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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3년 7월 31일. FBI의 구직자 신원조회, 무엇이 문제인가?

    불경기로 인한 구직난 속에 수많은 고용주들이 FBI의 데이터베이스로 구직자의 범죄 기록을 조회하고 있지만, 이 데이터가 제때 업데이트되지 않아 정확도가 떨어지고 나아가 인종 차별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는 주장이 나왔습니다. 잘못된 기록으로 인해 구직 과정에서 탈락하는 사람들이 많고, 그 가운데 흑인과 히스패닉의 비율이 비정상적으로 높다는 것입니다. 전미고용법 프로젝트(National Employment Act Project, NELP)의 조사에 따르면 작년 한 해 FBI는 1,700만 건의 구직자 범죄 기록 조회 신청을 받았는데, 이는 10년 전보다 6배 증가한 더 보기

  • 2013년 7월 30일. 온라인 데이트의 시대

    캘리포니아에 살고 있는 24세의 젊은 영화감독 윌은 틴더(Tinder)라는 매칭 사이트로 데이트 상대를 구합니다. 앱을 통해 여성들의 위치와 페이스북 사진을 받아 마음에 드는 사람을 고르고, 상대방도 수락하면 매칭이 이루어지는 식입니다. 온라인 데이트는 쉽고 빠를 뿐 아니라, 구애의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곤혹스러움을 차단해줍니다. 1분 안에 수십 장의 사진을 볼 수 있고, 자신을 거절한 사람이 누구인지는 알 수 없기 때문입니다. 틴더의 공동 개발자인 저스틴 매틴(Justin Mateen)은 이 앱이 9개월만에 1억쌍의 커플을 맺어줬고, 더 보기

  • 2013년 7월 29일. 영국 왕실도 퇴직 연령 도입해야?

    지난주 영국 왕자의 탄생은 세계적인 뉴스였습니다. 이란과 이스라엘, 러시아와 미국 할 것 없이 국가 정상들이 축하 메시지를 보냈고, 루이 16세를 처형한 장소에서 멀지 않은 곳에 살고 있는 프랑스의 올랑드 대통령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성탄극에 아침 연속극을 더한 듯한 야단법석 속에, 정치권도 성향을 막론하고 축하 행렬에 참여했습니다. 그러나 후계자가 한 명 늘어나면서, 영국의 군주제라는 제도에도 새로운 고민이 드리워졌습니다. 영국은 비교적 젊은 사람들에게 기회를 잘 주는 사회입니다. 금융권에서는 나이 마흔에 갑부가 되는 사람들이 있고, 더 보기

  • 2013년 7월 26일. 작가들이 필명을 쓰는 이유는?

    얼마 전, 범죄소설 “뻐꾸기의 외침(The Cuckoo Calling)”의 작가 로버트 갤브레이스가 실은 “해리포터” 시리즈를 쓴 조앤 롤링이라는 사실이 밝혀져 큰 화제가 되었습니다. 책은 곧장 베스트셀러가 되었지만, 작품 자체 보다는 이 비밀이 어떻게 밝혀졌는지에 더 많은 관심이 쏠리고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작가들은 왜 필명을 쓰는 것일까요? 이코노미스트의 칼럼니스트들도 가명으로 글을 씁니다. 영국 관련 칼럼은 배저트(Bagehot), 미국 관련 칼럼은 렉싱턴(Lexington)이라는 이름으로 쓰여지는 식입니다. 소설가들이 필명을 쓰는 일은 오래전부터 있어 왔습니다. “애덤 비드(Adam Bede)”, 더 보기

