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식 자본주의 vs 구글식 자본주의
2017년 7월 14일  |  By:   |  경제  |  No Comment

세상을 뒤바꿀 다음번 대단한 스타트업의 주인공이 누가 될지를 향한 관심은 언제나 뜨겁습니다. 그런 가운데 지난 10년 사이 테크 업계를 관통하는 가장 결정적인 이야기를 꼽으라면 아마도 단연 애플과 구글의 등장과 가파른 성장이 꼽힐 겁니다. 부의 창출 측면에서 보면 애플과 구글을 따라올 기업은 이 세상에 없습니다. 8년 전만 해도 두 회사 모두 세계에서 가장 가치 있는 회사 열 손가락에 들지 못했습니다. 두 회사의 시장 가치를 합해도 3천억 달러가 채 되지 않았죠. 현재 애플과 (구글의 모회사인) 알파벳은 세상에서 가장 가치 있는 회사 부동의 투톱입니다. 두 회사의 시장 가치를 합하면 1조 3천억 달러가 넘습니다. 또한, 두 회사는 스마트폰과 홈오디오는 물론이고 아마도 (자율주행) 자동차 분야에서까지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습니다.

하지만 애플과 구글 사이에서 벌어지는 훨씬 더 근본적인 경쟁은 그 중요성에 비해 별다른 주목을 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두 회사가 주주를 대하는 방식과 미래를 대비하는 기조는 말 그대로 완전히 다릅니다. 한쪽이 투자자의 요구를 충실히 들어주는 반면, 다른 쪽은 여전히 기본적으로 창업자와 최고경영진의 결정에 따라 움직이는 구조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이는 단지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두 기업의 경영 방식 차이에서 끝나는 문제가 아닙니다. 두 기업의 경영 철학은 전혀 다른 자본주의 기업 모델을 대표하는 상황이 됐고, 이 경쟁에서 승리하는 쪽의 방식이 앞으로 기업과 경제를 운용하는 기본 공식으로 자리 잡을 것입니다.

유명한 자산분석 전문가 토니 사코나기는 2012년 봄 발표한 보고서에서 애플에 급진적인 변화가 필요하다고 지적했습니다. 사코나기와 여러 전문가는 애플의 CEO 팀 쿡에게 예전부터 애플이 쌓아놓은 현금 일부를 주주들에게 돌려줘야 한다고 압박해 왔습니다. 2011년 말 기준 애플의 유보금은 1천억 달러에 이르렀습니다. 하지만 팀 쿡의 태도는 앞서 스티브 잡스가 그랬던 것처럼 완강했습니다. 애플은 잡스의 말을 빌리면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향후 전략적 기회를 제때 포착해 투자할 수 있도록” 돈을 계속 쌓아놓았는데, 팀 쿡도 주주에게 수익을 배당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애플이 이렇게 돈을 잘 쓰지 않고 쌓아두는 데는 또 다른 이유가 있습니다. 돈 대부분이 1980년에 아일랜드에 우연히 세우게 된 자회사 “애플 오퍼레이션 인터내셔널”에 있기 때문입니다. 그때부터 애플이 미국 밖에서 거두는 수익은 대부분 그 나라에 두었습니다. 해당 영업이익을 미국 본토로 옮겨 사업에 보태려는 순간 미국에서 추가로 많은 세금을 내게 됐습니다. 사코나기는 꽤 대담한 아이디어를 내놓았습니다. 애플이 미국 금융권에서 1천억 달러를 빌려서 주주들에게 배당금과 주식 환매 형식으로 이를 나눠줘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상당히 독특한 제안에 금융권 곳곳에서 관심을 나타냈고, 사코나기가 노렸던 대로 조금씩 팀 쿡을 향한 압박의 수위도 높아졌습니다. 일주일 뒤 애플은 마침내 배당금 형식으로 현금을 일부 풀겠다는 계획을 발표하기에 이릅니다.

