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 캐머런 총리의 EU 탈퇴 시사 발언의 정치적 풀이
2013년 1월 28일  |  By:   |  세계  |  4 Comments

2000년대 초반 토니 블레어 당시 영국 총리가 파운드화 대신 유로화를 쓰자고 제안했다가 당시 재무장관이었던 고든 브라운 전 총리의 반대 속에 철회한 이후로 영국 총리들은 유럽연합과 브뤼셀에 명확한 지지나 반대를 천명하지 않고 미지근한 반응으로 일관해 왔습니다.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가 지난 23일 유럽연합(EU) 내에서 영국의 지위와 권한을 명확히 하는 재협상을 벌일 것이며 협상 내용을 토대로 늦어도 2017년까지 EU 탈퇴 찬반을 묻는 국민투표를 실시하겠다고 밝힌 건 그런 의미에서 보면 획기적인 사건입니다. 또 2015년 총선에서 EU 탈퇴 국민투표 실시 여부를 묻고 보수당이 재집권에 성공하면 그 해 말에 투표를 실시하겠다고 말했습니다. 이번 발언은 유럽연합에 회의적인 보수당 지지자들의 결집을 부를 것으로 보입니다. 또 EU에 대한 입장이 명확하게 정리되지 않은 야당 노동당을 압박하기 위한 카드로 캐머런 총리의 발언은 절묘했다는 평가가 있습니다. 내심 EU에서 탈퇴하는 건 절대 안 된다고 생각하고 있는 노동당 수뇌부의 의견은 EU 회원국 가운데서 ‘하나의 유럽’을 가장 달가워하지 않던 영국 국민들의 여론과 배치되기 때문이죠. 하지만 “영국 국민들은 EU에 점점 싫증이 나고 있으며, 갈수록 감정이 악화되고 있다”는 캐머런 총리의 발언에서는 보수당의 무리수가 드러나기도 합니다. 실제로 영국 국민들은 EU 문제 자체에 큰 관심이 없다고 보는 게 더 정확합니다. EU 탈퇴를 기치로 내건 영국독립당(UK Independence Party)도 당장 유럽연합의 미래보다 경제, 실업률, 이민자, 치안 문제가 더 중요하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EU에 주권을 지나치게 빼앗겼다고 생각하는 보수당 지지자들에게는 캐머런 총리의 발언이 반가웠겠지만, 영국 국민들 사이에서 일자리나 건강보험 등 피부에 더 와닿는 문제들을 제쳐두고 EU 문제를 정치적으로 들고 나왔다는 인식이 퍼진다면 이번 발언은 보수당에게도 좋을 것이 전혀 없습니다. (Econom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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