  • 2013년 7월 26일. 쿠데타를 쿠데타라 부르지 못하고…

    이집트에서 군부가 모르시 대통령을 몰아냈을 때, 미국이 과연 16억달러에 달하는 대 이집트 원조를 중단할 것인가 지켜본 이들이 많았을 겁니다. 1961년 제정된 해외원조법(Foreign Assistance Act)에 따라 미국 정부는 선출된 정부가 군부의 쿠데타로 물러난 국가에는 직접적인 원조를 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백악관 대변인 제이 카니가 쿠데타를 쿠데타라 부르지 못하고 말을 돌려하느라 진땀빼는 모습은 아주 인상적이었습니다. 그래서 찾아봤습니다. 1961년 이래 군사 쿠데타가 발생한 국가는 몇 군데고, 미국이 원조를 중단한 경우는 몇 건일까요? 정답은 ‘아주 많다’와 ‘한 두 건’입니다. 리스트는 아래와 같습니다. -1961년 5월 한국. 박정희 주도 하에 군부가 장면 정부를 몰아내고 집권. 냉전이 한창이었던 시기였기 때문에 당연히 케네디 정부는 한국에 대한 군사적 지원을 중단하지 않음. 다소 궁색한 변명이기는 하지만, 해외원조법이 발효되기 전에 쿠데타가 일어난 경우라 봐줘야 한다는 의견도 있음. -1963년 남베트남에서 군부가 응오딘지엠 정부를 몰아냄. 남베트남에 대한 미국의 원조는 엄청나게 늘어남. 응오딘지엠이 대통령으로 선출되었던 선거 자체가 부정선거였다는 주장도 있지만, 미국이 원조를 늘이면서 그 이유를 대지는 않았던 것으로 기억. -1967년 그리스에서 군부가 선거 전 임시로 구성된 과도 정부를 몰아내고 집권. 미국은 군 중장비 지원을 잠깐 중단했다가, 소련이 체코슬로바키아를 침공한 다음 해에 지원을 재개했고, 1970년에 다시 중단했다. 1971년 의회는 별도의 법안을 통과시켜 그리스에서 민주주의가 회복될 때까지 지원을 중단하려 했으나, 행정부가 예외 조항을 통해 계속 지원함. -1973년 칠레군부가 살바도르 아옌데 대통령을 몰아냄. 미국의 군사 지원은 오히려 증가. -1977년 무하메드 지아 알하크 장군이 부토 대통령을 몰아냄. 미국의 군사 지원은 계속됨. 1979년 카터 대통령이 지원 규모를 줄였으나, 쿠데타 때문이 아니라 CIA가 발견한 핵농축 프로그램이 이유였음. 그러나 얼마 후 소련이 아프간을 침공하자 미국은 다시 지원을 늘이기로 했는데 당시 카터가 4억 달러를 제시하자, 지아 장군이 이를 “땅콩”이라 표현하며 거절했다는 유명한 일화가 있음. -1979년 엘살바도르의 좌파 성향 군부가 (부정)선거로 당선된 카를로스 움베르토 로메로 정권을 몰아냄. 이후 우파 군부가 다시 쿠데타를 일으켜 집권. 당시 엘살바도르에 대한 미국의 지원은 오히려 늘어남. -1980년 정당하게 선출된 라이베리아의 대통령이 쿠데타로 축출됨. 대통령이 냉전에서 중립을 표방한데 비해, 새로 들어선 군부는 서방의 편에 서겠다고 선언해 미국의 지원이 오히려 늘어남. -2006년 태국 군부가 탁신 시나와트라 대통령을 몰아냄. 미국은 다음 선거가 치러지기까지 2년 간 군사적 지원을 중단했으나, “미국의 국익에 부합하는” 프로그램 쪽으로는 지원이 중단없이 계속 되었음. 이 정도만 보아도 미국이 해외원조법을 제대로 적용된 사례가 거의 없다는 점은 충분히 드러납니다. 물론 1961년에 미국이 한국을 포기할 수는 없었을 것입니다. 1979년 이란 혁명과 소련의 위협 앞에서 파키스탄도 마찬가지였겠죠. 마찬가지로 현재 이집트 지원을 계속할 명분도 분명히 있습니다. 지원을 끊었다가는 군부는 물론 진보적 세속주의자들도 고립될 것이고, 지원을 끊는다고 해서 무슬림형제단과의 관계가 좋아지는 것도 아니기 때문입니다. 이처럼 미국이 외교적, 지리전략적 고려 없이 법만을 따른 사례는 드뭅니다. 그나마 놀라운 사실은 이번 정부가 이 점을 의식하고 “쿠데타”라는 단어를 직접 거론하지 않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는 점입니다. (Economist) 원문보기

  • 2013년 7월 24일. 중국에서도 원자력 반대 운동이 싹트나?

