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순환 속에 갇힌 소수민족 로마
2013년 8월 12일  |  By:   |  세계  |  1 comment

자신의 집에서 화염병 공격을 받은 아버지는 4살 먹은 아들을 품에 안고 탈출을 시도했지만, 집 밖으로 나가기가 무섭게 총에 맞아 숨졌습니다. 최근 부다페스트 법원은 이 사건의 가해자 4명에게 유죄 판결을 내렸습니다. 이들은 극우 극단주의자로 2008년부터 2009년에 걸쳐 로마를 대상으로 한 폭력 범죄를 수 차례 일으켰습니다. 경찰의 무능과 로마 대상 범죄를 제대로 수사하지 않는 관행 때문에 오랫동안 잡히지 않고 활동할 수 있었죠. 이번 사건도 미국 FBI가 프로파일러들을 파견하고 나서야 해결되었습니다. 로마 민족이 1천 만 인구 중 8% 가량을 차지하고 있는 헝가리에서는 그나마 최근 들어 로마 대상 범죄가 조금씩 줄어드는 양상입니다. 하지만 인근 슬로바키아나 체코에서는 신나치 세력의 부활과 함께 로마 대상 혐오 범죄도 늘어나고 있습니다. 슬로바키아 제 2의 도시이자, 올해 유럽 문화 수도로 지정된 코시체에는 로마 커뮤니티를 그 지역에서 분리시키기 위해 쌓은 벽이 있을 정도입니다.

나치가 유대인과 함께 로마 민족을 대량 학살한지 수 세기가 지났지만 여전히 로마들은 빈곤에 시달리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현대 유럽이라고는 믿기 힘들 정도로 기본 설비가 갖추어지지 않은 빈민촌에 모여 살고, 차별과 증오의 대상입니다. 교육의 기회에서도 소외되니 직업을 갖기도 어렵고, 복지 수당이나 사소한 범죄로 먹고 사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커뮤니티 내부에서는 형편이 어려운 사람들을 대상으로 고리대금업이 판을 칩니다. 로마 어린이들은 정상인 경우에도 정신 지체아로 분류되어 제대로 된 교육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런 상황을 시정하기 위해 인권 단체가 지방 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벌이기도 하지만, 판결이 나도 변화가 제대로 나타나는 경우는 매우 드문 실정입니다. 질 높은 교육을 받지 못하는 데서부터 시작되는 악순환의 고리는 끝없이 이어집니다. 로마족의 평균 수명은 다른 유럽인 평균보다 10-12년 정도 짧습니다. 유럽 전체로 볼 때 엄청난 인적 자원의 낭비인 셈입니다. (Econom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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