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중국의 투자협정 체결을 둘러싼 논쟁
2021년 1월 28일  |  By:   |  경제, 세계  |  No Comment

(이코노미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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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의 관가와 외교가에서는 이번 협정이 중국에 지나치게 큰 정치적 이득을 줬다는 평가에 대한 논쟁이 벌어졌습니다.

중국 지도자들은 역사의 수레바퀴가 중국을 향하고 있다고 느끼고 있습니다. 이들은 중국의 급속한 경제 성장에 고취됐고, 국내 코로나19 확산을 성공적으로 막아내며 대중의 환호를 받았습니다. 자체 백신을 개발해 우방국에 지원하고 있기도 합니다. 중국 공산당 지도부는 이러한 성공을 “수백 년간 보지 못했던 대단한 변화”라고 치켜세웁니다. 이렇게 중국의 글로벌 위상이 점점 올라가는 반면, 경기침체와 정쟁에 휩싸인 민주주의 국가들은 점점 뒤처진다고 생각하고 있죠.

때마침 2021년 벽두에 EU와 중국의 투자협정이 체결됐습니다. 이번 합의는 그간 제기된 유럽의 중국 시장 의존에 대한 우려를 일축한 것이며, 협정이 시행되면 유럽의 몇몇 강국은 중국과 경제적으로 훨씬 가까워질 것입니다. 또한, 중국 내 강제 노역에 대한 비판에 대응해, 중국 정부가 강제 노동에 관련된 국제 기준을 준수하기 위해 꾸준히 노력한다는 약속을 포함했습니다.

이번 협정으로 중국이 정치적 효과를 얻게 됐습니다. 미국의 조 바이든 당선인의 중국 압박 시도를 한발 앞서 비켜나가게 된 것이죠. 경제적으로는 독일의 자동차 회사, 유럽의 금융 회사와 관련 기업이 혜택을 받을 것으로 보입니다. 바이든 당선인의 국가안보 보좌관 내정자는 중국의 불공정 무역과 인권 유린에 대해 미국과 유럽이 보조를 맞춰 대응하기를 바란다는 트윗을 공개적으로 올리며, EU에 “기다려 달라”는 메시지를 강하게 암시했으나, 아무 소용이 없었습니다. 크리스마스 직전 EU 국가의 대사들을 오찬에 초청한 중국의 왕이(Wain Yi) 외교부장은 유럽의 “전략적 자주성(strategic autonomy)”을 치켜세우기도 했습니다. 왕이 부장은 전략적 자주성이란 말을 통해 미국과 독립된 유럽의 자주적인 판단을 기대한다는 명확한 시그널을 보냈습니다. 당시 오찬 참석자는 왕이 외교부장이 독일의 앙겔라 메르켈(Angela Merkel) 총리에 감사를 표했다고 전했습니다. 독일이 민주주의와 자유 수호를 명목으로 글로벌 공급망에서 중국을 배제하거나 해외 투자를 가로막는 미국 주도의 반중국 연합에 참여하지 않았기 때문이죠. 독일은 이번 투자협정 체결 과정에서 큰 역할을 하기도 했습니다.

한편, 이번 협정을 비판하는 측은 EU가 너무 순진했다고 평가합니다. 이들은 이번 협정을 긍정적으로 평가한 우르술라 폰 데어 라이엔(Ursula von der Leyen) EU 집행위원장의 주장에 실망감을 표했습니다.  EU 집행위원장은 유럽의 핵심 가치를 확산하고, 중국의 모호한 약속이 강제 노동을 근절하는 데 기여할 것이라는 기대감을 나타냈죠. 사실, 투자협정 체결에 대해 유럽의 지도자들이 순진했다고 평가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습니다. 이번 협정 체결에는 유럽 기업에 돌아갈 경제적 이익, 유럽의 제한된 영향력에 대한 불만, 바이든 행정부와의 공동행동에 대한 비관론 등 다양한 배경이 있기 때문입니다. 유럽의 입장은 간단히 말해 이렇습니다. “우리는 경제적 이익에 관심이 있었다. 중국은 나름대로 미국의 중국 고립전략에 대응해야 하는 정치적 목적에 집중했다. 서로 원하는 것을 주고받았고, 결과적으로 유럽의 입장에서는 이번 협정으로 충분한 경제적 성과를 얻었다.”

