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페@스프] 공격의 고삐 쥔 트럼프, TV 토론으로 승리 방정식 재현할까?
2024년 11월 2일  |  By:   |  SBS 프리미엄  |  No Comment

* 뉴스페퍼민트는 SBS의 콘텐츠 플랫폼 스브스프리미엄(스프)에 뉴욕타임스 칼럼을 한 편씩 선정해 번역하고, 글에 관한 해설을 쓰고 있습니다. 그 가운데 저희가 쓴 해설을 스프와 시차를 두고 소개합니다. 스브스프리미엄에서는 뉴스페퍼민트의 해설과 함께 칼럼 번역도 읽어보실 수 있습니다.

**오늘 소개하는 글은 9월 11일 스프에 쓴 글입니다.

해리스와 트럼프가 처음으로 맞붙는 TV 토론을 앞두고, 어떤 점을 눈여겨 봐야 할지 쓴 프리뷰입니다. 벌써 까마득한 예전 일처럼 느껴지지만, 두 달도 채 안 된 일입니다.


미국 대선이 두 달도 채 남지 않았습니다. 7월 공화당, 8월 민주당이 전당대회를 열고 도널드 트럼프와 카멀라 해리스를 각각 대통령 후보로 정식 추대한 데 이어 두 후보가 미국시간 10일 밤, 한국시간 11일 오전 처음으로 TV 토론에서 맞붙습니다. 오늘은 TV 토론 관전 요소를 짚어보려 합니다.

컨벤션 효과라는 말이 있습니다. 전당대회가 영어로 민주당은 DNC, 공화당은 RNC로 “National Convention”의 약자인데, 4년에 한 번씩 나흘간 열리는 전당대회 동안 정당의 정치인들이 집중적인 언론의 조명을 받는 만큼 전당대회 전후로 당의 지지율이 올라가는 현상을 뜻하는 말입니다. (보통 시간이 지나면 이때 오른 지지율은 다시 원래대로 돌아갑니다)

실제로 올해는 극적인 사건 때문에 컨벤션 효과가 예년보다 더 크게 나타났습니다. 공화당 전당대회 직전에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유세 중에 총에 맞아 죽을 뻔했다가 구사일생 목숨을 건진 사건이 있었고, 민주당은 전당대회가 채 한 달도 남지 않은 시점에 대통령 후보를 바꾸는 전례 없는 일을 치렀습니다. 다행히 두 사건 모두 각 당이 원하는 대로 흘러갔고, 전당대회는 성공적으로 열렸습니다. 7월은 트럼프의 시간, 8월은 해리스의 시간이라는 표현이 지나치지 않았던 건 예년보다 컸던 컨벤션 효과 덕분입니다.

이제 9월이 됐습니다. 9월은 누구의 시간이 될까요? 아직은 전국 지지율이든 경합주 지지율이든 모든 여론조사에서 두 후보가 오차 범위 안에서 엎치락뒤치락하는 치열한 접전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여기에 유의미한 변화를 불러올 수 있는 이벤트가 바로 오늘 첫 TV 토론입니다.

 

“밀월 기간은 끝났다”

토론을 하루 앞두고 뉴욕타임스가 시에나대학과 함께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관련 기사를 쓴 네이트 콘 기자가 뉴욕타임스 데일리 팟캐스트에 출연해 상황을 설명하며 붙인 에피소드 제목은 “(해리스의) 밀월 기간은 끝났다”였습니다. 민주당과 해리스로서는 예상했던 전개이자, 각오했던 일이긴 해도 걱정스럽습니다.

사실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은 바이든에게 후보직을 물려받아 대선 후보가 되는 순간부터 딜레마에 빠졌습니다. 민주당 후보로서 ‘구국의 결단’을 내려준 바이든 대통령에게 감사를 표해야 하지만, 동시에 바이든에 싫증 난 유권자들의 마음을 되돌리려면, 또 바이든의 실정을 집요하게 물고 늘어지는 트럼프의 공격을 차단하려면 바이든과 어느 정도 거리를 둬야 하는 상황이기 때문입니다. 바이든의 공적에는 부통령으로서 같이 한 일이라며 슬쩍 자기 홍보를 하면서 반대로 바이든의 과오는 나와 상관이 없는 일이라며 발을 빼야 하는 상황입니다. 그렇게 하도록 가만히 내버려둘 리 없는 트럼프를 상대하면서 말이죠.