    7월 초, 중국 광둥성 남부의 장멘시에서는 수 백 명의 시위대가 거리로 나섰습니다. 이 지역에 들어설 예정이던 우라늄 처리시설에 반대하는 시위였습니다. 중국에서 정부가 시민들의 불평을 즉각 접수해 처리하는 경우가 드물다는 점을 생각하면, 이 시위의 결과로 건설 계획이 취소된 것은 꽤 놀라운 사건입니다. 얼마전까지만 해도 중국에서 원자력에 반대하는 목소리는 거의 없었습니다. 중국에서도 환경 운동이 점차 싹트고 있었지만, 주로 화학 폐기물 문제 등이 주요 사안이었습니다. 중국은 현재 원자로 17기를 가동 중인데,  2020년까지 100개로 늘인다는 더 보기

  • 2013년 7월 23일. 월마트의 워싱턴DC 진출, 가능할까?

    워싱턴 DC 시의회는 지난 10일 대형할인점 규제법안을 통과시켰습니다. 연간 매출이 10억 달러 이상이고 매장 면적이 75,000평방피트 이상인 업체는 직원들에게 시급 12.5달러를 지급해야 한다는 내용입니다. 이는 미국 최저 시급인 7.25달러보다 이미 1달러 많은 워싱턴DC 법정 최저 시급보다도 50%가 가까이 많은 액수입니다. 법안이 특정 업체를 규제 대상으로 명시하고 있지는 않지만, 따져보면 규제 대상은 월마트입니다. 노조가 결성되어 있는 경쟁업체 자이언트나 세이프웨이는 규제 적용 대상이 아닌데다 이미 들어선 매장은 향후 4년간 규제를 받지 않기 더 보기

  • 2013년 7월 22일. 일본 선거운동, 온라인으로 진출하다

    오렌지색 봉고차 안에서 후보자가 확성기에 대고 자신의 이름을 연호합니다. 흰 장갑을 낀 여성 선거운동원들이 연이어 후보자의 이름을 외치며 주민들에게 손을 흔듭니다. 그리고 후보자는 차 안에서 아이패드로 자신의 홈페이지를 업데이트합니다. 7월 21일 참의원 선거를 앞둔 일본의 흔한 선거운동 모습입니다.  오랜 기간 집권한 일본의 자민당은 최근까지만해도 디지털 선거 운동에 관한 낡은 법률을 개정하는 것에 반대해 왔습니다. 나이든 의원들이 소셜미디어가 무엇인지도 몰랐던 것이 이유였고, 신기술과 좀 더 친한 민주당이 유리한 고지를 점하게 될까봐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작년 12월 취임한 신조 아베 총리는 앞장서서 법 개정을 추진했습니다.  총선거 때는 동영상 공유 사이트 ‘니코니코도가’에서 토론회를 열자고 제안하기도 했고, 자신의 경제 정책을 페이스북에서 소개하기도 했습니다. 4월에는 자민당을 압박해 온라인 선거운동을 허용하는 법안을 통과시켰습니다. 그제서야 자민당 의원들도 아이패드를 구입하고 소셜미디어 강좌를 듣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이번 선거에서 처음으로 후보자들은 선거 기간 동안에도 온라인 활동을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자민당의 인터넷전략국장 히라이 타쿠야는 자민당, 나아가 정치 자체에 무관심한 젊은 층을 끌어들이는 것이 목표라고 이야기합니다. 자민당은 최근 이코노미스트 표지 그림에서 영감을 받아 아베 총리를 수퍼히어로로 묘사한 스마트폰 게임을 출시했는데, 수십만명의 젊은이들이 이 게임을 다운받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젊은 정치인들은 이번 법 개정으로 그다지 큰 효과를 느끼지 못합니다. 여전히 일반인이 이메일이나 트위터에서 특정 정치인의 선거 운동을 하는 것은 불법이고, 정치인이 발송한 이메일이나 메시지가 널리 전달되는 경우도 드물다는 것입니다. 전통적인 선거 운동의 위세는 여전합니다. 자민당 소속의 한 젊은 정치인은 확성기로 자신의 이름만을 외치는 선거 운동에 염증을 느껴 자신이 앞세우는 정책을 홍보하려고 했지만, 선거운동원들이 오히려 이를 말렸다고 털어놨습니다. 움직이는 봉고차에서 그런 이야기를 자세히 늘어놓아봤자 들어줄 사람도 없다는 이유였죠. 자민당 소속의 한 전직 의원은 확성기 단 봉고차가 유권자들의 짜증을 불러일으키니 아예 금지시켜버려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습니다.  새로운 선거 운동 방식이 도입된 이후, 과거 확성기 봉고차 시절에는 없었던 사고도 일어났습니다. ‘니코니코도가’ 온라인 토론에서 히라이 타쿠야 국장은 사회민주당의 젊은 여성 당대표의 발언 중 적은 메시지(“닥쳐라, 늙은 추녀”)가 그대로 화면에 올라가 곤욕을 치르기도 했습니다. 새로운 디지털 시대에는 정치인들도 새로 공부할 것이 많습니다. (Economist) 원문보기

