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에어컨에 사용되는 냉매를 둘러싼 메르세데스 – 프랑스 정부의 갈등
2013년 9월 4일  |  By:   |  세계  |  2 Comments

지난 2006년 EU(유럽연합)는 대부분 차량의 에어컨에 쓰이는 냉매 (refrigerants) R134a 제품이 이산화탄소보다 무려 1,400배나 강력한 온실효과를 일으키는 물질이라는 사실을 발견하고, 2011년부터 새로운 차량에 들어가는 냉매는 이 기준상 150을 넘지 않는 제품이어야 한다고 규정합니다. 화학 회사인 허니웰(Honeywell)과 듀퐁(DuPont)은 재빠르게 새로운 규정에 들어맞는 신제품 R1234yf를 개발해 선보였고, 이는 자동차협회인 SAE International의 안전 검사를 통과합니다. 그런데 지난해 9월 메르세데스(Mercedes) 차량을 만드는 독일 회사 다임러(Daimler)는 자체실험 결과 신제품 R1234yf가 기존의 R134a보다 위험한 것으로 판명됐다며 기존 제품을 계속해서 사용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양측의 실험결과와 주장이 엇갈리는 가운데, 지난 6월 프랑스 정부가 먼저 포문을 열었습니다. 프랑스 법원이 프랑스 내에서 메르세데스 신차 판매를 일시 중단시킨 겁니다. 지난달 27일 다임러는 소송에서 일단 승리를 거두고 신차를 계속 판매할 수 있는 권한을 되찾았습니다. 하지만 법원은 정부가 안전이나 환경에 심각한 문제를 일으킬 때에만 써야 하는 긴급 판매중단 조치 권한을 남용했다며 다임러의 손을 들어준 것일 뿐, 다툼의 근간에 깔려 있는 냉매 문제는 아직 검토하지 않았습니다. 다임러는 신차를 어느 범위까지로 보느냐에 대한 해석도 달리 할 수 있다며 기존 모델을 조금 개선해 업그레이드하는 차량에는 기존 냉매로 써도 된다는 유권해석을 내리기도 했습니다.

이번 갈등은 단지 온실가스나 냉매 안전 문제 때문에 일어난 건 아닙니다. 우선 BMW나 폭스바겐과의 경쟁 탓에 비용 절감에 온 힘을 쏟고 있는 다임러는 차 한 대에 설치하는 비용만 50유로가 더 비싼 신제품을 쉽사리 받아들이기 어렵습니다. 기존 제품을 사용해 비용을 늘리지 않기 위해 힘쓰고 있는 거죠. 또 프랑스와 독일 정부의 힘겨루기로 보는 시각도 있습니다. 유럽연합 내의 자동차산업을 사실상 지배하고 있는 독일 입장에서는 온실가스를 상대적으로 많이 배출하는 대형 차량도 생산하고 있기 때문에 사실상 자동차 관련 규제를 줄이거나 피해가는 게 좋습니다. 반대로 프랑스는 규제를 강화해서 시장 지배적인 위치에 있는 독일 기업들에 제동을 걸어 푸조를 비롯한 자국 브랜드들의 활로를 뚫고자 합니다. (Econom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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