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호화폐 존재 이유 사라질까
지난 5월 크루그먼이 암호화폐를 부정적으로 본 이유는 크게 두 가지였습니다. 하나는 이 시장에 더 들어올 사람이 없다는 것이었고, 다른 하나는 암호화폐를 실제로 쓸 만한 곳이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물론 그 이유 때문만은 아니었지만, 이후 암호화폐 가격은 내리막길을 걸었습니다. 이번 칼럼에서 크루그먼은 보다 직접적으로 지금 암호화폐 업계의 문제점을 지적합니다. 곧, 루나를 발행했던 테라나 이번에 무너진 FTX 같은 기관이 근본적으로 왜 존재해야 하는가입니다.
이 질문을 이해하려면 블록체인이 내세우는 탈중앙화라는 개념을 이해해야 합니다. 탈중앙화는 첫 번째 블록체인인 비트코인이 2008년 사토시 나카모토라는 익명의 인물에 의해 시작되었을 때부터 블록체인의 가장 중요한 특징으로 여겨졌습니다.
당시 금융 위기에서 드러난 금융기관들의 문제점과 이들을 구제한 정부에 많은 이들이 문제의식을 가졌습니다. 그러나 우리가 사용하는 화폐의 가치와 거래를 보장하는 것도 결국 중앙화된 기관인 정부나 금융기관입니다. 곧, 비트코인은 블록체인 기술에 의해 이들 중앙화된 기관 없이도 사람들이 돈을 주고 받을 수 있다는 것을 증명했고, 이는 지금까지도 성공적으로 작동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사람들이 더욱 편리하게 암호화폐를 보관하고 싶어 하며, 다른 암호화폐나 법정화폐와 교환하고 싶어 한다는 점이 문제입니다. 많은 이들이 거래소에 자신의 암호화폐를 보관하는 것도 바로 그 이유 때문입니다. 하지만 거래소는 말 그대로 중앙화된 금융기관입니다. 크루그먼은 바로 이 점을 지적하는 것입니다.
크루그먼은 한 가지를 더 지적합니다. 지금 암호화폐 업계가 누리는, 금리를 포함한 여러가지 자유는 이들이 정부의 규제를 받지 않기 때문에 가능하다는 겁니다. 바로 그 규제가 없기 때문에 이번 FTX 사태와 같은 일이 벌어지는 것이며, 따라서 이번 사태를 겪은 정부는 암호화폐 업계를 더 엄격히 규제하려 할 수 있습니다. 그러면 기존 금융기관이 정부의 규제를 따르는 대신 정부의 보증을 토대로 신뢰를 얻는 것처럼, 암호화폐 거래소도 같은 길을 걷게 될 것입니다. 크루그먼은 그렇게 된다면 우리가 굳이 암호화폐를 사용할 이유가 무엇이냐고 묻고 있습니다.
그의 말에도 충분한 일리가 있습니다. 곧, 암호화폐는 더 번거롭고 복잡하기만 하고, 그렇다고 더 큰 자유를 주지도 않는다는 거죠. 하지만 블록체인 지지자들은 다른 부분에서 희망을 품고 있습니다. 곧, 중앙화와 탈중앙화는 이분법적인 개념이 아니며, 따라서 블록체인 기술이 더 발전한다면, 최소한의 중앙화를 통해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으면서도 탈중앙화의 가치는 크게 잃지 않는 기술이 나올 수 있다는 것이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