얼마 전부터 중국이 민주주의를 탄압하면서 대내외 충돌을 일으키자 중국 주재 유럽 대사들과 기업인들의 시각은 눈에 띄게 경직됐습니다. 특히 2020년이 전환점이었죠. 중국은 새로운 국가보안법으로 홍콩의 서구식 자유를 짓밟았습니다. 그리고 중국과 인도의 국경 충돌 과정에서 중국군이 인도 군인들을 해치기도 했습니다. 코로나19 발생 초기, 중국 외교관들은 서구 정부가 중국 내 혼란과 재난 수준의 대응에 대해 왈가왈부하지 말라고 압박했습니다. 또한, 중국은 코로나19의 발원지에 대한 국제적인 조사가 필요하다고 주장한 호주에 수입 제재로 보복했습니다.

2019년 초 EU는 유럽과 중국의 관계를 3가지로 정의했습니다. “파트너”이자 “경제적 경쟁자”이며, 동시에 다른 통치체제를 추구하는 “체제 경쟁자”라는 평가를 한 것이죠. 중국을 바라보는 유럽의 이러한 3가지 시각은 그대로입니다. 그러나 이번 투자 협정은 유럽이 과거에 중국을 바라보던 2가지 관점만을 담고 있습니다. 유럽 의회 중국관계 대표단의 위원장인 독일 녹색당 라인하르트 뷔티코퍼(Reinhard Bütikofer) 의원의 말을 빌리면, 시장 접근성과 공정한 경쟁에 집중한 이번 협정은 중국을 “파트너”이자 “경제적 경쟁자”로 본 것입니다. 뷔티코퍼 의원은 이번 협정이 “체제 경쟁국으로서 중국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것입니다.”라고 비판했습니다. 더불어, 협정을 비준하는 유럽 의회가 노동권에 대한 더 강한 합의를 요구하리라 전망했습니다. 특히 중국 서부 신장지구의 공장에서 일하는 이슬람 소수 민족에 대한 강제 노동 의혹에 대한 우려가 핵심이 될 것입니다.

이러한 입장이 서구 정치권에서 점점 확산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아직 유럽의 정치 지도부 사이에서는 소수의 견해입니다. 대부분은 일정 부분을 양보해도 무역 협정으로 경제적 이익을 얻는 방향을 지지합니다. 중국 정부가 노동권과 자유를 탄압하지 않도록 추가로 압박하면 된다는 것이죠. 가장 중요한 것은 중국 정부의 불공정한 보조금과 안보를 이유로 투자를 제한하는 조치를 없앤 것이라 평가했습니다.

 

중국은 변하지 않을 것입니다. 중국의 공세를 막을 진지를 구축해야 합니다.

중국인들은 적어도 외국인들과 대화할 때는 체제와 가치를 두고 논쟁을 벌이는 것을 피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미국은 그러지 않습니다. 중국 인민대학교 EU 연구센터장인 왕 이웨이(Wang Yiwei) 교수는 미국이 중국에 대해 종교를 전파하는 선교사처럼 행동한다고 비판합니다. 반면, 유럽의 태도는 긍정적으로 평가합니다. “유럽은 경제 이슈와 정치체제 문제를 분리합니다. 중국을 다당제로 바꾸거나 언론 자유를 강화하라고 요구하지 않습니다.”

중국의 유럽 소식통은 중국 정부가 한발 물러선 협상 카드를 제시하면서 교착 상태에 빠졌던 협정 타결을 끌어낸 이유를 2가지로 보고 있습니다. 첫째, 경제 정책을 담당하는 류허(Liu He) 부총리가 유럽 기업과의 경쟁이 중국의 국영기업에 도움이 된다고 판단했습니다. 둘째, 시진핑 주석이 미국의 바이든 대통령 취임 이전에 협정을 마무리 짓기를 원했습니다.

이번 투자협정에 대한 유럽 대표단의 평가는 양분됩니다. 협정을 지지하는 사람들은 유럽이 바이든 대통령의 취임까지 기다렸더라도 미국이 크게 고마워하지 않았을 것이라 주장합니다. 그리고 낮은 수준의 투자협정이기 때문에, 향후에 있을 미국과 유럽의 공조에 걸림돌이 되지 않을 것이라 평가합니다. 반면, 반대하는 사람들은 유럽이 중국의 정치적 승리에 손을 들어주고 바이든 당선인에게 짐을 지운 모양새를 비판합니다. 그러나 누구도 이번 협상 자체의 성과가 부족했다거나, 더 많이 얻어낼 수 있었다고 비난하지는 않습니다. 한편, 중국 내 미국, 유럽 사람들 사이에는 미래에 대한 우려 섞인 현실론이 대세입니다. 미국의 바이든 당선인이 민주주의 진영을 결집해 중국을 견제하겠다고 밝혔지만, 미국의 의도대로 쉽사리 흘러가지 않아 보이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