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3년 3월 9일
    유튜브는 서점인가 언론사인가

    지난달 21일, 미국 대법원에서는 세간의 이목이 쏠린 사건의 구두변론이 열렸습니다. 사건의 원고는 2015년 프랑스 파리 바타클랑 극장을 비롯한 여러 곳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난 테러 공격으로 숨진 희생자인 당시 23살 노이미 곤잘레스 씨의 유족입니다. 피고는  구글인데, 정확히 말하면 유튜브의 모회사라서 소송의 당사자가 됐습니다. 원고인 곤잘레스 씨의 유족은 유튜브가 이 테러에 책임이 있다며 구글을 고소했습니다. 즉, 유튜브가 테러를 일으킨 ISIS 관련 영상이나 극단주의 테러리즘을 부추기는 영상을 제대로 걸러내지 않고, 오히려 인터넷에서 버젓이 퍼지도록 방치한 더 보기

  • 2023년 3월 7일
    마스크 논란은 과학의 문제 그 이상이었다

    코로나19 바이러스의 확산을 막기 위해 마스크를 쓰는 것이 도움이 되느냐 마느냐는 과학적인 질문으로 보입니다. 코로나19로 인한 피해, 곧 사망자를 최소화해야 한다는데 모두가 동의한다면, 마스크를 착용하는 것이 사망자를 줄일 수 있느냐는 질문으로 바뀌며, 이는 이론적 예측과 실험적 검증이 가능한 질문이기 때문입니다. 지난 1월 말, 바로 그 질문에 대해 여러 연구를 종합한 연구가 발표되었습니다. 결과는 흥미롭게도 마스크 정책이 효과가 있다는 증거가 없다는 것입니다. 지난 2월 21일, 퓰리처상 수상자인 뉴욕타임스의 칼럼니스트 브렛 스티븐스는 이 더 보기

  • 2023년 3월 2일
    우리가 미국의 전쟁 중독을 걱정해야 하는 이유

    지난달 24일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지 1년 되는 날이었습니다. 우리 언론은 물론이고, 미국 언론에도 올해는 기필코 러시아를 무릎 꿇려야 한다는 기사와 칼럼이 넘쳐났습니다. 사실상 대리전 양상을 띠고 있는 전쟁에 발을 담그고 있는 미국인 만큼 이해가 가면서도 온 나라가 한목소리로 전쟁에 몰두하는 듯한 모습은 때론 섬뜩하기도 합니다. 수많은 전쟁에서 승리하며 막강한 패권국가의 자리에 오른 미국인 만큼 전쟁 앞에 주저하지 않는 모습이 당연할 수도 있지만, 이를 비판적으로 보는 시각이나 반전 여론이 미국 더 보기

  • 2023년 3월 1일
    은혜를 모르는 호모 사피엔스로 남을 것인가

    지난 16일, 뉴욕타임스에는 인간과 생태계의 복잡한 관계를 알려주는 칼럼이 실렸습니다. 바로 지난 4억 5천만 년 동안 큰 진화 없이 형태를 유지해 온 투구게에 인간이 커다란 빚을 지고 있으며, 동시에 앞서 다섯 번의 대멸종을 이겨낸 투구게가 인간 때문에 멸종할지도 모른다는 것입니다. 물론 멸종을 막을 힘 또한 인간에게 있습니다. 비극은 투구게의 파란 핏속에 인간의 필요에 꼭 맞는 성분이 있다는 사실일 알려진 뒤부터 시작됐습니다. 은혜를 모르는 호모 사피엔스로 남을 것인가

  • 2023년 2월 28일
    당신이 누군가를 사랑하는 지를 알 수 있는 ‘진짜’ 방법

    (Kris Gage, Medium) 원문 보기   구글에 “내가 사랑에 빠졌는지 아는 방법”을 검색하면, 별로 좋은 결과를 얻지 못할 겁니다.  대부분은 쓸데없는 말들이죠. 예를 들면 이런 겁니다: “당신 마음속에 항상 그 사람이 있어요” 이건 그냥 그 사람에 빠진 겁니다. 누군가가 ‘항상’ 당신 마음에 있다면, 당신은 정말로 중요한 다른 일들을 하지 못할 겁니다. 그건 큰 문제죠. 진짜 사랑은 당신의 삶을 방해하는 것이 아니라 함께 가는 것입니다. 당신을 압도하는 감정이 아니라 당신을 차분하게 더 보기

  • 2023년 2월 25일
    그들의 ‘선한 의도’가 불러온 무시무시한 나비 효과

    미국 초등학교 4학년 학생의 2/3가 글을 읽는 데 서툴다는 연구 결과를 소개하며 시작한 뉴욕타임스 칼럼을 읽고 처음 짐작한 원인은 경제적 불평등이었습니다. 그런데 적어도 위 칼럼에서는 흔히 디지털 격차(digital divide)로 표현되는 경제적 불평등을 원인으로 꼽지 않았습니다. 대신 미국에서는 다른 나라와 달리 아이들에게 말과 글을 가르칠 때 각 글자가 어떻게 소리나는지 발음 교육을 등한시하기 때문에 아이들이 글을 잘 깨치지 못하고, 결국 책과 좀처럼 가까워지지 못한다는 분석이었습니다. 그렇다면 어쩌다 미국에선 발음 교육을 등한시하게 더 보기

