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전무죄, 무전유죄의 새로운 얼굴
2014년 5월 22일  |  By:   |  세계  |  1 comment

생선 한 마리를 훔치고 3일 간 감옥에 갇혀 있었던 카일 드윗, 술을 먹고 소란을 피운 죄로 22일을 감옥에서 보내야 했던 스티븐 파파, 맥주 한 캔을 훔치고 1년 구금형을 선고받은 톰 베렛. 이들 사연의 공통점은 무엇일까요? 감옥살이를 했던 이유가 지은 죄 때문이 아니라 벌금과 법정 비용, 각종 수수료 등을 낼 수 없었기 때문이라는 점입니다.

오늘날 미국에서는 형법 체계와 법정을 유지하는 비용이 점점 더 피고와 범인들에게로 전가되고 있습니다. 현재 미국의 여러 주에서는 교도소 숙식, 전자발찌와 모니터링 비용, 심지어는 법으로 보장받는 국선 변호사 서비스에도 가격을 매길 수 있도록 되어 있습니다. 재판을 받게 되는 순간부터 선고를 받고 감옥에 갈 때까지, 영장 발부비, 증거용 DNA 검사비, 배심원비, 법정 사용비 등 다양한 이름으로 수백, 수천 달러까지 비용이 들어가는 것입니다. 때로는 지역 봉사활동 등으로 대신할 수 있지만, 봉사활동 참여에마저 참가비가 붙는 경우도 있습니다. 돈을 제때 내지 못하면 추가 벌금이 붙거나, 심지어는 이자가 붙기도 합니다. 이런 현상은 1970년대 미국 사회가 범죄와의 전쟁을 선포하면서 기소 및 재판 건수가 엄청나게 늘어나자 그 비용을 충당하기 위해 생겨났습니다. 그리고 이후 주 정부들의 재정 악화로 인해 재판을 받고, 벌을 받는데 들어가는 비용은 점점 더 커지게 되었습니다.

문제는 이 때문에 가난한 사람들이 같은 죄를 저지르고도 돈을 낼 수 있는 사람에 비해 가혹한 처벌을 받게 된다는 것입니다. 워싱턴 대학(University of Washington) 사회학과의 알렉시스 해리스에 따르면, 이와 같은 비용 지불에 부담을 느끼는 사람들은 유색인종, 마약 중독자, 고교 중퇴자, 정신 이상자 등 이미 소외 계층에 속한 사람들이 대부분입니다. 한 남성은 불법 좌회전을 하다 잡혀 벌금과 비용 165달러를 선고받았는데 당시 큰 부상으로 일자리를 잃고 집도 없는 상태였기 때문에 이 벌금을 낼 수 없었죠. 마침내 타코벨에서 아르바이트 자리를 구하고 출근을 하루 앞둔 날, 그는 불어난 벌금 306달러를 내지 못했다는 이유로 10일간 감옥살이를 했습니다. 이렇게 여유가 있는 사람들은 간단히 벌금과 비용을 지불할 수 있지만, 가난한 사람들은 “밥을 먹을 것인가, 감옥살이를 피할 것인가”라는 선택의 기로에 놓이게 되는 것입니다.

미국 대법원은 이미 1983년, 가난해서 벌금이나 비용을 못낸다는 이유로 사람을 감옥에 보내서는 안된다고 판결한 바 있습니다. 그러나 불행히도 “가난”의 기준이 무엇인지를 정의하지 않았죠. 그래서 벌금을 못 내는 사람에게 판사가 전화기를 포기하거나 담배를 피우지 못하게 하는 상황까지도 벌어지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현 상황이 지나치다는 공감대가 당적을 초월해 서서히 형성되고 있고, 지역 단위에서 법원이 과도한 요금을 폐지하는 사례도 있습니다. (NP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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