할 수 있는 자원은 가장 먼저 소모되고 황폐해진다는 의미죠. 실제로 기후는 모든 인류에게 중요하지만, 각국은 경제 발전을 위해 경쟁적으로 화석연료를 사용해 왔고, 그 결과 우리는 지금의 기후 위기를 맞이하게 됐습니다.

공유재 개념은 왜 기후변화 문제를 해결하기 어려운지도 말해줍니다. 어떤 나라가 화석 연료 사용을 줄인다면, 그로 인한 비용은 그 나라만 지불하지만 그 효과는 모든 나라가 공유하기 때문입니다. 즉, 모든 나라가 무임승차가 가능하며, 죄수의 딜레마에 의해 모든 나라는 계속해서 무임승차라는 달콤한 선택지를 고려하게 됩니다. 지금껏 우리는 국가 간의 약속, 조약을 통해 이를 해결하고자 했습니다.

 

기후변화 맞서는 과정에서 부상한 보호주의

여기에 또 다른 차원의 문제가 등장합니다. 바로, 무역에서의 보호주의라는 것입니다. 이는, 보호 무역이라고도 불리며, 자국의 산업을 성장시키기 위해 타국의 생산품에 관세를 매기거나 수입을 금지하는 것을 말합니다. 물론 우리는 원론적으로 리카도의 비교우위론 등을 통해 자유무역이 보호무역보다 더 우월한 전략이라는 점을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는 수많은 이상적인 가정이 있을 때나 가능한 말이며, 현실은 그렇게 돌아가지 않습니다.

메이어는 지금의 상황을 이렇게 설명합니다. 곧, 성장 중인 신산업에서 자국의 산업을 키우기 위해 보호무역을 택하는 것은 인류의 역사에서 늘 있었던 일이며, 이 자체를 탓하거나 금지하기는 어렵다는 것입니다. 단지, 이 보호무역 때문에 기후변화라는 인류 공동의 과제에 지장이 생겨서는 안 되며, 따라서 각국은 더 큰 목표를 고려하며 청정에너지 산업을 발전시켜야 한다는 것입니다.

 

어려운 문제를 쉬운 문제로 바꿔낼 수 있을까

세상의 수많은 문제를 거칠게 나누면, 쉬운 문제와 어려운 문제로 구분할 수 있습니다. 쉬운 문제란, 양측이 모두 이익을 볼 수 있는, 곧 윈윈(win-win)할 수 있는 해결책이 존재하는 문제입니다. 반대로 어려운 문제란 한쪽의 이익이 한쪽의 손해가 되는, 곧 제로섬(zero-sum)의 문제이며 이 경우 필연적으로 대립 관계가 형성되고 다툼이 일어납니다. 우리는 어려운 문제를 해결하고자 더 고차원적인 문명의 도구, 곧 상호 이해를 바탕으로 한 양보, 합의, 계약, 법 등을 동원해 왔습니다. 그러나 정말 어려운 문제는 어떤 수단의 도움을 받아도 쉽게 풀리지 않죠.

문제는 당장 눈앞의 케이크를 두고 싸우는 아이들에게서 보듯, 세상에 있는 문제 대부분이 어려운 문제에 속한다는 것입니다. 기후변화도 어려운 문제이며, 무역 분쟁도 마찬가지입니다. 인플레이션 감축법이 까다로운 것은 기후변화와 보호무역이 결합한 이중으로 어려운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이런 어려운 문제를 쉬운 문제로 바꾸는 것이 바로 전략가와 학자들이 하는 일입니다. 적어도 기후변화 문제에 대해서는 경제학자들이 인센티브 개념을 이용해 탄소배출권이라는 해결책을 만들었습니다. 지금 진행 중인 일에 대해서도 합리적인 해결책을 만들어내고 거기에 합의할 수 있을지 지켜봐야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