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에서도 티파티가 뜬다
2014년 1월 6일  |  By:   |  세계  |  1 comment

2010년 전후로 등장한 티파티는 미국 정치의 판도를 뒤흔들어 놨습니다. 티파티 회원들이 내세우는 문제의식은 크게 세 가지로 정리됩니다. 첫째, 오늘날 미국의 정치 엘리트들이 건국의 정신을 잃어가고 있고, 둘째, 연방정부가 거대한 리바이어던이 되어가고 있으며, 셋째, 불법 이민이 사회 질서를 해친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비슷한 문제의식을 공유한 세력들이 현재 유럽에서도 급부상하고 있습니다.

유럽 버전의 티파티들은 미국의 티파티와 여러 가지 면에서 다릅니다. 우선 미국의 티파티는 공화당이라는 주류 정당 안에서 생겨난 분파로 작은 정부를 추구하는 전통적인 의미의 보수주의에 뿌리를 두고 있지만, 다당제인 경우가 많은 유럽에서는 이들이 정당을 형성하고 있으며 훨씬 강한 극우 색채를 띠기도 합니다. 물론 영국의 독립당(UKIP), 프랑스의 국민전선(FN), 노르웨이의 진보당(Progress Party), 헝가리의 헝가리발전운동당(Jobbik)에는 서로 다른 점이 많지만 이들을 한데 묶는 것은 분노입니다. 중간 계층은 열심히 일해도 어려운데, 상류층과 하위 계층이 그 구조를 착취하고 있다는 분노죠. 이들은 워싱턴이나 브뤼셀 같은 “중심”이 관료주의의 폐해로 제 기능을 못하고 있고, 이민자들은 위협적인 존재라고 생각합니다. 유럽의 주류 정치는 이들을 인종주의자나 파시스트로 부르며 소외시키려고 했지만, 실제 극우 정당들은 중앙 의회나 지자체 진출에서 상당한 성과를 올렸습니다. 이들이 선전하는 것은 기존 정치가 죽을 쑤고 있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그 대가는 높은 실업률, 높은 세금, 복지 축소, 임금 동결라는 형태로 시민들이 치르고 있죠.

본지는 근대국가가 구성원들을 위해 봉사하기보다 자기 자신을 위한 존재가 되었다는 티파티의 문제의식에 공감하고 있습니다. 유럽 각국의 소수 유권자들이 EU 권위의 정당성에 의문을 표하는 것에 EU는 제대로 된 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죠. 문제는 유럽의 티파티들의 주장이 선을 넘어가고 있다는 겁니다. 네덜란드 극우정당인 자유당의 당수 헤이르드 빌더스는 코란을 “파시즘적인 책”, 이슬람교를 “전체주의적인 종교”라고 이야기합니다. 불관용을 용인하고 있는 것이죠. 프랑스 국민전선의 르펜은 프랑스 기업을 외국 기업들과의 경쟁에서 보호해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이는 프랑스 번영을 위한 길과는 거리가 멉니다. 르펜은 10년 안에 엘리제궁에 입성할 것을 자신하고 있지만 현실은 만만치 않을 겁니다. 권력에 근접해 갈수록, 유럽의 티파티들의 무능과 당파성은 더 크게 드러날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이들이 반드시 선거에서 대승해야 자신들의 아젠다를 관철시킬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그렇기 때문에 더더욱 유럽 티파티의 부상을 잠재워야 하는 것이고요.

유럽 버전의 티파티들을 파시스트로 몰아붙이는 것은 히틀러의 상처가 생생했던 시절에나 유효한 전략일 뿐, 현재의 유권자들에게는 그 자체로 일종의 공포 정치라고 인식됩니다. 지금 정말 필요한 작업은 그들에게 어떤 이미지를 씌우는 것이 아니라 그들의 주장을 하나하나 제대로 반박하는 것입니다. EU 시장을 확대하는 것이 어떻게 번영을 가져올지, 동유럽 출신의 이주노동자들이 어떻게 국고 충당에 도움을 줄지를 유권자들에게 성의있게 설명해야 합니다. 미국에서 티파티가 수적 열세에도 불구하고 위세를 떨칠 수 있었던 것은 게리맨더링된 선거구를 중심으로 소수의 유권자들이 경선을 좌지우지할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유럽에서는 낮은 투표율이 티파티들에게 힘을 실어줄 수 있습니다. 보다 많은 사람들을 투표장으로 이끌어내야 티파티들의 선전을 저지할 수 있을 것입니다. (Econom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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