  • 2013년 7월 19일. 낙태 문제에 집착하는 공화당, 그 속사정은?

    낙태에 반대하는 미국 공화당은 요즘 분주한 나날을 보내고 있습니다. 하원에서 임신 20주차 이후의 낙태를 금지하는 법안이 통과됐고, 상원에서도 공화당 의원 34명이 같은 내용의 법안을 올려놓았습니다. 올 상반기 18개 주가 낙태에 다양한 형태로 제한을 두는 법을 도입했습니다. 민주당은 낙태 제한에 열을 올리면서도 남녀 급여 차별 철폐나 가정폭력에 관한 법안을 두고 미적대는 공화당에게 “여성과의 전쟁”이라는 표현을 써가며 비난하고 있습니다. 강간으로 임신하는 경우는 “매우 적으니” 강간으로 인한 낙태도 인정할 수 없다거나, 20주 된 태아도 (단, 남자아기만) 자위행위를 한다는 이야기는 실제로 공화당 의원들의 입에서 나온 말로, 민주당의 공격을 피해갈 수 없습니다.  실제로 투표자의 53%가 여성인 미국에서는 이런 식의 발언이 선거 패배로 이어지기도 합니다. 오바마 대통령이 여성들의 확고한 지지를 받고 있는 이유도 비슷한 맥락에서 설명할 수 있습니다. 2008년 이래 남성들 사이에서 오바마 지지율이 4%p 빠진데 비해, 여성들의 지지율은 1%p 내려갔을 뿐입니다. 민주당이 공화당을 성차별주의 정당이라 공격하면, 진보 성향이 강한 젊은 미혼 여성들 사이에서 투표율이 높아지기도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화당은 끊임없이 낙태와 관련된 입법을 추진합니다. 의회에서 통과될 가능성도 낮고, 만에 하나 통과되더라도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거나 법원에서 무효 판결이 나게 될텐데도 말이죠. 보수단체의  한 전문가는 기독교인들이 여전히 가장 열성적인 공화당 지지세력인데다 실제로 투표장에 나타날 가능성이 가장 높은 집단이기 때문에 공화당으로서도 이들을 무시하는 전략을 택할 수는 없다고 설명합니다. 공화당은 “여성과의 전쟁”이란 비난이 어불성설이라고 말합니다. 남녀 간 임금 차별을 옹호한다는 비난에는 고용주에게 소송을 거는 것이 지나치게 쉬워질까봐 신중하게 접근하는 것이라고 설명합니다. 또한 낙태 합법화에 찬성하는 여론이 높기는 하지만 임신 후기로 갈 수록 낙태에 반대하는 사람이 많아진다며, 민주당의 무조건적인 낙태 제한 반대도 역풍을 맞게 될 것이라고 주장합니다.  하지만 현실에서 낙태라는 사안은 유권자들에게 그다지 중요한 고려 대상이 아닙니다. 최근 이코노미스트와 YouGov가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선거에서 낙태가 가장 중요한 사안이라고 생각하는 유권자는 4%에 불과했습니다. 31%가 중시하는 문제는 바로 경제였죠. 여론 조사원으로 참여한 한 공화당원은 민주당이 실망스런 경제 상황으로부터 유권자들의 시선을 돌리기 위해 “여성과의 전쟁”을 물고 늘어진다고 주장하면서, 이런 점을 제대로 부각시키면 민주당의 공격을 물리칠 수 있을거라고 말했습니다. (Economist) 원문보기

