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은행들, 살인적인 인턴 업무시간 조절 움직임
2014년 1월 13일  |  By:   |  세계  |  No Comment

주말은커녕 평일에 퇴근하고 잠 잘 시간조차 충분히 보장되지 않는 주당 100시간 가까운 격무. 그래도 인턴 과정에서 능력을 인정받아 정식 사원이 되면 또래 직장인 가운데 최고 수준의 연봉을 받을 수 있는 꿈의 직장. 미국 유수의 투자은행에 Analyst라는 직함을 달고 입사하는 신입사원들의 연봉 기본급은 7만 달러 선. 여기에 초과 근무수당, 보너스 등을 합하면 보통 14만 달러 (1억 6천만 원) 정도를 매년 벌 수 있습니다. 분명 어마어마한 돈이죠. 여기에 몇 년 잘 버텨서 살아남고 승진하면, 몇 년 안에 수십만 달러 연봉을 벌어들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세상에 공짜는 없다는 말을 증명이라도 하듯 투자은행의 인턴, 신입사원들은 가족도, 친구도, 자신의 건강도 돌볼 겨를 없이 일에만 매달려야 하는 구조를 감내해야 합니다.

대학생들은 점점 투자은행에 등을 돌리기 시작했습니다. 창업 붐과 함께 실리콘 밸리를 동경하는 경향이 강해지자, 투자은행들은 계속해서 인기를 잃어가고 있습니다. 이에 각 은행들이 인턴과 신입사원들의 업무시간을 줄여주거나 생활 여건을 개선시킬 방안을 모색하고 나섰습니다. 월스트리트저널이 입수한 뱅크오브아메리카 내부 지침에는 신입사원들이 한 달에 적어도 주말 나흘은 쉴 수 있도록 해주자는 내용이 적혀 있었습니다. 모건스탠리, 골드만삭스도 신입사원들의 근무여건을 개선하거나 최소한의 자기 시간을 보장할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JP모건은 선발하는 신입사원 수를 더 늘려 격무를 완화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업무시간 뿐 아니라 특히 인턴에게 주어지는 업무의 수준도 문제입니다. 비싼 돈을 들여 뽑아놓은 인턴들에게 공식 근무시간인 낮에는 속칭 “복사나 커피” 등 잔심부름만 시키다가 저녁시간이 되어서야 프레젠테이션 준비, 자료 정리 등 진짜 일 다운 일이 한꺼번에 몰려들기 때문입니다. 경영진이 하루를 마감하고 정리할 시간이 되어야 그 날 다 마치지 못한 일이 뭔지, 아직 준비가 덜 된 내일 일은 뭔지 파악이 되고, 그제서야 인턴들에게 맡길 일이 생긴다는 설명이 일리는 있지만, 씻고 면도할 시간이 없어 집에도 못가고 책상에서 쪽잠을 자가며 버티는 인턴과 신입사원들에게는 여전히 가혹한 환경입니다.

투자은행을 선망하는 추세가 예전같지 않은 건 사실이지만, 여전히 은행들이 뽑고자 하는 수의 몇십, 몇백 배에 달하는 인재들이 문을 두드리고 있습니다. 아무리 가혹한 근무조건이 기다린대도, 이들은 대개 이를 참고 견딜 각오가 된 사람들입니다. 투자은행들의 업무시간에 대한 논의가 뚜렷한 성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지 않은 이유입니다. (Wall Street Journ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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