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주의" 주제의 글
  • 2013년 8월 8일. 캄보디아와 베트남의 차이는?

    지난달 말 베트남의 쯔엉 떤 상 국가주석은 미국 오바마 대통령의 초청으로 백악관을 방문했습니다. 1995년 양국 관계가 정상화된 이후 두 번째 정상회담이었고, 분위기도 아주 좋았습니다. 반면 1960, 70년대 미국의 폭격으로 큰 피해를 입은 이웃나라 캄보디아의 상황은 좀 다릅니다. 작년 프놈펜에서 훈센 총리를 만난 오바마 대통령은 캄보디아의 인권 상황을 주제로 꺼냈고, 백악관 대변인들이 회담 분위기는 “팽팽했다(tense)”고 발표해 물의를 빚기도 했습니다. 캄보디아에서 선거가 공정하게 치러지지 않으면 미국 정부와 국제기구의 원조를 줄여야 한다고 격하게 더 보기

  • 2013년 7월 30일. 사회적 자본(social capital)은 어떻게 나치 정당의 확산에 기여했나

    사회적 자본(social capital) – 공동체 내에서 협력 관계를 증진시키는 다양한 조직과 모임의 촘촘한 네크워크 -은 이 용어를 만들어 낸 하버드 대학의 로버트 푸트남(Robert Putnam) 교수가 이탈리아의 사례를 통해 보여줬듯이 일반적으로 긍정적인 정치적, 경제적 결과들로 이어집니다. 하지만 최근 사회적 자본의 어두운 면을 강조하는 연구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습니다. 오늘 소개할 연구는 독일의 타운과 도시들에서의 사회적 자본이 1930년대 독일 나치 정당의 확산과 어떻게 연관되어 있는지를 보여줌으로써 사회적 자본이 미칠 수 있는 부정적인 영향을 더 보기

  • 2013년 7월 9일. 모르시의 몰락과 이집트 민주주의의 미래

    1년 전 모르시가 이집트의 대통령으로 선출되었을 때, 이코노미스트는 걱정이 많았습니다. 자유민주주의를 지지하는 매체로서, 정치를 종교에 종속시키고 여성과 소수자에 적대적인 태도를 보이는 이슬람형제단에 동의하기 어려웠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우리는 모르시가 52%의 표를 얻었다는 사실을 인정할 수 밖에 없었고, 어쨌거나 이집트에서 30년 간의 독재가 막을 내렸다는 사실에 기뻐했습니다. 하지만 그랬기 때문에 지난 며칠 간의 상황이 더욱 절망적입니다. 군과 거리 시위에 의해 물러난 모르시 대통령의 사례는 이 지역에 좋지 않은 선례를 남겼습니다. 모르시 정권이 몰락한데는 더 보기

  • 2013년 7월 3일. 시위의 시대, 공통점과 과제는?

    이번 주에 세 개 대륙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난 여러 시위들은 같은 얼굴을 내세우고 있습니다. 첫째는 1980년대 그래픽노블 “브이포벤데타”에 등장했던 가이 포크스의 가면입니다. 브라질에서는 버스 요금이, 터키에서는 도시 개발 프로젝트가, 인도네시아에서는 연료 보조금이, 유럽에서는 정부의 긴축 정책이 시위에 불을 붙인 직접적인 원인이었다 하더라도, 가이 포크스가 가졌던 정부에 대한 불만은 세 개 대륙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난 특징입니다. 1848년, 1968년, 1989년의 거리 시위가 그랬던 것 처럼 현재의 상황에도 공통점이 있습니다. 중산층의 평범한 시민들이 오만하고 비효율적이며 부패한 정부를 더 보기

  • 2013년 6월 26일. 선거에서 이기면 뭐든 다 해도 괜찮은가? – 터키의 껍데기 민주주의(zombie democracy)

    “아니, 내가 선거에서 세 번이나 압도적으로 이기고 당선됐는데 왜 이렇게 난리들이야?” 터키의 에르도안(Recep Tayyip Erdogan) 총리는 시위대를 향해 볼멘소리를 했을 지도 모릅니다. 유권자 다수에 의해 선출된 정부가 집권하는 건 많은 민주주의 국가들이 채택하고 있는 선거제도의 핵심입니다. 하지만 선거에서의 높은 득표율이 곧 대통령이나 총리, 혹은 집권당이 뭐든지 해도 좋다는 백지위임장일까요? 적어도 민주주의에서는 그렇지 않습니다. 정권의 민주적 정당성은 선거에서의 득표율과 일치하지 않습니다. 여러 정당이 경쟁하는 대부분 유럽의 의원내각제 시스템에서 집권당의 득표율은 높아야 30% 내외인 더 보기

  • 2013년 6월 4일. 터키 ‘나무혁명’의 배경과 의미

    이스탄불의 탁심 광장에서 정부 주도의 도시개발 계획에 반대하며 나무들을 지키고 앉아있던 평화적인 시위대가 경찰에 강경 진압 당하면서 일어난 이번 사태는 이른바 터키의 ‘나무혁명’이라 불리고 있지만, 실상은 나무에 관한 문제만이 아니고 혁명의 요건을 갖추었다고 보기도 어렵습니다. 지난 2011년 선거에서 집권 정의개발당을 지지하지 않았던 유권자들의 마음 속에 쌓여가던 분노가 폭발한 것에 가깝습니다. ‘타이이프 이스티파(타이이프 총리 물러나라)’라는 구호를 외치고 있는 시위대는 계층, 이념, 종교, 연령을 넘나드는 구성을 보입니다. 젊은이와 노인, 동성애자와 소수파 무슬림, 무정부주의자와 무신론자, 가정주부와 아르메니안계를 한데 더 보기