이를 위해 해리스 캠프가 고안한 자기소개 문구가 바로 해리스는 역사의 페이지를 넘기고, 새로운 시대를 여는 후보라는 뜻의 “turn the page candidate”이었습니다. 이게 어떻게든 트럼프의 집권을 막아야 한다는 목적 아래 똘똘 뭉친 민주당 전당대회에서만 해도 모두가 열광적인 지지를 보냈는데, 전체 유권자를 대상으로는 생각보다 잘 먹히지 않고 있습니다.

뉴욕타임스 여론조사를 보면, 미국 유권자들 가운데는 현재 미국의 상황에 만족하지 않으며, 미국이 변해야 한다고 믿는 사람이 60% 이상이었는데, 해리스가 변화를 이끌 수 있는 후보라고 답한 유권자는 25%에 불과했습니다. 55%는 해리스가 바이든과 다를 게 없다고 답했죠. 반대로 트럼프에 대해선 절반 이상의 유권자가 변화를 대변하는 후보라고 답했습니다. 후보가 된 지 두 달이 채 안 된 상황에서 시간이 부족했을 수도 있지만, 어쨌든 해리스는 바이든과 적당히 거리를 두는 데 지금까지는 실패한 겁니다.

 

현실에는 존재할 수 없는 ‘무색무취 민주당 후보’

여기엔 트럼프를 상대해 온 민주당의 기본 전술에서 비롯된 한계도 있습니다. 트럼프가 공화당 대선 후보가 되고, 공화당을 사실상 장악한 2016년부터 2년마다 전국 단위 선거를 치렀으니, 민주당은 지금까지 네 차례 트럼프와 맞붙었습니다. 비록 2016년에는 대선 선거인단 투표에서 졌지만, 이때도 전국적으로 300만 표를 더 받았고, 2018년 중간선거, 2020년 대선, 2022년 중간선거에선 모두 트럼프로 대표되는 공화당을 꺾었습니다.

승리 비결은 간단했습니다. 트럼프는 도저히 찍을 수 없는 중도 성향, 온건 보수 성향 유권자의 표까지 흡수하기 위해 최대한 중도 성향의 뻔한, 전형적인, ‘무색무취한 후보’를 내는 겁니다. 조 바이든이 그랬고, 트럼프 시대에 상원이나 주지사에 당선된 민주당 정치인들이 대부분 그랬습니다. 보수적인 지역구에서 당선된 하원의원도 마찬가지고요.

경험에 의존해 2024년 선거를 준비한 민주당이 보기엔 이번에도 트럼프가 나오는 한 바이든을 내는 게 가장 확실한 카드였습니다. 이론적으로는 그랬죠. 그런데 민주당 참모들도, 어쩌면 바이든 본인도 몰랐을 나이와 건강 문제가 터지면서 민주당은 급하게 후보를 해리스로 바꿨습니다.

해리스는 모두 알다시피 캘리포니아 오클랜드 출신으로 인종, 성별은 차치하더라도 정책, 이념 측면에서도 진보적인 색깔이 분명한 정치인입니다. 이는 조 바이든처럼 상대적으로 보수적인 백인 남성 유권자에게 어필할 수 있는 팀 월즈를 러닝메이트로 지명하고 나서도 가려지지 않는 특징이었죠. 다양성의 가치를 존중하고 지지하는 민주당 지지층 사이에서는 훌륭한 후보일지 몰라도 선거의 승패를 좌우하는 데 결정적인 경합주의 부동층 유권자들에게는 너무 급진적인 정치인으로 비칠 우려가 있었는데, 이번 여론조사에서도 그 점이 드러났습니다. 투표할 가능성이 높은 유권자들 가운데 해리스가 “너무 진보적”이라고 답한 사람은 47%였습니다. 반대로 트럼프가 “너무 보수적”이라고 답한 사람은 32%에 불과했습니다.

트럼프도 약점이 없지 않습니다. 현실에선 존재할 수 없지만, 전형적인, 무색무취한 민주당 후보와 가상 양자 대결에서 트럼프가 계속 열세였다는 건 트럼프도 확장성이 부족한 후보라는 뜻입니다. 무슨 일이 있어도 트럼프를 지켜줄 각오로 뭉친 팬덤도 무시무시하지만, 동시에 중도 성향 유권자에게 매력이 없다는 뜻이기도 하죠. (그래서 지난 6년간 결정적인 고비를 넘지 못하고, 선거에서 졌다고 할 수 있습니다.)

