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페@스프] 유튜브 매트릭스에서 행복하게 살 수 있을까
2023년 5월 12일  |  By:   |  SBS 프리미엄  |  No Comment

* 지난해 11월부터 뉴스페퍼민트는 SBS의 콘텐츠 플랫폼 스브스프리미엄(스프)에 뉴욕타임스 칼럼을 한 편씩 선정해 번역하고, 그에 관한 해설을 쓰고 있습니다. 그 가운데 저희가 쓴 해설을 스프와 시차를 두고 소개합니다. 스브스프리미엄에서는 뉴스페퍼민트의 해설과 함께 칼럼 번역도 읽어보실 수 있습니다.

** 오늘 소개하는 글은 2월 13일 스프에 쓴 글입니다.


지난가을, 곧 부모가 될 친구 부부에게 태어날 아기 선물과 함께 축하 메시지를 써줄 카드를 사러 문구점에 들렀습니다. ‘그냥 예쁜 카드 하나 사서 줘야지.’ 하고 들어간 문구점에는 정말 재미있는 카드가 많았습니다. 그중에 가장 내용이 웃긴 카드를 골랐습니다. 부모가 아이에게 젖병을 물려 놓고는 컴퓨터로 열심히 정보를 찾고 있는 그림 아래 이런 문구가 쓰여 있습니다.

우리 완전히 잘못하고 있는 것 같은데?

아냐, 제발 구글에 아무거나 물어보지 말라니까.

아마도 첫 아이라서 모든 게 서툰 부모는 육아 팁이 간절할 겁니다. 그렇다고 아무 얘기나 막 믿어서는 안 되겠죠. 카드는 구글 검색 결과를 너무 믿지 말라는 메시지를 재미있게 전하고 있습니다.

저는 보통 정보를 접할 때 텍스트를 선호하는 편입니다. 지난번 칼럼을 쓴 에즈라 클라인 정도의 책벌레는 아니지만, 외신 큐레이션 매체인 뉴스페퍼민트를 운영하다 보니, 점점 더 글과 문자가 익숙합니다. 어떤 사안을 이해하거나 지식, 정보를 전달하는 데 글이 가진 대체하기 어려운 힘이 있다고 믿습니다. 그러나 반대로 사진이나 이미지, 영상이야말로 글로는 묘사하고 설명하기 어려운 핵심을 직관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장점을 갖춘 것도 사실입니다.

 

‘황금알을 낳는 거위’ 유튜브

구글은 2006년 10월에 유튜브를 인수했습니다. 인수 가격 16억 5천만 달러를 놓고, 당시에는 구글이 너무 비싼 값을 치렀다는 비판이 대부분이었습니다. 시장 전문가나 언론은 물론이고, 구글 주주들 가운데도 인수 결정에 반대하는 사람이 적지 않았습니다. 지금은 그런 사람 없을 겁니다. 유튜브는 구글의 모회사 알파벳에 약 3주마다 인수 가격인 16억 5천만 달러를 벌어다 줍니다. 이것도 몇 년 전 기사에서 읽은 수치니, 아마도 지금은 그 기간이 3주보다 더 짧아졌을 겁니다.

좀 식상한 비유지만, 구글이 인수한 수많은 서비스와 회사 가운데 유튜브는 단연 최고의 ‘황금알을 낳는 거위’입니다. 사용자가 직접 올리는 동영상 플랫폼 서비스 시장에서는 자연 독점이나 다름없는 시장 점유율을 20년 가까이 유지한 결과, 이제는 구글 검색보다 유튜브에서 직접 검색하는 게 나을 때도 있습니다. 특히 파라드 만주가 쓴 다른 칼럼에서 자기 경험을 토대로 설명하듯 도자기를 빚거나 빵 굽기, 골프 스윙 폼 교정처럼 직접 보면서 따라 할 때 효과가 큰 일이나 잘 정리된 강연, 발표, 해설을 찾을 때는 유튜브의 창고에서 꼭 맞는 동영상을 찾는 편이 구글 검색보다 더 미덥습니다.

챗GPT의 등장으로 구글이 위기에 직면했다는 분석이 있지만, 동시에 구글이 당장 꺼내 들 수 있는 최고의 반격 카드가 바로 유튜브라고 전문가들은 말합니다. 챗GPT에서 P는 “pretrained”, 즉 사전에 학습했다는 뜻의 약자입니다. 인공지능이 미리 학습한 데이터는 인터넷의 수많은 검색 결과로, 대부분 텍스트 데이터입니다. 물론 앞으로 진화를 거듭해 새로운 버전이 나오면 어렵잖게 동영상 데이터도 학습하겠지만, 동영상 플랫폼 시장을 장악하며 관련 데이터를 꾸준히 쌓아 온 유튜브는 구글의 핵심 사업인 검색과 광고에 있어서 중요한 보루 그 자체입니다.

