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페@스프] ‘인플레이션도 불평등하다’는 주장이 놓친 것들
* 지난해 11월부터 뉴스페퍼민트는 SBS의 콘텐츠 플랫폼 스브스프리미엄(스프)에 뉴욕타임스 칼럼을 한 편씩 선정해 그에 관한 해설을 쓰고 있습니다. 그 가운데 저희가 쓴 글을 스프와 시차를 두고 소개합니다. 스브스프리미엄에서는 뉴스페퍼민트의 해설과 함께 칼럼 번역도 읽어보실 수 있습니다.
** 12월 8일 스프에 쓴 글입니다.
2022년 하반기는 사람들에게 어떤 시기로 기억될까요? 2년 넘게 계속된 코로나19 방역 조치가 완화 혹은 해제돼 다른 사람을 자유롭게 만날 수 있게 된 때로 기억할 겁니다. 아니면 미국이 인플레이션을 잡고자 금리를 올렸으며, 그래서 전 세계 경제가 어려워진 시기로 기억할 사람도 많을 겁니다.
인플레이션이 경제에 가져오는 부정적인 영향은 작지 않습니다. 그래서 연방준비제도가 존재하는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인플레이션을 억제하는 일입니다. 많은 사람은 미국 연준을 신뢰하며, 그들이 최선을 다하고 있을 거라고 믿습니다. 하지만 계속된 금리 인상의 여파가 경기 후퇴를 불러올지 모른다는 생각과 함께 점점 더 많은 경제학자가 연준과는 조금 다른 의견을 내고 있습니다.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 폴 크루그먼은 그 선두에 서 있는 사람 중 한 명입니다.
지난 11월 29일, 크루그먼은 뉴욕타임스에 쓴 칼럼 “인플레이션은 가난한 이들에게 더 큰 타격일까?”에서 인플레이션을 억제하려는 연준의 노력에 관해 이야기했습니다. 크루그먼은 적어도 인플레이션이 저소득층에게 더 나쁘기 때문에 인플레이션을 억제해야 한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니라고 이야기합니다.
그는 먼저, 금리 인상과 인플레이션의 미묘한 관계를 이야기합니다. 곧, 금리 인상이 인플레이션을 억제하고 물가를 낮출 수 있지만, 그 정도가 지나치면 불경기가 찾아와 사람들이 더 힘들어질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 칼럼에서 그는 “흔히 인플레이션이 저소득층에게 더 나쁘다고들 하지만, 그 주장은 근거가 빈약하며, 명백한 사실과는 거리가 있다”고 말합니다.
정말 그럴까요? 우선 인플레이션이 저소득층에 더 큰 고통을 준다는 주장을 뒷받침하는 근거도 많습니다. 올해 2월, 워싱턴포스트는 소득별 소비 상품의 가격 상승률을 조사해, 소득이 낮은 가구가 체감하는 물가 상승률이 더 높다는 연구를 소개했습니다. 이를 인플레이션 불평등(inflation inequality)이라 부르며, 미국 외의 다른 나라에서도 비슷한 결과가 발표된 바 있습니다.
‘인플레이션 불평등’ 주장이 놓친 것
그러나 크루그먼은 이와 비슷하게 중요하지만, 사람들이 간과한 사실을 먼저 이야기합니다. 인플레이션은 노동시장을 경직시키며, 이는 임금 압축(wage compressoin)으로 이어집니다. 임금 압축이란 고임금 노동자보다 저임금 노동자의 임금 상승률이 더 높아지는 현상입니다. 실제로 지난 1년 동안 최저 사분위 시급 상승률은 인플레이션과 거의 나란히 올라갔지만, 고소득 노동자의 임금은 인플레이션을 따라가지 못했습니다.
크루그먼은 저소득층이 경험하는 더 높은 물가 상승률에 대해서도 이야기합니다. 그는 지금 에너지와 식료품의 물가 상승률이 특히 높으며, 저소득층의 소비에 에너지와 식료품의 비중이 높기 때문에 이들이 체감하는 물가 상승률이 실제로 더 높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그는 소득 증가와 소비 증가를 동시에 고려할 경우 여전히 저소득층이 다른 계층보다 인플레이션의 영향을 덜 받았을 것이라 말합니다.
그리고 한 가지 사실을 덧붙입니다. 지금의 에너지, 식료품 가격 상승은 지난 팬데믹 시기의 양적 완화 때문이 아니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영향이 더 크다는 겁니다. 이는 저소득층의 어려움이 인플레이션 때문이라는 주장을 더 약화시키는 근거입니다.
“2%라는 목표치에 집착 말아야”
크루그먼은 12월 2일 칼럼을 한 편 더 썼습니다. 제목부터 “언제쯤이면 인플레이션을 잡았다고 말할 수 있을까?”로 좀 더 직접적인 이 칼럼에서 그는 현재 연준이 목표로 하는 2%라는 수치에 별다른 근거가 없다는 점을 강력하게 논증합니다.
그는 먼저 이 숫자가 어떻게 나왔는지 이야기합니다. 왜 물가 상승률을 0%로 억제하는 게 아니라 2%에서 억제하는 게 바람직할까요? 이에 대해 약간의 인플레이션은 경제에 윤활유가 된다는 주장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인플레이션은 기본 금리를 약간 높이며, 경기 침체가 시작될 때 연준이 금리를 낮추어 경기 침체에 대응할 여지를 줍니다.
시시각각 변하는 경제 상황에서 특정한 물건의 가격이나 인건비는 다른 물건의 가격이나 인건비보다 상대적으로 낮아져야 할 때가 있습니다. 그런데 물건 가격이나 임금을 낮추기는 쉽지 않습니다. 물가가 오를 때 임금을 동결하면, 같은 효과를 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인플레이션 자체는 어느 정도 필요하더라도 그 수치가 반드시 지금 연준이 목표로 하는 숫자 2%일 필요는 없다고 크루그먼은 주장합니다. 곧, 다른 학자들이 말하는 것처럼 3%, 심지어 4%라도 괜찮을 수 있다는 것이지요.
최적의 인플레이션이라는 것이 존재할 것 같기는 합니다. 경제가 어려운 것은 시스템의 복잡성만큼이나 사람들의 심리가 경제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일 겁니다. 적어도 합리적인 논의를 통해 다수가 납득할 수 있는 정책과 인플레이션 목표치가 결정된다면, 올해 우리가 겪은 인플레이션의 경험은 앞으로 계획을 수립하는 데 도움이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