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종주의" 주제의 글
  • 2019년 3월 4일. 인종차별을 인종차별이라 부르지 못하는 미국 언론

    1964년, “뉴요커”는 애리조나 주 상원의원인 배리 골드워터의 대선 캠프에 리처드 로비어 기자를 파견했습니다. 당시 골드워터 후보 캠페인의 골자는 주정부에 대한 연방정부의 개입이 과도하다는 것이었죠. 하지만 일부 지지자들은 후보가 대놓고 말하지 못하던 “진짜” 메시지를 세상에 알리는 데 주저하지 않았습니다. 골드워터가 말하는 “지역의 일”, “주정부의 일”이란 연방정부가 시행 중인 시민권 강화 조치에 맞서 백인 우월주의적 현상태를 유지하는 것이라는 사실을요. 당시 로비어 기자가 썼던 글들을 읽어보면, 그는 남부 백인 지지자들 사이의 이러한 정서를 더 보기

  • 2018년 12월 10일. “백인의 눈물(white tears)”을 조롱하면 안 되나요?

    인종 문제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닙니다. 상대방의 기분을 상하게 하거나 오해를 낳는 일이 종종 발생하죠. 또 이야기를 하면서 우리가 사용하는 단어나 표현이 논의를 진전시키기도 하지만 고착 상태를 유발하기도 합니다. 그런 단어의 예로 “하얀 눈물(white tears)”을 꼽을 수 있죠. “하얀 눈물”은 자신의 백인 특권이 위협받는다고 느끼면 화를 내는 백인들을 놀릴 때 쓰는 표현입니다. 자신이 인종 문제를 논하면 곧 인종차별주의자로 낙인찍힌다고 생각하는 백인들, 버락 오바마의 대통령 당선이 미국의 종말을 뜻한다고 더 보기

  • 2018년 9월 3일. “백인 쓰레기”라는 표현, 무엇이 문제일까

    “백인 쓰레기(white trash)”라는 말은 여전히 써도 되는 말로 여겨집니다. 점잖은 자리에서나, 케이블 TV 방송, 잡지 기사 제목에서도 무리 없이 쓰이고 있죠. “뉴 리퍼블릭”지가 트럼프 대통령이 “백인 쓰레기 아이콘”인가에 대한 기사를 싣기도 했으니까요. 어떤 이유에서든 다른 인종주의적 멸칭에 비해 덜 공격적인 것으로 인식된다는 말입니다. 사실 “백인 쓰레기”는 모욕계의 스위스 아미 나이프 같은 존재입니다. 한 마디로 다양한 집단, 그러니까 백인과 비백인, 가난한 사람과, 가난한 사람“처럼” 행동하는 사람, 시골에 사는 사람과 종교인, 대학 더 보기

  • 2018년 4월 30일. 홀푸즈 입점 레스토랑 “옐로우 피버” 인종주의 논란

    2013년, 새로 오픈할 아시안 레스토랑의 이름을 고민하던 셰프 켈리 킴 씨와 남편 마이클은 대나무나 드래곤, 연꽃처럼 진부한 단어를 피하고 싶었습니다. 그러다가 문득 떠오른 이름이 바로 “옐로우 피버(Yellow Fever)”였습니다. “옐로우 피버”는 지난 수요일, 캘리포니아 주 롱비치의 홀푸즈 365 매장 내에 세 번째 체인점을 열었습니다. 그리고 뒤늦게 이 레스토랑의 이름을 둘러싼 논란에 불이 붙었죠. 이 이름이 인종주의적 뉘앙스를 담고 있다는 게 비판의 핵심입니다. “옐로우 피버”는 주로 아프리카 지역에서 매년 수 천 명의 더 보기

  • 2018년 2월 19일. [칼럼]”인도인 치고는 잘생겼다”는 말의 의미

    외모 칭찬을 싫어하는 이는 없다지만, 그래도 시간과 장소가 있는 법입니다. 오밤중에 모르는 이와 대화를 나누다가 느닷없이 외모 칭찬을 듣는다면, 그것도 불법 택시를 타고 가던 중이라면 그다지 달갑지 않은 일입니다. 작년에 베이징의 택시 기사에게서 뜬금없이 “잘생기셨네요.”라는 말을 들었을 때 저는 “감사합니다.”라고 짧게 대답한 후 화제를 돌렸죠. 당시에는 문화적인 차이라고 생각하고 넘겼지만, 바로 다음 주 홍콩에서 런던으로 가는 비행기 안에서 같은 일을 겪고 나서는 생각이 복잡해졌습니다. 제 옆자리 승객은 아이슬란드로 여행을 간다는 더 보기

  • 2018년 1월 22일. [칼럼] 인종주의의 핵심은 부정입니다

    현실이 너무 끔찍할 때 우리는 현실을 부정합니다. 보기가 고통스럽고, 받아들이기가 괴롭기 때문이죠.  정신 건강 전문가들에 따르면 부정은 가장 흔한 방어기제입니다. 우리는 현실 부정을 통해 자신의 우월감을 유지하기도 하고 사회의 인종차별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도 합니다. 부정은 미국이 세계 각 지의 “똥구덩이 국가”들로부터 우월감을 유지하기 위한 수단이기도 합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이 그런 표현을 쓴 적이 없다고 밝혔지만요. 트럼프 대통령의 리버럴한 정적들의 마인드도 크게 다를바가 없을 겁니다. “개발도상국”과 같은 단어로 돌려서 표현하기는 하겠지만 말이죠. 더 보기