 

관심 경제와 유튜브

유튜브 매트릭스를 움직이는 주요 작동 원리 중 하나는 바로 관심 경제(attention economy)입니다. 관심 경제는 쉽게 말해 관심이 곧 돈이 되는 생태계입니다. 좋아요와 구독을 갈망하는 소셜미디어가 대표적인데, 유튜브도 동영상 기반 소셜미디어로 자리를 잡으면서 사용자가 급격히 증가했다는 점에서 관심 경제의 대표적인 사례라 할 수 있습니다.

앞서 유튜브에는 정보나 지식을 얻기 좋은 동영상이 많다고 설명했지만, 사실 유튜브에서는 성격이 좀 다른 영상들도 많은 관심을 받습니다. 주로 좀 더 개인적인 것, 사소한 일상, 소소한 소재와 평범한 주제를 재미있게 구성한 영상들이죠. 텍스트 기반 검색 결과는 사실과 거짓, 유용한 정보와 쓸데없는 정보를 비교적 쉽게 구분할 수 있지만, 동영상은 얼핏 보면 소위 ‘남는 것 없는’ 뜻밖의 콘텐츠가 인기를 끄는 일도 많습니다. 어쩌면 그래서 챗GPT가 관심 경제의 특징을 잘 포착하지 못했는지도 모릅니다.

영화 타짜에서 김혜수 씨가 연기한 정마담은 도박 현장을 급습한 경찰이 자신을 연행하려 하자 “나 이대 나온 여자야!”라는 명대사를 남겼습니다. 아마 지금 타짜를 제작한다면, 정마담을 타짜의 일상을 소개하는 인기 유튜버로 설정해도 이상하지 않을 겁니다. 물론 도박은 범죄이므로 타짜가 유튜브 채널을 개설하지 못할 가능성이 커 보이지만, 아무튼 도박과 사기보다 유튜브로 올리는 수익이 더 큰 2023년의 정마담은 자기를 보호해줄 방패막이로 학벌 대신 다른 카드를 꺼내 들 겁니다.

“나 실버 버튼 있어! 유튜브 구독자 10만이라고!”

 

전문 번역: 한 유명 유튜버의 고백… 꿈을 이룬 후 찾아온 ‘현타’

 

인기 있는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는 인플루언서 가운데 관심 경제의 특징을 잘 이용하는 이들은 곧 관심 경제의 문제에 노출된 이들이기도 합니다. 오늘 번역한 엘 밀스의 칼럼이 정확히 그 문제를 지적하고 있습니다.

칼럼의 원래 제목을 직역하면, “유튜브는 내가 원하는 모든 것을 줬다. 그리고 나는 성인이 되었다.(YouTube Gave Me Everything. Then I Grew Up.)” 쯤이 됩니다. 밀스는 관심 경제의 특징을 십분 이용해 유명 유튜버가 됐고, 아마 또래 친구들은 꿈도 못 꿀 만큼 돈도 많이 벌었을 겁니다. 그러나 동시에 밀스는 인플루언서로서의 정체성과 실제 자기 모습 사이의 괴리에 괴로워하며, 아주 불행한 시간을 보내기도 했습니다. 관심 경제는 심지어 그 불행한 모습조차 잘 포장해 영상으로 올렸더니, 적잖은 보상을 주며 밀스를 더 옭아맸죠. 갈수록 더 많은 약점을 드러내야 하고, 그 결과 점점 더 불안해지는 개인의 처지에서 이는 매우 잔혹한 덫입니다. 억지로 웃자란 가상의 나에 맞추느라 진짜 나는 자라지 못하고 계속 제자리걸음이니까요.

 

유튜브 매트릭스에서 행복한 유튜버로 살기

밀스는 물론 구독자 한 명 한 명이 소중하지만, 그 누구도 나의 약점을 함부로 들여다볼 권리는 없다고 선을 긋습니다. 결국, 밀스가 유튜버를 그만둔 이유도 접점을 찾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관심 경제의 작동 원리를 따르면 소중한 나 자신을 계속해서 갉아먹고 내가 불행해지는 수밖에 없다는 딜레마와 씨름한 끝에 은퇴를 결정했을 겁니다.

관심 경제가 유튜브 매트릭스의 모든 것은 아닙니다. 관심은 조금 덜 받을지 몰라도 내 모든 걸 너무 많이 드러내지 않으면서도 얼마든지 세상에 유용한 이야기를 할 수 있지 않을까요? 그럴 수만 있다면 그게 유튜브 플랫폼에도 더 바람직한, 지속가능한 생태계일지 모릅니다. 행복한 유튜버가 좌절하거나 낙담하지 않고, 더 오랫동안 유튜브를 지킬 테니 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