獨, “나치 부역자에 대한 심판은 늦더라도 꼭 이뤄져야 한다”
2014년 5월 7일  |  By:   |  세계  |  2 Comments

옮긴이: 내년은 광복 70주년입니다. 세계 2차대전 종전 70주년이기도 하죠. 전범국이었던 독일은 나치가 저지른 범죄와 만행에 대해 밖으로는 진심 어린 사죄를, 안으로는 법에 따른 심판을 계속해왔습니다. 사소한 일이라도 나치에 부역했던 20살 남짓한 청년이 살아있다면 이제 아흔줄에 접어든 노인입니다. 하지만 독일 검찰은 거동조차 불편한 이라도 심판을 받아야 한다면 법정에 세우고자 하는 노력을 계속하고 있습니다. 끔찍한 범죄의 주동자가 아니더라도, 티끌 만큼이라도 가해자의 편에 섰다면 절대로 편히 눈감지 못하게 하겠다는 것이죠. 지난 70년 동안 진심 어린 사죄를 한 적이 없는 우리의 이웃 전범국과 일본 제국주의에 부역했던 이들이 누릴 걸 다 누리고, 자식들에게 재산까지 다 물려준 채 편히 눈감을 수 있었던 한국 사회, 그리고 오늘로 1,125번째를 맞는 수요집회를 생각하며 뉴욕타임즈의 기사를 소개합니다.

나치 집권 당시 포로수용소에서 일했던 경비원을 비롯한 부역자들에 대한 독일 검찰의 수사와 기소가 최근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습니다. 소비보르(Sobibor) 수용소에서 보초를 섰던 뎀야뉴크(Demjanjuk)가 나치에 부역한 혐의로 유죄를 받은 지난 2011년 법정 판결이 젊은 검사들에게 새로운 기회를 제공한 셈이 됐습니다. (관련 뉴스페퍼민트 기사 보기) 이른바 손주 세대라 불리는 30, 40대 젊은 검사들은 최신 기술을 활용해 과거에는 혐의를 입증하기 어려워 그냥 지나쳤던 이들까지 철저하게 가려내 법정에 세우려 하고 있습니다. 피의자들은 나이가 적어도 이미 80대 후반의 노인들입니다. 잘못한 이를 법의 심판을 받고 응당한 처벌을 받도록 하느냐, 주어진 수명을 다 누리고 죽도록 두느냐는 결코 간단치 않은 시간 싸움이기도 합니다. 반론이 없는 건 아닙니다. 거동조차 불편한 노인에게 70년 전의 죄를 물어 법정에 꼭 세워야만 하는가를 두고 동정 어린 시선도 없지 않습니다. 하지만 독일 정부와 검찰, 언론, 그리고 대체적인 여론은 확고합니다. 나치가 저지른 범죄에 힘을 보탰거나 방조한 이들은 늦더라도 반드시 응분의 대가를 치르도록 해야 한다는 겁니다.

뎀야뉴크의 판례를 잠깐 다시 살펴보겠습니다. 뮌헨 주법원은 소비보르 수용소에서 경비원으로 일했던 뎀야뉴크에게 28,060명의 학살을 방조한 죄로 실형을 선고했습니다. 징역형을 선고받은 뎀야뉴크는 건강상의 이유로 형을 다 살지 않고 풀려났다가 이듬해 2012년 병원에서 숨졌습니다. 뎀야뉴크의 판례가 중요했던 건 지난 1969년 이후로 수용소에서 단지 일했던 이들에게 대량 학살을 방조했다는 혐의를 입증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죄를 묻지 않았던 그간의 결정을 전부 재고해야 하게 됐기 때문입니다. 특히 소비보르 수용소는 매우 작은 규모의 시설로 여기서 보초를 섰다면 포로로 잡혀온 이들 가운데 살아서 나가는 이들이 거의 없다는 사실을 몰랐을 리가 없다고 상식적으로 판단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하지만 아우슈비츠 수용소 같은 대규모 시설에서 일한 경비원들은 문제가 좀 더 복잡합니다. 정말 그런 곳인줄 모르고 경비만 섰다고 끝까지 주장한다면 이를 반박할 근거가 부족한 셈이죠.

젊은 검사들은 3D 기술로 복원된 수용소 시설과 디지털 입력을 마친 근무일지 등 수많은 자료들이 동원해 근거를 모으고 있습니다. 슈트트가르트 검찰청에서 일하는 37살의 디에트리히(Ralf Dietrich) 검사는 나치 독일 시절 아우슈비츠 수용소에서 요리사로 일했던 94살 립스키스(Hans Lipschis) 씨를 유태인 학살 방조 혐의로 기소했습니다. 립스키스 씨의 근무일지가 상세히 기록돼 있는 수용소 주방시설의 근무일지를 토대로 립스키스 씨가 일했던 날을 추려냈고, 그가 주방에서 일했을 때의 시선을 추적해 분석한 끝에 적어도 10,510명의 포로가 립스키스 씨의 묵인 하에 숨졌다고 결론 내렸습니다. 립스키스 씨가 치매를 앓고 있다는 사실에 법원에서 받아들여져 더 이상 죄를 묻기 힘들어졌고 디에트리 검사의 기소는 기각됐지만, 적지 않은 검사들이 지금 이 순간에도 자료를 분석하며 나치의 잔재를 청산하기 위해 달려들고 있습니다. (NY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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