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분류의 글
  • 2018년 11월 12일. 잘못된 비유는 위험합니다

    브렉시트와 관련해 “케이크를 갖고 먹는다(to have your cake and eat it)”는 표현이 종종 등장하지만, 생각해보면 조금 이상합니다. 케이크를 갖고 나서 먹는 것은 원래 행위의 자연스러운 순서이기 때문에 역설이 아니죠. 원래 표현인 “케이크를 먹고 또 갖기도 한다(eat your cake and have it too)”는 표현에는 조금 더 포스가 있습니다. 브렉시트에 대한 비유 가운데 약간은 농담이 섞인 말이었죠. 조금 더 설득력을 지닌 비유들도 있습니다. 동시에 위험한 비유죠. “딜(deal, 거래)” 관련 비유를 살펴봅시다. 보통 더 보기

  • 2018년 11월 5일. [칼럼] 할로윈 의상과 문화적 전유 논쟁

    올해도 어김없이 할로윈이 돌아왔습니다. 할로윈을 챙기지 않겠다는 사람들, 또 자녀를 할로윈으로부터 보호하겠다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하지만 할로윈에 대한 비난과 분노를 일으키는 주범은 무시무시한 장식이나 공포스런 의상이 아니라, 바로 “문화적 전유(cultural appropriation)”입니다. 대학 당국은 학생들에게 인디언 추장이나 멕시코 악당으로 분장하지 말 것을 권고하고 있으며, 부모들은 자녀들에게 블랙 팬서나 모아나 의상을 입혔다가 문화적 전유나 인종주의 혐의를 받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습니다. “문화적 전유”는 이제 대학 캠퍼스에서 흔히 접할 수 있는 단어가 되었고, 해를 거듭하며 더 보기

  • 2018년 10월 1일. 익명의 글, 필자를 밝혀낼 수 있는 방법은?

    세상 모든 작가에게는 남용하는 단어가 한 두 개쯤 있을 겁니다. 본 칼럼이 남발하는 형용사로는 “매혹적인(fascinating)”을 꼽을 수 있죠. 2004년에 출판된 케이트 폭스의 인류학 대중서 “영어 바라보기(Watching the English)”에는 총 500페이지 속에 “liminal(한계의, 문턱의)”이라는 단어가 24번 등장합니다. 저자가 펍처럼 일터와 집 사이의 공간을 설명하기 위해 사용하는 형용사죠. “liminal” 이 같은 해 영어로 출판된 책에 등장하는 단어 중 단 0.00009%를 차지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케이트 폭스는 평균보다 약 180배 이 단어를 쓴 셈입니다. 더 보기

  • 2018년 8월 17일. 인터넷이 우리의 주의를 산만하게 하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책 리뷰 – “햇빛을 가리지 말고 비켜달라(Stand Out of Our Light)” 이 글은 제임스 윌리엄스(James Williams)의 저서 “햇빛을 가리지 말고 비켜달라(Stand Out of Our Light)”에 대한 리뷰입니다. 아직 이 책이 한국어로 소개되지 않은 것 같습니다만 이 리뷰에서 간략하게 소개해 주는 내용만으로도 나날이 발전하는 여러 가지 기술이 우리에게 미칠 수 있는 부정적인 영향에 대해 고민해 보게 합니다. (책 제목은 저자의 의도를 최대한 반영해서 번역하려고 노력했습니다. 추후 책이 출판되면 출판된 책의 제목에 더 보기

  • 2018년 7월 27일. 어린이에 대한 성적 대상화, 더 큰 그림을 봐야 합니다

    일본에서 어린 여자아이들을 성적 대상화하는 불편한 장면을 피해가기란 어려운 일입니다. 로리타 컴플렉스의 줄임말인 “로리콘”이 사회 구석구석에 만연하죠. 서브컬쳐 테마로 유명한 아키하바라의 섹스숍에서는 다양한 가슴 발달 단계의 실물 사이즈 소녀 인형을 공공연하게 구입할 수 있습니다. 커다란 가슴을 자랑하는 애니메이션 캐릭터들이 포스터를 장식하고, 어린아이, 또는 어린아이처럼 꾸민 성인 여성의 비키니 화보가 잡지에 실립니다. 로리콘은 일본 특유의 현상이지만 어린아이를 성적 대상화하는 현상과 그러한 현상이 아이들에게미치는 영향은 전세계적으로 위험 수위를 향해 달리고 있습니다. 어린이 성적 대상화는 크게 두 가지 더 보기

  • 2018년 7월 16일. [칼럼] 프랑스 축구대표팀의 영광, 신세대에는 무슨 의미일까?

    본 칼럼은 러시아 월드컵 결승전이 치러지기 전에 쓰였습니다. 저는 이번 월드컵 경기를 파리 14지구의 변두리의 술집과 카페에서 시청했습니다. 일부는 젠트리피케이션이 이루어졌지만, 여전히 이민자 인구가 많은 곳이고, 마약, 갱단, 경찰과의 충돌과 같은 사회 계층 아래쪽의 특징이 종종 드러나는 지역이죠. 지금까지는 분위기가 나쁘지 않았습니다. 프랑스 대표팀의 승전보가 전해질 때마다 거리는 차 위로 올라가 걸어 다니는 청년들과 울려 퍼지는 경적 소리, 맥주 세례로 가득 찼습니다. 4강전에서 벨기에를 꺾고 결승에 진출하자, 축구팬들은 약속이라도 한 더 보기

  • 2018년 6월 18일. 10대 때 듣던 음악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이유는?

