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페@스프] 틱톡의 문제는 단지 틱톡 만의 문제일까
* 뉴스페퍼민트는 SBS의 콘텐츠 플랫폼 스브스프리미엄(스프)에 뉴욕타임스 칼럼을 한 편씩 선정해 번역하고, 그에 관한 해설을 쓰고 있습니다. 그 가운데 저희가 쓴 해설을 스프와 시차를 두고 소개합니다. 스브스프리미엄에서는 뉴스페퍼민트의 해설과 함께 칼럼 번역도 읽어보실 수 있습니다.
** 오늘 소개하는 글은 3월 27일 스프에 쓴 글입니다.
미국 시각으로 3월 23일 하원 통상자원위원회(House Energy and Commerce Committee)에서 청문회가 열렸습니다. 오늘 출석한 증인은 틱톡의 최고경영자(CEO) 추쇼우즈였습니다. 짧은 동영상을 올려 공유하는 앱으로 청소년들 사이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끈 틱톡이 미국의 국가 안보에 심각한 위협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계속해서 나왔고, 마침내 바이든 대통령이 틱톡에 최후통첩을 보낸 직후 급히 마련된 자리였습니다. 지난주 미국 정부는 틱톡에 자산을 미국 기업에 팔지 않으면, 틱톡을 미국에서 퇴출하는 수밖에 없다고 통보했습니다.
싱가포르 국적에 하버드 경영대학원을 졸업한 추 CEO는 투자은행, 벤처캐피털 회사에서 오랫동안 일하다 지난 2021년 중국 테크 기업 바이트댄스(ByteDance)에 최고재무책임자(CFO)로 합류합니다. 바이트댄스의 미국 자회사 틱톡의 최고경영자를 겸하는 자리였습니다. 추 CEO는 틱톡을 둘러싼 미국 정부와 의회의 걱정, 비판을 잘 알고 있다며, 청문회를 틱톡을 향한 우려를 불식할 기회로 삼겠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나 추 CEO의 기대와 달리 잠시 숨을 돌릴 만한 쉽고 가벼운 질문이 거의 나오지 않은 청문회였습니다. 오히려 틱톡을 향한 미국 의회, 나아가 워싱턴 정가의 적대적인 분위기를 뚜렷이 확인할 수 있던 자리였습니다. 통상자원위원회 소속 토니 카르데나스(민주, 캘리포니아) 하원의원은 추 CEO를 페이스북의 마크 저커버그에 비유하며, 이렇게 말했습니다.
“증인께서는 우리 위원회에 속한 당적이 다른 의원들을 하나로 뭉치게 해주는 이 세상에 몇 안 되는 사람 중 하나입니다.”
평소에는 서로 견해가 달라서 자주 싸우는 민주당, 공화당 의원들이 모처럼 한목소리를 낼 만큼 틱톡 편을 드는 사람이 없다는 겁니다. 심지어 지난 몇 년간 열린 빅테크 의회 청문회를 보면, 민주당 의원과 공화당 의원이 트위터나 구글, 페이스북 CEO를 비판하고 몰아세우는 지점이 조금씩 다릅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이유마저 거의 비슷했습니다.
초당적인 틱톡 때리기가 가능했던 이유
외부의 강력한 적이 나타나면, 집안싸움은 자연히 잠시 멈추게 되죠. 미국 의회도 그렇습니다. 틱톡이 테크 기업이라서 문제가 아니라, ‘중국’ 기업이라서 문제라는 이야기가 다섯 시간 넘는 청문회에서 수없이 되풀이됐습니다. 구체적으로 미국 정부가 우려하는 문제는 두 가지입니다.
첫째, 틱톡에 동영상을 시청한 미국 이용자의 데이터가 고스란히 쌓일 텐데, 틱톡이 이걸 중국 정부나 공산당에 넘길 수 있다는 겁니다. 추 CEO는 중국 정부가 미국 데이터를 요구한 적도 없고, 그런 요구가 오더라도 미국 고객 데이터를 넘기는 일은 없을 거라고 말했지만, 의원들은 중국 법과 공산당과 기업들의 상하관계를 고려하면, 그건 믿을 수 없는 약속이라고 일축했습니다.
또 다른 우려는 중국 정부나 공산당이 틱톡의 동영상 추천 알고리듬에 개입해 프로파간다를 퍼뜨릴 수 있다는 겁니다. 이에 관해서도 추 CEO는 알고리듬을 투명하게 공개할 용의가 있고, 이미 미국 규제당국과 타협안을 협의해 마련해뒀다고 해명했지만, 의원들의 반응은 떨떠름해 보였습니다.
트럼프와 틱톡, 바이든과 틱톡
틱톡이 트럼프 전 대통령의 심기를 건드린 대표적인 사건은 코로나19가 한창이던 2020년 6월 발생했습니다. 당시 현직 대통령으로 연임에 도전하던 트럼프는 몇 달간 사회적 거리두기와 봉쇄 등 방역 조치 때문에 시든 선거 열기를 다시 띄우려고 대규모 유세를 준비합니다. 지지자로 가득 찬 대규모 체육관에서 열정적인 연설을 하고 우레와 같은 환호를 받는 장면을 만들어내려면 방역 총책임자인 대통령으로서는 다소 부담스러운 결정이지만, 오프라인 유세만 한 것이 없습니다. 오클라호마주 털사(Tulsa, OK)의 수용인원 2만 명 가까운 실내체육관은 트럼프의 인기를 반영한 듯 유세 일정이 발표되자마자 금세 입장권이 동났습니다.