전국적으로 보면 그런데, 트럼프에게는 행운이라 할 수 있는 상황이 바로 현재 경합주의 배치입니다. 어제 살펴봤듯 경합주로 분류되는 7개 주 가운데 러스트벨트 유권자의 비중이 큰 주가 무려 3개나 됩니다. 그리고 러스트벨트 경합주의 향배를 좌우하는 백인 노동자들 사이에서 트럼프는 해리스보다 두 배 이상(66% 대 30%) 압도적인 지지를 받고 있습니다. 트럼프로서는 전체 득표에서 지더라도 선거인단에서 역전승을 거두는 2016년의 승리 방정식을 재현할 수 있다는 계산을 충분히 할 수 있는 상황입니다.

 

TV 토론 쟁점은?

이런 상황에서 열리는 첫 TV 토론은 ABC 방송이 주관하며, 경합주 펜실베이니아주의 최대 도시인 필라델피아에서 열립니다. 양쪽 모두 상대방의 약점을 들춰내려 할 텐데, 아무래도 공격의 고삐는 트럼프 쪽에서 쥐게 될 가능성이 큽니다. 공격할 거리도, 소재도 많고요. 바이든 행정부의 최대 약점은 인플레이션으로 대표되는 경제, 국경 지역 치안 문제를 비롯해 손 쓸 수 없을 만큼 곪아버린 이민 문제입니다. 여기에 펜실베이니아 사는 사람들에게 특히 중요한 문제라 할 수 있는 셰일가스(shale gas) 추출 문제도 있습니다.

셰일가스부터 알아볼까요? 트럼프는 이 문제를 반드시 언급할 겁니다. 해리스가 정책에 관해 말을 바꾼 대표적인 사례기 때문이죠. 셰일가스는 모래와 진흙이 쌓여 탄화수소가 풍부한 셰일층에 매장된 천연가스입니다. 셰일가스의 존재는 1800년대에 이미 알려졌지만, 그동안은 한데 모여있지 않고 암반층에 고루 퍼져있는 가스를 추출하는 기술이 없었습니다. 그러나 화합물을 첨가한 물을 높은 압력으로 뿜어 암반층에 균열을 내 가스를 뽑아내는 수압파쇄 공법(fracking 또는 hydraulic fracturing)이 개발되면서 비용이 적어져 수지가 맞는 에너지원이 됐습니다. 미국은 전 세계에서도 셰일가스 매장량이 가장 풍부한 나라 중 하나이고, 펜실베이니아주는 그런 미국 내에서 셰일가스 생산량이 두 번째로 많은 주입니다.

그런데 해리스는 2020년 대선에 나왔을 때 셰일가스 추출을 금지하겠다는 공약을 내세웠습니다. 환경 파괴가 심하고, 수압파쇄 공법으로 추출해 쓰는 천연가스도 기후변화를 가속하는 화석 연료인 만큼 청정에너지로 전환을 서둘러야 하는 시점에 셰일가스는 계속 지하에 묻혀있어야 한다는 게 해리스를 비롯한 민주당 진보 진영의 주장이었습니다. (참고로 조 바이든 후보는 경선 단계에서부터 셰일가스가 낳는 우려를 알고 있지만, 이를 전면 금지하는 건 옳지 않다며 반대 의사를 분명히 밝혔습니다. 바이든 행정부도 셰일가스 추출을 막지 않았습니다)

셰일가스는 러스트벨트의 많은 낙후된 마을에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하고, 경제적 활력을 불어넣어 준 선물 같은 존재입니다. 그런데 해리스가 이를 금지해야 한다고 약속했던 영상, 인터뷰가 다 기록으로 남아있는 만큼 트럼프가 이를 그냥 두고 볼 리 없습니다. 트럼프는 해리스가 지금은 경합주 표를 의식해서 거짓말을 하고 있다며, 만약 대통령이 되면 당장 셰일가스 추출을 금지해 다시 당신들의 수입원과 일자리를 빼앗아 갈 거라고 주장합니다.