  • 2023년 2월 22일
    죽음에서 멀어지는 인간은 어떻게 살아야 할까

    낭포성 섬유증(cystic fibrosis)이라는 병이 있습니다. 유전성 내분비 질환으로, 젊은 나이에 폐가 기능을 멈춰 사망에 이를 수 있는 치명적인 병입니다. 과거에는 낭포성 섬유증 진단을 받으면 서른 살을 넘기기 어려울 거라는 이야기를 함께 들었지만, 이제는 의술의 발달로 혁명적인 신약과 치료법이 개발돼 낭포성 섬유증 환자의 기대수명이 급격히 늘어났습니다. 낭포성 섬유증 환자들을 비롯해 과거에는 시한부로 살아야 했던 환자들이 이제는 관리만 하면 오래 살 수 있는 만성질환 환자로 살게 되면서 길게는 몇십 년씩 새로 주어진 삶을 더 보기

  • 2023년 2월 15일
    유튜브 매트릭스에서 행복하게 살 수 있을까

    유튜브의 동영상 기반 검색은 몇몇 주제에서는 이미 구글 검색보다 더 정확합니다. 유튜브 매트릭스를 움직이는 주요 작동 원리 중 하나는 바로 관심 경제(attention economy)입니다. 관심 경제는 쉽게 말해 관심이 곧 돈이 되는 생태계입니다. 좋아요와 구독을 갈망하는 소셜미디어가 대표적인데, 유튜브도 동영상 기반 소셜미디어로 자리를 잡으면서 사용자가 급격히 증가했다는 점에서 관심 경제의 대표적인 사례라 할 수 있습니다. 유튜브 세상에서 주목받고 성공을 거둔 유튜버들 중에는 자신의 일상을 공개해 인기를 끈 이들이 많습니다. 꿈을 이뤘으니 잘 된 더 보기

  • 2023년 2월 11일
    그럼에도 ‘변하지 않는 것들’이 있다

    정치 평론가로 이름을 알리다 복스(Vox)를 공동 창립한 언론인 에즈라 클라인은(Ezra Klein)은 2021년 복스를 떠나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로 이직했습니다. 뉴욕타임스에서는 자기 이름을 딴 에즈라 클라인 쇼를 진행하며, 칼럼을 쓰기도 합니다. 복스를 창립하기도 전에 이미 워싱턴 정가에서 탁월한 능력을 인정 받아 워싱턴의 신동(Washington wunderkind)으로 불리기도 했던 클라인은 짐작한 대로 어린 시절부터 책을 좋아하는 학생이었습니다. 클라인이 파산 직전까지 갔다가 화려하게 부활한 반즈 앤 노블 이야기를 칼럼으로 썼습니다. 링크는 스브스 프리미엄에 올린 칼럼에 대한 해설입니다. 더 보기

  • 2023년 2월 7일
    중국마저 인구 감소… 무엇을 할 것인가

    지난달 중국 정부가 2022년, 1,041만 명이 사망했고, 새로 태어난 사람은 956만 명이라고 발표했을 때 사람들은 올 것이 왔다고 생각했을 겁니다. 몇십 년 동안 한 자녀 정책으로 대표되는 산아 제한 정책을 강제하며 인구를 억제해 온 중국이 도리어 저출산과 고령화 문제를 고민해야 하는 상황에 빠진 것이 공식화됐습니다. 고령화와 인구 감소를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요? 캘리포니아 주립대학교 어바인 캠퍼스 사회학과의 왕펑 교수는 20세기 인구가 폭발적으로 증가했던 걸 고려하면, 지금의 저출산, 인구 감소 문제를 반드시 큰 문제로만 더 보기

  • 2023년 2월 1일
    ‘한 끼 63만 원’ 세계 최고 식당이 문을 닫은 이유는

    1월 한 달 뉴욕타임스에서 가장 많이 읽히고 갑론을박이 벌어진 기사 중 하나는 세계 최고의 식당에 단골로 꼽히는 코펜하겐의 식당 노마(Noma)가 문을 닫는다는 이 기사였을 겁니다. 장사가 잘 안 돼서 폐업하는 건 아니고, 지금의 식당 운영 방식과 요식업계의 관행이 지속가능하지 않다며, 새로운 방식을 고민하기 위해 휴지기를 갖겠다는 게 발표의 요지였습니다. 세계 최고의 식당이라고 꼭 음식값이 비싸야 하는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노마에서 한 끼는 우리돈 63만 원으로, 매우 비쌉니다. 그렇게 비싼데도 예약이 열리는 더 보기

  • 2023년 1월 28일
    “경쟁 금지를 금지”하려는 승부수, 통할까

    연방거래위원회(FTC, Federal Trade Commission)는 우리나라 공정거래위원회에 해당하는 미국 정부의 시장감시 기구입니다. 5명의 위원(commissioner)으로 구성된 위원회가 최고 의사결정 기구이고, 그중 한 명이 위원장(chair)을 맡습니다. 바이든 대통령이 임명한 장관, 기관장 가운데 리나 칸(Lina Khan) 연방거래위원장은 아마도 가장 큰 주목을 받은 인물일 겁니다. 2017년 로스쿨 3학년 학생 때 쓴 논문 아마존의 반독점 역설(Amazon’s Antitrust Paradox)은 지금의 칸 위원장을 만든 역작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이 논문과 칸 위원장의 연방거래위원회가 플랫폼 경제 시대의 시장을 어떻게 감독하는지에 관해서는 더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