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posts by eyesopen1
  • 2014년 5월 22일. 유전무죄, 무전유죄의 새로운 얼굴

    생선 한 마리를 훔치고 3일 간 감옥에 갇혀 있었던 카일 드윗, 술을 먹고 소란을 피운 죄로 22일을 감옥에서 보내야 했던 스티븐 파파, 맥주 한 캔을 훔치고 1년 구금형을 선고받은 톰 베렛. 이들 사연의 공통점은 무엇일까요? 감옥살이를 했던 이유가 지은 죄 때문이 아니라 벌금과 법정 비용, 각종 수수료 등을 낼 수 없었기 때문이라는 점입니다. 오늘날 미국에서는 형법 체계와 법정을 유지하는 비용이 점점 더 피고와 범인들에게로 전가되고 있습니다. 현재 미국의 여러 주에서는 더 보기

  • 2014년 5월 21일. [칼럼]서구의 환상을 깨는 미얀마의 편협한 불교 신자들

    불교만큼 서구의 리버럴들에게 어필하는 종교가 또 있을까요? 정치인들은 달라이 라마를 한 번 만나려고 줄을 서고, 유명인들은 불교식 명상의 애호가를 자처합니다. 불교는 종교라기보다 철학과 같은 이미지로, 또 평화와 조화를 추구하는 삶의 방식으로서 무신론자들에게까지 사랑받고 있습니다. 하지만 방글라데시 접경 미얀마 서부의 무슬림 로힝야족(Rohingya)에게 불교는 전혀 다른 존재입니다. 무슬림들은 7세기부터 이 지역에서 살아왔지만, 현재 미얀마 국민의 90%는 불교신자죠. 현 미얀마 정부에게 로힝야족은 없는 존재나 다름없습니다. 정부가 시행하는 인구조사표에는 무려 135개 민족이 표기되어 있지만, 더 보기

  • 2014년 5월 20일. 뉴올리언스의 살인범, 34년만에 무죄방면

    지난 5월12일 미국 뉴올리언스에서는 살인 누명을 쓰고 34년간 감옥살이를 한 남성이 풀려났습니다. 1979년 당시 검찰이 레지널드 애덤스씨를 기소한 근거는 오로지 그의 자백 뿐이었습니다. 그것도 길고 긴 취조 끝에 경찰이 준 것으로 추정되는 마약과 술에 취한 사람에게서 받아낸 자백이었죠. 자백 내용도 범행 사실과 전혀 맞지 않았습니다. 사용한 총기 구경부터 피해자의 머리 색깔, 심지어는 성별까지도 말이죠. 그런데도 검찰은 오히려 애덤스씨에게 유리한 증거를 변호인측에 넘기지도 않고 1심에서 사형을 구형했습니다. 재판에서는 형사들이 거짓 증언을 더 보기

  • 2014년 5월 19일. 세계 최고의 최저임금, 스위스의 선택은?

    -스위스는 지난 주말 세계 최고의 최저임금안을 놓고 국민투표를 실시했으나, 부결되었습니다.  풍요의 상징인 스위스에서 가난은 상대적인 개념이지만, 정부는 여전히 풀타임으로 일하면서도 집세를 감당할 수 없는 노동자가 10명 중 1명이라고 추산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번 주말, 스위스는 최저임금을 22스위스프랑(24.65달러)으로 올리는 안건을 두고 국민투표를 앞두고 있습니다. 이 안이 통과되면 스위스는 세계에서 가장 최저임금이 높은 나라가 됩니다. 유럽 제1의 경제대국 독일의 두 배, 미국에서 오바마 대통령이 지지하고 있는 10.1달러의 2.5배에 가까운 수준이죠. 최저임금을 높이는 것이 더 보기

  • 2014년 5월 16일. 사고현장으로 달려간 터키 총리가 비난받은 까닭은?

    큰 폭발 사고가 발생한 터키 마니사주 소마시의 탄광 현장에서는 수요일 저녁을 기점으로 마지막 생존자가 발견된지 12시간이 넘어가면서 희망이 점차 사라지고 있습니다. 최소 270여 명이 사망한 것으로 확인된 이번 사고는 작업 현장의 부실한 안전 관리로 악명이 높은 터키에서도 가히 사상 최악의 사고라 불리고 있습니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총리는 다른 일정을 취소하고 현장으로 달려갔지만, 그를 맞이한 것은 “살인자”, “도둑” 등의 구호를 외치는 지역 주민들이었습니다. 사고가 일어난 탄광에서는 계속해서 위험한 작업 환경이 문제로 더 보기

  • 2014년 5월 15일. 수치로 보는 반유대주의

    오랫동안 두리뭉실한 이미지로 존재해온 반유대주의의 실체를 파해친 전례 없는 보고서가 나왔습니다. 반유대주의에 대항하기 위해 결성된 “안티 데퍼메이션 리그(Anti-Defamation League)”라는 단체가 2013년 7월부터 2014년 2월에 걸쳐 102개 국가의 성인 5만여 명을 대상으로 유대인에 대한 인식을 조사한 것입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 성인의 26%가 반유대주의적인 시각을 갖고 있고, 절반은 홀로코스트를 들어본 적도 없다고 합니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반유대주의가 가장 강렬한 곳은 무려 응답자의 93%가 반유대주의자로 나타난 가자지구와 서안지구였고, 이라크, 예멘, 알제리 등이 더 보기

