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제국 ESPN의 미래
2013년 8월 30일  |  By:   |  Economy / Business, IT  |  No Comment

세계 최고의 스포츠 채널. ESPN이 자신을 지칭할 때 즐겨 부르는 말입니다. 2012년 한해 ESPN은 3만 5천 시간 동안 프로그램을 내보냈고 이는 미국에서 일어난 스포츠 경기 생중계의 절반을 포함하는 시간입니다. 모회사 디즈니가 올리는 수익의 절반이 ESPN에서 나옵니다. 스포츠 리그들과의 계약도 적극적입니다. 월요일 저녁 풋볼 중계권은 152억 달러, 메이저리그 야구 중계권은 56억 달러에 사들였습니다. 7개의 TV 채널을 가지고 있고, 인터넷 웹사이트는 물론이며 매거진도 발행하고 있습니다. 이를 고려할 때 34년 역사의 스포츠 미디어 제국이 위기를 맞이하고 있다는 현실은 잘 와닿지 않을지도 모릅니다.

연간 1억 가구가 내는 유선방송 시청료 중 60억 달러가 ESPN으로 갑니다. 하지만 최근 TV 시청료가 상승하고 인터넷 등으로 방송을 볼 수 있게 되면서 많은 가구가 케이블 가입을 해지하고 있습니다. 지난해에만 89만 8천 가구가 케이블 TV 계약을 끊었고, 지난 2년간 ESPN은 100만 명 이상의 고객을 잃었습니다. 올 2분기 ESPN의 시청률은 32%나 떨어졌습니다. 또 최근 미국 의회에서 채널을 묶어서 판매하는 행위(bundling)를 막으려는 법안이 발의되면서 ESPN의 미래를 어둡게 하고 있습니다. ESPN의 모회사인 디즈니는 프로그램을 팔 때 여러 채널을 묶어서 팔고 있습니다. 따라서 케이블을 구독하게 되면 ESPN을 전혀 보지 않는 시청자도 이 값을 지불해야 합니다. 사실 ESPN은 케이블 구독 시청자들이 지불하는 가장 비싼 프로그램입니다. 각 시청자는 ESPN에 5.54달러를 지불하고 있는데 이는 두 번째로 비싼 프로그램인 TNT보다 네 배나 비싼 가격입니다. 1억 명의 케이블 가입 가구 중에서 프라임타임 ESPN 프로그램을 보는 평균 시청자 수는 136만 명입니다. ESPN을 전혀 시청하지 않는 시청자들도 자신의 케이블 티비 비용의 25%에 달하는 돈을 ESPN에 내고 있는 셈입니다. 최근 발의된 법안은 채널 묶어팔기를 막고 시청자들이 원하는 채널만 선택할 수 있도록 하고 있는데, 이 법안이 통과되는 것을 막기 위해 ESPN은 선거자금 기부나 로비에 사활을 걸고 있습니다.

미디어 환경의 변화에 적극 대응하는 것도 ESPN에게 큰 과제입니다. 8월 17일 경쟁자인 폭스스포츠가 데뷔와 동시에 매우 적극적으로 중계권 경쟁에 나섰습니다. 시청자들이 빠른 속도로 케이블 TV를 해지하고 인터넷으로 옮겨가는 것도 큰 문제입니다. 하지만 ESPN은 자신을 스포츠 제국의 자리에 올려놓은 핵심인 기술 혁신을 통해 1위 자리를 지키면서 수입 창출을 꾀하고 있습니다. ESPN은 코네티컷 주 본사에 그래프를 디자인하고 데이터를 분석하는 역할을 하는 연구 실험실 두 곳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현재 ESPN은 인터액티브 스크린 개발에 몰두하고 있습니다. 2016년 도입을 목표로 하는 이 스크린은 시청자들이 동시에 여러 개의 ESPN 채널을 볼 수 있고, 소셜미디어로 쉽게 연결되어 있으며 제품을 구매하거나 관련 통계를 바로 볼 수 있도록 하는 장치입니다. 하지만 이러한 혁신에도 불구하고 1979년 처음 ESPN이 세상에 선을 보였을 때 혁신을 가져왔던 것 만큼의 변화를 기대하기란 어렵습니다. 이미 존재하는 NBC나 CBS의 티비 스포츠 채널뿐만 아니라 구글이나 소니, 인텔과 같은 기업들도 인터넷을 통해 가상의 케이블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준비하고 있습니다. 경쟁은 갈수록 더 치열해질 것입니다. (NY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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