사코나기 보고서의 여파는 실리콘밸리 곳곳에 미쳤습니다. 3주 뒤 이번에는 구글이 결단을 내립니다. 당시 구글의 지분 구조는 2004년 기업공개 당시 정한 형태를 갈수록 유지하기 어려워지던 상태였습니다. 처음에는 구글의 창업자들이 신주 발행으로 지분이 줄어들더라도 회사 전체의 주요 의사결정을 내리는 데 문제가 없는 구조였습니다. 아예 “단기적인 이익에 기반을 둔 외부의 압력과 요구에 휘둘려 장기적인 기회를 놓치지 않도록 구글을 보호하기 위한 장치”라는 명백한 설명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애플이 배당을 발표한 2012년 3월쯤이 되면 구글의 창업주들이 계속해서 지분을 조금씩 팔았고, 구글 직원들에게도 꾸준히 주식이 보상으로 지급됐기 때문에 외부의 압력으로부터 회사의 장기적인 비전을 지키기 위해 마련한 장치들은 점점 쓸모없어졌습니다. 애플의 발표가 있고 몇 주 뒤, 구글은 비슷한 외부의 압력으로부터 회사를 방어할 새로운 지분 구조를 발표합니다. 창업주의 주식에는 일반주보다 10배 더 큰 의결권이 주어졌습니다. “앞으로 다가올 수십 년간 구글이 지속적으로 번성할 수 있는 기틀을 닦기 위해” 창업주들이 회사의 장기적인 전략을 짤 수 있게 하기 위함이라는 설명이 뒤따랐습니다.

구글과 애플이 겪은 비슷하지만 다른 이 이야기는 21세기 초반 자본주의의 향배를 가를 대단히 중요한 사건으로 기록될 것입니다. 애플 주주들에게 2012년 배당금을 지급하기로 한 애플의 결정은 성에 차지 않았습니다. 곳곳에서 반대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고, 몇몇 헤지펀드는 배당금을 줄 거면 액수를 훨씬 더 늘려야 한다고 직접적으로 요구했습니다. 애플에 소송을 제기한 투자회사들도 있었고, 세금은 많이 내지 않아도 되면서 높은 배당금을 받을 수 있는 우선주를 새로 발행하라고 직접 압박을 가하기도 했습니다. 2013년과 2014년 애플은 잇따라 배당금 액수를 늘리겠다고 발표합니다. 2013년부터 올 3월까지 애플이 배당금과 주식 환매 형식으로 주주에게 돌려준 돈은 총 2천억 달러로, 이 기간 회사 영업현금흐름(operating cash flow)의 72% 정도에 해당하는 액수입니다. 현금을 마련하기 위해 애플은 990억 달러가량 빚을 냈습니다. 상당 부분 사코나기의 주장대로 된 셈입니다.

같은 기간 구글은 어떻게 했을까요? 구글에도 기본 영업만으로 애플처럼 엄청난 현금이 쌓입니다. 2013년부터 올 3월까지 구글의 영업현금흐름은 약 1,140억 달러. 구글은 이 가운데 얼마를 주주에게 다시 돌려줬을까요? 고작 6%뿐입니다. 애플의 72%와는 상당히 대조됩니다.

공개 기업이 기업활동을 통해 번 돈을 어떻게 써야 할까요? 이는 오늘날 자본주의가 당면한 중요한 질문 가운데 하나입니다. 애플과 구글은 이 질문에 상당히 다른 답을 내놓은 셈입니다. 성공한 기업은 많은 이윤을 창출하지만, 계속해서 돈이 되는 사업을 찾아내 제때 투자하고 성공을 이어가기란 절대 쉬운 일이 아닙니다. 이런 이유로 기업이 쉽게 투자할 곳을 찾지 못하면서 기업 재무제표상에는 총 2조 달러에 달하는 현금이 쌓이게 된 겁니다. 회사들이 기존 사업을 굴리고도 남을 만한 이윤을 기록해 돈이 쌓이기 시작하면, 그 이윤을 어디에 어떻게 쓸지 경영진과 투자자 가운데 누가 결정해야 하는지에 관한 문제가 대두됩니다. 구글은 지배구조상 창업주와 경영진의 영향력이 여전히 막강합니다. 그러므로, 이윤으로 쌓인 현금을 어디에 쓸지 결정하는 것도 창업주와 경영진의 몫입니다. 반면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치는 대주주도, 창업주도 없는 애플의 의결권은 주요 투자자들이 나누어 가진 형태에 가깝습니다. (앞서 애플이 투자자들의 요구에 따라 많은 돈을 배당금으로 지급했지만, 그 때문에 연구개발에 투자할 여력이 줄어들지는 않았습니다)

