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 민주주의보다 독재 체제가 더 잘 대응할 수 있을까?
2019년 9월 23일  |  By:   |  세계, 정치  |  No Comment

아시아는 현재 탄소 배출이 가장 많은 지역입니다. 1위 배출 국가인 중국과 3위인 인도를 비롯, 일본, 한국, 인도네시아 등이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죠. 아시아는 또한 기후 변화에 가장 취약한 지역이기도 합니다. 티벳의 빙하가 녹고 있고, 강우가 불규칙해진데다, 태풍은 거세지고, 자카르타, 마닐라, 샹하이 같은 거대 도시들이 해수면 상승으로 위협받고 있으니까요.

보수 정권이 들어선 호주 정도를 제외하면, 아시아 국가의 정부들은 대체로 기후 변화라는 도전 과제를 잘 인식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호주의 케이스는 아시아의 권위주의 정부는 물론 환경론자들까지 입을 모아 주장하는 바를 강화하는 근거가 되고 있습니다. 이 정도로 심각한 위기는 권위주의 정부의 강력한 규제로 해결해야 한다는 주장이죠. 민주주의 체제에서는 야단만 잔뜩 떨고, 어려운 선택을 하기 꺼려하는 기득권과 유권자들의 선의에만 매달리다가, 결국은 문제에서 손을 떼버린다는 것입니다.

파리 조약에서 탈퇴를 원하는 미국의 트럼프 정부 역시 이러한 주장에 힘을 실어주고 있습니다. 기후 문제에 있어 글로벌 리더십은 처음부터 중국에 있었습니다. 중국 공산당은 1990년부터 기후 변화 문제를 국가 기획에 포함하기 시작했죠. 관련 정책이 쏟아져 나왔습니다. 국가 차원의 기후 변화 정책과 재생에너지 관련법이 나왔고, 2017년에는 GDP 단위당 이산화탄소 배출량을2005년 대비 46% 줄였습니다. 계획보다 3년이나 빨리 달성한 목표였죠. 2030년에는 에너지의 20%를 비화석 원료에서 얻겠다는 목표도 세웠습니다.

전세계가 기후 상승폭을 1.5°C 내로 관리하기 위해서는 중국의 역할이 매우 중요합니다. 무엇보다 석탄 사용을 급격하게 줄여야 하죠. 중국은 전세계의 공장이자 태양에너지 기술을 가장 많이 사용하고 있는 국가이면서도 여전히 최대 석탄 소비국입니다. 화력발전소 건설을 2년 간 멈추었다가도 작년에 건설을 재개했죠. 현재 공사중인 235GW 용량의 화력발전소가 모두 지어지면, 중국 내 석탄 화력발전은 25% 증가하게 됩니다. 중국이 지원 중인 해외 에너지 인프라 건설 사업도 25% 가량이 화력발전소입니다. 이 같은 인프라 사업이 이러우지고 있는 136개 국가가 전 세계 탄소 배출량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8%이며,  탈탄소화 없이 이 수치는 2050년에 66%까지 치솟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른바 권위주의적 환경주의는 민주주의 정부에 비해 정책을 내기까지는 더 잘 할 수 있지만, 실제로 좋은 결과를 내는데는 딱히 그렇지 못하거나 오히려 더 무능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관료와 테크노크라트 엘리트들이 주도하고 시민 사회 구성원들의 인풋, 모니터링 및 조정이 거의 없는 기후 변화 정책에는 결정적인 단점이 있습니다. 석탄 사용량에 대해 거짓 자료를 발표했던 중국 지방 정부의 경우나, 친환경적인 줄 알았던 중국의 동아시아 수력 발전소 건설 프로젝트가 강의 생태계를 파괴하고 있는 상황이 그 단점을 잘 드러냅니다.

한편, 부패한 인도 정부 조차도 어느 정도는 성과를 거둘 수 있습니다. 석탄세를 크게 올리고 태양 에너지 가격을 크게 낮추어 3년 연속 화석 연료보다 재생 에너지에 더 많이 투자하는 성과를 이끌어냈죠. 인도 정부는 비화석 원료로 생산한 에너지 비중을 2030년까지 60%로 끌어올리겠다는 계획을 갖고 있습니다.

인도라는 나라를 민주주의나 환경주의의 선두주자라고 부르기는 어렵습니다. 하지만 NGO나 독립적인 시민 단체들이 환경 문제에 대한 목소리를 저마다 크게 내고 있는 상황은 중국의 강요된 침묵보다 훨씬 나아 보입니다. 호주와 같이 문제가 있는 민주주의 체제의 경우에도 길은 있습니다. 주 정부 차원에서 야심찬 재생 에너지 목표를 설정하고 있고, 호주인의 90%가 중앙 정부의 기후 정책이 부족하다고 답한 설문 조사 결과도 있으니까요.

정부가 기후 변화를 잡지 않으면, 결국 기후가 정부의 발목을 잡게 될 것입니다. 2008년 사이클론 나르기스가 미얀마에서 14만 명의 사망자를 냈을 때, 당시 정권을 잡고 있던 군부는 대처 능력 부족을 그대로 노출하며 몰락의 길을 걸었죠. 나르기스 직후 사천성 대지진이 발생했을 때, 중국 공산당은 지진 수습에 정부의 정당성이 걸려있음을 알고 있었을 것입니다. 앞으로도 기후 변화는 아시아 국가의 정부들을 이런 식으로 시험대에 올릴 것입니다. 권위주의 정부들에게는 특히 더 크고 어려운 시험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이코노미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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