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많은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EPL) 구단들의 과감한 선수 사모으기
2013년 9월 12일  |  By:   |  세계  |  1 comment

지난 2일 올 여름 유럽 축구 이적시장이 마무리됐습니다. 최근 들어 매년 이적시장을 두고 “사상 최대 돈잔치”라는 수식어가 따라다녔는데, 올해도 변함 없었습니다. 특히 사상 최고액의 중계권료 계약을 성사시킨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이하 EPL) 소속 구단들의 주머니가 두둑해지면서, 선수 영입에 쓰는 돈도 크게 늘어났습니다. 올 시즌 EPL의 총 수익 31억 파운드(5조 3천억 원) 가운데 무려 55%가 중계권료에서 나옵니다. EPL 구단들은 올 여름 새로운 선수를 사들이는 데만 6억 3천만 파운드(약 1조 7백억 원)를 썼습니다. 같은 리그 내에서 이뤄진 계약을 제외하고 다른 나라 리그로부터 선수들을 사들인 경우만 따져봐도 EPL 구단들은 3억 7천만 파운드를 지출했습니다. 부자 구단주 덕분에 재정 상황이 넉넉한 두 구단(AS모나코, 파리 생제르망)이 프랑스 1부리그(Ligue 1)의 선수 사모으기를 주도했지만, 프랑스 리그의 지출 규모도 1억 3천만 파운드에 불과합니다. 스페인 리그 구단들은 오히려 선수를 팔아 9천 5백만 파운드를 벌었습니다.

선수들의 이적료와 주급이 구단 지출의 대부분을 차지한다는 건 유럽 축구구단들 모두의 고민입니다. 31억 파운드 수익을 올릴 것으로 예상되는 EPL 구단들이지만 선수들 몸값으로 22억 파운드를 써야 합니다. 축구 역사상 최고 이적료를 갱신하고 레알 마드리드 유니폼을 입은 가레스 베일(Gareth Bale)의 주급은 30만 파운드(5억 원)에 육박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유럽축구연맹(UEFA)은 과다 출혈을 감수하고 부자 구단주의 주머니에서 마구잡이로 돈을 가져다 쓰는 구단들의 ‘묻지마 선수영입’에 제동을 걸고 거품이 낀 열악한 재정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 FFP(Financial Fair Play) 제도를 도입했습니다. EPL도 올 시즌부터 FFP를 적용하는데, 3년 동안 구단의 운영 손실액이 4천 5백만 파운드(7억 6천만 원)를 초과할 경우 해당 구단은 벌금이나 유럽 클럽대항전 출전 제한 등 제재를 받습니다. 여기에 매년 선수들의 총 주급 인상한도를 4백만 파운드(7천만 원)로 제한한 EPL 자체 규정도 추가돼, 이를 어기면 승점 삭감 등 징계를 받습니다. 수입이 늘어난 건 분명하지만, 그 돈을 쓰는 데 따르는 제약도 분명히 늘어난 셈입니다.

한 가지 더 주목을 받는 사실은 부자구단 맨체스터 시티의 ‘순환 출자식 투자’입니다. 맨체스터 시티는 구단주인 아부다비 왕족 셰이크 만수르(Sheikh Mansour)가 지분을 갖고 있는 아부다비 국영 항공사 이티하드 항공(Etihad Airline)과 4억 파운드 규모의 스폰서 계약을 체결했는데, UEFA는 이 액수가 시장 적정가격인지에 대한 판단을 내릴 예정입니다. 만약 시장가격보다 훨씬 부풀린 가격으로 계약을 체결했다는 판결이 나올 경우 맨체스터 시티는 그에 상응하는 제재를 받게 됩니다. (Econom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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