  • 2013년 7월 18일. 사상누각 소치 올림픽, 소련의 추억?

    2014년 동계올림픽 개최를 앞두고 있는 러시아 소치는 현재 하나의 거대한 건설 현장입니다. 비용과 효율성, 자연과 인간은 고려대상이 아니라는 점에서 공산국가 시절의 대규모 건설 프로젝트와 다른 점이 없고, 한 발 더 나아가 전례를 찾아보기 어려운 대규모 건설 현장입니다. 소치가 동계올림픽 장소로는 적절하지 않다는 이야기는 쭉 있어왔습니다. 러시아에서는 드물게 눈이 잘 내리지 않는 곳이고, 개막식과 폐막식이 열릴 장소도 한 때 말라리아 모기가 들끓던 늪지대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무슬림 주민들과의 갈등이 끊이지 않아 무장 충돌이 더 보기

  • 2013년 7월 17일. 기자가 정치 성향을 밝히지 말아야 하는 이유

    -어제 소개한 ‘기자가 지지 정당을 밝혀야 하는 이유’를 시티대학교 언론학 교수이자 데일리미러지의 전 편집인인 로이 그린슬레이드(Roy Greenslade)가 반박한 글입니다. 기자들이 보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자신의 정치적 성향을 밝혀야 한다는 로웬스타인의 주장은 여러모로 유혹적입니다. 인간은 누구나 주관적이라거나, 기자들이 아무리 공정성을 유지하려 노력해도 각자의 색깔로 기사를 칠하게 된다는 주장은 부인하기가 어렵습니다. 하지만 로웬스타인도 잘 알고 있듯이, 이른바 주류 언론사에 적을 두고 있는 기자는 자유롭게 글을 쓸 수 없습니다. 사주나 편집자의 존재 때문입니다. 영국의 경우, 대부분의 신문들이 당파성을 띠고 있기 때문에 논설위원이나 칼럼니스트가 어느 당에 표를 던졌는지는 그다지 비밀스런 정보가 아닙니다. 데일리메일(Daily Mail)의 스티븐 글로버(Stephen Glover)가 보수당에 투표했다고 선언하거나, 데일리미러(Daily Mirror)의 케빈 맥과이어(Kevin Maguire)가 노동당 지지자임을 고백한다고 새삼 놀랄 사람이 있을까요? 물론 칼럼이 아닌 기사는 겉으로 일단 객관성을 표방하고 있지만, 실제로 기사가 지면에 실리기까지의 과정에는 수 많은 필터가 존재하며,  상당한 이념적 통제가 가해지게 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자가 자유롭게 자신의 정치색을 밝힐 수 있어야 한다는 로웬스타인의 의견을 받아들인다면? 여기에는 각종 현실적인 어려움들이 따릅니다. 정치색를 밝힌다면 구체적으로 어떻게 밝혀야 할까요? 지난번에 누구를 뽑았는지 밝혀야 하나요? 아니면 다음번에 누구를 뽑을지? 투표를 하지 않고 기권했다면? 어떤 분류법에 따라 자신의 정치색을 설명해야 하는 것일까요? 로웬스타인은 기자들이 일반적인 정치 성향 선언 외에도 특정 사안에 글을 쓸 때 이에 대한 자신의 시각을 밝혀야 한다고까지 주장하는데 그렇다면 문제는 한층 더 복잡해집니다. 로웬스타인이 언급했던 팔레스타인 문제의 경우 1000단어짜리 에세이로 써도 모자란 판에, 어떻게 매번 기사 끝에 짧은 한 줄로 자신의 입장을 밝힐 수가 있겠습니까? 방송기자라면 문제는 더욱 복잡해지겠죠. 저도 로웬스타인이 이야기하는 투명성을 전격 지지하는 사람입니다. 그러나 그의 해결책은 사안을 지나치게 단순화시킨 결과물입니다. 독자들이 기사의 질보다 기자의 정치 성향으로 기사를 읽지말지를 결정하는 것이 과연 바람직한 일일까요? 인간은 모두가 주관적이라는 로웬스타인의 주장이 틀렸다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다만 지나치게 이상적이고 기계적인 그의 해결책 문제가 있다는 것입니다. (Guardian) 원문보기

