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브라질에서는 무슨 일이, 왜 일어나고 있나?
브라질에서 일어나고 있는 대규모 시위 소식이 시시각각 뉴스를 장식하고 있습니다. 다양한 분석기사들 가운데, 브라질에서 일어난 소요의 근본적인 원인을 짧고 간결하게 정리한 유튜브 동영상 클립 하나를 소개합니다. 카를라 다우덴이라는 사진작가는 지금 브라질에 필요한 건 수십, 수백억 원 짜리 경기장이 아니라 교육과 의료 등 공공서비스, 그리고 일자리와 먹을거리라고 잘라 말합니다. 유튜브에 올라온 설명을 보면 이 영상은 대규모 시위가 일어나기 전에 제작되었다고 합니다. 무자비한 토건족과 개발의 논리, 그리고 자본과 권력에 과잉 충성한 경찰 때문에 용산참사라는 비극을 겪었던 우리 사회가 삼수 끝에 유치에 성공한 평창올림픽을 치르는 데도 귀담아들을 만한 이야기라고 생각합니다.
유튜브 영상 보기 – “난 월드컵에 가지 않을 거예요.”
누군가를 만났을 때 제가 브라질 사람이라고 하면 “나 월드컵 보러 갈 건데!” 혹은 “월드컵 개최해서 부럽다, 나도 가고 싶어”라고 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좋다, 좋다 하지만 그 비용은 어마어마합니다. 300억 달러(34조 원). 지난 세 차례 월드컵을 치르는 데 든 비용을 다 합친 것보다 많아요. 이 정도 돈이 문맹률이 10%가 넘는, 먹을 거리가 부족해 끼니를 제대로 못 먹는 빈곤층이 1,300만 명인 나라에서 경기장을 짓는 데 쏟아부어도 과연 괜찮은 돈인가요? 열악한 의료 서비스 탓에 얼마나 많은 사람이 제대로 치료를 못 받고 죽어가는지 아세요? (환자들은 많은데 치료할 약도, 기구도 없어 분노하는 의사의 절규가 이어집니다) 어떤 정치인들은 월드컵, 올림픽을 브라질을 한 단계 더 성장시키는 발판이 될 거라고 말하죠. 어처구니 없는 소리예요. 어마어마한 세금으로 짓는 경기장에서 치른 월드컵 통해서 나오는 수입의 대부분은 FIFA가 가져가요. 대회기간 동안 거둬들일 관광 수입은요? 그 관광지를 가꾸고 운영해 온, 이미 돈이 많은 사람들 몫이죠. 대다수 서민들에게는 아무 것도 남는 게 없어요.
한 가지 더. 요즘 브라질의 빈민가인 파벨라에는 중무장한 경찰들이 치안을 확보한답시고 대대적인 작전을 펼치고 있죠. (관련 뉴스페퍼민트 기사) 마약과 이를 거래하는 범죄조직원들을 소탕한다는 작전인데, 이런 강경진압 일변도로 정말 갱들을 근절할 수 있을까요? 브라질 사람들은 이를 두고 “먼지를 카펫 아래로 쑤셔넣는다(putting the dirt under the rug)”라고 해요. 언발에 오줌누기나 다름 없죠. 월드컵과 올림픽 관련 시설을 짓기 위해 강제로 땅을 수용한다는 정부의 일방적인 통보에 원래 살고 있던 사람들은 집을 잃고 거리로 내몰렸습니다. 원주민 인디오들도 마찬가지 신세가 됐죠. 이게 정말 민주주의 맞습니까?
월드컵, 올림픽은 지구촌의 축제입니다. 저도 알아요. 단순한 스포츠 이벤트가 아니라 훨씬 큰 의미가 있죠. 하지만 브라질에는, 적어도 현재의 브라질에는 경기장보다 당장 필요한 것이 훨씬 많습니다. 한 번 지어놓은 경기장이 대회를 치르고 나면 세금 먹는 애물단지가 되는 경우가 허다하다는 사실을 고려하면 더더욱 그래요. 지금 브라질에 필요한 건 교육과 의료 서비스의 확충, 그리고 가난한 이들이 간절히 원하는 먹을거리입니다. 나랏돈은 우선순위를 똑바로 정해놓고 써야 하는 겁니다.
그리고 지우마 호세프 브라질 대통령이 브라질 월드컵 개최가 확정된 뒤 한 연설이 2분 가량 이어집니다. 연설 내용은 한없이 밝은 미래의 청사진을 이야기하지만, 해당 영상 속 브라질의 현실은 정반대입니다. 충분히 논란의 여지가 있는 문제입니다. 여러분들의 생각은 어떠신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