구글과 애플이 다른 선택을 하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요? 이는 근본적으로 현대 자본주의에 대두되는 소유와 경영의 분리라는 문제에 대한 전략적 판단이 달랐기 때문일 겁니다. 기업이 초기에는 대부분 창업주가 온전히 기업을 소유하며 경영도 하기 마련이지만, 어느 순간을 지나면 소유주가 꼭 경영 주체여야 할 필요는 없습니다. 소유주가 회사 경영을 전문 경영인 등 다른 사람에게 맡겨야 할 때 경제학에서 말하는 주인-대리인 문제(principal-agent problem)가 발생하게 됩니다. 주인-대리인 문제는 주인과 대리인 사이의 이해관계가 일치하지 않을 때를 일컫는 말로, 회사를 소유한 사람들이 임명, 추대, 선출한 경영인 혹은 경영진이 소유주와 다른 인센티브에 따라 다른 선택을 하게 되는 상황이 발생하는 겁니다.

애플이 한 것처럼 투자자들이 의사결정을 주도할 수 있게 함으로써 주인-대리인 문제를 어느 정도 예방할 수 있습니다. 경영진이 소유주의 이해를 거스르지 못하도록 견제 장치를 둔 셈이기 때문입니다. 주요 투자자들의 지지를 받지 못한 프로젝트에는 돈을 쓸 수 없기 때문에 (구글 플러스처럼) 실패한 제품에 투자하거나 소위 경영진이 꽂힌 프로젝트에 엉뚱한 돈을 쓰는 일이 잘 일어나지 않습니다. 소액 주주들은 의견을 모으거나 경영진에 의사를 전달하기 쉽지 않은 반면, 주요 투자자들은 경영진이 자기 자신에게만 유리한 의사결정을 하려 할 때 이를 신속히 제지할 수 있습니다. 효과가 불투명한 인수 합병이나 경영진에게 지급되는 과도한 보상, 비용을 잡아먹는 지나친 각종 혜택이 여기에 해당합니다. 또한, 결국에는 이론적으로 회사가 내는 이윤은 회사에 투자한 사람들의 몫입니다. 그렇다면 회삿돈을 어떻게 써야 할지 투자자들이 결정하는 게 전혀 문제 될 게 없죠.