  • 2017년 12월 18일. [칼럼] 흑인 여성들이 “미투 운동”에 참여하기 어려운 이유

    노스햄프턴 커뮤니티 칼리지에서 형법을 가르치는 강사이자, 작가, 사회 운동가인 Shanita Hubbard가 뉴욕타임스에 기고한 칼럼입니다. 어느 동네에나 그런 길모퉁이가 하나쯤은 있습니다. 어린 여자아이들에게 권력과 인종주의와 성차별이 무엇인지를 알려주는 그런 장소 말이죠. 제가 어린 시절을 보낸 동네에도 그런 곳이 있었습니다. 길 한구석에 둘러서서 음악을 크게 틀어놓고 누가 최고의 래퍼인지에 대한 논쟁을 벌이던 동네 사내들은 어린 여자아이가 지나가는 순간 갑자기 포식자로 돌변합니다. 등하굣길에 그런 모퉁이를 피할 수 없었던 저 같은 아이들은 그곳에서 몸을 더 보기

  • 2017년 10월 30일. 차별이 건강에 미치는 영향

    우리는 대부분 차별이 소수자들의 삶에 나쁜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막연하게나마 알고 있습니다. 차별받는 이의 삶 속에서는 자격을 갖추고도 일자리를 얻지 못하거나, 월세를 감당할 수 있는데도 집을 구할 수 없는 상황이 종종 발생하니까요. 미국 사회의 뿌리 깊은 흑인-경찰 간갈등 관계도 흑인들의 삶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었죠. 최근 NPR과 로버트 우드 존슨 재단, 하버드대 연구진이 실시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차별은 건강에도 실질적이고 측정 가능한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고 합니다. 이번 조사에서 아프리카계 미국인 응답자의 더 보기

  • 2017년 8월 14일. 트럼프 대통령, 또 한 번의 도덕적 실패

    마음 속 깊은 곳에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언제나 자기 자신이었습니다. 세상이 자신을 어떻게 바라보는지, 받아 마땅한 칭송을 누리고 있는지, 적들이 자신의 영광을 빼앗아가지는 않는지가 늘 가장 중요했죠. 이 점을 명심해야만, 리더십이 빛을 발해야 할 중요한 순간에 트럼프 대통령을 이끌고 있는 도덕률을 이해할 수가 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주말 샬럿츠빌을 공포와 폭력의 도가니로 몰아넣었던 백인우월주의자들을 비난하지 않은 이유를 이해하기 위해 많은 미국인들이 거창한 설명을 가지고 왔습니다. 나치 깃발을 흔드는 더 보기

  • 2017년 3월 13일. 화제의 BBC 영상 속 여성이 보모로 오해받은 이유?

    인터넷을 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든 이 비디오를 한 번쯤은 봤을 겁니다. 화상으로 BBC에 출연해 남북관계에 대해 이야기하던 백인 교수 뒤로 두 아이가 나타나고, 뒤이어 들어온 아시아인 여성이 황급히 아이들을 데리고 몸을 구부린 채 문을 닫고 나가는 영상은 방송을 탄 즉시 화제가 되었습니다. 영상 속 주인공은 한국 부산대학교 국제관계학 교수 로버트 켈리였고, 여성은 켈리 교수의 부인인 한국 여성 김정아 씨였습니다. 진지한 방송 인터뷰나, 배경에 가지런히 늘어놓은 책과 지도로는 천진한 어린아이들을 막을 수 더 보기

  • 2017년 2월 8일. [칼럼] 오바마의 작별 선물, ‘희망’을 ‘힘’으로

    제가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참석했던 대통령 취임식은 8년 전 버락 오바마의 취임식이었습니다. 당시 아내와 저는 빈털터리 신세였지만, 대선 6주 전에 폐암으로 돌아가신 어머니의 사망 보험금을 쪼개 여비를 마련했죠. 우리는 캘리포니아의 따뜻한 날씨밖에 모르는 세 살, 다섯 살 난 아이들에게 옷을 껴 입히고, 수프와 코코아를 보온병에 담고, 손난로까지 챙겨, 북극 탐험에라도 나서는 기세로 길을 떠났습니다. 취임식이 진행되는 동안 우리는 영하의 추위 속에서 장장 8시간을 야외에서 떨어야 했습니다. 돌이켜보면 무척이나 힘들었던 하루였을 것입니다. 더 보기

  • 2017년 1월 13일. 구글이 흑인교회 총기난사범의 증오심을 부추겼다?

    2015년 6월, 찰스턴의 흑인 교회에서 총기 난사로 9명을 살해한 딜런 루프(Dylann Roof)가 증오 범죄로 사형을 선고받았습니다. 재판에서 루프는 직접 진술도 하지 않았고, 증인도 세우지 않았습니다. 가장 강렬한 진술은 변호인인 데이비드 브룩으로부터 나왔죠. 검찰이 루프가 폭력적인 백인우월주의자임을 증명하기 위해 애쓰는 가운데, 브룩 변호사는 배심원단에게 22세 청년이 어떻게 지금과 같은 신념을 갖게 되었는지를 고려해달라고 호소했습니다. 브룩은 루프의 범행 동기가 100% 인터넷으로부터 왔다며, 그가 인터넷상의 글과 슬로건, 팩트의 조각조각을 그대로 뇌에 다운받은 것이나 더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