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페@스프] 우리가 굳이 암호화폐를 사용할 이유가 뭐냐는 질문
tags : #FTX, #샘 뱅크먼프리드, #암호화폐, #폴 크루그먼 2023년 3월 24일 | By: veritaholic | SBS 프리미엄 | No Comment* 지난해 11월부터 뉴스페퍼민트는 SBS의 콘텐츠 플랫폼 스브스프리미엄(스프)에 뉴욕타임스 칼럼을 한 편씩 선정해 그에 관한 해설을 쓰고 있습니다. 그 가운데 저희가 쓴 글을 스프와 시차를 두고 소개합니다. 스브스프리미엄에서는 뉴스페퍼민트의 해설과 함께 칼럼 번역도 읽어보실 수 있습니다.
** 11월 23일 스프에 쓴 글입니다.
지난해 최고의 해를 보냈던 암호화폐 업계는 올해 최악의 해를 보내고 있습니다. 지난 5월에는 루나-테라 사태로 수십조 원의 가치가 사라져 전세계 암호화폐 관계자들은 망연자실하게 했죠. 이어 이달 초에는 가장 인기 있고 거래량이 많은 거래소 중 하나인 FTX가 그들이 보유한 자산에 대한 의문을 담은 기사 하나가 올라온 지 단 며칠 만에 파산 신청을 하고 말았습니다.
암호화폐에 비판적인 태도를 보이는 대표적인 경제학자이자 노벨상 수상자인 폴 크루그먼은 지난 5월, 루나 사태 이후 암호화폐에 부정적인 칼럼을 쓴 바 있습니다. 그리고 이번 FTX 사태 이후 그는 같은 입장을 더 강하게 성토한 칼럼을 뉴욕타임스에 썼습니다. 지난 5월에 쓴 칼럼의 제목은 예상대로 암호화폐 하나가 무너졌다는 것이었지만, 이번 칼럼의 제목은 이번 사태가 암호화폐의 끝일지도 모른다는 것입니다.
이번 사태는 많은 사람에게 충격을 주었습니다. FTX와 거래소의 창업자 샘 뱅크먼 프리드는 업계에서 매우 특별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었습니다. FTX는 자신들의 이름을 미국의 보통 사람들에게 각인시키기 위해 수천억 원을 들여 미국 프로농구 NBA 마이애미 히트의 홈구장 이름을 지을 권리를 사들인 다음, 그 이름을 ‘FTX 아레나’로 바꿨습니다. 미국 대통령인 조 바이든의 선거 운동에는 수백만 달러를 기부하기도 했지요. 지난 5월 루나 사태 당시에는 자금난을 겪게 된 암호화폐 업체들에 상당한 금액의 구제금융을 지원해주며 업계의 구세주로 떠오르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이번 파산 사태에 드러난 FTX의 실제 모습은 자신들이 발행한 코인을 사실상의 자회사에 빌려주고 이를 담보로 대출받아 다른 암호화폐 기업에 투자함으로써 가치를 부풀린 일종의 폰지 사기에 가까웠습니다.
암호화폐 존재 이유 사라질까
지난 5월 크루그먼이 암호화폐를 부정적으로 본 이유는 크게 두 가지였습니다. 하나는 이 시장에 더 들어올 사람이 없다는 것이었고, 다른 하나는 암호화폐를 실제로 쓸 만한 곳이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물론 그 이유 때문만은 아니었지만, 이후 암호화폐 가격은 내리막길을 걸었습니다. 이번 칼럼에서 크루그먼은 보다 직접적으로 지금 암호화폐 업계의 문제점을 지적합니다. 곧, 루나를 발행했던 테라나 이번에 무너진 FTX 같은 기관이 근본적으로 왜 존재해야 하는가입니다.
이 질문을 이해하려면 블록체인이 내세우는 탈중앙화라는 개념을 이해해야 합니다. 탈중앙화는 첫 번째 블록체인인 비트코인이 2008년 사토시 나카모토라는 익명의 인물에 의해 시작되었을 때부터 블록체인의 가장 중요한 특징으로 여겨졌습니다.
당시 금융 위기에서 드러난 금융기관들의 문제점과 이들을 구제한 정부에 많은 이들이 문제의식을 가졌습니다. 그러나 우리가 사용하는 화폐의 가치와 거래를 보장하는 것도 결국 중앙화된 기관인 정부나 금융기관입니다. 곧, 비트코인은 블록체인 기술에 의해 이들 중앙화된 기관 없이도 사람들이 돈을 주고 받을 수 있다는 것을 증명했고, 이는 지금까지도 성공적으로 작동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사람들이 더욱 편리하게 암호화폐를 보관하고 싶어 하며, 다른 암호화폐나 법정화폐와 교환하고 싶어 한다는 점이 문제입니다. 많은 이들이 거래소에 자신의 암호화폐를 보관하는 것도 바로 그 이유 때문입니다. 하지만 거래소는 말 그대로 중앙화된 금융기관입니다. 크루그먼은 바로 이 점을 지적하는 것입니다.
크루그먼은 한 가지를 더 지적합니다. 지금 암호화폐 업계가 누리는, 금리를 포함한 여러가지 자유는 이들이 정부의 규제를 받지 않기 때문에 가능하다는 겁니다. 바로 그 규제가 없기 때문에 이번 FTX 사태와 같은 일이 벌어지는 것이며, 따라서 이번 사태를 겪은 정부는 암호화폐 업계를 더 엄격히 규제하려 할 수 있습니다. 그러면 기존 금융기관이 정부의 규제를 따르는 대신 정부의 보증을 토대로 신뢰를 얻는 것처럼, 암호화폐 거래소도 같은 길을 걷게 될 것입니다. 크루그먼은 그렇게 된다면 우리가 굳이 암호화폐를 사용할 이유가 무엇이냐고 묻고 있습니다.
그의 말에도 충분한 일리가 있습니다. 곧, 암호화폐는 더 번거롭고 복잡하기만 하고, 그렇다고 더 큰 자유를 주지도 않는다는 거죠. 하지만 블록체인 지지자들은 다른 부분에서 희망을 품고 있습니다. 곧, 중앙화와 탈중앙화는 이분법적인 개념이 아니며, 따라서 블록체인 기술이 더 발전한다면, 최소한의 중앙화를 통해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으면서도 탈중앙화의 가치는 크게 잃지 않는 기술이 나올 수 있다는 것이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