전문 번역: “해리스가 TV 토론서 이기고 싶다면 꼭 해야 할 말들” [프리드먼 칼럼]

 

이에 대해 토머스 프리드먼은 해리스가 정말 TV 토론에서 이기고 싶다면 정책에 대한 태도가 바뀐 걸 대충 얼버무리지 말고 당당히 인정할 건 인정하라고 주문하는 칼럼을 썼습니다. 답을 피하고 둘러 가려고 해봤자, 트럼프는 계속해서 약점을 물고 늘어질 게 뻔하니, 차라리 솔직하게 정면 돌파하는 편이 낫다는 겁니다. 과거에는 어떤 이유로 그런 생각을 했는데, 부통령으로 일하면서 생각이 왜 바뀌었고, 그래서 대통령이 되더라도 수압파쇄를 금지하는 일은 없을 거라는 걸 솔직하게 설명하면 유권자들도 알아줄 거라고 프리드먼은 조언했습니다.

이민 문제도 마찬가지입니다. 민주당은 이민 문제와 관련해 초당적인 해결책을 마련했지만, 트럼프가 이를 물거품으로 만들었다는 것만 이야기하려 합니다. 물론 트럼프의 약점이 될 수 있는 점을 부각하는 건 좋지만, 트럼프가 가만히 당하고만 있을까요? 트럼프로서는 오바마 행정부 때부터 합법적인 서류를 취득하지 않고 미국에 정착한 이민자들이 자꾸 늘어났는데, 이를 방치한 책임이 민주당에 있다고 지적할 만합니다.

특히 바이든 행정부 첫 2~3년 동안은 우선순위에서 한참 미뤄두고 관심도 두지 않으며 문제를 키우더니 선거를 앞두고 발등에 불이 떨어지니 부랴부랴 요란하게 해결책을 찾는 모습을 두고는 위선이라며 비난할 겁니다. 프리드먼은 여기에 대응할 때도 먼저 잘못을 인정하라고 주문합니다. 나는 잘못한 것 하나 없이 모든 잘못은 너한테 있다는 식의 태도는 토론을 지켜보는 유권자에게 점수를 따기 좋은 전략이 아니라는 겁니다.

이번 토론은 “공격이 최선의 수비”라는 격언이 들어맞는 90분이 될 전망입니다. 그러나 효과적으로 공격을 하려면 먼저 나를 향한 공격을 어느 정도 막아내는 데도 신경을 써야 합니다. 상대방 말을 듣지 않고 내가 준비한 말만 읊어대는 건 효과적인 토론이 아닌데, 토론에 임하는 자세도 평가 대상이 될 겁니다. 해리스로서는 셰일가스 추출 금지, 인플레이션, 이민 등 바이든 행정부의 실정, 과거 자신의 발언에서 비롯된 비판에 잘 해명하고 난 다음에 트럼프의 약점을 공략하는 편이 효과적일 겁니다.

트럼프에게도 약점은 있습니다. 본인은 계속 부인하고 있지만, 트럼프 행정부에서 일했던 사람들이 다수 포함된 헤리티지 재단이 중심이 돼 만든 보수적인 집권 플랜인 프로젝트 2025에 중도 성향 유권자들이 매우 싫어할 만한 내용이 많습니다. 또 트럼프 본인은 열심히 거리를 두려 하고 있지만, 경제 다음으로 중요한 이슈로 꼽히는 여성의 임신 중절권 문제도 트럼프는 가급적 피하고 싶은 주제일 겁니다. 트럼프가 임기 중에 보수 성향 대법관을 3명이나 새로 임명해 6:3이라는 는 절대적인 보수 우위 구도로 바뀐 미국 대법원이 2022년 임신 중절권을 헌법이 보장하는 미국인의 권리라고 판결한 로 대 웨이드 판결을 뒤집었는데, 이는 여성과 젊은 유권자들을 공화당에서 멀어지게 한 결정적인 사건이었습니다.

 

여론조사 얼마나 정확할까?