    20대를 보내면서 저는 흥미로운 현상을 경험했습니다. 내가 10대 때 좋아했던 음악들이 점점 더 소중해지고,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새로운 노래들은 무의미한 소음처럼 느껴지기 시작한 것입니다. 객관적으로는 말이 안 된다는 것을 저도 잘 알고 있습니다. 루다크리스의“Rollout”이 케이티 페리의“Roar”보다 예술적으로 우월한 노래라는 주장이 말이 안 되는 것을 잘 알아도, 제 귀에는 전자가 훨씬 아름답게 들리니까요. 2013년의 히트곡 열 곡을 연달아 들으면 머리가 아픈데, 2003년의 히트곡 열 곡을 들으면 기분이 좋아집니다. 어른이 되어서 들은 그 더 보기

  • 2018년 6월 16일. 가면 증후군: 나는 ‘가면을 쓴 사기꾼’입니다

    지난 5월, 저는 로스앤젤레스에서 열린 미디어 이벤트에 참석했습니다. 완벽하게 갖춰 입은 저널리스트들로 가득한 회의장에 들어서며 보풀이 생긴 카디건 끝자락을 꼭 쥐고 곱슬곱슬한 앞머리를 차분하게 가다듬었어요. 웨이터가 슬라이스 된 오이와 프로슈토가 담긴 접시를 건네며 “크루디테(신선한 채소) 드시겠어요?”라고 물었을 때, 한입에 세 조각을 밀어 넣고 싶은 충동을 간신히 이기고 미소와 함께 “괜찮아요.”라고 대답했죠. 저는 한 가지 목표에 집중해야만 했거든요. 바로 ‘프로들 사이에 숨어든 ‘사기꾼’인 티 내지 않기.’ 가면 증후군(Imposter Syndrome)에 대해 인터뷰를 더 보기

  • 2018년 6월 13일. 앤서니 보데인을 기리며

    NPR의 연예, 대중문화 블로그 Monkey See에 글을 쓰는 린다 홈즈가 앤서니 보데인의 사망 소식이 알려진 뒤 쓴 글입니다. Enthusiast. 앤서니 보데인은 트위터 프로필의 자기 소개란에 딱 저 한 마디를 적어놓았습니다. (열정으로 가득한 사람, 매사에 열정적인 사람 정도로 번역할 수 있는 저 말만큼 보데인을 잘 묘사할 수 있는 말도 없는 것 같습니다.) 셰프이자 음식 평론가, CNN의 대표 프로그램 가운데 하나인 <미지의 세계(Parts Unknown)>의 진행자이자, 요리 경연 프로그램 <톱 셰프(Top Chef)>의 심사위원이자 늘 더 보기

  • 2018년 6월 11일. [칼럼] 미인대회, 수영복 심사 폐지로 달라질 수 있을까?

    1921년 미스아메리카대회는 여성에게 수영복을 입혀 무대에 세운다는, 당시로서는 금기였던 이벤트로 세상에 선을 보였습니다. 실제로 지난 한 세기 동안 수영복 입은 여성의 모습이 자연스러워진 배경에는 미인대회가 있었습니다. 그리고 지난주, 미스아메리카 주최측은 수영복 심사와 이브닝드레스 심사를 없앨 것이라는 계획을 밝혔습니다. 여성에 대한 성적 대상화를 국민 스포츠로 만들었던 미인대회, 과연 달라질 수 있을까요? 불행하게도 결론은 “그렇지 않다” 입니다. 미인대회는 여성만이 지나치게 외모로 평가 받는 우리 문화의 젠더 권력 관계를 강화시켜온 장본인입니다. 미인대회가 에세이 더 보기

  • 2018년 6월 8일. 나 자신에게 못되게 굴지 마세요

    “내게 가장 혹독한 비평가는 바로 나 자신”이라는 말을 들어본 적 있나요? 누구나 한 번쯤은 들어봤을 상투적인 표현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의미 없이 자기 위안으로 삼고 말 글귀도 아닙니다. 진화심리학자들의 연구에 따르면 인간은 본능적으로 부정적인 경험을 실제보다 더 과장하여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데, 이를 ‘부정 편향(negativity bias)’이라고 부릅니다. 다시 말해 인간은 자신의 성공보다 실패, 실수, 결함 등 부정적인 대상에 훨씬 더 많은 관심을 쏟도록 진화했다는 것이죠. 위스콘신-매디슨 대학의 심리학 및 정신의학과 교수이자 같은 더 보기

  • 2018년 5월 25일. 브룩스 브라더스의 과거와 미래(2/2)

    온라인 판매와 공항 면세점에의 진출 브룩스 브라더스 또한 다른 브랜드들과 비슷한 상황이다. 인터넷을 통한 매출이 상당히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으며 또한 가장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사람들이 인터넷을 통해 쇼핑을 시작하자 브룩스 브라더스는 제품에 대한 더 상세한 정보를 올리기 시작했으며, 스튜디오에서 모델이 입은 모습이 아니라 일상에서 보일 법한 모습의 사진을 올리고 있고, 이러한 변화가 매출 증가에 일조했다고 대변인은 말한다. 델 베키오는 27개의 공항 면세점이 90년대 브룩스 브라더스를 떠났던 비즈니스맨들을 다시 불러들이고 더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