구글처럼 경영진이 열쇠를 쥐고 가는 방식을 지지하는 사람들이 걱정하는 주인-대리인 문제는 조금 다릅니다. 경영진이 투자자의 이해를 거스르는 결정을 내리는 일은 거의 일어날 리가 없지만, 반대로 투자자들이 (주로 단기적인 이익에 급급해) 회사가 성공했을 때 더 많은 사람이 누릴 수 있는 장기적인 혜택을 희생하려 할지 모른다는 겁니다. 주요 투자자들은 경영진에 권한을 위임한 주인이지만, 동시에 수많은 소액 주주로부터 권한을 위임받은 대리인이기도 하다는 겁니다. 애플을 압박하던 헤지펀드들이 대표적으로 단기적인 이윤에만 몰두하는 자본이죠. 이른 시일 내에 돈을 뽑고 돈을 남기면 그만인 이들은 연기금처럼 장기적으로 안정적인 수익을 보고 투자하는 이들과는 다를 수밖에 없습니다. 헤지펀드가 단기 이윤에만 몰두하고 참을성 없이 회사를 압박하며 경영에 간섭하기 때문에 전체 경제에도 해가 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그렇다면 누구 말이 옳을까요? 상당히 다른 주인-대리인 문제 가운데 우리가 더 중점을 두고 풀어야 할 문제는 어떤 것일까요? 완벽하지는 않지만, 어쨌든 시장이 내린 평가이기 때문에 주가를 토대로 답을 찾아볼 수 있을 겁니다. 두 회사가 다른 결정을 내린 뒤의 주가를 보면 구글의 성적표가 애플보다 훨씬 낫습니다. 하지만 지난해 1년만 놓고 보면 반대로 애플이 구글을 압도했습니다. 결국, 구글과 애플의 전략 가운데 어떤 것이 ‘돈이 되는’ 선택이었는지는 좀 더 시간이 흘러야 판단할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또한, 과연 구글과 애플의 전혀 다른 선택이 경제 전체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어떤 함의를 갖는지가 어쩌면 더 중요한 문제일 겁니다. 자본주의라는 체제는 궁극적으로 가장 효율적인 자원의 배분을 목표로 한 것입니다. 경제 전체로 보더라도 훨씬 생산적인 곳에 투자가 일어나고 돈이 돌아야 노동자들의 중위 소득이 오릅니다. 때문에 이윤을 어디에, 어떻게, 얼마나 투자하는지가 모두의 삶에 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이윤의 재분배를 경영진이 결정할 경우, 회사가 오랫동안 쌓아온 역량과 지식을 바탕으로 결정을 내려 효과를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경영진이 내리는 결정이 더 많은 회사 관계자의 이익에 부합하는 결정이라는 보장은 없습니다. 반면 투자자들이 이윤의 재분배를 결정할 경우, 이론적으로는 더 폭넓은 고려가 가능해 더 많은 혁신이 일어나게 됩니다. 투자자들은 (회사를 운영하는 경영진에 비하면) 조직적인 역량이 부족하고, 단기적인 성과를 내야 한다는 압박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은 단점입니다.

이윤의 분배가 갈수록 노동보다 자본에 편중되는 상황을 문제로 지적하는 이들도 있고, 이를 해결하는 데 초점을 맞춘 전략도 있습니다. 하지만 분배의 문제는 차치하고, 일단 자본과 자원을 배분하는 의사결정 권한을 경영자와 투자자 사이에 적절히 나누는 것이 지속적인 성장에 핵심적인 전제 조건이라는 데는 큰 이견이 없습니다. 구글식 전략에 심각한 불안 요소가 있는 건 사실이지만, 이 점은 잘 알려져 있습니다. 그렇다고 너무 많은 주식을 환매하거나 애플식 전략에 치우치는 것도 위험합니다. 특히 애플식 전략의 위험성은 잘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결국 어떤 방식의 자본주의가 우위를 점하게 될까요? 지난 10년간 대부분 기업은 투자를 유치하고 기업을 경영하며 이윤을 배분하는 데 애플식 전략을 택했습니다. 주식을 되사들여 주주들에게 이윤을 나눴고, 빚을 져가며 배당을 늘리는 일도 비일비재했습니다. 디어, IBM, 앰젠, 3M 등 미국의 주요 기업들은 투자자들이 장악했습니다. 기업 담보 차입매수(leveraged buyouts)는 천천히, 하지만 분명한 속도로 늘어났습니다.

머지않아 구글의 방식과 애플의 방식 가운데 어떤 선택을 내릴지가 무척 중요해질 수 있습니다. 특히 정부가 세제를 개편해 기업들이 해외에 쌓아둔 자금을 보고하고 거기에 세금을 물리면, 기업들은 어떤 식으로든 해당 자금을 회사 운영에 활용하게 될 것입니다. 그러면 자연히 그 돈을 어떻게 어디에 쓰며 그 결정을 누가 내릴지가 경제적으로 아주 중요한 문제가 될 것입니다. (애틀란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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