잔뜩 기대하고 간 털사의 이날 유세는 트럼프의 자존심에 큰 상처를 남깁니다. 앞다투어 표를 예약한 사람들이 마치 약속이라도 한 듯 유세에 나타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체육관 좌석은 1/3도 차지 않았고,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못한 트럼프는 이날 밤 선거 유세 총책임자를 곧바로 해고합니다.
트럼프 유세를 조직적으로 보이콧한 건 젊은 틱톡 이용자들이었던 것으로 밝혀집니다. 이날 기분 나빴던 것 때문에 화풀이를 한 건 아니겠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이후 ‘중국 때리기’의 일환으로 틱톡이 효과적이라고 판단했는지, 여러 차례 틱톡을 미국 시장에서 퇴출해야 한다고 말하더니, 실제로 행정명령을 내려 틱톡을 금지합니다. 이때도 트럼프 대통령은 틱톡이 미국의 안보에 위협이 된다는 논리를 폈습니다. 틱톡은 행정명령이 근거가 없다며 소송을 제기했고, 법원이 틱톡의 손을 들어줘 행정명령은 무효가 됐습니다.
바이든 대통령은 취임 이후 전임자 트럼프 대통령이 편 정책을 잇따라 물리는 데 많은 시간을 썼으므로, 틱톡과 미국 정부의 갈등도 일단 잠잠해집니다. 그리고 2021년 CEO가 된 추쇼우즈는 미국 정부와 법정에서 다투는 것보다 서로 머리를 맞대고 접점을 찾아 이 문제를 해결하려 합니다. 틱톡이 미국 정부에 로비하는 데 쓴 돈의 규모만 봐도 이를 알 수 있는데, 2019년에는 로비에 거의 돈을 한 푼도 안 쓰던 틱톡이 지난해에는 무려 530만 달러를 로비에 썼습니다. 그 결과 틱톡은 미국 재무부와 오랜 시간 협의를 거쳐 데이터 유출이나 콘텐츠 검열을 하지 못하게 미국 규제당국의 엄격한 감독을 받아들이는 방안을 포함한 사업 제안을 마련합니다.
기업에도 국적이 있다
세계화가 대세로 굳어진 것처럼 보이던 시절에는 기업을 국적에 따라 나누는 건 시대의 흐름에 뒤처진 행동 같았습니다. 자본이 가장 싫어하는 건 국경이든 뭐든 자유로운 흐름을 가로막는 장벽과 규제고, 그건 기업이 만드는 상품이나 서비스도 마찬가지라는 생각이 지배적이었죠. 그러나 지금은 또 사정이 달라졌습니다. 지정학적 갈등이 계속 고조되더니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1년 넘게 전쟁 중이고, 미국은 공화당에 이어 민주당 행정부도 중국과 갈등을 관리하고 평화로운 공존의 길을 모색할 생각이 딱히 없어 보입니다. 산업화시대 국가 주도 경제성장을 논할 때나 쓰던 용어인 산업정책이 돌아왔다는 분석이 이미 널리 받아들여지고 있습니다.
오늘 청문회에서 추 CEO에게 날카로운 질문을 퍼부은 의원들은 아마 대부분 당연히 기업의 국적을 따져야 한다고 생각했을 겁니다. 중국은 미국의 지위를 위협하는 국가이고, 중국 정부와 공산당은 미국을 따라잡거나 깎아내리려는 의도를 공공연히 밝혔는데, 중국 정부의 하수인이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은 중국 기업이 미국에서 버젓이 사업하게 하는 건 너무 위험하다는 인식도 대체로 공유하는 듯했습니다.
전문 번역: 미국을 공포에 빠뜨린 틱톡, 이 문제는 어떻게 풀어야 할까
오늘은 직접 번역한 뉴욕타임스 칼럼 번역을 글의 후반부에 소개했네요. 중국 기업 틱톡이 미국 안보에 위협이 된다는 바이든 행정부의 주장을 고스란히 담은 칼럼도 있었는데, 그보다는 지난번 통신품위법 230조에 관한 대법원 구두변론을 두고 칼럼을 썼던 줄리아 앵윈이 쓴 칼럼의 문제의식에 더 공감해서 이 글을 골랐습니다.
앵윈 기자의 주장을 한마디로 요약하면, “중국 테크 기업의 문제”에서 “중국”이란 단어를 빼고 그 잣대를 “모든 테크 기업”에 적용해보면 더 근본적이고 심각한 문제가 바로 보인다는 겁니다. 중국 공산당의 직접적인 사주를 받지는 않겠지만, 데이터 보안이 취약하거나 검색이나 추천 알고리듬의 문제를 방치하다 사회적으로 해로운 글이나 영상을 걸러내지 못하는 건 대부분 테크 기업이 마찬가집니다.
미국의 안보를 위협하는 중국 기업만 문제가 아니라, 필요한 규제를 받지 않은 테크 기업은 그 자체로 미국 안보에 위협이 될 수 있다는 건 이미 지난 2021년 의사당 테러에서도 드러났다고 앵윈 기자는 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