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을 즐기기 전에 꼭 새겨두어야 할 축구계의 암덩어리, 승부조작
2014년 6월 3일  |  By:   |  Economy / Business, 스포츠  |  No Comment

옮긴이: 월드컵이 열흘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지구촌에서 가장 인기가 많은 스포츠의 명실상부한 최대 이벤트 월드컵을 앞두고 뉴욕타임즈가 전 세계 축구계를 뒤흔들었던 승부조작 스캔들을 정리하는 기사를 실었습니다. 우리나라도 K리그와 아마추어 경기에서 승부조작 사례가 적발돼 홍역을 치른 적이 있죠. 승부조작을 ‘일부 범죄조직의 소행’ 정도로 치부하고 그대로 두었다가는 축구라는 스포츠의 정당성 자체가 흔들릴 수 있는 사안이라는 점을 FIFA가 단단히 인식하지 않는다면, 2022년 월드컵 개최지 선정 과정에서의 뇌물 스캔들보다 훨씬 더 큰 타격을 받을 수 있습니다.

지난 2011년 핀란드에서 경찰에 체포된 페루말(Wilson Raj Perumal)의 자백으로 거대한 승부조작 세계의 면면이 드러났습니다. 특히 단탄(Dan Tan)이라고 알려진 인물이 이끄는 싱가포르의 범죄조직이 전 세계에서 일어나는 수많은 승부조작에 연루돼 있습니다. 지난해 2월 유럽연합 경찰 유로폴이 2008년부터 2011년까지 일어난 축구경기 가운데 680 경기 결과가 범죄세력에 의해 조작됐을 가능성이 있다는 조사 내용을 발표했는데, 이 경기들 대부분이 단탄이 이끄는 조직의 소행이라고 유로폴은 파악하고 있습니다.

승부조작은 도박사나 선수 한두 명이 서로 공모해 벌이는 수준이 아닙니다. 거대한 자금을 가진 범죄조직이 아예 한 팀이나 심판들, 고위 관계자들을 통째로 매수해 결과를 마음대로 조작하며 내깃돈을 긁어모아가고 있습니다. 범죄조직은 심판 한 명 정도 매수한 경기부터 양팀과 심판 등을 모조리 매수해 결과를 확실히 장담할 수 있는 경기까지 세세히 등급을 매겨 판돈을 조절하며 돈을 불리고 있습니다. 세간의 주목을 많이 받는 경기는 조작이 어렵지만, 전 세계 곳곳에서 지금 이 순간에도 수많은 경기가 열립니다. 벌이가 시원찮은 선수나 심판들을 향해 검은 유혹의 손길을 뻗칠 수 있는 곳은 너무나 많죠.

단탄의 범죄조직은 유럽 축구계에 넓은 인맥을 자랑하는 크로아티아계 사피나 형제(Ante and Milan Sapina)와 손을 잡고 본격적으로 유럽의 각급 리그에도 승부조작을 자행합니다. 이들은 아예 친선대회를 하나 개최해 승부조작을 일삼기도 합니다. 지난 2011년 2월 터키 안탈리아에서 열린 에스토니아, 불가리아, 라트비아, 볼리비아의 4개국 친선경기 대회는 TV 중계나 입장권 판매를 위한 홍보 하나 없이 조용히 치러졌습니다. 그런데도 주로 아시아에 있는 도박 사이트들에는 처음부터 끝까지 조작된 경기였던 이 대회 경기마다 수십억 원의 판돈이 몰렸습니다. 모두 7골이 터졌는데, 전부 다 페널티킥으로 얻은 득점이었습니다. 관중도 없는 경기장에서 심판이 처음부터 결과를 정해놓고 경기를 치른 셈이죠. 불법 도박의 온상인 아시아 도박시장에서 축구 경기와 관련돼 이런 식으로 오가는 판돈이 총 1천조 원으로 추정됩니다. FIFA가 4년에 한 번씩 치르는 월드컵을 통해 올리는 수익 4조 원은 비교도 안 되는 액수입니다.

단탄과 사피나 형제는 체포돼 실형을 선고 받고 형을 살고 있지만, 이들을 잡아들인다고 승부조작이 사라지는 건 결코 아닙니다. 축구라는 스포츠의 근간을 흔들 수 있는 승부조작은 범죄조직이 심어놓은 수많은 브로커와 선수들, 심판들과 접촉하는 행동대원들, 그리고 이들을 조종하는 조직이 존재하는 한 쉽사리 사라지지 않을 겁니다. (NY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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