  • 2013년 7월 16일. 기자가 지지 정당을 밝혀야 하는 이유

    -호주의 독립 저널리스트 앤토니 로웬스타인(Antony Loewenstein)이 가디언에 기고한 칼럼입니다. 오늘날 우리는 “정보를 제공한다”고 주장하는 보도의 홍수 속에서 살고 있습니다. 기자들은 권력을 비판하고, 우리의 삶에 영향을 미치는 것들을 설명하기 위해 기사를 쓴다고 이야기합니다. 그러나 실제로 정치, 경제적 이해 관계는 우리가 보고 듣는 것에 엄청난 영향을 미칩니다. 그러다 보니 엄청난 문제들이 주기적으로 일어나죠. 금융위기 당시 은행과 너무 가까이 지내던 경제부 기자들이 거짓된 보도를 한 일이나, 2003년 부시 행정부가 근거 없는 대량살상무기 관련 정보를 가지고 이라크 침공을 결정했을 때 기자들이 이를 제대로 비판하지 못했던 일처럼 말입니다. 이런 상황 속에서 저는 기자들이 자신의 표를 어디에 던지는지, 정치적 성향은 어떠한지를 밝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호주인의 33%만이 언론을 믿는다고 할 만큼 기자들이 독자에게 믿음을 주지 못하는 상황에서, 이는 언론이 조금이나마 신뢰를 회복할 수 있는 길입니다. 기자들은 다른 직업인들과는 비교할 수 없는 수준으로 여론에 큰 영향을 미치지만, 정작 대중은 기자들에 대해 아는 것이 거의 없습니다. 기자도 인간이니, 자신의 경험과 시각을 통해 세상을 파악하는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기자가 스스로 정치색을 밝히지 않더라도, 이른바 “특종”이라는 것이 실은 친한 기자에게만 계획적으로 “흘리는” 소식임은 공공연한 사실입니다. 호주 독립언론센터의 연구에 따르면 2009년 5일의 기간 동안 주류 언론에서 나온 기사의 절반 이상이 독립적인 취재의 결과물라기보다는 보도 자료를 살짝 바꿔쓴 기사이거나, 어떤 식으로든 보도 자료에 근거한 기사라는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누군가가 쓴 보도 자료를 가져다 쓴다는 데서 이미 언론의 객관성은 환상에 불과한 것입니다. 기자가 어떤 틀로 세상을 보고 있는지는 중요한 정보이고, 독자들도 이를 잘 알고 있습니다. 기자 각자가 나름대로 공정성을 유지하기 위해 최선을 다해야겠지만, 아무런 아젠다 없이 기사를 쓰는 텅빈 껍데기인 척 할 필요는 없다는 것이죠. 오늘날 너무나도 많은 기자들이 권력과 가까이에서 밥과 술을 함께 하는 것으로 커리어를 쌓아나가고 있습니다. 엄중함이나 회의주의 같은 미덕은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기자는 정치에 참여하고 싶어하면서도, 자신의 이름을 걸고 출마할 책임감이나 용기가 없는 사람들”이라는 마크 래텀(Mark Latham) 전 노동당 대표의 말을 반박하기가 힘든 현실입니다. 동등하지 않은 양 쪽 사이에서 거짓 균형을 유지하는 것은 저널리즘이 아닙니다. 그것은 오히려 권력과의 결탁에 가까운 행위죠. 우리는 더 보기