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페@스프] 그럼에도 ‘상온 초전도체’가 정말이라면 세상은 어떻게 바뀔까
2023년 10월 13일  |  By:   |  SBS 프리미엄  |  No Comment

* 뉴스페퍼민트는 SBS의 콘텐츠 플랫폼 스브스프리미엄(스프)에 뉴욕타임스 칼럼을 한 편씩 선정해 번역하고, 글에 관한 해설을 쓰고 있습니다. 그 가운데 저희가 쓴 해설을 스프와 시차를 두고 소개합니다. 스브스프리미엄에서는 뉴스페퍼민트의 해설과 함께 칼럼 번역도 읽어보실 수 있습니다.

** 오늘 소개하는 글은 8월 19일 스프에 쓴 글입니다.


국내 연구진의 임시 논문으로 촉발된 상온 초전도체 논란은 전 세계의 관심을 불러일으켰지만 아쉽게도 헛소동으로 끝날 듯합니다. 세계 각국의 여러 연구진이 해당 물질은 초전도체가 아니라고 말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상온 초전도체에 사람들이 이런 뜨거운 관심을 보이는 데는 이유가 있습니다. 만약 상온 초전도체를 인류가 쉽게 만들 수 있게 된다면 이는 산업혁명 이상의 엄청난 변화를 인류가 경험하게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먼저 초전도체에 대해 잠깐 알아봅시다. 초전도체는 전기 저항이 0인 물질을 말합니다. 일찍이 과학에 손을 놓은 이들이라도 세상에는 전기가 통하는 도체와 그렇지 않은 부도체가 있다는 사실은 알고 있을 겁니다. 그리고 금속은 도체이며, 이들은 저항이 매우 작다는 사실도 말이죠.

그럼 초전도체는 금속과 무엇이 다를까요? 사실 금속의 저항은 매우 작지만 0이 아닙니다. 우리가 구리를 전선으로 사용하는 이유는 구리가 지구에 흔히 분포하는 물질이면서 금속 중에도 저항이 매우 낮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저항이 0이 아니기 때문에 전기를 멀리 보내기 위한 송전선은 10% 남짓한 에너지 손실이 있습니다. 즉, 초전도체로 전선을 만든다면 이런 손실을 막을 수 있겠지요.

그럼 사람들은 전기를 사용하기 시작한 이래 초전도체를 찾아왔을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많은 과학적 발전이 그렇듯, 초전도체가 발견된 것도 우연에 가깝습니다. 곧, 모든 물질에는 저항이 당연히 존재하기에 저항이 0인 물질이 존재하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던 것이지요. 하지만 20세기 초, 우연히 영하 270도에 가까운 극저온에서 수은의 전기 저항이 0 이 되는 현상이 발견됩니다. 이후 이를 이론적으로 설명한 물리학자들은 노벨상을 받습니다.

20세기 후반, 상대적으로 고온인 영하 200도 가까운 온도에서 초전도체가 되는 물질들이 발견되었고, 이들은 고온 초전도체로 불립니다. 하지만 여전히 온도가 너무 낮았고 만들기가 어려웠기에 특수한 용도에만 사용될 수 있었습니다.

그럼 상온 초전도체, 곧 우리가 생활하는 이 온도에서 초전도 물질을 쓸 수 있게 된다면 어떻게 세상이 바뀐다는 것일까요? 기본적으로는 위에서 이야기한 것처럼 전기 저항으로 손실되는 에너지가 사라지며, 따라서 전기의 가격이 내려갈 겁니다. 전기는 수많은 공산품의 생산을 담당하기에 물가 전체가 내려가겠지요.

그렇지만 좀 더 근본적인 변화가 있을 겁니다. 위에서 말한 초전도체의 장점은 에너지를 쉽게 손실 없이 옮길 수 있다는 것입니다. 에너지는 우주의 모든 변화에 관여합니다. 생명체는 먹이를 통해 에너지를 얻고 그 에너지를 가지고 다른 먹이를 찾아 나서며 종족을 번식시킵니다. 자연 현상도 모두 에너지의 변화로 설명할 수 있습니다.

우리는 에너지를 일상의 용어로도 사용합니다. 곧, 누군가가 활기차고 힘이 넘칠 때, 그 사람에게서 에너지가 느껴진다고 말하는 식입니다. 하지만 에너지는 정확한 정의가 있고 측정할 수 있으며 크기를 계산할 수 있는 물리량입니다. 어떤 질량의 물체가 특정한 속도로 움직일 때 운동 에너지를 계산할 수 있으며, 물체의 온도를 높이기 위해 필요한 열량을 계산할 수 있고, 물체를 움직이거나 데우기 위해 필요한 전류와 전압을 계산할 수 있습니다.

이런 각기 다른 물리량들이 에너지의 관점에서 서로 변환 가능한 실체라는 것을 알게 된 것은 과학의 가장 위대한 발견 중 하나일 겁니다. 그리고 전기는 우리가 일상에서 이를 거의 모든 용도로 사용하는 것처럼, 서로 다른 형태의 에너지로 가장 변환이 쉬운 에너지입니다. 따라서 초전도체는 이러한 변환 과정에서의 손실을 크게 줄여줄 수 있는 기술인 것이지요. 그리고 세상 모든 것이 에너지의 변환이라는 관점에서 초전도체가 얼마나 큰 변화를 가져올지 상상하기는 그리 어렵지 않습니다.

그리고 가장 큰 가능성이 있습니다. 바로 새로운 에너지원이 될 수 있는 핵융합 장치를 만드는 데 있어 초전도체가 중요한 장애물을 해결할 가능성입니다. 핵융합 장치가 성공할 경우 인류는 거의 무한한 에너지원을 얻게 됩니다. 지금 가장 가능성이 높다고 여겨지는 핵융합 장치는 초고온의 플라스마를 가두기 위해 고온 초전도체를 사용하며 여기에는 상당한 기술적 어려움과 비용이 듭니다. 하지만 상온 초전도체를 쉽게 만들 수 있게 된다면 핵융합 장치가 성공할 가능성은 매우 올라갈 겁니다. 그 경우 인류가 경험하게 될 변화는 지금까지 인류가 경험해 보지 못한 변화일 것이 분명합니다.

지난 12일, 이 핵융합 장치를 위한 초전도 시스템을 만드는 앤드류 코트는 뉴욕타임스에 상온 초전도체가 세상을 어떻게 바꾸게 될지를 설명했습니다.

전문 번역: 떠 있는 금속 조각 하나(LK-99)가 과학자들의 심장을 뛰게 하는 이유

 

그는 고성능 MRI, 고속의 자기 부상열차, 고효율 컴퓨터 등을 이야기합니다. 모두 당장 가능한 변화이고 우리 삶에 큰 변화를 끼칠 수 있는 것들입니다.

물론 가장 큰 변화는 핵융합 발전으로 인해 얻게 되는 무한한 에너지와 이를 전송하는 과정에서 손실이 줄어들기 때문에 낮아질 에너지의 가격입니다. 이는 모든 공산품의 가격을 낮추게 될 겁니다. 전기가 비싸 시도하지 못했던 모든 기술이 시도되고 새로운 산업이 탄생할 겁니다.

음, 갑자기 전기가 싼 나라를 찾아다니던 비트코인 채굴 기업이 생각나네요. 비트코인의 가격이 어떻게 될지도 궁금해졌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