  • 2014년 5월 14일. [칼럼]헤드스타트, 빈곤층만을 위한 교육 정책의 실패

    -UC버클리 대학의 공공정책학 교수 데이비드 L. 커프(David L. Kirp)가 NYT에 기고한 글입니다. 오바마 대통령이 영유아 교육에 연방 예산을 써야 한다고 주장할 때마다 등장하는 반박 논리는 크게 봤을 때 딱 하나입니다. 바로 빈곤층 취학전 아동들을 대상으로 한 헤드스타트(Head Start) 프로그램의 실패죠. 헤드스타트 프로그램의 혜택을 받은 아이들이 초등학교 진학 후 다른 아이들과 비교해 딱히 좋은 성적을 받지 못했다는 것입니다. 물론 헤드스타트가 두드러진 성과를 내지 못했다는 지적에도 일리는 있지만, 그래서 영유아 교육에 예산을 더 보기

  • 2014년 5월 13일. LA클리퍼스 구단주가 좋아하는 소수민족은 한국계?

    LA 클리퍼스의 구단주 도널드 스털링의 아프리카계 비하 발언은 이미 알려질 대로 알려졌고, 건물주인 그가 인종에 따라 세입자를 차별해 소송을 당했다는 사실도 더불어 널리 알려지게 되었습니다. 아주 단순하고 명백한 종류의 인종주의처럼 보입니다. 그러나 그 세계관의 또 다른 일면을 살펴 보면, 인종주의의 내부적인 모순과 뒤틀림 역시도 잘 드러납니다. 스털링이 세입자로 “근면하고 믿을 수 있는” 한국계를 선호했다고 알려졌기 때문이죠. 스털링은 한국계 선호를 감추지 않았습니다. 자신의 건물에 “코리안 월드 타워스(Korean World Towers)”라는 이름을 붙이고 더 보기

  • 2014년 5월 12일. 깃발로 보는 우크라이나 대 러시아

    지역의 역사를 잘 모르는 사람이 우크라이나 동부를 방문한다면, 다양한 깃발들을 보고 혼란을 겪게 될 것입니다.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국기를 제외하고도 다양한 의미를 가진 깃발들이 여기저기 걸려 있으니까요. 우선 오렌지색과 검정색 줄무늬 깃발은 반(反) 우크라이나 세력의 중요한 상징입니다. 깃발도 깃발이지만, 많은 사람들이 리본의 형태로 상의에 달고 다니죠. 이 리본은 우크라이나를 비롯한 구소련의 여러 지역에서 구소련을 기억하는 상징물로 자리잡게 되었습니다. 이 색은 1769년 무공훈장인 성 게오르그 훈장의 색으로 자리잡아 1917년까지 사용되었고, 후에 스탈린이 더 보기

  • 2014년 5월 9일. 정치적 사과의 기술

    <베니티 페어(Vanity Fair)>에 실린 모니카 르윈스키의 회고문이 화제를 모으는 가운데, 그녀의 사과, 또는 사과 비슷한 그 어떤 말이 눈길을 끕니다. “다시 한 번 말하겠습니다. 저 자신은 그때의 일에 대해 정말로 유감스럽게 생각합니다(Let me say it again: I. Myself. Deeply. Regret. What. Happened.)”라는 말이었죠. 자기 의사대로 행동한 성인 간의 일이었는데 사과까지 해야 하나 하는 문제는 잠시 접어두고 말 자체만 보면, 르윈스키는 전형적인 정치적 사과의 언어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많은 경우 정치인들의 사과는 더 보기

  • 2014년 5월 8일. [칼럼] 교육으로 극단주의에 맞서자

    4월 15일, 어둠이 내려앉은 나이지리아의 작은 마을에 중무장한 괴한들이 들이닥쳤습니다. 이들은 곧바로 기숙학교를 덮쳐 여학생 300여 명을 납치해 갔습니다. 서구식 교육은 죄악이라고 주장하는 극단주의 테러단체 보코하람(Boko Haram)의 소행이었습니다. 한 사람 한 사람 각 가정의 희망인 이 소녀들은 공부하기 위해 학교에 가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지를 잘 알고 있었습니다. 안 그래도 지난 3월 이 지역의 학교 여러 곳이 테러 공격을 우려해 문을 닫았죠. 하지만 이번에 공격을 받은 학교는 기말고사를 치르기 위해 잠시 더 보기

  • 2014년 5월 7일. 한반도의 점진적 평화 통일은 몽상인가

    현재 북한의 태도와 상황을 볼 때 한국의 대통령이 통일 이야기를 꺼내는 것은 다소 의아해보일 수 있습니다. 남북한의 격차가 그 어느 때보다 크게 벌어져 있으니 한국이 부담해야 할 비용이 엄청날 것이고, 젊은 김정은을 앞세운 정권을 그 어느 때보다도 공격적입니다. 오바마 대통령의 아시아 방문 때는 미국과 핵으로 맞짱을 뜨겠다고 공언했고, 박근혜 대통령에게는 여성혐오성 비난을 퍼부었습니다. 그런데도 박 대통령은 통일 이야기를 꿋꿋하게 계속하고 있습니다. 올 연초 “통일대박론”을 시작으로 통일준비위원회를 설치하자고 말했고, 3월 독일 더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