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울증을 가진 나를 사랑할 미래의 내 연인에게
2016년 2월 15일  |  By:   |  건강  |  No Comment

때때로 저는 연인에게 저 자신의 질병에 관해 털어놓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를 설명할 방법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과거에 저는 조울증을 앓고 있다는 사실을 숨긴 채, 수개월 동안 연인관계를 유지하기도 했습니다. 저는 저의 아픔을 숨기고, 오랜 기간의 우울증을 감추었으며, 조증이 되었을 때 내렸던 수많은 충동적인 결정들에 대해 침묵했습니다. 혹여나 과거에 관해서 이야기할 때는 저의 가장 어두웠던 시기에 관한 이야기는 일부러 생략하곤 했습니다. 그 사람이 저를 받아들이는 데 걸림돌이 되지 않도록. 저는 단지, “그냥 그때 좀 힘들었어” 라든가 “그때 엄청 아팠어” 같은 말로 그 어두운 시기를 둘러대곤 했습니다. 저는 실제로 제가 경험했던 것들에 대해 말할 엄두조차 내지 못했습니다. 그리고 그보다 더 저를 힘들게 했던 것은, 제가 여전히 조울증을 앓고 있었다는 사실이었습니다.

그래서 이 글에서 저는 저의 모든 미래의 연인들에게 말하고자 합니다. 제가 제 이야기를 털어놓지 못하는 것은 당신이 못 미더워서가 아니라고 말입니다. 단지, 이와 같은 이야기들을 꺼내는 데는 마음의 준비를 할 시간이 필요할 뿐이라고 말입니다. 그리고 언젠가는 저의 정신 건강과 관련된 이야기들을 모두 털어놓을 것이라고 약속합니다. 단지 제가 저 자신의 페이스에 맞게 준비를 할 수 있도록 조금 인내심을 갖고 지켜봐 줄 것을 부탁할 뿐입니다.

언젠가 제가 저의 어두운 비밀에 대해서 털어놓았을 때 당신이 이것만은 알아주었으면 좋겠습니다. 저는 나쁜 사람이 아니었단 걸요. 제 삶의 밑바닥을 보았던 그때 저는 그저 “저 자신이 아니었을 뿐”입니다. 저 자신을 통제할 수 없었을 뿐입니다. 아플 때 저는 저 자신은 물론 주변 사람들에게 정말 끔찍한 일을 저지르곤 했습니다. 이런 일에 대해 당신에게 이야기하는 것은 저에게 너무나 힘든 일입니다. 그리고 제가 우울해지거나 조증에 빠졌을 때 했던 행동들이 저를 규정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아주었으면 합니다.

만약 우리가 서로 사랑하게 된다면, 제가 우울의 늪에 빠지는 시기가 언젠가는 올 것이란 사실을 알아주었으면 합니다. 그리고 그 시기에는 제가 아무 이유 없이 짜증을 부리거나 화를 낼 때도 있을 겁니다. 제가 삶에 대해서 보였던 긍정을 모두 부정하는 모습을 보일지도 모릅니다. 때때로 침대 밖에서 나가기에 너무 슬프다는 이유로 약속을 취소하거나, 타인을 위한 가식적인 웃음을 보일 수조차 없을 만큼 에너지가 없는 날도 있을 겁니다.

그런 시기에, 저는 당신이 저에게 해결책을 줄 거라고 기대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아주었으면 합니다. 단지, 그 자리에만 있어 주세요. 그 자리에 있어 주세요. 그리고 제가 과거에 똑같은 경험을 했고, 미래에도 또 그러리라는 것을 조용히 알려주기만 해도 좋아요.

그렇게 우울한 시기에, 제 감정은 무서울 정도로 소용돌이칠 수도 있습니다. 저는 미친 듯이 빠른 속도로 말을 내뱉을 겁니다. 무슨 말인지 이해조차 되지 않는 말들을 말입니다. 분명 나중에 후회할 결정들을 내릴 겁니다. 그리고, 절대로 그래선 안 되겠지만, 약물을 끊으려고 할지도 모릅니다. 이때 저는 당신이 그저 제가 절망의 늪에 침잠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해서 도와주길 바랄 뿐입니다. 그리고 제게 약물을 끊어서는 안 된다고 말해주길 기대합니다.

하지만 제가 당신이 알아주길 바라는 것은 무엇보다도 조울증이 저의 존재를 규정하지는 않는다는 사실입니다. 조울증에 대한 고정관념이나 조울증으로 인해 발생하는 문제들이 저의 존엄성을 해치지 않는다는 믿음을 가져 주세요. 저는 이 무서운 질병에 고통받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훌륭한 일들을 해낼 수 있는 사람이라는 것을 알아줬으면 합니다.

조울증은 분명 저의 일부분이지만, 그것이 저를 규정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아주세요.

(더 마이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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