  • 2013년 4월 9일. 우즈베키스탄과 카자흐스탄, 철권통치자의 말년

    우즈베키스탄의 이슬람 카리모프(Islam Karimov) 대통령과 누르술탄 나자르바예프(Nursultan Nazarbayev) 카자흐스탄 대통령은 각각 소련이 무너진 뒤 20년 넘게 나라를 통치해 왔습니다. 중앙아시아의 라이벌 관계인 두 나라는 권력자의 철권통치 속에 풍부한 천연자원을 바탕으로 경제를 발전시켜 왔습니다. 두 대통령이 모두 70대로 노쇠해지면서 민주적인 선거제도를 통해 권력을 바꿔본 경험이 부족한 나라에서 어떻게 권력이 승계되고 이양될 지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특히 나토가 아프가니스탄에서 철군하면서 두 나라의 정국이 혼란에 빠질 경우 지역 정세가 덩달아 불안해질 수 있다는 더 보기

  • 2013년 3월 28일. 스리랑카의 난데없는 선군정치

    스리랑카에서는 교육, 경제 활동을 비롯해 사회 전체가 점차 군대의 손아귀에 들어가고 있습니다. 지난 2009년, 수십 년에 걸친 타밀 반군과의 내전을 무력으로 진압한 스리랑카 군부는 정권의 비호 아래 온갖 사업에 손을 대기 시작했습니다. 육군은 수도 콜롬보를 비롯한 도시 곳곳에 공원과 도로, 다리를 짓는 건설사업을 도맡아 하고 있습니다. 농장에서 기른 채소를 팔아 이윤을 남기기도 하고 호텔 체인도 운영하고 있습니다. 해군은 이에 뒤질세라 바닷가에 휴양지를 지어 운영하고 운하 건설사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습니다. 공군은 헬리콥터를 활용한 더 보기

  • 2013년 3월 25일. 여론 vs 정의, 진퇴양난의 우루과이

    19세기 건국 이래 180년 간 우루과이는 대체로 민주적인 정치제도를 유지해 왔습니다. 하지만 1970년대 대부분의 라틴 아메리카 나라들처럼 군부 독재를 겪었고, 민간이 정치권력을 되찾은 뒤에는 독재시절 군부와 군부에 저항했던 게릴라 세력들이 저지른 범죄를 양쪽 모두에게 묻지 않겠다는 사면법을 제정해 타협을 이어 왔습니다. 하지만 지난 2011년 미주인권재판소(Inter-American Court of Human Rights, IACHR)는 우루과이의 사면법이 미주인권협약에 위배되므로 법적 효력을 인정할 수 없다는 판결을 내렸고, 게릴라 출신으로 군부에 잡혀 14년간 옥살이를 했던 호세 무히까(José Mujica) 우루과이 더 보기

  • 2013년 3월 18일. 홍콩의 민주주의 요구와 중국의 대응

    민주주의에 대한 홍콩 주민들의 요구가 커지면서, 본토 정부 및 공산당과의 갈등이 깊어지고 있습니다. 그간 중국 정부는 본토인들이 홍콩의 부동산을 구매할 때 높은 세금을 물리고, 본토 임산부들의 홍콩 원정 출산을 금지하는 등 정책적으로 홍콩 주민들을 달래 왔습니다. 중국이 영국으로부터 홍콩을 돌려받은 뒤 홍콩 관련 업무는 정부 산하의 홍콩/마카오국과 공산당 산하의 중앙연락사무소가 나누어 담당하고 있었고, 이 2개 부서는 각각 장쩌민 전 주석과 후진타오 전 주석의 정파가 장악해 나름대로 세력 균형을 이루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본토 내부의 정파간 다툼 끝에 더 보기

  • 2013년 1월 24일. 인도, 중국과의 경제성장 대결에서 지다

    2006년만 해도 떠오르는 두 신흥경제국, 인도와 중국의 성장 대결이 한창이었습니다. 당시 서방국가들은 민주주의 국가인 인도가 독재정권 하의 중국보다 빨리 성장할 수 있기를 응원하였으나, 이제 게임은 끝난걸로 보입니다. 지난 십년간 폭발적인 성장을 기록한 중국의 인당 GDP 는 2012년 $9,146불에 다달아 인도의 두배가 되었습니다. 2012년 GDP가 7.7% 성장하여 그중 48%를 성장에 재투자한 반면, 인도는 5.3% 성장, 36%를 재투자했습니다. 뭄바이의 금융지구인 반드라 쿠를라(Bandra Kurla)는 휘황찬란한 상하이의 푸동지구와 비교도 할수 없이 초라합니다. 중국에 16개의 더 보기

  • 2013년 1월 11일. 베트남 법원, 민주화 운동가들에 무거운 실형 선고

    베트남에서 블로거와 작가, 정치사회 활동가 14명이 정부 전복을 모의한 죄로 3년에서 13년 형을 선고받았습니다. 이들은 베트남개혁당, 혹은 비엣탄(Viet Tan)이라는 이름으로 알려진 캘리포니아 소재 민주주의 단체와 연루된 혐의로 2011년에 체포되었습니다. 비엣탄은 1980년대에 공산당 정부를 상대로 저항운동을 펼쳤지만, 이후로 평화적인 정치 개혁과 민주주의, 인권에 헌신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밝혀 온 단체입니다. 이번에 형을 선고받은 이들 가운데는 베트남에서 민주주의와 인권 증진 활동에 앞장서 온 로마 카톨릭 레뎀토리스트회의 회원들도 있습니다.  최근 베트남에서는 경제 성장으로 인해 중산층이 늘어나면서, 더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