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진 칼럼] 생선과 비타민
2022년 8월 31일  |  By:   |  네이버 프리미엄 콘텐츠  |  No Comment

오늘날, 건강과 장수는 인류의 가장 큰 관심사라 말할 수 있을 겁니다. 그래서 이 코너에서도 건강에 관한 소식을 가장 많이 다루게 됩니다. 바로 지난주에도 ‘영생’이라는 충분히 비현실적인 소재를 다뤘죠. 이번 주에는 최근 발표된 훨씬 더 현실적인 건강에 관한 뉴스 두 가지를 소개합니다. 물론 현실적이라고 해서 여러분께 명확한 지시사항을 말씀드리지는 못합니다. 오히려 그 반대에 가깝습니다. 현실이란 원래 그런 것이니까요.

첫 번째 소식은 6월 초 소개된 연구로, 바로 생선의 섭취에 관한 것입니다. 생선이 몸에 좋다는 것은 상식에 가깝습니다. 특히 육류에 해당하는 붉은 고기에 비해서는 말이죠. 미국 암학회는 붉은 고기보다 생선, 닭, 콩 등을 권합니다. 미국 심장학회 역시 일주일에 생선을 두 번 먹으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생선이 흑색종이라는 피부암과 관련이 있다는 소식은 다소 충격적입니다. 이 연구는 50~71세 미국인 49만 명을 추적한 결과이기 때문에 상관관계가 존재한다는 것은 분명합니다. 정확히는 일주일에 생선을 세 번 이상 먹은 이들은 생선을 먹지 않은 이들보다 흑색종이 발병할 가능성이 22% 더 높았습니다.

물론 이런 연구에서 늘 나오는 것처럼, 상관관계가 인과관계를 의미하지는 않습니다. 곧, 흑색종이 생긴 이유가 생선 때문은 아닐 수 있다는 것이죠. 기사에서 첫 번째로 이야기하는 추정 이유는 어류를 섭취함으로써 체내에 수은이나 비소와 같은 중금속이 축적될 수 있고, 이러한 중금속이 피부에 영향을 주었을 가능성입니다. 실제로 어류를 많이 섭취한 이들의 체내에 중금속이 더 높게 측정된 연구들은 존재합니다. 중금속이 건강에 좋지 않다는 연구도 있고요. 즉, 만약 이 경우라면 적어도 생선을 너무 많이 먹어서는 안 될 것 같습니다.

사진=Unsplash

또 다른 가능성은 피부암의 명백한 원인 중 하나인 태양입니다. 실제로 피부 화상을 다섯 번 이상 경험한 이들이 흑색종에 걸릴 확률은 그렇지 않은 이들에 비해 두 배에 이릅니다. 또, 실내에서 태닝을 즐긴 이들 역시 그렇지 않은 이들보다 75% 더 높은 확률로 피부암에 걸릴 수 있습니다. 곧, 바닷가에 사는 이들이나 낚시를 즐기는 이들과 같이 태양을 많이 쬐면서 동시에 생선을 많이 먹는 이들에 의해 이런 상관관계가 나타났을 가능성입니다. 이 경우 피부암은 생선의 섭취와는 완전히 무관한 셈입니다.

이렇게 생각하면 이번 연구로 생선의 섭취를 줄여야겠다는 생각은 전혀 들지 않네요. 서두에 이야기한 것처럼 설사 생선을 먹음으로써 피부암의 가능성이 조금 더 높아진다 하더라도 다른 암이나 심장 질환의 가능성이 더 낮아질 수도 있으니까 말이죠. 피부를 정말 걱정한다면, 자외선 차단제를 잊지 않아야겠지요. 원문 기사의 후반부에도 건강을 정말 걱정한다면 잘 먹고, 잘 자고, 운동을 열심히 하라고 말합니다.

건강에 대한 또 다른 소식은 비타민에 관한 것입니다. 미국 질병예방특별위원회(USPSTF)가 심장병, 뇌졸중, 암의 예방에 비타민의 효과가 있다는 증거가 충분치 않다는 사실과 함께 오히려 베타-카로틴과 비타민 E는 부정적인 영향이 더 크다고 이야기한 것입니다.

심장병, 뇌졸중, 암은 인간의 3대 사망 원인입니다. 곧, 이 세 가지 병을 막거나 미룰 수 있다면 일상에서 비용과 시간을 들여 이를 섭취하는 것이 충분히 합리적인 판단이 될 수 있을 겁니다. 하지만 비타민 보충제는 해당 비타민이 부족했을 때 생길 수 있는 특정한 질병을 막을 수 있을지는 몰라도 우리가 생각하는 건강하게 오래 사는 데는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게다가 베타-카로틴의 경우 폐암 위험이 높은 이들이 폐암에 걸릴 확률을 높이며, 또 4년에서 12년 동안 이를 복용한 이들의 심혈관계 질환 가능성 또한 높였습니다. 흥미로운 점은 베타-카로틴은 당근, 브로콜리, 시금치 등의 과일과 야채에 풍부한 성분으로 이 음식들이 암이나 당뇨, 고혈압 등을 막아주며, 따라서 건강에 유익하다는 것은 매우 확실한 사실이라는 것입니다. 하지만 특정 성분을 분리한 보충제로 섭취할 때는 그렇지 않다는 것이지요. 즉, 무언가를 알약으로 섭취하는 것은 다른 효과를 만들 수 있다는 뜻이겠지요.

이번 연구에 대한 기사의 결론 역시 앞 기사와 비슷하게,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상식들입니다. 바로 건강한 식단을 짜고, 적절한 체중을 유지하며, 포화지방, 트랜스 지방, 소금, 설탕의 섭취를 줄이라는 것입니다.

새로운 소식들이었지만, 결론은 우리가 이미 잘 알고 있는 원칙들이었다는 점에서 그리 나쁘지는 않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