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진 칼럼] 바닷속을 떠다니는 미세플라스틱
2022년 7월 5일  |  By:   |  네이버 프리미엄 콘텐츠  |  No Comment

지난 몇 년 사이 기후변화만큼이나 사람들의 관심을 끈 것은 미세먼지입니다. 최근 그 관심은 미세플라스틱으로 옮겨지고 있습니다. 물론 사람들의 관심과 연구비는 한정돼 있고, 따라서 새로운 사실을 발견하고 이를 알리는 것은 오히려 권장해야 할 일입니다.

미세플라스틱은 미세먼지에 속하기는 하지만, 그 절대적 양은 (미세먼지의) 수천분의 일도 되지 않습니다. 미세먼지는 대체로 여러 이온과 같은 화학물질과 탄소 화합물, 중금속 등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반면 미세플라스틱은 5mm 이하의 플라스틱 조각을 말하며, 우리가 흔히 쓰는 플라스틱 용기의 조각 들입니다.

2019년 스톡홀름 포토그라피스카에서 본 “해양 생태계 특별전 – 미세플라스틱”

미세플라스틱이 문제가 되는 것은 이들이 분해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금과 은이 변하지 않기 때문에 가치가 있는 것처럼, 일반적으로 변하지 않는다는 것은 유용한 특성입니다. 변하지 않는다는 것은 다른 물질과 반응하지 않는다는 뜻이며, 마치 고급 음식에 뿌린 금가루가 대부분 그대로 배출되는 것처럼 플라스틱도 그럴 것으로 생각됩니다.

하지만 풍화로 점점 더 작게 부서진 미세플라스틱이 인체와 생태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아직 알 수 없는 상황입니다. 단지 인류의 플라스틱 사용량은 꾸준히 증가하고 있고, 이대로라면 지구와 인간에 모두 해로울 수 있다는 데는 다들 동의하고 있습니다.

지난 4월 3일, 뉴욕타임스에는 바닷속 미세플라스틱이 심해 생태계에 영향을 미칠지 모른다는 내용의 기사가 실렸습니다. 매년 수천만톤의 플라스틱이 바다로 유입되는데, 초기 과학자들은 이 플라스틱이 바다 위 쓰레기 지대에 있을 것으로 예측했지만, 실제로 발견된 것은 1%에 불과했습니다. 나머지 플라스틱99% 이상이 바닷속에 가라앉았거나 가라앉고 있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바닷속 생태계와 지상의 생태계에는 차이가 있습니다. 생태계는 곧 먹이사슬입니다. 한 생명체가 가진 에너지는 다른 생명체의 에너지가 됩니다. 먹이사슬의 정점에 있는 포식자도 결국은 가장 아래 단계의 생명체인 미생물에 의해 자연으로 돌아갑니다. 지상의 생태계에서는 토양을 통해 식물이 되어 다시 동물에게 섭취됩니다.

바닷속 생태계에서는 이 역할을 물이 대신합니다. 곧 죽은 해양 생물들은 바닷속으로 가라앉는 동안 점점 더 잘게 부서지며, 마치 하늘에서 내리는 눈처럼 깊은 바닷속으로 천천히 가라앉습니다. 이 눈은 다른 많은 해양 생물의 먹이가 되며, 따라서 눈의 하강 속도는 매우 중요합니다.

문제는 미세플라스틱이 원래 바닷속 생태계에 존재하던 ‘눈’과 결합해 이들의 하강 속도에 영향을 미친다는 점입니다. 만약 눈의 속도가 더 빨라진다면, 표층의 해양 생물이 섭취할 양은 줄어들 것입니다. 반대로 플라스틱이 가진 부력 때문에 눈의 속도가 더 느려진다면, 심해의 생물이 섭취할 먹이의 양이 줄어듭니다.

과학자들은 미세플라스틱이 하강 속도에 미치는 영향을 찾기 위해 심해의 해수를 채취하기도 하고, 실험실에 인공 바다 환경을 만들어 미세플라스틱을 관찰하기도 했으며, 실제 심해 해양 생물을 잡아 체내에 쌓인 미세플라스틱의 양을 측정하기도 했습니다. 이를 통해 과학자들은 심해의 해양 생물 내에도 상당한 양의 미세플라스틱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확인했습니다.

물론 이것만으로 미세플라스틱이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이나 인체에 미치는 영향을 규명했다고 할 수는 없습니다. 사실 미세플라스틱이 인체에 해롭다는 증거는 아직 발견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인간의 진화 과정에 존재하지 않았던 새로운 것이 우리의 환경에 급격하게 늘어나는 것은 좋은 소식은 아닙니다.

45억년 전 지구가 만들어지고 단 몇 억 년 후 탄생한 생명체는 이후 환경과 유기적으로 상호작용하며 생명 활동을 이어왔습니다. 번식 과정의 우연성과 진화의 힘은 먹이사슬 내의 작은 틈들을 메우는 다양한 생명체를 만들어냈습니다. 때로 서서히 진행되는 환경의 변화는 다양성에 기여하기도 했지만, 급격한 환경의 변화는 생태계를 크게 뒤흔들며 수많은 생명체의 멸종을 가져오기도 했습니다. 기후변화가 그 예일 것입니다. 이제 인류는 기후변화를 발견한 것처럼 미세플라스틱의 영향에 관해서도 알아낼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