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 성과가 뛰어난 다른 나라에서 미국이 배울 수 있는 것
2016년 12월 19일  |  By:   |  세계, 한국  |  No Comment

3년에 한 번씩, 69개국의 총 50만 명에 달하는 15세 학생들이 2시간 동안 사고 능력을 평가하는 시험을 봅니다. 국제학생평가시험의 준말로 PISA(Programme for International Student Assessment)라고 불리는 이 시험은 다른 시험과 달리 학생들의 암기력을 측정하지 않습니다. 대신, 이 시험은 학생들이 기존에 접하지 못했던 문제들을 풀게 하거나 명확하지 않은 패턴을 보여주고 패턴에 대한 조리 있는 주장을 적도록 하고 있습니다. 이 시험은 학생들의 기술(skills), 즉 아직 기계가 정복하지 못한 능력을 측정하고 있습니다.

지난 12월 초 발표된 가장 최근 PISA 결과를 보면 미국 학생들의 성적은 중간 정도입니다. 수학에서 미국 청소년들은 선진국의 평균을 조금 밑도는 성적을 보였고 과학과 읽기에서는 선진국 평균 정도의 성적을 보였습니다. 하지만 평균 점수는 PISA 점수와 관련해 가장 흥미가 떨어지는 사실입니다. 더 흥미로운 결과는 바로 어떤 환경이 학생들을 똑똑하게 만드는지에 관한 것입니다.

이 시험을 총괄하는 OECD의 안드레아스 쉴라쉐르와 그의 팀은 학생들이 시험을 보고 난 뒤 국가 이름을 지우고 그 결과를 분석합니다. 이렇게 하는 이유는 연구팀이 특정 국가에 대해 가지고 있는 편견이 결과 분석에 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입니다. 시험 결과 분석이 끝난 1년 뒤 팀원들은 파리 사무실의 작은 회의실에 다시 모여 어떤 성적이 어떤 나라의 것인지를 추측하는 일종의 게임을 합니다. 이 게임은 2003년에 시작되었는데, 그 당시 팀은 통계적 모델을 통해 성적 편차의 30% 정도를 맞췄습니다. 현재는 85% 정도의 성적 편차를 예측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OECD 연구진은 어떻게 예측을 하는 것일까요? 이 과정은 그렇게 직관적이지는 않습니다. 예를 들어서 교육에 가장 많은 지출을 하는 나라가 PISA에서 가장 높은 성적을 보이는 것은 아닙니다. (학생 한 명당 교육 지출이 가장 높은 국가에는 미국, 룩셈부르크, 그리고 노르웨이가 포함되어 있는데 이 국가들의 PISA 성적이 최상위권은 아닙니다). 혹은 빈곤율이나 이민자 수가 적은 것도 시험 성적 예측에 큰 도움이 되지 못합니다.

올해, PISA 팀은 미국의 시험 성적이 조금 나아질 것으로 예측했습니다. 아직 부족한 면이 많지만, 그래도 미국 연방정부가 주 정부에 시험 성적이 낮은 학생을 지속해서 관리하게 하는 정책이 효과를 발휘하리라 생각한 겁니다. 팀원들은 콜롬비아의 성적도 오를 것으로 예상했는데, 콜롬비아가 더 많은 학생이 더 어린 나이에 학교에 입학할 수 있도록 정책을 바꿨고 교사의 자격 요건을 강화해 선생님의 수준이 높아졌기 때문입니다. 반대로 PISA 팀은 프랑스의 성적은 하락할 것으로 예상했는데, 대부분의 교육 개혁이 표면적이고 실제 일선 교실에 별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고 분석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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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 일인당 교육 지출 (가로축)과 평균 PISA 수학 성적 (세로축) 사이의 관계)]

실제로 PISA 팀이 자신들의 예측과 실제 성적을 비교했을 때 통계적으로 보면 이들의 모델은 거의 정확했습니다. 미국의 경우 평균 시험 성적은 오르지 않았지만, 고소득층 가정 출신 학생과 저소득층 가정 출신 학생의 성적 격차는 줄어들었습니다. 이는 중요한 대목입니다. 2006년에 학생의 사회경제적 배경은 시험 성적 편차의 17%를 설명했었습니다. 하지만 2011년에 이 수치는 11%로 줄었고, 이는 다른 선진국과 비교해도 나쁘지 않은 수치입니다. (프랑스의 경우 사회 경제적 격차가 학생 시험 성적 편차의 20%를 설명합니다). 콜롬비아에 대한 PISA 팀의 예측은 정확했습니다.

PISA 팀의 예측 모델을 살펴보면 전반적으로 시험 성적이 높은 국가에서는 교사가 되기가 더 어렵고 사회적으로 교사의 지위가 높다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그리고 가정환경이 어려운 학생들에게 더 많은 자원을 배분하고 많은 어린이를 수준 높은 유치원에 등록시키며 학교들에 지속적 향상을 갈구하는 사회적 규범을 만들어 놓은 국가들이라는 공통점도 있습니다.

PISA 팀은 미국이 이러한 분석에서 교훈을 얻기를 희망하고 있습니다. 미국의 대다수 주가 커먼코어 (Common Core)라는 프로그램, 즉 연방 정부가 정한 읽기와 수학 성적에 도달해야 한다는 정책을 채택하고 있지만, 대통령 당선인인 트럼프와 트럼프가 지명한 교육부 장관 내정자는 커먼 코어를 없애겠다고 공언했습니다. 하지만 커먼 코어와 같은 기준은 시험 성적이 뛰어난 폴란드와 한국 같은 나라에서는 당연히 받아들여지고 있습니다. 미국이 교육 성과를 높이기 위해 과거에 실시했던 개혁, 즉 교실당 학생 수를 줄이고 컴퓨터와 같은 기기를 업그레이드하는 것과 같은 정책은 별 효과가 없었습니다.

PISA 시험 성적은 미국 교육 제도의 혹독한 현실을 드러냅니다. 학생들의 미래 소득을 예측하는 데 유용한 수학 성적에서 미국은 취약합니다. 15세 미국 학생의 거의 1/3이 최저 기준을 통과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미국 학생의 경우 부모의 소득이 높다고 해서 수학이나 과학 성적이 더 나은 것도 아닙니다. 최근 PISA 성적을 보면 미국에서 가장 부유한 학생들의 수학과 과학 성적은 여전히 20개국의 비슷한 학생들보다 낮은 수준입니다.

에스토니아, 캐나다, 덴마크, 그리고 홍콩과 같은 곳에서 이뤄진 정책 실험에서 변화의 가능성을 확인한 데 희망을 걸 수 있습니다. 이 국가들에서는 거의 모든 학생이 수학, 읽기, 과학에서 비판적으로 사고하는 방식을 익히도록 교육하며 소득 격차가 교육 격차로 이어지지 않도록 애쓰고 있습니다. 직업을 얻는 데 비판적인 사고가 갈수록 중요해지는 세상에서 학생들의 교육 성취를 높이는 것보다 더 중요한 문제를 찾기란 어렵습니다. PISA 팀의 단장은 말합니다. “당신의 대통령은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든다고 약속했죠. 교육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 이를 달성하기는 어려울 것입니다.” (뉴욕타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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