선거가 다가오면서 여론조사가 쏟아지고 있습니다. 주요 언론과 여론조사 업체는 아예 새로운 여론조사 결과를 발표할 때마다 주요 여론조사를 종합한 평균값을 참고삼아 같이 공개하고 있죠. 트럼프와 해리스가 전국 지지율은 물론이고, 주요 경합주에서도 오차 범위 내에서 접전을 벌이고 있으므로, 이번에도 여론조사를 신중하게 봐야 합니다. 특히 주 별로 한 표라도 더 많이 받는 후보가 배정된 선거인단을 다 가져가는 승자독식 방식 때문에 더 그렇습니다. 오차 범위 안에 있는 선거는 쉽게 말해 누가 이겨도 이상하지 않은 선거라는 뜻입니다. 그런데 어느 쪽이 이기느냐에 따라 대선 결과는 정반대로 나올 수 있습니다. (사실 2016년 대선도 여론조사 자체가 크게 빗나가지는 않았습니다.)네이트 콘이 기사에서 소개한 그래프가 재밌습니다. 경합주 7곳을 빼면 트럼프도, 해리스도 승리에 필요한 선거인단 270명을 확보하지 못합니다. 오차 범위 안에 있지만, 어쨌든 지금 여론조사 지지율대로 투표한다면, 해리스가 292명의 선거인단을 확보해 이깁니다. (그러나 그럴 가능성은 매우 희박합니다) 지난 두 차례 선거에서 여론조사는 미세하지만 표심을 정확히 읽지 못했는데, 2020년 대선에선 공화당의 표를 생각보다 덜 예측했고, 반대로 2022년엔 민주당이 여론조사가 예측한 것보다 더 많은 표를 받았습니다. 다시 말해 지금 여론조사에 2020년 여론조사와 같은 편향이 있다면, 실제 선거에선 트럼프가 경합주들을 다 이겨 선거인단 312명을 확보하게 되고, 반대로 2022년과 같은 편향이 있다면, 해리스가 선거인단 303명을 확보해 대통령이 됩니다. 어느 쪽이든 이번 선거는 매우 박빙이라는 사실만 자꾸 되풀이하게 됩니다.

 

특명: 상대방이 내 소개 못 하게 할 것

공격이 최선의 수비가 될 것이란 전망과 맥이 통하는 얘긴데, 해리스도, 트럼프도 당선됐을 때 펼 정책과 비전을 스스로 설명하고 소개할 수 있어야 합니다. 만약 발언 시기를 놓치거나 기회를 허비해 상대방에게 발언권이 넘어가 상대방이 나를 규정하기 시작한다면, 내일 토론에서 승리하기는 매우 어려워질 겁니다.

프리드먼이 해리스에게 한 주문을 똑같이 트럼프에게도 해볼 수 있습니다. 즉, 프로젝트 2025와 관련해선 이미 여러 차례 언론 인터뷰에서 선을 그은 것처럼 거리두기를 해야 하고, 임신 중절권 관련해선 자신이 임명한 대법관들이 내린 판결이 맞지만, 자신은 임신 중절권을 금지한 게 아니라 주 정부에 곧 시민들이 직접 의견을 모아 이 문제를 주도적으로 해결하게 했을 뿐이라는 식으로 논리를 펴나가야 합니다. 흥분하거나 감정적으로 반응하는 건 특히 트럼프에게는 절대 금물입니다. 그게 해리스와 민주당이 가장 노리고 바라는 점이라는 걸 잊어서는 안 됩니다.

정치학자들은 정치적 양극화가 심해진 상황에서 TV 토론이 선거에 미치는 영향도 크지 않다고 말합니다. 선거에 관심을 가지고 토론을 챙겨 보는 사람은 대부분 이미 누구 찍을지 오래전에 마음을 정한 사람들이라는 거죠. 정작 승패를 가르는 데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부동층 유권자들은 대개 토론을 보더라도 편집된 영상이나 하이라이트만 볼 가능성이 큽니다.

그렇다고 이번 TV 토론이 중요하지 않다는 말은 아닙니다. 경합주에서는 얼마 안 되는 표 차이로 승부가 갈릴 가능성이 큽니다. 이는 곧 TV 토론을 보고, 혹은 토론을 통해 만들어진 분위기를 통해 몇 명의 마음만 얻으면 승부의 추를 우리 쪽으로 가져올 수 있다는 말입니다. 9월 들어 펜실베이니아주 TV 광고를 사는 데 양측은 합쳐서 2천억 원 넘는 돈을 썼습니다. 토론에서 똑 부러진 대답 한마디, 날카로운 질문 하나는 값을 매기기 어려울 만큼 귀한 무기가 될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